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는 해병대 육박전

장관 뒤에 누구? 윗선 개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가 점입가경이다.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이 아닌 제 식구 감싸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사건 관련자 중 장병을 제외한 고위 간부는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역시나 해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그를 수사하던 수사단장은 국방부의 심기를 거스른 듯 보직 해임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 이달 초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밝힌 입장이다. 사퇴하겠다는 뜻으로 읽혔지만 그렇지 않았다. 말만 번지르르했던 셈이다. 상황은 역으로 뒤집혔다. 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주장하던 수사단장이 수사 대상이 됐다. 국방부는 ‘항명’이라는 이유를 댔다.

현장 간부
요청 무시

‘채 상병 사건’은 지난달 20일 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서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일을 말한다. 포병7대대 소속이던 그는 당시 경북 예천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물살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다. 채 상병과 부대원들은 수색 첫날, 현장 간부 판단에 따라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에 임했다. 그러나 임사단장의 지시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부터 물속으로 들어갔다.

또 효율적 수색이라는 핑계로 바둑판식 대형을 고집했다. 장병들은 서로 손이 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잘못된 지시로 인해 총 8명이 물에 휩쓸렸고 채 상병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스로 나오거나 구조됐다.

반면 포병7대대장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허리 아래쪽까지만 입수하고 과도하게 수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사단장의 비상식적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룩무늬 스카프(버프)를 착용해서 웃는 얼굴 표정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지시했다. 해병대가 눈에 띌 수 있도록 적색 티를 입으라고도 했다. 사건 전날인 지난달 18일 오후 9시54분에는 중대장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복장 지침으로 위에는 우의를 입은 채 장화를 신은 차림으로 수색할 것을 전파했다.

이에 간부 1명이 “안전 재난 수칙에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물이 장화에 들어가면 보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대장은 “1사단 회의 분위기 전체가 그런 거였다. 건의하겠다” “물가에 가게 될 경우 전투화로 변경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임 사단장은 물속에서 탐침봉만 들고 작업 중인 해병대원들의 사진 보도를 보고 “적극적인 홍보가 아주 좋다”고 했다. 장병들의 안전보단 성과가 우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단장이 다녀간 직후 포병11대대장은 포병대대장 회의를 주관하면서 ‘우리는 내일 허리까지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포병7대대장은 직후 휘하에 있는 중대장들을 소집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장병들을 물속으로 들여보내라고 지시했다. 한 간부가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군화를 신겨야 한다”고 건의하자 포병7대대장은 “지금 분위기 모르냐. 정신 차려라. 지금 복장 통일을 하라고 (위에서)난리”라고 말했다.

요청은 묵살됐다. 다음날 오전 5시32분, 중대장은 복장은 장화에 우의를 지참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중대장의 건의에도 윗선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임 사단장은 징계도 받지 않은 채 멀쩡하다. 대대장과 중대장 모두가 보직 해임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뒤집고 축소? 채 상병 사건 두고 이전투구 양상
이종섭 장관, 임성근 사단장 대놓고 감싸기, 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에 따르면 수사단은 임 사단장을 포함해 지휘부와 현장 지휘관 등 8명 모두 과실치사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수사단은 채 상병이 장화를 신지만 않았어도 혼자 물장구를 쳐 물속에서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컸다고 결론 내렸다. 수사단은 또 임 사단장이 “작전의 주요 임무가 실종자 수색이라는 것을 공지하지 않아 장비를 준비하지 못하게 했고, 무리하게 수색을 요구하며 안전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이 복장 통일과 철저한 브리핑만 지시했다”고 결론냈다.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책임자 범위와 각각의 혐의 사실이 담긴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대변인, 군사보좌관, 허태근 정책실장, 해병대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 법무관리관은 배석하지 않았다.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사령부 관계자에게 “보고서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다시 ‘내일 진행할 언론 브리핑 자료를 안보실에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박 대령은 이날 오후 6시42분 해병대 공보실을 통해 이 자료를 안보실에 넘겼다.

해병대는 다음날 해당 내용을 국방부 기자단에 브리핑할 계획이었다. 상황은 반전됐다. 이 장관이 해병대 측에 수사 결과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국외 출장을 떠나면서 브리핑도 취소됐다. 이후 지난 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수사 결과 자료에서 모든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법무관리관실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검토 당시 법무관리관실은 수사 기록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이 법무관리관실에 수사 기록을 보낸 건 장관의 지시가 있고 나서인 지난달 31일 저녁이었다.

과실치사
결론 엎어

지난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과 대여섯 차례 통화했다.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서 “원래 경찰에 자료를 넘기기로 한 건 2일 오전 9시30분이었고, 김 사령관한테 ‘이첩을 멈추라’는 지시를 받은 건 이날 오전 10시51분으로, 이미 경찰에 자료를 넘긴 뒤였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지시 이후 박 대령에게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또,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날 박 대령이 유 법무관리관으로부터 “과실 있는 사람만 조사 보고서에 담으라”는 취지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법무관리관에게 ‘과실 있는 사람이라는 게, (총책임자인 사단장이 아니라 채 상병이 소속된)대대장을 말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유 법무관리관이 ‘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명시된 임 사단장 등의 혐의를 삭제하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령이 “유가족에게도 설명했고 이미 장관에게도 보고된 내용인데 어떻게 빼냐”고 하자, 유 법무관리관은 “장관에게 먼저 보고를 했었냐”고 되물은 뒤 곧바로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이미 보고를 받았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모르고 수사 기록을 검토한 셈이다.

그 후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김 사령관에게 연락해 “그렇다면 장관이 복귀하면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보 좋다”
성과 집착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커지지만 제대로 된 해명이 아닌 해병대 수사 담당자와 언론에 법적 대응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군 장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잇단 비상식적 대응으로 논란을 키우는 꼴”이라며 “국방부가 정해져 있는 시행령과 원칙을 입맛대로 해석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까지 왔다.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수사단은 윗선의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병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방부는 수사단의 판단에 태클을 걸고 경찰로부터 이첩 서류를 회수했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대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수사 절차 훈령에 따라 민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는 인지 경위, 범죄 사실과 함께 범죄 혐의도 적어야 한다. 이 과정서 국방부는 이첩 보고서 양식에 인지 경위, 범죄 사실과 함께 죄명 즉, 범죄 혐의도 적지 않았다.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혐의 삭제와 이첩 연기를 지시한 건 시행령의 위반을 넘어 수사방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진실공방으로 치닫자 국방부는 지난 9일, 해병대 수사단이 더 이상 업무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전날 해병대사령부 보직해임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수사단장직서 해임된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방부 간부가 ‘사단장 혐의 빼라’ 압력 행사”
언론 브리핑 자료 대통령실 산하 안보실 이첩?

박 대령은 “수사 결과 (해병대 제1사단)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의 문자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중대한 군기 위반행위로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된 해병대 수사단이 사망사건과 이첩 업무 처리를 계속하기에는 제한사항이 있다”면서 “이를 고려해 국방부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고 법령에 따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계획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서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로 다시 이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경찰에 보내면 사건의 축소·은폐에 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보호관은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항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며 “수사의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서 군사법경찰 관계자의 보직을 해임하거나 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무리하면서까지 극단적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항명?

국방부 출신 한 전문가는 “일주일 사이에 공식 입장이 뒤바뀌고 사실관계도 옅어졌다”며 “모든 사안에 대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건이 국가안보실에도 보고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상식적으로 왜 안보실이 문건을 가져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주장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주장이 정확하지 않은 면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관련 내용은 국방부서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서 계속 설명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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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