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윤석열 못 버리는 이유

팽 시키면 따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쉽지 않다. 마냥 상명하복하기에는 뱉어온 말이 있고, 등을 돌려버리면 바로 망할 처지다. 현재 상황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버릴 경우 오히려 위험하다. 당내 주류에게 수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을 걷고 싶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빼먹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 양상이 일시 중지됐다. 7·23 전당대회 이후 두 인물이 만나면서 관계에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도 했다. 그러나 갈등 양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도부의 인선을 두고서 바로 드러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밑에서 
알력 다툼

아직까지는 휴전 상태인 셈이다.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이 공개적으로 부딪힐 일도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단 지도부 인적 구성에 관해서는 친윤계가 한발 물러났다. 앞으로 또다시 충돌한다면 두 세력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작도 전에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일단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의 키를 잡았고 본격적인 그의 시대가 열렸다. 관건은 당정 관계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수많은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수없이 바뀌었다.

임기를 제대로 채운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대표 당선 후 친윤 세력을 비롯해 당내서 다방면으로 공격을 받다가 사퇴했던 바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이 의원의 특성상 절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지만, 수장에 올랐다가 자기 정치, 내부 총질을 한다는 이유로 당선 두 달 만에 사실상 쫓겨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권성동 의원의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됐고, 이후 주호영 의원과 정진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비대위 체제가 탄생했다.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친윤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정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6개월인데, 이때부터 친윤에 대한 불만이 점차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후 열린 전당대회를 두고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당시 꼴찌를 기록하던 김기현 후보가 친윤인 장제원 의원과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친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추락했고,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됐던 나경원 의원은 연판장까지 돌며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직적 당정관계는 더욱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다방면으로 불만과 우려가 표출됐다.

사실상 국민의힘은 아직도 분란이 끊기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친윤과 갈등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이미지를 자주 빌려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견제할 신선한 인물이 필요했다.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시기는 총선 정국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예견돼있었는데 당이 완전히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대안들 제시하면서 다른 노선
불편해도 서로 공생할 수밖에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총선이 끝날 무렵부터 두 인물 간 갈등이 표출됐다. 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수직적 당정관계 시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크기 힘들다. 당원들의 지지세도 압도적인 편인 만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제3자에 의한 특검법을 언급했다. 현재는 별다른 압박이 없지만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라 결국 언젠가는 답해야할 사안이다.

한 대표가 민주당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당정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 

이번 특검법에는 김건희 여사도 타깃이 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발의 때와 달리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며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점점 더 진화된 형태를 띨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제는 빨리 답할 차례인데,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여사 특검법도 문제다. 앞서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적 있었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김 여사 특검법은 필요없다”며 말을 바꿨다.

한 대표는 야당의 ‘특검’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특검을 받을 경우 즉시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설정
주요 의제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고, 공식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살아남으려면 한 대표가 조속히 답해야 할 게 많은데 윤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 기조에 반기를 든다면 갈등을 다시 봉합하기는 어려워진다.

친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비윤계에게도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미운털이 박히는 게 자명하다.

다만 한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패싱하거나 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벽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등을 돌려버리면 양측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면했고 이내 탄핵정국으로 돌입했다. 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쪼그라들었고, 탄핵의 여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간신히 문재인정부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이 잇따라 탄핵에 휩싸일 경우, 회복 불가한 궤멸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어도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함께 죽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결국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로 당과 보수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얻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한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커진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아직까지는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의장 등 새 지도부 인선에서도 용산의 압박은 거세지 않았다. 일단 한동훈호와 호흡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금융투자세 폐지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모처럼 입을 맞춰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까진
세력 부족

민생에 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호 법안’으로 제시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 윤 대통령은 효과가 적고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냈던 바 있다.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대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다른 답을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부터 ‘다른 대안’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지도부의 인선을 통해 대부분을 친한계로 심는 데 성공했지만 당내  협조는 필수다. 

친한계는 대부분 초선 의원들과 비례연합으로 꾸려졌다. 일단 친한계의 결집력이 최근 커졌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을 비롯해 박정하, 서범수, 배현진, 진종오, 김예지, 박정훈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으로 불린다. 중진 중에서는 최근 조경태 의원이 범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직전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재옥 의원, 한기호 의원 등도 꼽힌다.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이미 친윤계와 비윤계는 많은 내분을 겪었던 바 있다.

더 이상의 내분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잠한 가운데, 한 대표도 당분간은 대통령실의 비위를 맞춰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점령군이 된 듯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내 주류 세력이 여전히 친윤계인 만큼 한 대표 체제가 탄탄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먼저 빚지는 인물이 지는 싸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요 부처에는 윤 대통령 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인물을 택했다. 얼마 전 임명된 이들을 보면 대부분 극우에 가까운 이들로 분류돼 야권과는 최악의 연으로 꼽히는 인물이 많다. 

반면 한 대표에게는 민주당서 넘어온 세력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세력도 있었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서 무조건적인 우클릭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세를 뺏어오는 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해 보궐선거서 패배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현행 당헌당규상 한 대표(임기 2년)는 대선 출마 1년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대표가 지선 전에 사퇴할지 대표 직을 유지할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선 승리가 절실하다. 지선마저 패배할 경우, 이듬해 3월의 22대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친한계와 친윤계는 공천을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당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받으면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는 대통령실을 향해 각을 세우기만 할 수 없다. 대신 거리두기를 통해 함께 공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상대방에게 빚을 져야만 하는 상당히 불편한 동행이다. 이제는 과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불렸으며 검사 시절엔 영혼의 단짝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비율을 맞춰야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관계 설정은 리더십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 정부가 남은 조직이라도 지키자는 쪽으로 항로를 설정하면서 한 대표도 자신의 세력만을 구축할 지, 보수를 지킬 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 대표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확고부동한 차기 권력으로 떠오른다면, 아무도 건들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은 관망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속도 조절
일단 함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 인사들은 성격상 권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대표는 지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을 버린다고 한 대표가 마냥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간 거리두기를 하면서 앞서 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여의도 연구원장 유임과 교체를 두고 상당 시간 고민하는 모양새다.

대변인직, 재해대책위원장 등은 인선이 완료됐지만 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열린 최고위서도 논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해당 직은 홍영림 원장이 맡고 있다. 홍 원장은 정치권 인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총선 패배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결국 홍 원장의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지도부서 조만간 새 인물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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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