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⑪‘망인의 입’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6:45:17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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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팔아먹었나요? 끝까지 책임져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외국은 망인이 나라를 팔아먹지 않는 이상, 군에서 끝까지 책임집니다. 순직도 쉽고요. 한국은 순직에 왜 이렇게 예민한지…” <일요시사>는 지난 3월14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서 송기춘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 국방부 순직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유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가장 많고, 그 시간에 대부분 맞춥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관계자가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의 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송 위원장이 군에서 사망한 망인의 유가족을 만나는 일정은 빡빡했다. 그에게 있어서 유가족을 만나는 것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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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했다. 유가족들이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터뷰 일정조차 잡는 게 힘들었지만,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서 그 이유에 대해 십분 이해가 가능했다. 

송 위원장을 찾아오는 유가족은 대부분 국방부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자식이 군대서 죽었지만 ‘순직’으로 결정되지 않았고, 그 이후의 상황도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들의 죽음은 ‘일반 사망’이나 ‘병사’ 등이다.

유가족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화도 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다는 점이다. 송 위원장의 첫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는 국방부가 먼저 유가족을 이렇게 대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군대서 사고가 날 수 있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죠. 그런데 자식이 군대서 죽으면 유족들은 자식이 사망했던 그 시기에 시간이 멈추게 됩니다. 그 뒤 세월은 흐르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1970년대에 자식이 군대서 사망했습니다. 현재 그 분이 90대인데, 50년간 세월이 멈춰버린 것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유가족과 망인의 죽음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 위원장은 2021년 6월10일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서 공부했으며 서울대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오랜 기간 법학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런 송 위원장이 군 사망사고에 남다른 철학을 가진 이유가 있다.

송 위원장이 군 입대 당시엔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서울대 법학 박사 정도면 군대를 면제받거나 장교로 입대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군대 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몸으로 직접 부딪쳤다. 아무래도 동기보다 나이가 많은 채로 입대했으니 곤혹스러운 일이 많았다.

군은 기본적인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조직인 만큼 그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줘선 안 되는데, 군대 내에서는 이런 기본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 전문용어로 ‘따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에서 상사가 얼차려 행위를 시키는 것인데,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당했죠. 학자가 된 다음에는 군과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작한 부분이 가장 커요. 군대 관련 연구만 20년 넘게 했습니다.”

자식이 군에서 죽으면 ‘멈추는’ 유가족의 삶
9월이면 활동 종료…‘순직’ 문제과 개선은?

진상귀명위원장으로서 현재 순직 제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우선 주목한 것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 29조 제2항이다. 이 법은 ‘진상규명위는 진정 조사한 결과에 따라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르게 결정한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진정에 대해 재심사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송 위원장은 해당 내용 중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을 따라야 한다’ 부분을 지목했다.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진상규명위는 치열하게 순직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사안으로 한 시간 넘게 토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지점서 발생한다.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가 있지만, 국방부가 다시 심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건 법률 위반입니다. 국방부도 나름의 심사기준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 그 기준을 갖고 순직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우리 진상규명위는 군에서 독립된 독자적 기구로 조사합니다. 그러면 원칙적으로 진상규명위가 조사한 부분은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국방부가 재심사하는 방식은 적법 절차(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해진 일련의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이에요.”

이 같은 문제는 유가족이 국방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가족 입장에선 국방부는 가해자다. 군이 사고가 날만한 상황을 방치했거나, 군이 직접 사고를 발생시킨 결과로 자녀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서 유가족은 현실적으로 망인의 순직 여부를 국방부가 결정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상규명위서 충분히 조사해 순직 재심사를 요청한 사안마저 ‘기각’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게 기본이고, 그 누구도 ‘자신’의 재판관이 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군은 순직 여부를 결정할 때 진상규명위 의견을 우선 배제했어요. 결국 국방부는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로 스스로 판단합니다.”

허술한 조사
허점 투성이

실제 유가족은 순직 여부를 떠나, 군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 특성상 유가족은 사망사고의 자료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 군에 자료를 요청하기 전에는 망인의 유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니 유가족은 국방부의 순직 판단에 대해 ‘가해자가 왜 피해자를 판단하는 것이냐’고 분개한다. 하지만 송 위원장은 이런 관점이야말로 ‘시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국방부와 관점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계속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시야 차이가 있는 걸까? 우선 국방부는 순직 여부를 결정할 때 망인의 위법행위를 조사하지만, 군 문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으로 복무 기간 중 폭력을 행사했거나, 휴가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음주를 한 뒤 사고가 난 경우다. 


