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②군사경찰의 고백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25 12:50:58
  • 호수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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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에 술 한 잔 사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박정훈 대령을 만나서 꼭 술 한 잔 사고 싶다.” 전직 군사경찰의 말이다. <일요시사>는 전·현직 군사경찰을 포함한 군 관계자 5명을 만나 최근 발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을 비롯한 전반적인 군사경찰 수사에 관해 들어봤다.

군인이 사망했을 때 사망 동기와 원인을 밝히는 것은, 민간인이 사망했을 때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중요하다. 이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겨질 수 있으나, 민간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과 타살을 구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군인은 극단적 선택과 타살을 구분하고 거기에 더해 사망 원인과 동기에 따라 순직 여부가 판단된다. 

끝없는
사망사건

설령 사망한 군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여도, 사망 원인이 공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순직으로 인정된다. 한국전쟁 이후 군 내 사망 사건은 꾸준히 줄었다. 유신정권기인 1970년대에는 1400여명이었던 군 사망사건은 문재인정권엔 90명대로 대폭 줄었다. 

군이 군 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2006년대를 기점으로 군사경찰이 군 수사 시스템을 재정립한 결과다.

25년 이상 재직한 전직 군사경찰 수사관은 “군 범죄 수사환경은 2000년대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수사관의 감으로 수사한 게 사실”이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증거를 위주로 한 과학수사가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군 수사 결과가 조작돼 완벽하게 뒤집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군 수사체계가 발전했다는 증거다. 반면, 여전히 군사경찰 수사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묵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재조사 활동 결과서 보듯, 군에서 사망한 군인의 사망 원인이나 사망 결과가 바뀌기도 했다.

이 자체로 군사경찰이 군 수사 과정 중 은폐나 조작했다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분명히 수사 과정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애초에 군사경찰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수사 방향을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사단장이나 군단장(지휘관)의 성향에 따라서 사건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수사기관의 대표 군사법 경찰관(헌병 대장)이 직속상관이어서 진급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된다”며 “군사경찰이 지휘관의 의중을 맞춰서 수사 결과를 내놓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군은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특수한 상황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 결국 이런 상황으로 국민이 군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같은 맥락서 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에 관해서, 분명한 군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수사 방향
지휘관 의중 맞춰서 결과 도출


군 관계자는 “채 상병 사망사건은 이미 군사경찰이 초동조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물살이 센데 들어가서 수색하라고 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 아니냐? 지휘관의 조치 부실 결과”라며 “군 수사 1차 초동조사에서 사망 원인이 지휘관 과실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도출돼 박정훈 대령이 관계자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건은 해군 참모총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 및 결재까지 완료됐음에도, 다음날 돌연 수사 보고와 언론 브리핑 등이 취소됐다. 8명 중 한 명인 임성근 사단장이 빠지고 대장급 2명의 혐의만 경찰로 이첩됐다. 

이 부분에 관해 군 관계자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판단이다. 이럴 거면 군은 현장 보존만 하고, 경찰이 초동수사부터 해야 한다. 군사경찰 측에서 해병대 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결재를 맡았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이미 채 상병 유가족에게 상황 설명을 마쳤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군사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건 현장을 훼손하지 않도록 현장 통제 라인을 설치한다. 유가족이 현장에 도착하면 군사경찰이 ‘현장 감식을 진행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유가족의 허락을 구한 뒤, ‘입회에 참여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절차를 거쳐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

군 관계자는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유가족이 상황을 다 아는데, 서류가 바뀐 것이다. 이러면 당연히 유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특히 조사 서류는 수사관이 조사 결과를 적어서 본인 도장을 찍는 순간 공문서다. 그런데 윗선서 이 문서를 바꾸라고 지시한다면 자체가 문제로, 어떤 이유라 해도 그 순간부터 공식적인 은폐‧축소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관
입장은?

결국 유가족은 이미 현장서 조사 상황을 확인했는데, 박 대령은 이 일로 항명죄에 걸려버렸다. 이때 박 대령은 조직을 살리기로 선택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의견이다. 또 군 사망사건을 경찰이 이첩받은 후의 문제점도 있었다. 전직 군사경찰은 ‘군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만든 법’이라고 표현했다.

2021년 5월21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의 성범죄 사망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공군 참모총장은 8개월 만에 사의를 표하고 불명예 전역을 했다.

해당 사건으로 여론은 “군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형성되면서 군 3대 중대 범죄인 성범죄·사망사건·입대 전 사건은 수사권을 민간경찰에 이관한다는 내용의 군사법원법이 개정됐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법 개정으로 군 수사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군사경찰과 경찰 사이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에게 사건을 이첩하는 것 자체가 군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직 군사경찰 관계자는 “군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군사경찰에게 신고한다. 현장 보존 등의 초동수사에서 사망 원인을 판단하고, 사망 원인이 범죄로 인한 것이면 경찰에 사건을 인계한다. 결국 군이 사건 인계를 지연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유가족이 2차 피해를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이 초동수사 단계서 범죄행위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뒤 경찰에 수사를 이관해도, 경찰 수사 단계서 군 사망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확인되면, 사건은 다시 군으로 돌아간다.


