<이슈&인물> 다시 고개 숙인 김선호

사생활 이어 탈세 ‘이번엔 다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성기를 맞은 김선호가 이번엔 탈세 의혹으로 톱스타 반열의 문턱을 밟지 못하고 있다.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굳히는 듯했지만, 또 다른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제 좀 뜬다 싶었더니,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 1일,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소속사 소속 배우 차은우가 가족 명의 법인을 통한 소득 처리 문제로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이후 김선호 역시 가족이 관여된 1인 법인을 운영해 왔다는 내용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추락하는
대세 배우

당시 보도에 따르면, 김선호는 2024년 1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 주소지에 공연 기획을 목적으로 한 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의 대표이사는 김선호였고, 사내이사와 감사에는 부모가 등재돼있었다.

법인 사업 목적에는 공연 기획 외에도 광고대행업, 미디어 콘텐츠 창작,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 부동산 매매·임대업 등이 포함돼있었다. 다만 연예 매니지먼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주소지는 김선호의 실제 거주지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법인의 운영 방식이었다. 법인의 설립 목적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해당 법인은 설립 이후 부모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여를 받은 부모가 법인 임원으로 등재돼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여 지급 자체가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근로 제공 여부와 급여의 적정성은 별도의 판단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해 지급된 급여가 다시 김선호에게 이체됐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또 법인 소유 카드가 생활비나 유흥비 결제에 사용됐고,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 사적으로 이용됐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사용 내역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출이 법인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었는지가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법인은 대표 개인과는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 자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 세법상 또는 법률상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되자 김선호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해당 법인은 과거 연극 제작과 연극 관련 활동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현재 김선호의 전속 계약과 활동은 개인 명의로 진행되고 있으며, 법적·세무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의 활동과 문제의 법인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부모 급여 지급이나 법인카드 사용 등 구체적인 운영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명이 법인 설립의 명분에만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법조계와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도 잇따랐다. 김명규 변호사 겸 세무사는 자신의 SNS에 “가족이 임원으로 등재된 법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제 사업 활동 여부와 자금 사용 내역에 따라 세법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활동이 없었다고 밝힌 기간 동안 법인카드 사용이나 급여 지급이 있었다면, 해당 지출은 세법상 업무무관 비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 경우 국세청이 이를 대표자에게 귀속된 소득으로 다시 판단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후 김선호가 이전 소속사 재적 당시인 2024년 1월, 또 다른 1인 법인 ‘에스에이치두’를 설립했고 이 법인을 통해 연예 활동 정산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여기서 정산금이란 드라마, 영화, 광고 등 연예 활동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시점에 정리돼 지급되는 돈을 의미한다.

가족 관여된 ‘1인 법인’ 운영 의혹
부모에 급여…법카로 생활비·유흥비

일반적으로는 배우 개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되지만, 이 경우에는 김선호가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전 소속사 관계자는 정산금 지급 과정에 대해 “배우가 요청한 계좌로 입금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즉 정산 구조 자체는 배우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소속사 역시 법인 설립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런 방식이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으로 처리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법인 소득으로 처리될 경우 법인세율은 최대 19% 수준이라는 점이 함께 언급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김선호 소속사는 법인 설립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탈세 목적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호는 같은 소속사 배우 차은우의 탈세 의혹과 함께 거론되며 논란이 확대됐다.

두 사례 모두 가족이 관여된 법인이 존재했고, 이를 통해 소득이 처리됐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일각에서는 동일 소속사 소속 배우들에게서 유사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점을 두고 소속사의 관리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김선호의 경우 차은우와 달리 국세청의 공식 조사 결과나 추징 통보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 점 역시 함께 전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소속사는 2월4일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소속사는 이날 “김선호는 2024년 1월 연기 활동과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2025년 2월 판타지오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의 활동에 대해서는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금을 지급받았다”며 “이후 법인 운영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법인 운영을 중단했으며, 최근 1년 이상 법인을 통한 실질적인 활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라 폐업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또 “김선호는 선제적 조치로 과거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가족 급여, 법인 차량을 모두 반납했고, 해당 법인을 통해 과거에 정산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기존에 납부한 법인세에 더해 개인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논란이 된 금전적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선호는 법인 운영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반성의 뜻을 전했고, 소속사 역시 관리에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차은우
닮은꼴

