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탐사기획> 나라가 버린 34용사의 죽음 ⑪‘망인의 입’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23 16:45:17
  • 호수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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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팔아먹었나요? 끝까지 책임져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외국은 망인이 나라를 팔아먹지 않는 이상, 군에서 끝까지 책임집니다. 순직도 쉽고요. 한국은 순직에 왜 이렇게 예민한지…” <일요시사>는 지난 3월14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서 송기춘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 국방부 순직 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유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가장 많고, 그 시간에 대부분 맞춥니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관계자가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의 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송 위원장이 군에서 사망한 망인의 유가족을 만나는 일정은 빡빡했다. 그에게 있어서 유가족을 만나는 것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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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했다. 유가족들이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터뷰 일정조차 잡는 게 힘들었지만,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서 그 이유에 대해 십분 이해가 가능했다. 

송 위원장을 찾아오는 유가족은 대부분 국방부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자식이 군대서 죽었지만 ‘순직’으로 결정되지 않았고, 그 이후의 상황도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들의 죽음은 ‘일반 사망’이나 ‘병사’ 등이다.

유가족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화도 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다는 점이다. 송 위원장의 첫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는 국방부가 먼저 유가족을 이렇게 대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군대서 사고가 날 수 있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죠. 그런데 자식이 군대서 죽으면 유족들은 자식이 사망했던 그 시기에 시간이 멈추게 됩니다. 그 뒤 세월은 흐르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1970년대에 자식이 군대서 사망했습니다. 현재 그 분이 90대인데, 50년간 세월이 멈춰버린 것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유가족과 망인의 죽음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 위원장은 2021년 6월10일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서 공부했으며 서울대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오랜 기간 법학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런 송 위원장이 군 사망사고에 남다른 철학을 가진 이유가 있다.

송 위원장이 군 입대 당시엔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서울대 법학 박사 정도면 군대를 면제받거나 장교로 입대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은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군대 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몸으로 직접 부딪쳤다. 아무래도 동기보다 나이가 많은 채로 입대했으니 곤혹스러운 일이 많았다.

군은 기본적인 위계질서로 움직이는 조직인 만큼 그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줘선 안 되는데, 군대 내에서는 이런 기본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 전문용어로 ‘따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에서 상사가 얼차려 행위를 시키는 것인데, 이런 일은 수도 없이 당했죠. 학자가 된 다음에는 군과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 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작한 부분이 가장 커요. 군대 관련 연구만 20년 넘게 했습니다.”

자식이 군에서 죽으면 ‘멈추는’ 유가족의 삶
9월이면 활동 종료…‘순직’ 문제과 개선은?

진상귀명위원장으로서 현재 순직 제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우선 주목한 것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법 29조 제2항이다. 이 법은 ‘진상규명위는 진정 조사한 결과에 따라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르게 결정한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진정에 대해 재심사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송 위원장은 해당 내용 중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을 따라야 한다’ 부분을 지목했다.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진상규명위는 치열하게 순직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사안으로 한 시간 넘게 토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지점서 발생한다.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가 있지만, 국방부가 다시 심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건 법률 위반입니다. 국방부도 나름의 심사기준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 그 기준을 갖고 순직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우리 진상규명위는 군에서 독립된 독자적 기구로 조사합니다. 그러면 원칙적으로 진상규명위가 조사한 부분은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국방부가 재심사하는 방식은 적법 절차(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해진 일련의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이에요.”

이 같은 문제는 유가족이 국방부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가족 입장에선 국방부는 가해자다. 군이 사고가 날만한 상황을 방치했거나, 군이 직접 사고를 발생시킨 결과로 자녀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서 유가족은 현실적으로 망인의 순직 여부를 국방부가 결정하는 것에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진상규명위서 충분히 조사해 순직 재심사를 요청한 사안마저 ‘기각’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게 기본이고, 그 누구도 ‘자신’의 재판관이 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군은 순직 여부를 결정할 때 진상규명위 의견을 우선 배제했어요. 결국 국방부는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로 스스로 판단합니다.”

허술한 조사
허점 투성이

실제 유가족은 순직 여부를 떠나, 군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 특성상 유가족은 사망사고의 자료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렵다. 군에 자료를 요청하기 전에는 망인의 유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니 유가족은 국방부의 순직 판단에 대해 ‘가해자가 왜 피해자를 판단하는 것이냐’고 분개한다. 하지만 송 위원장은 이런 관점이야말로 ‘시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국방부와 관점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관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계속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시야 차이가 있는 걸까? 우선 국방부는 순직 여부를 결정할 때 망인의 위법행위를 조사하지만, 군 문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으로 복무 기간 중 폭력을 행사했거나, 휴가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음주를 한 뒤 사고가 난 경우다. 


