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⑦<르포> 순직 재심사 동행 취재

보류서 인정까지 10년 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취재 기간이 반년을 넘어가면서, 기각·보류된 ‘34건’ 중 일부가 재심사 절차를 밟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일요시사>는 한 유가족의 협조를 구해 재심사 당일의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아들을 위해 10년을 기다린 아버지의 사연. 그 세월 곳곳에는 유가족들의 고통과 순직제도의 모순이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지난 3월10일, 정재수씨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쫓긴 탓이다. 옷장에서 오래돼보이는 밤색 정장을 꺼내 들었다. 잘 다려진 옷 아래로 아들 고 정동진 상병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 앞에 위패와 조화, 향과 성냥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죽은 사람 사진을 밖에다 빼놓으면 안 된다고 해서…. 옷장 열어볼 때마다 한 번씩 보는 거죠.” 

옷장 속
아들 사진

정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정 상병의 사진이 놓인 옷장은 정씨의 침대 머리맡에 붙어있었다. 침대 발치 서랍장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약봉지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처방받은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는 나날의 반복.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불면증이 사라질 리도 만무했다.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면 어떻게 이것 하나만이라도….’ 지난 10여년간 정씨의 유일한 소원은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이었다. 통 이루지 못했던 소원은 어느샌가 마음의 병으로 변했다.


이날은 정 상병의 순직 재심사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2012년 여름 사망한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을 위해, 그동안 정씨는 보훈청·법원·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진상규명위의 순직 인정 권고를 받았음에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정 상병 사례를 한 차례 ‘보류’로 판정했다. 

정씨는 이번에 직접 국방부를 찾아 심사위원들을 설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심사 과정서 유족의 방문 진술은 선택사항이다. 저번엔 두방망이질 치는 마음에 서류만 보내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그였다. 정씨는 그때 부족했던 ‘한끝’이 자신의 호소는 아니었을지, 못내 마음에 걸렸었다고 했다.

“정말 착한 아들이었어요. 저한테도 잘하고, 동생이랑도 잘 놀아주고….” 

정씨는 잠시 앨범을 펼쳤다. 정 상병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도 여럿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어엿한 성인이 된 모습까지. 시종일관 웃고 있던 ‘착한 아들’의 사진 일대기는 20대 초반에서 영영 멈춰버렸다. 

정오를 겨우 넘긴 시각, 정씨는 문밖을 나섰다. 국방부와 약속한 시간은 오후 세 시. 정씨 집이 있는 경기 남양주서 국방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까지는 넉넉잡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그래도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봄으로 접어든 날씨.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그를 반기는 듯했지만, 굳은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사실 오늘도 별로 예감이 좋진 않아요. 그래도 이번엔 직접 가니까 잘 이야기해봐야죠.” 


어느덧 고속도로에 오른 차 안에서, 정씨와 대화를 나눴다. 정 상병과 그의 사연도 더욱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순직 재심사 당일 자택서 국방부까지 동행
헌병대 사실 왜곡 그대로 인용…재심사 요구

정 상병은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이던 2012년 7월24일, 집에서 고열·마비 증세를 보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 부검 결과 정 상병이 평소 복용하던 경구용 항우울제를 스스로 다량 복용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군 헌병대는 죽음의 원인을 모두 정 상병에게 떠넘겼다. 정 상병이 입대 전부터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고, 이 때문에 복무 부적응을 겪었다는 것. 거기에 부모·이복형제와의 갈등 등 개인사가 겹친 게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군은 정 상병의 가족관계부터 학교 생활기록부까지 이잡듯 뒤졌다. 정 상병 삶에 남았던 각각의 특이점들은 군에 의해 연결되고, 재구성됐다. 

정씨는 군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씨 설명에 따르면 정 상병은 입대 전까지 정신질환 관련 약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신병교육대서부터 복무 부적응을 겪으며 정신질환이 발병했고, 자대 배치 이후 읍대장 및 선임병의 질책으로 상태가 악화됐다. 

군이 문제시했던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정 상병과 부모, 이복형제 사이에 갈등은 없었다.

정씨는 “(정 상병이) 큰형과 나이 차가 많이 났는데, 서로 정말 돈독했다. 형이 (정 상병을)많이 아꼈다”며 “둘은 그냥 우애 좋은 형제였을 뿐인데, 이복형제면 무조건 서로 미워한다고 생각하나? 이복형제가 있으면 불우한 거냐”고 반문했다.

정 상병은 군에서 작성한 설문지 속 ‘우리 가족은?’이라는 질문 옆에 “가난하지만 화목하다”고 적었다.

진상규명위는 2021년 10월 나온 결정문을 통해 정씨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판단했다. 결정문에는 정 상병이 입대 직후부터 보인 복무 부적응 증상이나 읍대장·선임병이 가한 질책 내용 등이 자세히 기술돼있다. 기록에 따르면 정 상병은 약 복용 전날에도 읍대장에게 심한 질책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규명위는 결정문에 “군 입대일 이전 건강보험요양급여 등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며 “망인은 신교대 입소 후 대인기피증 증세를 호소했고, 생활관서 잠을 잘 수 없어 교관연구실서 취침했다. 군 입대로 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었고 대인관계에 급격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라고 적었다.

