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 상병 사건 핵심 관계자들 제 식구 감싸기

군검찰 진술 확인···이종섭 옹호·박정훈 깎아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이 미궁에 빠졌다.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정작 소환된 인물은 거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가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일부 핵심 관계자는 이미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옹호하고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여러 차례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절한 판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주호주한국대사)의 최측근인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국방부 검찰단(이하 군검찰)에 출석해 한 말이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형래 해병대 대령의 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을 비판하는 말뿐이다.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올인한 것이다.

독립성 파괴

박 전 보좌관과 김 대령은 지난해 군검찰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이 조사를 받은 날은 각각 지난해 8월22일과 9월15일이다. 두 사람이 조사받은 사이 군검찰은 같은 해 8월30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이 항명 등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거부하고 있고,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중앙지역군사법원은 박 대령이 향후 수사 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볼 때 이 같은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군검찰은 박 전 보좌관에게 지난해 7월30일에 벌어진 상황에 관해 캐물었다. 이날은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위해 박 대령과 김계환 사령관이 이 대사에게 보고한 날이다. 당시 배석한 인물은 김 사령관과 박 대령,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전하규 대변인, 박 전 보좌관,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이다.


박 전 보좌관은 “어떤 보고서도 배부하지 않아 내용만 청취했고 제목과 내용을 인지하는 게 제한됐다. 일부 배석자가 ‘그런 부분까지 혐의로 보는 건 과하다’고 하자, 박 대령이 ‘경찰 수사를 통해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 말미에 사령관이 결재를 요청했고 장관님이 ‘결재를 해야 되냐’고 물었다. 장관님께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라며 “이번과 같은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한 번도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가 있거나 후속 조치 사항이 있는지를 알아보려 결재문서 사본을 박 대령에게 요청했으나 수사 관련 내용이라며 거부했다”며 “장관님께서는 ‘임성근 전 사단장을 빼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 정책실장은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포함하는 건 과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이 최측근’ 박진희, 김계환에 이첩 보류 수차례 전달
“현장 통제 간부 경찰 이첩 과도하다” 개인 의견 어필

박 전 보좌관은 다음 날인 7월31일 이 대사에게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는 개인 의견을 전달했다.

박 전 보좌관의 조언대로 이 대사는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확인받고 귀국 후 지침을 받도록 지시했다. 같은 날 이 대사는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불러 전 대변인과 박 전 보좌관, 유 관리관 앞에서 임 전 사단장의 정상적 지휘 활동을 조처하고 국회 및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는지 확인했다.

다음날 김 사령관은 박 전 보좌관에게 “조사본부로 이첩해 재검토하는 것을 건의드린다”고 했으나 박 전 보좌관은 “수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조사본부로 이첩하는 건 판단할 단계가 아니기에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박 전 보좌관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부당하다고 하는 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걸 숨기기 위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박 대령의)성급한 판단으로 업무상과실치사죄 혐의로 경찰로 이첩돼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님의 이첩 보류 지시는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식구를 감싸고 영향력을 행사한 건 유 관리관도 마찬가지다.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혐의자를 2명 특정해서 경찰에 이첩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이는 유 관리관이 지난해 군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박 대령에게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빼라고 한 적이 없고,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는 게 군사법원법 취지에 맞다고 했을 뿐’이라던 진술과 대조된다.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유 관리관의 의견을 듣고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김 대령은 채 상병 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 자료를 확보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에게 전달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순수한 마음을 갖고 해병대를 위해 관련 업무를 한 사람에게 안보실 개입 프레임을 씌워 외압을 행사한 대상자로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건 유감”이라며 자료 확보가 통상적인 업무 수행이라고 주장했다.

안보실 “자료 확보 통상적 업무 수행”이라더니
확보 과정서 “이쪽에 전달했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나 정작 확보 과정서 해병대 유모 대령에게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상적 업무’라는 김 대령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전례가 없는데 대통령실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조처라는 지적이다.

실제 박모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은 지난해 8월 군검찰 조사에서 “업무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해서 보고한 적도 처음”이라며 “통상 조사본부를 통해 속보를 보내면 조사본부서 한 장 정도로 정리해서 보고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보좌관과 김 대령 모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핵심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먼저 이 대사를 소환 조사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압수물 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 진행 ▲참고인 조사 필요 등을 이유로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수사는 실무자를 조사해 그의 상급자의 혐의를 명확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병대 사령관·부사령관 집무실,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무실, 군사보좌관 사무실,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 등에서 확보(지난 1월 압수수색)한 PC와 휴대전화 및 이 대사의 휴대전화(지난 7일 조사 과정서 임의제출)서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추출해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다만 이 대사는 출석 전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은 참고인 혹은 이 대사가 아닌 다른 피의자를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 대령 VIP 격노설을 전해준 인물로 지목한 김 사령관, 조사 결과 수정을 주문했다고 지목한 유 관리관이 대표적이다. 보고 계통에 있는 인물 조사도 필요하다.

용산서 커버링?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논란까지 겹쳐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공수처의 수사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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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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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