“순직은 명예성을 띠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순직 처리를 받으려면 요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특히 폭력은 군의 역학관계로 이해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어떤 군인이 평소에 폭력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러면 맞아 죽을 때까지 참아야 순직이 되는 겁니까? 결국 본인이 방어하려고, 군기를 잡아서 폭력을 피하려고 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폭력성이라는 것이 ‘명예로운 죽음’을 판단하는 과정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폭행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국방부의 병력 관리 소홀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국방부는 되려 이런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가장 많은 것이 염세 비관, 가정불화, 복무 부적응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헌병대가 수사를 하기 때문인데, 헌병대는 수사를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범죄 혐의로 사건을 접근하죠. 그러니 가장 부담이 없는 게 이 세 가지입니다. 의무복무병은 ‘문제 없다’는 병무청 검사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러니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는 <일요시사>가 군 순직 취재 과정서 여실히 드러났다. 다수의 유가족들은 순직 심사가 비공개인 것 자체를 비난했으며 수사 과정 자체도 마찬가지였다. 심사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무조건
개인 탓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면인데, 물론 공개하면 심사위원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각 위원에게 청탁이나 압력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순 없죠. 이렇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는 비공개 방식이 나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심사 결과에 불신을 갖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선 중앙전공사상 심사위원이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의원이 선임되더라도 결론이 같아야 합니다. 그게 기관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으니 비판을 수용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방부 순직 심사 방식이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라는 점도 짚었지만, 이 역시 재고할 부분이 존재한다. 순직 심사에서 유가족이 직접 진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는 좋은 취지긴 하나,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서술해야 하는 비극에 처해진다. 

“현재 순직 심사는 아주 딱딱한 분위기서 진행됩니다. 좀 더 편한 분위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그런 모양새를 갖춰 진술을 해야 유가족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가족이 ‘국가와 힘든 싸움을 했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국방부의 태도를 느껴야 해요. 그래야 유가족이 국방부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마음도 없어질 테니까요.”

최근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56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어서 1년에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방부의 해당 년도 사망 자료엔 2986명이 기록돼있었는데, 이 자료는 정확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에 따로 접수된 사건을 종합해본 결과 3000명 이상이었다.

“군은 자신들이 조사한 자료로 스스로를 판단”
“가해자가 왜 피해자를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이 중 3분의1은 일반 사망이나 변사로 처리돼있었다. 이들은 유행성출혈열(3급 감염병), 폐결핵, 결핵, 늑막염으로 사망했다. 이 경우가 진상규명위의 직권 조사로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유공자나 순직이 인정되려면 유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과거 사망사건은 대부분 유가족이 사망해 신청이 불가하다.

“국가유공자나 순직자, 그리고 유가족을 찾는 것은 국방부의 주요 사업입니다. 그런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유가족이 국가유공자나 순직 신청을 해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거나, 망인의 명예를 찾거나, 군에서 순직했다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국방부는 ‘적극적 행정을 했다’지만 홍보만 하는 수준이죠. 방송에 광고 문구를 띄워서 연락달라고 하거나, 아는 사람 있으면 연락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걸 갖고 1년 실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데, 아직도 순직이 돼야 할 사람이 많이 방치돼있지만 그 사실을 인지 못하죠. 진상규명위가 시작한 조사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을 때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진상규명위가 조사를 시작할 때 군이 협조적이지도 않다. 송 위원장은 이 부분을 어려움으로 느낀다기보단, 군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진상규명위는 조사에 강제성을 갖고 있다. 사건 조사 시 동행명령까지 할 수 있는데, 실상 이런 기능은 사용하기 어렵다. 자발적 협조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역에 있는 분들은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중요한 증언이 꼭 필요한데 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술을 거짓말로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군대도 결국 사람이 만든 조직이다. 어떤 일정한 목적을 갖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강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송 위원장은 ‘인권’이 보장돼야 강한 부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권을 기초에
두고 행동해야”

“이제는 군이 인권을 기초에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현재 군대 복무 기간이 18개월인데, 군대에 가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여깁니다. 이제는 민주주의사회를 배울 수 있는 군대로 변해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은 임무 성격상 사람이 죽을 수 있죠. 그래도 그 죽음이 억울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 억울함 이면엔 ‘직무 연관성’을 따집니다. 진상규명위는 그 억울함이 해결되도록 노력하지만, 9월이면 진상규명위 활동이 종료인데, 국방부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일임하면 유가족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되니 마음이 안 좋습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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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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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