소속 부대
관리 소홀


이어 “망인은 입대 이후 정신질환이 발현됐고, 자대 전입 후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업무 처리를 하지 못해 받은 스트레스와 질책으로 자해를 시도하는 등 정신질환이 악화돼 자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망인의 자해 사망은 읍대장 및 선임병의 질책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진상규명위는 소속 부대의 관리 소홀도 문제 삼았다. 정 상병은 자대 배치 이후 꾸준히 군 복무에 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의가사 전역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위 조사에 따르면 소속 부대는 정 상병의 상황을 알면서도 국군수도병원 진료 예약 이외에 별다른 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결정문서 “소속대의 대처와 관리는 안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정씨는 “전역 요청이 제때 받아들여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우울증 약이라도 한 번에 70봉지씩 주는 게 아니라, 부대서 하루하루 먹을 양만 끊어서 줬어도 괜찮았을 수 있다”며 “사건의 진상을 알아갈수록, 소속 부대가 관리를 너무 못해줬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진상규명위의 결정문을 보고도 보류 판정을 내렸다. 그 근거로는 이미 반박된 군 헌병대의 주장을 들었다. 이번이야말로 정 상병 순직이 인정될 기회라 여겼던 정씨는 좌절했다. 이미 모든 입증자료를 넘겨서 신청한 심사였다.


명예 회복
동분서주

재심사 때 보강자료랍시고 제출한 서류는 기존 주장을 방증할 친한 동기의 진술서 몇 장뿐이었다. 정씨의 ‘별로 좋지 않은 예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차라리 저도 그냥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참을 차창 밖만 바라보던 정씨는 이 말과 함께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 상병의 비극적 결말은 곧 정씨의 또 다른 비극의 전말이었다. 그는 정 상병이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과 이혼했다.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을 수 있지만, 그게 정말 큰 이유였던 건 사실입니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그는 직장에 다니는 대신 정 상병의 명예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생전의 정 상병처럼, 정씨의 약 봉투도 점차 두꺼워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정 상병의 죽음에 대한 군의 입장은 10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았다.

재심이 있던 날로부터 약 3주 전, 정씨는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 상병의)엄마잖아요. 어쩌면 저보다도 더 간절히 순직이 되길 바랐을 거예요. 이 사람이 아들 죽고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근데 마지막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갑자기 사고로….” 

그는 이 소식을 담은 진정서를 국방부에 보냈다. 그에겐 정 상병의 순직 인정이 간절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정씨는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시종일관 굳어있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국방부 옆, 대통령실을 겨냥한 시위대의 구호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쿵쿵 울렸다. 경호원들은 카메라를 보고 다가와 “어떻게 왔냐”고 캐물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랠 길 없이, 정씨는 민원실 문을 열었다.

10년 넘도록…가정도 일상도 사라졌다 
뒤늦은 순직 인정…허탈한 한숨과 의문

아직 약속 시간은 30분 넘게 남아있었다. 시끄러운 바깥과 반대로, 민원실 내부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가끔 울리는 전화기 소리만 조그맣게 들렸다. 접수를 마친 정씨는 연신 물을 들이켰다. 얼마 뒤 국방부 관계자들이 들어와 정씨를 찾았다.

관계자들은 정씨를 차에 태워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끝나면 연락 달라’는 문자 한 통을 정씨에게 보냈다. 그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1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다 끝났다’는 정씨의 답신을 받았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외려 당혹스러웠다. 

“앞에서 대기하다가 7분, 10분 정도 심사한 거 같아요. 위원장이 이것저것 물어보긴 하더라고요. 주변 위원들은 (제게)뭘 묻진 않았는데, 제 말을 수긍하는 것 같긴 했습니다.”

국방부는 정씨를 돌려보내기 전 “1~2주 뒤에 심사 결과를 통지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이미 기다림에 익숙한 정씨의 표정은 초연해 보였다.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정씨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날로부터 약 3주 뒤였다. 정 상병은 사망 11주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결국 순직을 인정받았다. 정씨 손에 쥐어진 건 결정문 한 묶음과 ‘순직 인증서’ 복사본 몇 장뿐. 마냥 기쁘게 들리진 않는 목소리에 어색한 정적이 잠시 흘렀다. 정씨는 “왠지 모르게 허탈하다”고 입을 뗐다.

“조금만 더 빨리 잘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죠. 애 엄마가 이걸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근 10년을 노력했습니다. 그사이에 가정도 완전히 파괴되고. 좋다기보다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재심 과정서 ‘판’을 극적으로 뒤집은 증거란 없었다. 정씨조차도 왜 순직이 저번에는 ‘보류’됐고, 이번에는 ‘인정’됐는지 몰랐다. 어쩌면 1년 전에, 또 어쩌면 10년 전에 났어야 할 결정이 뒤늦게 바로잡아진 건 아닐지 의문이 들었다.

그랬다면 한순간에 아들을 잃은 황망함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괜한 죄스러움에 얼룩진 세월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왈칵 밀려드는 머릿속에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맙다”는 정씨의 말이 메아리쳤다. 

이제야
일상으로

정씨는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일자리도 다시 구했다. 지난 17일, 퇴근했다는 그와 간만에 안부를 나눴다. 이날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오는 9월 진상규명위 활동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정씨는 유가족 입장에서 진상규명위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제가 제일 감사드리는 곳은 진상규명위다. 거기서 조사를 잘 해줘서 제 아들이 그나마 순직을 인정받은 거죠. 엄청 도움이 된 단체입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위원회가 없어지지 않는 게 (유가족들에게)좋을 것 같습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