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③국회 국방위원 배진교의 직언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전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한민국 국민 중 최소한 가족이거나 친척, 주변 사람 중에 한두 사람은 다 군과 관련돼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말이다. 군은 우리 삶에 깊숙하게 관여돼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기는 어렵다. 뒤늦게 세상에 밝혀지고 나서야 무언가 고친다. 군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군의 은폐·조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다각도서 개선책을 내놨다. 군대 내에서 지휘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사망사건, 성폭력 범죄, 입대 전 범죄에 한해서는 민간이 진행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굳건한
우선주의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의혹이 발생한 해병대 사단장을 수사 대상서 뺄 것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만나 군 수사 시스템의 문제점, 국회 차원서 마련 중인 개선책 등에 관해 물었다. 

군 사법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2005년부터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제한(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될 때 선고된 형량의 3분의 1 미만 범위서 형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심판관 제도의 폐지, 군 검찰부와 군사법원의 독립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여야 간 이견 차로 결국 2008년 17대 국회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후 10년간 군사법개혁은 딱히 이뤄지지 못했다. 2014년이 돼서야 비로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배 의원은 “군은 조직 우선주의가 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의 단체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굳이 이걸 공개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게 군이다. 이런 문화들이 아직 사라지고 있지 않다. 위계질서가 분명하니까 어느 사회보다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군대 역시 위계질서가 있지만 업무 영역에 한해서만 적용한다. 업무가 끝난 사적 영역에서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공적 영역부터 시작해 사적 영역까지 모두 위계가 존재해 실질적으로 인권문제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닌 존중은 부하로서만 존재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아 인권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승주 일병 사건이 발생한 뒤부터야 개선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윤 일병은 선임병의 집단폭행으로 숨졌다. 당시 군은 윤 일병의 사인으로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우발적 폭행을 당해 질식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혹 행위가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죄목이 살인으로 변경됐다. 군이 스스로 초동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인정한 셈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군검찰과 군사법경찰 제도 운영의 개선 필요성이 인식됐고,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도 줄곧 추진해온 상황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군의 은폐와 조작은 계속 벌어졌다. 2021년 5월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통해 군의 조작과 은폐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채수근 상병 사건 윗선 개입 의심”
“군 직접 조사·재판 굉장히 모순적”

이 중사는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했지만 상급자는 처벌 없이 사건이 은폐돼 오히려 이 중사와 남자친구까지 압박을 받았다. 사건이 유포되면서는 2차 가해까지 당했다. 또 공군본부 공보 담당 장교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이 아닌 부부 사이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허위 내용을 기자에게 제공했다.


진실을 감출 순 없었다. 법무실장의 군 수사 개입 정황과 조직적 은폐, 외압 정황이 있었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윤 일병 사태와 이 중사 사태로 군 내부의 조작과 은폐에 관한 정황이 드러났고, 국회 차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군의 지휘체계 안에서 벌어지는 조작과 은폐가 드러나자 민간에 맡기라는 취지의 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군 지휘부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의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됐고, 수사권이 일부 민간에 이관됐지만, 여전히 한계점이 있다. 성범죄, 사망 사건, 군인 신분 취득 전 범죄에 한해서 민간법원에 이전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머지 사안은 피해자가 사망해야만 민간서 수사하고 재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군의 사법체계는 특수한 영역,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군 지휘체계 안에 존재하는 군사재판과 군검찰부는 군이라는 계급사회의 영향 아래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군이 스스로 조사하고 재판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며 삼권 분립이라는 원칙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사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은폐에 한몫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왔다. 물론 군도 수사체계, 방식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개혁에 힘써왔다.

과거에는 사망 사건에 관한 자료가 없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로 사망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 국회, 정부서 추진해오는 법도 점차 지휘권에 힘을 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군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같은 케이스의 사건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감싸고
숨기고

배 의원은 “두루미는 아무리 기를 써도 긴 물통이 없으면 뾰족한 부리로 물을 마실 수 없다. 군도 마찬가지다. 사법개혁 제도, 군인권보호관, 성고충상담제도 등 여러 개선책을 내놓은 노력은 인정하나 결국 그릇의 모양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군인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바꾸는 정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태도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수사의 독립성과 평시군사법원을 폐지함으로써 집중돼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인물도 하나둘 나타났다는 점이다. 

바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7월 해병대서 근무하던 채 상병이 수중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서 윗선의 지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해병대의 수중 수색을 지시하면서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고, 5명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끝내 채 상병이 사망했다. 

