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뚫을 묘수와 변수

범야권 뭉치면 답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상설특검법’을 쏘아 올리자 국민의힘이 꿈틀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은 아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막아낼 묘수가 없다. 범야권은 한발 물러선 채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상설특검법이 새로운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 의결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 굴레에 빠진 형국이다. 심지어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집어 들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서 ‘상설특검법’이라는 새로운 의제가 툭 튀어나왔다.

최후 카드
만지작∼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지 사흘 만이다. 앞서 대통령 측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거부권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8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정부 입장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두 번째로 제시한 채 상병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보다 독소 조항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특검법은 ▲기한 내 미 임명 시 임명 간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 행사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내용이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과 기간 등이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한 국무총리의 설명에도 두 번째 거부권이 불러온 후폭풍은 거셌다. 특히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약 열흘 앞두고 있던 터라 민심이 더욱 크게 요동쳤다는 평도 나온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은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 시점을 놓고 여야가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 해병대원사망사건진상규명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이 ‘상설특검법’을 언급하면서 특검법을 둘러싼 변화의 기류가 포착됐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도)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박 의원께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순직 1주기 앞두고 날아든 ‘거부권’
들끓는 야당 “상설특검법만이 방법”

박 의원은 “넓게 공유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상설특검법은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독립적 특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복합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붙이면 쓸 만한 특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으로 인해 채 상병 특검법이 제자리만 맴도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상설특검법을 꺼내 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상설특검법을 통해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반드시 추진해서(채 상병 특검법과) 투트랙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의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한 라디오를 통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방법이 없다.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 몫 추천 위원은 제1당인 민주당이(모두)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이 화두에 오른 이유는 헌법으로 명시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상설특검법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으로 2014년 도입됐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요청할 경우 가동된다.

즉, 민주당이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야당의 뜻대로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 상설특검법은 앞서 박근혜정부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가동되기도 했다. 당시 앞장서서 상설특검법을 주장한 사람도 박 의원이었다.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4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로 특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있다. 대통령은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거부권 뚫을
강력한 창

쟁점은 국회 추천 몫인 4명이다. 국회 추천은 국회 제1·2 교섭단체가 맡는다.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을 추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특검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경우 국회 추천 4명 중 야당 몫을 늘리는 국회 규칙안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국민의힘에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국회 규칙은 본회의 의결로 제·개정할 수 있으며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와 법사위 위원장 모두 민주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비껴갈 수 있는 상설특검법이 장점만 지닌 건 아니다. 박 의원은 짧은 활동 기간과 축소된 파견 검사 수를 단점으로 꼽았다.


우선 일반 특검법으로 특검을 꾸리면 활동 기간은 120일로 약 넉 달이 주어지지만 상설특검법은 이보다 열흘이 줄어든 110일간만 활동할 수 있다. 게다가 개별적인 특검법으로는 파견 검사를 20명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상설특검법은 고작 5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특검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상설특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투트랙으로 갈지, 혹은 선후관계를 정할지에 대해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특히 특검 추천 위원 4명을 모두 야당 몫으로 추천하는 개정안에 대해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삼권분립 부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과거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고 간 나치식 일당 독재와 같다”며 “(민주당은)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당 배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추천 위원 개정안을 놓고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4건 재판의 재판장을 검찰서 추천하면 받으시겠느냐? 한일 축구전을 하는데, 일본서만 추천한 주심을 인정하겠느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특검법이 정부에 의해 재의 요구가 되고 결국 부결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야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는 불공정한 위헌적 조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치만 살살
물밑 탐색전

상설특검법을 놓고 야권서도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왔다. 채 상병 특검법 통과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표결을 앞둔 만큼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상설특검법은)국회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지연수를 쓸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 주도로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선 “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윤석열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설특검법에 대해)당 차원서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다른 라디오 인터뷰서 “상설특검법 제도를 설계한 사람도 지금처럼 범야권이 190석에 달하는 상황서 특검이 활용되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가동되면 검찰청이 여러 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상설특검법에 대한 부분도 실제 가동되기 전 우리가 제도적으로 한 번 정비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새로운미래 전병헌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압도적인 국민의 여론이 있는데(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무력화시키니 상설특검법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변형된 형태의 반격이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이나 정부여당이나 둘 다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건 변함이 없고, 만일 그러지 못했을 때(상설특검법을) 또 다른 출구 전략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며 “상설특검법은 수사 기간이나 규모에 한계가 있지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은…’ 한발 물러선 범야
재표결서 나올 이탈표 분수령

상설특검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상설특검법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 현재 상황이 고착돼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는 느낌”이라며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재표결서 200석 찬성표가 나오는 게 가장 깔끔한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알 수 없다. 무기명 투표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신껏 표를 던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의원실 관계자 역시 “(박주민 의원이)라디오서 스치듯 언급했는데도 국민의힘에서는 난리가 났다. 상설특검법이 정곡을 찔렀다는 뜻”이라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각자 나서서 찬반 의견을 주장하긴 어렵다. 민주당서도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만큼 의원실서도 민심을 확인하고 올라탈지 말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여론 추이를 살피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들을 만나 상설특검법에 대해 “지금 (채 상병)특검법 재의결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검토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설특검법은 원래 있던 법인 만큼 아이디어 차원서 이야기했을 뿐 당장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은 세월호 특검법을 주도했던 만큼 상설특검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터뷰 중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과시키는 게 1순위고 ‘정 안 되면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2석을 확보한 야당은 8표 이상의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지난 19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각종 청문회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해 25일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오는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다. 선거 과정서 발생한 파열음이 채 가시기 전 투표를 붙여 이탈표를 포함한 200석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재표결 시기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실제 재표결 시기는 이보다 더 미뤄질 가능성이 제시된다.

아직은
열린 결말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새로운 특검을 꺼내들 명분을 충족시켰다 해석이 나온다. 여권은 의회 폭주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재표결서 부결로 막을 내린다면 민심의 풍향계가 어느 쪽을 향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곳곳에서는 “아직은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가능성을 꽉 닫아놓진 않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청문회와 정부여당의 대응이 ‘상설특검법 트리거’가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다른 변수' 아군인가 적군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채 상병 특검법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한 후보가 주장하는 방식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 대신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선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앞두고 한 후보가 주장한 제3자 특검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에 따라 상설특검법과 제3자 특검법을 놓고 저울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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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