경찰이 군 수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바로 군 강력 사건은 비무장지대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군인이 실탄을 들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범죄와 관련돼있으니 바로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GP·GOP 지역은 군 사단장이라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으며 경찰도 마찬가지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게 ‘빨리 군대로 들어오라’고 할 수 없다. 그 절차를 밟는 데만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군사 요충지니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현장은 계속 방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경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군 자체의 특성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군대 내에서 난 사망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경찰이 들어와도, 군이 경찰에 협조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군 내부 문제를 외부에 밝히는 것이고, 군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경찰 수사의 어려운 점에 대해 토로했다.

서둘러 
덮기 급급

결국 군사경찰이 사망사건을 수사했을 때 내부 문제를 숨기거나,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수사를 맡긴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물론, 군 수사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군 내부서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사실을 가장 빨리 아는 것은 같은 부대원이다. 결국 발생 부대 지휘관이 사건을 군사경찰에게 신고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특징이 군대의 ▲사건 현장을 임의로 훼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계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의 가능성을 만든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이 군 사망자의 일기장, 메모지를 군사경찰에 신고하기 전 훼손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부대의 부정적인 내용이 적혀 있어서다. 또, 동료 병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계획적인 사건 축소‧은폐 행위가 군 수사 과정서 발각돼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상황을 회상했다. 

이런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시점서 군사경찰의 수사 결과가 완벽하게 은폐·축소될 수는 없다. 이미 수사 시스템이 확립돼있고, 수사의 전 과정을 유가족이 지켜보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사 과정 중 정무적 판단이 개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부대 지휘관 또는 관계자들과의 평소 친밀도나 지휘관 또는 관계자가 ‘잘나가는 사람인지 아닌지’ ‘부하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지, 없는지’ ‘주변 여론이 긍정적인지 아닌지’ ‘상급 지휘관(여단장, 사·군단장)에게 신뢰를 받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게 수사의 강도, 범위 등이 눈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사건 관계자 선정과 처벌 수위까지 정무적인 개입이 작동되면서 사건 은폐, 축소 의혹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신고 접수 후 수사관 지연 출동에 의한 초동조치 부실 ▲현장 보존 미흡으로 인한 결정적인 증거물 훼손 및 증발 ▲조작된 진술에 미검증 등의 원인으로 수사부실 결과를 낳게 되고 수사 방향 설정에 혼선을 초래하는 사례들도 들었다.

사건 현장선 수사원칙 무시되는 상황
경찰 수사 ‘협조할 수 없는’ 사정은?

그렇다면 군사경찰의 수사를 신뢰하기 위해선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군사경찰이 선망 보직이었다면, 현재는 기피 보직으로 변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수사관들의 ▲일반 보직에 비해 휴무일 없는 잦은 비상대기 ▲가중되는 책임성 ▲각종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열악한 수사환경을 들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베테랑 군사경찰 수사관들이 자격을 자진해 반납하거나, 조기 전역을 해 제2의 직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이런 문제는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군사경찰 수사관이 현장 통제 라인만 설치해놓고 무작정 대기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을 훼손했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경찰은 ‘법이 오히려 수사의 원칙을 깨고 있다’는 불만으로 의욕상실 상태다. 현장에 사법경찰,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과 유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 보존만 한 채 대기만 한다. 결국 수사원칙은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민간 자원 직접 선발권이 없는 우수 자원의 제한 ▲편제 대비 과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집중 ▲과학수사 장비 획득 시 중·장기 계획으로 기본 3~5년 소요 ▲범죄 수법 발전에 비해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한 교육 효과의 저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군 수사는 ‘투명성’이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발전돼야 한다. 이 방법에 대해서 군 관계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먼저 약해진 군사경찰의 역량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군의 각종 사건사고가 국민들이 볼 때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군사경찰 관계자는 “최근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사경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내 각 군 참모총장 직속으로 들어가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큰 발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은 지휘관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아예 각 군의 수사 기능을 통폐합해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만들어 범죄수사 기능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각 군은 교육훈련과 전투 준비만 집중해 범죄수사에 지휘 부담을 없애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상당수의 군 관계자는 군사경찰의 수사 기능이 발전돼 투명한 군대가 될 때, 지휘권 보장과 전투력 향상은 물론, 군사력이 더 증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성하고 
투명하게

이들은 “전·현직 군사경찰 수사관은 군 내 수사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태까지 군이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이제는 투명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방위를 위해 귀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를 생각해 한 사람의 생명도 헛되게 잃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현장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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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