“순직은 명예성을 띠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순직 처리를 받으려면 요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특히 폭력은 군의 역학관계로 이해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어떤 군인이 평소에 폭력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러면 맞아 죽을 때까지 참아야 순직이 되는 겁니까? 결국 본인이 방어하려고, 군기를 잡아서 폭력을 피하려고 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폭력성이라는 것이 ‘명예로운 죽음’을 판단하는 과정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폭행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국방부의 병력 관리 소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국방부는 되려 이런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가장 많은 것이 염세 비관, 가정불화, 복무 부적응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헌병대가 수사를 하기 때문인데, 헌병대는 수사를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범죄 혐의로 사건을 접근하죠. 그러니 가장 부담이 없는 게 이 세 가지입니다. 의무복무병은 ‘문제 없다’는 병무청 검사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러니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는 <일요시사>가 군 순직 취재 과정서 여실히 드러났다. 다수의 유가족들은 순직 심사가 비공개인 것 자체를 비난했으며 수사 과정 자체도 마찬가지였다. 심사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무조건
개인 탓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면인데, 물론 공개하면 심사위원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각 위원에게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순 없죠. 이렇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는 비공개 방식이 나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심사 결과에 불신을 갖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선 중앙전공사상 심사위원이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의원이 선임되더라도 결론이 같아야 합니다. 그게 기관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으니 비판을 수용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방부 순직 심사 방식이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라는 점도 짚었지만, 이 역시 재고할 부분이 존재한다. 순직 심사에서 유가족이 직접 진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는 좋은 취지긴 하나,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서술해야 하는 비극에 처해진다. 

“현재 순직 심사는 아주 딱딱한 분위기서 진행됩니다. 좀 더 편한 분위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그런 모양새를 갖춰 진술을 해야 유가족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가족이 ‘국가와 힘든 싸움을 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국방부의 태도를 느껴야 해요. 그래야 유가족이 국방부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마음도 없어질 테니까요.”

최근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56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1년에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방부의 해당 년도 사망 자료엔 2986명이 기록돼있었는데, 이 자료는 정확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에 따로 접수된 사건을 종합해본 결과 3000명 이상이었다.

“군은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로 스스로를 판단”
“가해자가 왜 피해자를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이 중 3분의1은 일반 사망이나 변사로 처리돼있었다. 이들은 유행성출혈열(3급 감염병), 폐결핵, 결핵, 늑막염으로 사망했다. 이 경우가 진상규명위의 직권 조사로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유공자나 순직이 인정되려면 유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과거 사망사건은 대부분 유가족이 사망해 신청이 불가하다.

“국가유공자나 순직자, 그리고 유가족을 찾는 것은 국방부의 주요 사업입니다. 그런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유가족이 국가유공자나 순직 신청을 해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거나, 망인의 명예를 찾거나, 군에서 순직했다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방부는 ‘적극적 행정을 했다’지만 홍보만 하는 수준이죠. 방송에 광고 문구를 띄워서 연락달라고 하거나,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걸 갖고 1년 실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데, 아직도 순직이 돼야 할 사람이 많이 방치돼있지만 그 사실을 인지 못하죠. 진상규명위가 시작한 조사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을 때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진상규명위가 조사를 시작할 때 군이 협조적이지도 않다. 송 위원장은 이 부분을 어려움으로 느낀다기보단, 군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진상규명위는 조사에 강제성을 갖고 있다. 사건 조사 시 동행명령까지 할 수 있는데, 실상 이런 기능은 사용하기 어렵다. 자발적 협조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역에 있는 분들은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중요한 증언이 꼭 필요한데 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술을 거짓말로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군대도 결국 사람이 만든 조직이다. 어떤 일정한 목적을 갖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송 위원장은 ‘인권’이 보장돼야 강한 부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권을 기초에
두고 행동해야”

“이제는 군이 인권을 기초에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현재 군대 복무 기간이 18개월인데, 군대에 가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여깁니다. 이제는 민주주의사회를 배울 수 있는 군대로 변해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은 임무 성격상 사람이 죽을 수 있죠. 그래도 그 죽음이 억울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 억울함 이면엔 ‘직무 연관성’을 따집니다. 진상규명위는 그 억울함이 해결되도록 노력하지만, 9월이면 진상규명위 활동이 종료인데, 국방부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일임하면 유가족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되니 마음이 안 좋습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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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