박 대령은 수사하면서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고위급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았으나 국방부 검찰단은 다시 경찰청에 이첩한 서류를 회수해 사건을 재검토했다.


최종 책임자로 분류된 임성근 사단장은 포함되지 않고, 대대장급 2명만 혐의가 인정돼 보고서가 다시 경찰로 넘어갔다. 위에서 원하는 대로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은 것만 추가한 것과 다름없다.

배 의원은 “어떤 조직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감시 견제가 필요하다. 군은 단일한 사법체계를 갖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밖에서 감시할 수 있는 견제 기능 자체가 없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체계에서는 개선이 어렵다. 군 개혁의 시작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 2심부터 민간법원서 진행하고 있는데, 1심부터 가능했다면 현재와 같은 외압 의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군 출신 관계자도 1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에 동의를 표한 바 있다. 군은 여전히 일원화된 사법 체계로 지휘권을 휘두른다. 박 대령의 증언에 따르면 사단장까지 처벌범위에 포함돼있어 국민이 엄정하게 수사가 잘됐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국정조사
이뤄져야”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마음을 바꿨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결국 이해관계가 작동하면서 수사 결과까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 것. 수사의 독립성이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국방부가 경찰에 이첩된 조사 자료를 다시 가져간 부분에 대한 해명도 시원치 않다. 앞서 국방부는 자료를 경찰이 줬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 의원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을 의심한다. 


그는 “어느 정도 선에서 사건을 은폐하려면 많은 사람이 관여해야 한다. 위에서도 관여해야 하고, 국방부의 해명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경찰관 출신의 국회의원들 이야기다. 이 정도 사안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대통령실 아니면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박 대령은 윗선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에 입장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문 대신 군 검찰 손에 이끌려 거의 끌려오다시피 입장할 수 있었다. 

배 의원은 “군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법원에 가면 법원 문이 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겠다는 데 왜 검찰 동의를 받아 검찰 쪽으로 들어가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찰 쪽으로 들어오라고 한 건 결국 군검찰과 군이 동일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다. 다행인 점은 기각됐다는 점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은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결과가 달라진 꼴이다. 민간으로 맡겨야 하는 사건조차 군 지휘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이다. 

군은 독특하게 수사 기관과 사법기관이 동시에 존재하고 같은 지휘체계 안에 있다.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문화가 강하다. 다시 말해 조작과 은폐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유가족 입장서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문제가 밝혀지는 것을 군이 자초했기 때문이다. 

입맛대로 빼고 넣고 싶으면 추가 
특검 통해 재발 방지하도록 엄벌

군의 지휘체계는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용해 특정 사람 혹은 세력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사전에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수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배 의원은 “박 대령의 사례처럼 원칙적인 행동이 항명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 발간의 ‘군인목부기본정책서’가 있다”며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국방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군인 복무 기본 정책 방향을 다루는 계획서다. 지난 문재인정부 당시 부당 명령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삭제됐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사태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날수록 지휘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점차 뚜렷해진다. 군 입장서 박 대령은 조직을 배신한 인물이다.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배신자다. 이런 조직서 양심선언을 하는 게 힘든 이유다.

사단장, 여단장이라는 직급은 한 부대를 책임지는 위치다. 지휘관 밑에 수사관도 있다.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배 의원은 “군대는 그동안 조작하고 은폐하면서 처벌받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런 사건에 관해 일벌백계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게 군대의 사법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래야 사건에 관해 은폐나 조작 시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개정된 법체계는 국방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제한해놨다. 국방부 장관이 군의 권력 정점에 있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요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박 대령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모습으로 보인다. 개입 여부를 밝혀내고자 최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사할 수 있는 방식은 특검밖에 없다. 

배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을 발의했고, 정의당도 함께 신속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특검은 전반적인 것에 관한 수사 과정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 수 있다. 왜 이 상황이 발생했는 지에 관해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고 국민에게도 알릴 책무가 국회에 있다”며 “이미 대통령실 개입이나 국방부 장관의 불법적 개입이 기정사실로 보이는 상황이다. 핵심 인물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사임한 상황서 국정감사로만 밝혀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국회 차원
개선책은?

다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특별검사의 활동 등을 고려하면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검 지명은 10일까지 소요되고, 준비 기간은 20일, 수사 기간은 최대 100일까지로 총 13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함께 이뤄지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대를 대한민국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외압이 있다면 처벌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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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