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는 해병대 육박전

장관 뒤에 누구? 윗선 개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가 점입가경이다.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이 아닌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사건 관련자 중 장병을 제외한 고위 간부는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역시나 해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그를 수사하던 수사단장은 국방부의 심기를 거스른 듯 보직 해임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 이달 초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밝힌 입장이다. 사퇴하겠다는 뜻으로 읽혔지만 그렇지 않았다. 말만 번지르르했던 셈이다. 상황은 역으로 뒤집혔다. 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주장하던 수사단장이 수사 대상이 됐다. 국방부는 ‘항명’이라는 이유를 댔다.

현장 간부
요청 무시

‘채 상병 사건’은 지난달 20일 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서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일을 말한다. 포병7대대 소속이던 그는 당시 경북 예천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물살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다. 채 상병과 부대원들은 수색 첫날, 현장 간부 판단에 따라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에 임했다. 그러나 임사단장의 지시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부터 물속으로 들어갔다.

또 효율적 수색이라는 핑계로 바둑판식 대형을 고집했다. 장병들은 서로 손이 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잘못된 지시로 인해 총 8명이 물에 휩쓸렸고 채 상병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스로 나오거나 구조됐다.

반면 포병7대대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허리 아래쪽까지만 입수하고 과도하게 수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사단장의 비상식적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룩무늬 스카프(버프)를 착용해서 웃는 얼굴 표정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 해병대가 눈에 띌 수 있도록 적색 티를 입으라고도 했다. 사건 전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9시54분에는 중대장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복장 지침으로 위에는 우의를 입은 채 장화를 신은 차림으로 수색할 것을 전파했다.

이에 간부 1명이 “안전 재난 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물이 장화에 들어가면 보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대장은 “1사단 회의 분위기 전체가 그런 거였다. 건의하겠다” “물가에 가게 될 경우 전투화로 변경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임 사단장은 물속에서 탐침봉만 들고 작업 중인 해병대원들의 사진 보도를 보고 “적극적인 홍보가 아주 좋다”고 했다. 장병들의 안전보단 성과가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단장이 다녀간 직후 포병11대대장은 포병대대장 회의를 주관하면서 ‘우리는 내일 허리까지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포병7대대장은 직후 휘하에 있는 중대장들을 소집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장병들을 물속으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했다. 한 간부가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군화를 신겨야 한다”고 건의하자 포병7대대장은 “지금 분위기 모르냐. 정신 차려라. 지금 복장 통일을 하라고 (위에서)난리”라고 말했다.

요청은 묵살됐다. 다음날 오전 5시32분, 중대장은 복장은 장화에 우의를 지참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중대장의 건의에도 윗선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임 사단장은 징계도 받지 않은 채 멀쩡하다. 대대장과 중대장 모두가 보직 해임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뒤집고 축소? 채 상병 사건 두고 이전투구 양상
이종섭 장관, 임성근 사단장 대놓고 감싸기, 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에 따르면 수사단은 임 사단장을 포함해 지휘부와 현장 지휘관 등 8명 모두 과실치사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수사단은 채 상병이 장화를 신지만 않았어도 혼자 물장구를 쳐 물속에서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컸다고 결론 내렸다. 수사단은 또 임 사단장이 “작전의 주요 임무가 실종자 수색이라는 것을 공지하지 않아 장비를 준비하지 못하게 했고, 무리하게 수색을 요구하며 안전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이 복장 통일과 철저한 브리핑만 지시했다”고 결론냈다.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책임자 범위와 각각의 혐의 사실이 담긴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대변인, 군사보좌관, 허태근 정책실장, 해병대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 법무관리관은 배석하지 않았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에게 “보고서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다시 ‘내일 진행할 언론 브리핑 자료를 안보실에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박 대령은 이날 오후 6시42분 해병대 공보실을 통해 이 자료를 안보실에 넘겼다.

해병대는 다음날 해당 내용을 국방부 기자단에 브리핑할 계획이었다. 상황은 반전됐다. 이 장관이 해병대 측에 수사 결과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국외 출장을 떠나면서 브리핑도 취소됐다. 이후 지난 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수사 결과 자료에서 모든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법무관리관실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검토 당시 법무관리관실은 수사 기록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이 법무관리관실에 수사 기록을 보낸 건 장관의 지시가 있고 나서인 지난달 31일 저녁이었다.

과실치사
결론 엎어

지난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과 대여섯 차례 통화했다.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서 “원래 경찰에 자료를 넘기기로 한 건 2일 오전 9시30분이었고, 김 사령관한테 ‘이첩을 멈추라’는 지시를 받은 건 이날 오전 10시51분으로, 이미 경찰에 자료를 넘긴 뒤였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지시 이후 박 대령에게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또,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날 박 대령이 유 법무관리관으로부터 “과실 있는 사람만 조사 보고서에 담으라”는 취지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법무관리관에게 ‘과실 있는 사람이라는 게, (총책임자인 사단장이 아니라 채 상병이 소속된)대대장을 말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법무관리관이 ‘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명시된 임 사단장 등의 혐의를 삭제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령이 “유가족에게도 설명했고 이미 장관에게도 보고된 내용인데 어떻게 빼냐”고 하자, 유 법무관리관은 “장관에게 먼저 보고를 했었냐”고 되물은 뒤 곧바로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이미 보고를 받았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모르고 수사 기록을 검토한 셈이다.

그 후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김 사령관에게 연락해 “그렇다면 장관이 복귀하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 좋다”
성과 집착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커지지만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닌 해병대 수사 담당자와 언론에 법적 대응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군 장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잇단 비상식적 대응으로 논란을 키우는 꼴”이라며 “국방부가 정해져 있는 시행령과 원칙을 입맛대로 해석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까지 왔다.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수사단은 윗선의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병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방부는 수사단의 판단에 태클을 걸고 경찰로부터 이첩 서류를 회수했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대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수사 절차 훈령에 따라 민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는 인지 경위, 범죄 사실과 함께 범죄 혐의도 적어야 한다. 이 과정서 국방부는 이첩 보고서 양식에 인지 경위, 범죄 사실과 함께 죄명 즉, 범죄 혐의도 적지 않았다.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혐의 삭제와 이첩 연기를 지시한 건 시행령의 위반을 넘어 수사방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진실공방으로 치닫자 국방부는 지난 9일, 해병대 수사단이 더 이상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전날 해병대사령부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수사단장직서 해임된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방부 간부가 ‘사단장 혐의 빼라’ 압력 행사”
언론 브리핑 자료 대통령실 산하 안보실 이첩?

박 대령은 “수사 결과 (해병대 제1사단)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과 이첩 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사항이 있다”면서 “이를 고려해 국방부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계획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서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로 다시 이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경찰에 보내면 사건의 축소·은폐에 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보호관은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며 “수사의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서 군사법경찰 관계자의 보직을 해임하거나 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무리하면서까지 극단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항명?

국방부 출신 한 전문가는 “일주일 사이에 공식 입장이 뒤바뀌고 사실관계도 옅어졌다”며 “모든 사안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건이 국가안보실에도 보고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상식적으로 왜 안보실이 문건을 가져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주장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이 정확하지 않은 면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관련 내용은 국방부서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서 계속 설명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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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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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