그는 4년 전에도 사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겪은 적이 있다. 2021년 10월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대세 배우 K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작성자 A씨는 해당 글에서 전 연인이었던 K 배우와 2020년 초부터 교제했으며, 2020년 7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낙태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혼인을 약속받았으나 아이를 지운 뒤 태도가 달라졌고, 결국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또 연인 관계 문제 외에도 K배우가 작품과 동료 배우, 감독 등을 험담했고, 방송 현장에서 소리를 질러 문제된 적도 있었다며 인성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해당 글은 게시 직후 빠르게 확산됐다. 글에는 특정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교제 시기와 활동 연도, 출연 작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일부 누리꾼들은 K배우가 김선호일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막 종영한 직후로, 김선호는 주연 배우로서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가 예정돼있었고, 광고와 화보, 차기작 관련 일정도 이어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김선호 본인과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10월18일 하루 동안 소속사 측은 취재진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고,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이나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을 낳았고,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시점에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10월18일과 19일 연이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폭로 글에 등장하는 K 배우가 김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서 김선호의 소속사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뿐 아니라 소속사 전반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언론사들이 이미 해당 사안과 관련된 제보와 자료를 확보해 취재 중이었으며, 실명 공개를 두고 신중한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종영 인터뷰 일정이 임박해 있어, 실명 공개 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4년 전
폭로 후…

이진호는 자신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내용과 A씨의 폭로 글에 담긴 구체적인 정황들이 상당 부분 일치했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포함돼있었다며 실명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방송 이후 온라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K 배우가 김선호라는 인식은 빠르게 확산됐다.

10월19일 오전,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소속사는 “익명으로 올라온 글의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다만 폭로 내용에 대한 인정이나 부인, 구체적인 설명은 담지 않았다.

같은 날 김선호의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취소됐다. 이후 신민아, 이상이, 조한철 등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의 인터뷰 일정도 잇따라 취소됐다.

광고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김선호가 출연한 여러 브랜드의 광고 영상이 비공개 처리되거나 삭제됐고, 포스터와 온라인 홍보물에서도 김선호의 모습이 빠지기 시작했다. 예능프로그램 역시 영향을 받았다. 김선호가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는 편집과 하차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출연 중단이 결정됐다.

김선호는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인 10월20일 오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폭로자와 교제한 사실을 인정하며 “그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줬다”고 언급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또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글을 통해서라도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낙태 강요 여부나 폭로 글에 담긴 세부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소속사 역시 같은 날 사과문을 내고,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문 발표 이후 김선호의 활동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이어졌다. 고정 출연 중이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하차가 확정됐고, 촬영을 앞두고 있던 일부 작품에서는 출연진 교체가 결정됐다. 이미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작품의 경우 교체 없이 제작이 이어졌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은 김선호의 하차 또는 캐스팅 변경을 택했다.

논란 초기 여론은 김선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시선이 우세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월21일, 폭로자 A씨는 자신의 글을 수정해 “사과를 받았고,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며 글을 곧 삭제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법률대리인을 통해 무분별한 신상 공개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해 폭로 글의 진위와 작성 경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해명하다 횡령 자백?
논란만 키운 자충수

이후 A씨의 지인이나 동창을 자처한 이들이 작성한 추가 폭로 글들이 온라인에 등장했으나, 졸업 시기나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상당수는 삭제됐다.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김선호 측이나 주변 인물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10월26일이었다. 이날 한 연예 매체가 폭로 내용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김선호와 A씨의 지인 진술,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등이 포함됐다.

기사에서는 김선호가 일방적으로 낙태를 강요했다기보다는 두 사람이 합의하에 결정을 내렸다는 정황이 제시됐고, 낙태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선호가 결혼과 책임을 언급하며 부모에게 A씨를 소개하는 등 결혼 준비를 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 보도 이후 여론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같은 날 A씨의 전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산됐다. 녹취록에는 과거 이혼소송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담겼고, 외도 정황과 금전 문제, 미행 주장 등이 언급됐다. 녹취를 공개한 측은 신원 보호를 이유로 ‘전 남편 추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공개한 유튜버 이진호는 폭로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폭로자의 신뢰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A씨와 관련된 추가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초기 폭로 글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졌다. 여론의 흐름이 바뀌자 광고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비공개 처리됐던 일부 광고 영상이 다시 공개됐고, 김선호의 출연작과 관련된 후속 일정도 점차 재개됐다.

김선호는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이후 연극 무대를 통해 복귀 수순을 밟았다. 2022년 공개된 연극에서는 출연 회차가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다시 만났다.

김선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해 드라마와 예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우다. 서울예술대학 연기과를 졸업한 뒤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방송 연기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조연과 단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여러 작품을 거치며 점차 인지도를 높였다.

브라운관에서는 로맨스와 휴먼 드라마를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상적인 대사와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연기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호는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2021년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주연으로 출연해 작품 흥행과 함께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이후 영화와 OTT 작품 등 다양한 플랫폼의 출연 제안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광고계
손절 시작

한편, 연이은 논란 속에서도 김선호는 출연하는 연극 티켓을 매진시키며 굳건한 인기를 증명했다. 연극 <비밀통로>에서 김선호가 출연하는 전 회차는 예매 시작과 함께 모두 매진되며 흥행을 기록했다. <비밀통로>는 오는 13일부터 3월22일까지 이어지며, 김선호는 총 19회차 동안 무대에 오른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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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