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물갈이’ 한동훈 당 장악 플랜

친윤에 부는 숙청 피바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시작부터 난관에 처했다. 박힌 돌이 아주 단단하게 박혀있어 뽑는 게 쉽지 않다. 취임 10일 만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친하다며 서로 웃고 있지만 등 뒤에는 한 손에 칼을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다. 당내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입장에서는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리더십을 챙기면서 당내 결합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이러다 다 공멸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작과 동시에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의 대립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란이 심하다고 할 수 없지만 조만간 양쪽이 상당한 갈등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친한계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주도권 쥐고
“알아서 나가”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공약으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내세운 바 있다. 한 대표의 1호 영입인재였던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한 대표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언젠가는 추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상당한 반발 심리가 일었다. 일부 지도부에서는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탓에 일단 친한계는 한발 물러섰다. 한 대표 측은 당장 제3자 특검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윤계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친한계는 당내 장악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직까진 인선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바꾸겠다는 강한 노선은 뚜렷하다.

최근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 임명직의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새로 왔기 때문에 새 변화를 위해 임명권과 면직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 역시 여기에 동조하는 느낌이 강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을 가진 뒤 임명직 일괄 사퇴를 바로 띄웠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두 인물은 그동안 별다른 회동을 하지 않았다. 불화설이 처음 불거지던 이후 100일 넘게 따로 회동을 가진 적이 없다. 4·10 총선 패배 이후에 윤 대통령이 초청했으나 한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난달 31일 있었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서 윤 대통령은 “당 대표의 뜻대로 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다시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해서다. 

이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교체되면서 대통령실서 국정 방향의 키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의 정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 정책에 관한 협의와 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과반 넘게 된 친한 지도부 세력
앞으로 사안마다 부딪힐 가능성 

앞서 지난 1일, 정 정책위의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나친 당 분열을 우려하는 기류가 흘러서다. 이날 정 전 정책위의장은 “추경호 원내대표와 상의를 많이 했다”며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선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사무총장의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했지만 추후 친윤계의 상당한 반발이 우려된다. 이번 정책위의장의 교체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 잘려 나가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물론 당내서 상당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두고 굳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직을 교체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지 기반을 다지며 민생 정책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당초 정책위의장은 이른 시간 내에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근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퇴를 종용했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렸다.

친한계 입장서도 마냥 교체가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다. 더욱이 정 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여러 조언을 구해왔고, 친윤과 친한 사이서 가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었던 탓이다. 정 전 정책위의장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던 바 있다.

사무총장을 맡았던 성일종 의원도 자연스레 물러났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임기 1년을 근거로 자진 사퇴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못 박았다. 친한계는 새 지도부가 탄생한 만큼 물러나는 게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정 전 정책위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친윤과 친한의 교착 상태서 찐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실의 유임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는 비공개 회담이 있던 날 저녁에 정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다시 만나 전달됐다.

시작부터
충돌 양상

다만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정 전 정책위의장의 버티기는 지도부 구성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지도부와 당직자들 중 친한계는 서 사무총장을 비롯해 진종오·장동혁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치권서 떠돌던 ‘김옥균 프로젝트’는 한 대표의 측근 몇몇이 지도부에 합류하면서 막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앞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에,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지도부를 궐위 상태로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기류다.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은 삼일천하에 그쳤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동훈 지도부 체제를 조기 종결시켜 붕괴해버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직까지는 김민전·인요한·김재원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추 원내대표와 정 전 정책위의장을 합칠 경우 친한계가 수 싸움서 밀린다. 

국민의힘 최고위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인,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관건은 친한계의 과반 확보다. 정책위의장을 교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한계로 채워야 한동훈계가 과반을 넘게 되는데, 이 경우 의결권서 유리해진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키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위의장 임명도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임명해야 한다. 게다가 ‘의원총회 추인’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한다.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갖고 있더라도 정책위의장은 당헌에 따라 선출된다.


정 전 정책위의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과 함운경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에 실패하면서 한동훈호는 동력을 상실한 분위기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한동훈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조직부총장, 대변인단의 인선도 해야 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내정됐다. 이 밖에 임명직을 두고서는 김예지·유용원·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구자룡, 박은식 전 비대위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계속되는
알력 다툼

다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최고위원마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결정하는 부분에 동의한다”며 “최고위원이라 월권하지 않겠다.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에 소속된 인원으로서 동의한다. 하겠다, 하지 않겠다 같은 의견을 내는 게 최고위원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리를 잘해야 한다. 당 대표가 새로 뽑혔으면 물러나는 게 좋은 그림”이라며 “대표의 사람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마찬가지로 친한계 역시 주도권을 내줄 의지가 전혀 없다. 당의 그립을 강력히 잡아야 한 대표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게 자명해서다. 간신히 화해 액션을 취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치열한 물밑싸움은 앞으로도 전개될 전망이다.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어느 한쪽은 와르르 무너진다. 


게다가 한 대표가 63%의 지지율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많이 갈라져 있다.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으로만 나뉘었던 계파는 어느덧 친한계까지 추가됐다. 더 이상의 분열은 당의 몰락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당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 승리도 위태로워진다. 한 대표의 리더십 테스트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원 및 당내 반발은 별개 사안으로 한 대표 입장에선 당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인 그가 당을 결합시키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 반열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서 리더십과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한 대표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해 왔지만, 자신의 사람들로만 채워간다면 당내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갈등 자제하면서도 물밑경쟁
리더십 보여줘야 대권주자로

버텨왔던 정 전 정책위의장은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문제는 사임을 했더라도, 정책위의장직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협의를 거쳐 추인해야 한다. 오히려 친윤계 입장에서는 의장직을 공석으로 만든 뒤 추인을 하지 않는 게 더욱 대응하기 쉽지만 한동훈 지도부는 틈을 주지 않았다.

곧바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해 버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4선 중진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통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친한계 역시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의견을 구했고, 추 원내대표와도 협의된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해 당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당내 정책통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 대표에게는 여러 가지 고민이 남아 있다. 친윤계가 여전히 당내 주류로 불리는 만큼 사사건건 친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주요 사안마다 부딪히며 당내 화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대표를 뽑아준 63%는 변화 의지를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교체가 필요하다”며 “정 전 정책위의장이 버티면서 친윤계가 몽니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친한계가 친윤이 아닌 나머지 세력을 흡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할 경우, 소수의 친한계가 당의 완전 장악이 불가하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나온다. 지금까지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수직적이라는 비판에 받아왔다.

대권행
지름길

하지만, 한 대표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바 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두고서 갈등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은 양측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만큼 당분간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도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겉으로 자제하면서 당분간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충돌할 때마다 불리한 쪽은 친윤일 텐데, 이번에 정 전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한 대표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표직서 리더십을 입증해야 대선주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당 대표 만남은 언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아직까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를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의 강력한 대치 상황이지만 한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위 높은 공격을 하면서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이 경선 중이기는 하나 다른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며 민생 문제를 먼저 던져야 유리한 구도를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에 기약이 없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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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