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작전세력에 휘말린 임창정

공모자? 피해자? ‘뭐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가수 임창정이 주가조작, 이른바 ‘작전’에 휘말렸다. 지난달 말 터진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들과 임창정 간의 연결고리가 포착된 것이다. 다만 임창정은 연일 “자신 역시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인 역시 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것. 하지만 임창정을 단순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내 주식 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전직하했다. 지난해 중순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게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연속 하한가(이틀 연속 하한가 6개, 사흘 연속 하한가 4개)를 기록하고 말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된 탓이다. 그 배후에는 다단계 주가조작이 있었고, 피해자는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리고 ‘작전’ 공모자와 피해자 그 사이 어딘가에, 가수 임창정이 있었다.

주가조작
통정거래

지난달 25일 JTBC <뉴스룸>은 주가조작 소식을 전하며, 임창정도 일당에 돈을 맡긴 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뉴스룸> 측에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혔다.

그는 올해 초 일당에게 돈을 맡겼다. 자신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YES IM 엔터테인먼트’ 지분 절반을 50억원에 넘기는 대신, 그중 30억원을 다시 투자한 것이다. 돈은 15억원씩 나눠 자신과 부인의 증권사 계정에 넣었다. 일당에 부부 신분증도 맡겨 쉽게 대리 투자가 가능하도록 돕기도 했다.

임씨는 <뉴스룸>이 공개한 녹취서 “어떤 종목인지 모르지만, 그래프만 보게 되니까 이익이 좋고 수익이 났다고 하니 좋겠다 해서 (맡겼다)”거나 “매출 영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너무 낮게 책정된 회사, 절대 망할 수 없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한다고 했다. 그게 멋있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말 임씨 말대로 ‘투자 위임’이 이뤄진 것이라면, 금융실명제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합법적인 투자 대행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이 아닌, 신분증 원본과 계좌를 모두 넘겨주는 일은 드물다. 

실제로 금융‧사정당국은 일당이 불법 매매행위인 ‘통정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거래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가리킨다. 일당은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임창정은 “그게 규칙인 줄 알았다, 주식을 모르니까 그렇게 다 해주더라”며 “돈 많으신 회장님들도 개인 돈을 불려준다고 하니까 (하라는 대로 했다)”라고 항변했다.

본래 임씨가 투자했던 30억원은 불과 한 달 만에 58억원까지 불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큰손들도 크게 한 번에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수익이 당연한 줄 알고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SG증권 ‘하한가 사태’ 연루돼 진땀
“나도 피해자” 주장에 싸늘한 반응

부부는 이때 주식을 매도했다면 약 2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매도하지 않았다.

이후 일당은 부부 계좌를 통해 약 84억원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매수까지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원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임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계좌 잔고는 이미 음수다. 그는 자신이 이번 투자로 약 60억원의 빚을 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부부에게 개인적으로 다 차압이 들어올거다. 이제 그 딱지 붙으면 빚 다 갚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찌감치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대로, 언론 인터뷰서 일당의 자금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임씨는 일당이 작전에 최소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융‧사정당국은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통정거래 의혹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금지행위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일당으로 의심되는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몰랐다고?
“못 믿겠다”

일단 수사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곧바로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필요에 따라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거나 도주‧증거인멸이 예상되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증권선물위원장 결정으로 수사기관에 신속한 이첩을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졌을 때 패스스트랙 이첩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임씨의 주장과 달리,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그의 해명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테면 일당이 투자금을 2배로 불렸을 때는 그것을 “당연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다가, 주가가 급락하니 “나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자체가 비상식적임에도,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일각엔 “‘주식이나 사업 자체에 무지했다’는 임씨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임씨가 소속사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임씨가 사회적 비난을 완전히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임씨로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임씨가 데뷔시킨 신인 걸그룹 ‘미미로즈’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팔더니…

임씨는 자신의 대표곡 ‘소주 한 잔’ 등 160여곡의 저작권을 팔 정도로 사활을 걸고 미미로즈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채널A <뉴스A> 인터뷰서 “170곡을 매각했다. 걸그룹, 보이그룹을 만들어 내보낼 계획이었는데 첫 팀이 3년 동안 발이 묶여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돌아가야 하지 않나. 경비가 계속 들어가고 월급은 줘야 했다. 직원도 많아서 제가 벌어야 했다. 우리 회사의 소속 가수가 저뿐이었는데 행사가 다 끊겼다”고 말했다.

임씨는 “콘서트 대금을 먼저 받아서 그걸로 계속 버티고, 그동안 모았던 땅 팔아서 좀 버티고 그렇게 계속 버텼다. 저는 오히려 (저작권)을 팔아서 내가 원하는 어떤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미로즈는 데뷔 초반 임씨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일명 ‘임창정 걸그룹’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미로즈는 데뷔 단 7개월 만에 되레 ‘대표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임씨는 인터뷰서 “우리 걸그룹(미미로즈)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 존속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속사 지분 절반이 주가조작 일당에게 넘어간 상황인 만큼, 추후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가수, 걸그룹, 직원들도 연쇄 피해
미필적 고의로 같이 처벌 가능성도

미미로즈는 지난해 9월16일 발표한 데뷔 앨범 ‘어썸(AWESOME)’ 활동 이후엔 주로 자체 콘텐츠와 브이로그 등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 특별히 주목할만한 활동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었다. 일반적인 신인 그룹의 활동 주기 대로라면 복귀가 점쳐질 시점이지만, 별다른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측은 오는 7월 미미로즈 복귀가 예정돼있었으며, 이는 이번 사건과 관계 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회사 대표가 주식에 투자한 내용이라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지만 미미로즈 팀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예정된 7월 컴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미로즈 컴백은 현재 70% 정도 준비된 상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어려운 상황이 맞긴 하지만 회사 자체 내에서 잘 해결해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미로즈 외에 소속사가 진행하려던 다른 사업들은 대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오디션’이다. 예스아이엠은 지난 3월10일부터 31일까지 글로벌 아이돌 발굴 오디션을 진행했다. 지난달 7일에는 1차 오디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달 19일 소속사는 “글로벌 오디션에 총 2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오는 30일 최종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자에게 1인당 1억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임씨는 오디션 상금뿐만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의 월급조차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스룸> 취재진에게 “이번 달에 (직원들)월급도 줘야 하는데 다 빠그라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면피는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명 ‘미필적 고의’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임씨가 제공한 투자금 30억원이 상식적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임씨가 주가조작 일당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한 사실,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 투자한 사실 등을 볼 때, 주범들과의 연결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뭔가 ‘쎄’했나? 작전세력 피한 노홍철

가수 임창정 등 여러 연예인에게 접근해 막대한 피해를 안긴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의혹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에게도 접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SBS 연예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가조작 의혹 일당 중 한 명은 ‘톱스타 전문 골프 프로’라는 별칭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그는 노홍철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에게 골프 레슨을 명목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고, 이를 빌미로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해 노홍철 측근은 <SBS 연예뉴스> 측에 “일당이 다른 연예인들처럼 노홍철에게도 골프 레슨 등을 통해서 접근했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우던 중 계속 주식 투자를 해보라고 수차례 권유를 받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노홍철은 A씨가 젊은데도 씀씀이가 말도 안 되게 크고, 투자 제안을 하는 게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투자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이 보이는 것보다 꼼꼼하고 현실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 사람과 한 금전거래라고는 2~3달 정도 골프 레슨비로 100만원가량 회원권을 끊은 게 전부다. 더 이상 이들과 금전거래한 일도 없고, 수사기관서 계좌 조사를 받은 것도 없다.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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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