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외압 의혹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논란

피의자를 모신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와중에 임명을 강행한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미 3개월 전,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막아놨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받는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국금지라는 강수를 뒀으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출국금지

이 전 장관은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건의 핵심 당사자다. 그는 지난해 7월30일,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보고서를 결재한 다음 날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이 과정서 대통령실의 사건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장관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군검찰 수사기록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방부 장관서 사퇴한 이 전 장관은 6개월 만에 현재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이 전 장관은 호주 정부로부터 임명동의(아그레망)을 받고 부임 일정을 조율해 왔다. 그러나 그의 차후 일정은 어그러지게 됐다.


지난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지난해 말 이 전 장관을 포함한 국방부와 군 수뇌부급 6명을 출국금지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과 함께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대상에 포함됐다.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 장관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피의자의 출국을 한 달 이내로 금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연장도 가능하다.

수사 대상인데 강행
사실상 합법적 도피

앞서 이 전 장관은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조사기록 회수를 지시한 혐의(공용서류무효) 등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중순 국방부와 군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것을 지난 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국방부에 관한 공수처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언급돼있고, 구체적인 외압 과정에도 이 전 장관 이름이 최소 세 차례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장에는 ‘피의자 이종섭 등이 공모해 축소 수사에 관여했다’ ‘피의자 이종섭 등이 ‘임성근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피의자 이종섭이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도록 했다’고 적시됐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이 전 장관에 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가 강했다. 그러나 외교사절로 임명된 점을 감안해 출국금지 조치를 조만간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의 의견이 강하지만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상황”이라며 “서면과 소환의 수사 강도는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수장 공백 사태를 해소해야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진통 끝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후보자들은 과거 이력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앞서 추천위는 8차례 회의 끝에 지난달 29일, 오동운 변호사와 이명순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오 후보자는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상습 성폭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를 변호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오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문제 있는 변론이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결재 다음 날 보류 지시
대통령실 보고 후 이뤄져 ‘개입 의혹’ 일파만파

이 후보자는 과거 검사 재직 당시 윤 대통령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서 근무한 경력이 문제가 됐다. 당시 수사팀 멤버들은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 모임을 만들었는데 모임에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뿐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등도 속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가 공수처장으로 공정하게 현 정부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근무이력이나 경력이 윤 대통령과 다르고 우검회 해체 후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기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이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요청하면 국회는 20일 안에 청문회를 진행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차기 공수처장 임명이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 중인 사건은 수십서 수백개인데 인력난은 2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하고 있는 직원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국회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해도 여야는 관심도 갖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채 상병과 감사원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차기 공수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공수처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수장을 맡는 기형적 상황에 처했다. 앞서 지난 1월 김진욱 처장과 ‘처장 직무대행’ 여운국 차장이 잇따라 임기 만료로 퇴직하면서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아 왔는데 김 부장마저 사직서를 제출했다.

불기소 되나

김 부장은 검사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2심서 유죄를 선고받자 지난 4일 사직서를 내고 장기 휴가를 떠났다. 지금은 송창진 수사2부장검사가 처장 대행 업무를 이어받았다. 송 부장이 맡았던 차장 업무는 박석일 수사3부장이 대행한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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