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국민의힘 전대 총정리

‘내부 총질’ 상처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변 없이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침표를 찍었다. 어대한을 막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크고 작은 생채기는 여전히 그대로다. 끝도 없이 벌어진 상처가 제대로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 한동훈 후보, 최고위원으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 청년최고위원으로 진종오 후보가 선출됐음을 선포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를 가득 메운 국민의힘 당원들의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동훈 신임 당 대표를 응원하던 피켓이 들썩였으며 서로 얼싸안는 당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반전 없는
‘어대한’

104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당 대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한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보란 듯이 당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동훈 후보는 과반이 넘는 62.8%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원희룡 후보는 18.8%, 나경원 후보는 14.6%, 윤상현 후보는 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그래서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한 대표의 수락 연설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했던 단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윤 대통령은 축사를 위해 대회장을 찾았는데, 연설 내용 중 대부분이 ‘화합’과 ‘결속’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오늘 이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우리 당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저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집권당”이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고, 우리는 하나”라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도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 “당정이 원 팀이 되어 오직 국민만 바라보자” 등의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의 키워드가 ‘원 팀’ ‘단결’이었다면 한 대표가 선택한 단어는 ‘국민 눈높이’ ‘변화’인 셈이다.

한 대표가 말한 국민 눈높이라는 단어에 지난 총선서 태풍의 눈과도 같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이 겹쳐 보인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일축한 적 있다.

총선 책임 딛고 화려하게 부활
용산 꺾은 한 ‘이겨도 외롭다’


당 대표가 된 그는 전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난 20일 김 여사가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를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 대표는 “영부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수사가 종결될 수 있는 전기가 새로 생긴 것”이라면서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과정에 대해 국민께서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 직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정 화합 등 포부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해달라”는 취지로 답했지만 그동안의 응어리가 단박에 씻겨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금 상황이 마치 폭풍전야 같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자폭대회’ ‘분당대회’ 등의 별명을 낳았다. 결선이 다가올수록 후보들 간의 설전 수위가 높아졌으며 막판에는 서로의 아픈 곳을 헤집어놓기도 했다.

선거 내내 한 대표를 옭아맨 건 배신자 프레임이었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과 멀어진 것을 꼬집으며 원·나·윤 세 후보가 일제히 배신자 단어를 들고 나선 것이다.

전당대회를 약 3주 앞둔 지난달 30일, 원 후보는 당시 한 후보를 겨냥해 “세 가지가 없다. 소통이 없고, 신뢰가 없고, 경험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12월부터 총선이 끝난 4월10일까지 저희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충돌이 있어도 약속 대련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 한 후보를 만나서 대화했더니 두 사람 간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나흘 뒤인 지난 4일, 한 대표와 김 여사가 나눴던 문자메시지가 각색된 형태로 일부 공개되면서 ‘배신자론’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1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질 당시 김 여사가 한 대표에게 “본인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할 의사가 있으니 검토해 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한 대표가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을 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말 많은
여정 보니…

나아가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고 폭로하면서 때아닌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문자 읽씹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한 대표를 휘청이게 했다. 세 후보가 합심해 매회 토론마다 한 대표를 겨냥했으며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연판장과 사퇴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던 중 한 대표가 돌연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파동 공소 취하 건을 꺼내 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문자 사건 여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자 한 대표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기획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한 대표에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책임을 안 느끼는가”라며 법무부 장관 때의 일을 들추자 한 대표가 “나 후보께서는 (제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라고 반격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어 한 대표는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답했고 이 발언은 큰 파장을 남기게 된다.

한 대표는 하루 만에 사과문을 남겼지만 친윤(친 윤석열)을 비롯한 반한(반 한동훈)계는 어대한 기류를 꺾을 기회로 삼았다. 해당 사건은 당의 여러 관계자들이 기소된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이를 단순한 보복성, 폭로성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결선을 닷새 앞두고 있던 탓에 험악해진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로가 가진 상처의 크기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전당대회가 치러졌고 모든 프레임을 깨부순 채 결국 한 대표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 대표를 공격하던 목소리도 차츰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후보’와 ‘한동훈 대표’는 그 무게가 다를뿐더러 앞으로 행사할 권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날 선 공세를 펼치던 정치권 인사들도 당분간은 한 대표와 화합하고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팎서
덤볐다


문제는 구겨진 용산의 자존심이다. 그동안 용산은 원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어줬지만 막상 원 후보의 지지율은 20%도 채 넘기지 못했다. 나 후보는 원내 인사로서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윤 후보는 자신의 인지도를 가늠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던 만큼 밑져야 본전인 도전이었다.

18.8%는 원 후보의 득표율이 아닌 용산을 향한 당원들의 민심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용산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한 대표에게 과반 넘는 표가 몰린 점이 의견을 뒷받침한다.

용산을 꺾은 한 대표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눈앞에 놓인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야권이 전방위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을뿐더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한동훈 특검법’과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쌍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민주당의 주도로 한동훈 특검법과 더불어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해당 안건들은 전체회의에 계류하고, 공청회나 청문회를 개최한 뒤에 1소위원회로 회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한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경찰 수사에서도 무혐의고 이후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해 왔던 한 대표가 본인을 향한 특검법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3자 추천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범야권은 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제3자 추천안을 제시만 하고 진전이 없다”며 “전당대회서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매력적인 발언,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좀처럼 가시지 않은 후유증
틈 없이 특검법 레이스 투입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8표 이상의 이탈표가 현실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작했지만 계파색이 옅던 의원들이 더 이상 용산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일부 친한(친 한동훈)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때 한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 한 대표가 자리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기를 가늠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당대회 동안 한 대표를 비판해 오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의 당선 소식 직후 자신의 SNS에 회의적인 글을 게재했다. 홍 시장은 “당분간 중앙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아야겠다”며 “당원의 선택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단합해서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기 바란다”고도 밝혔다.

원 후보는 낙선 직후 자신의 SNS에 “제가 부족한 탓에 당원 동지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면서도 “특검과 탄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둘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을 이끌어 온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뿐만이 아니라 낙선한 세 후보의 갈등을 다독이는 데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다음 날인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벌써 부딪히는 발언들이 나온다. 물론 바른말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부딪히면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제 한 후보가 아니고 당 대표 아닌가. 그러면 대통령께 다가가고, 대통령도(한 대표의) 손을 잡아줘서 서로 허물없이 말씀을 나눠야 한다”며 “주변에 있는 분들도 화합할 수 있는 방책을 내놓으면(당정 관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향해서는 “저는 동지애를 늘 강조한다. 두 분은 20년 지기 아닌가.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두 분의 목표는 국민 하나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눈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뭐가 있겠냐”라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아직은
아프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이제 막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여기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건 배에 스스로 구멍을 뚫는, 공멸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상처를 들이밀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금처럼 각종 특검법이 산적한 국면에서 공룡 야당에게 더는 먹잇감을 내어줄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단결’된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나땡’ 민주당 지금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설처럼 떠돌았던 ‘김옥균 프로젝트’도 말 그대로 구설로만 남을 전망이다.

김옥균 프로젝트란 “한동훈 후보가 갑신정변을 일으켜 당선될 경우 친윤계가 방해해 당 대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김옥균처럼 삼일천하에 그칠 것”이란 글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도대체 김옥균이 누구냐, 한동훈 대표냐 윤석열 대통령이냐”라며 “득표율이 60%를 훌쩍 넘긴 당 대표를 어떻게 끌어내리겠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민주당은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고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윤석열정부에 대한 변화를 국민의힘 내부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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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