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해병대 사태로 본 군 수사의 한계 ④군판사가 경험한 군사법원 무용론

“누가 뭐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휘계통이 있어 하지 말라면 못했다. 아예 사건을 들여다볼 수 없고 이미 그 사건은 끝났다.” 박지훈 변호사가 군판사로 복무하던 중 겪었던 경험이다. 의욕을 갖고 있어도 결국 윗선서 결재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군대서의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희생되고 나서야 군대는 뒤늦게 개선책을 내놨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계급사회라는 특성상 개입 여지는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전직 군판사 출신인 박지훈 변호사와 전직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만나 군사법원과 민간법원의 차이, 개선할 점 등을 물었다. 

국방부 장관이 
군판사 임명

박 변호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군법무관으로 의무복무 했다. 2001년 15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했고, 33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육군중앙수사단 검찰관, 법무참모, 육군군사법원서 군판사를 지냈다. 2004년부터 군법무관으로 복무했고, 당시 신설된 국방부 인권담당 대책 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군 인권개선을 위한 법 개정 초안에 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군판사는 법조인이 의무복무 하기 위해 군에 복무하는 방식 중 하나다. 보통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의 정해진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이에게 군법무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임명된 군법무관은 역할에 따라 군검사, 군판사, 군변호사(국선변호장교), 징계 장교, 법무참모 등의 역할을 맡는다. 법무참모는 군대 내에서 법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장교다. 주요 업무는 국가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군형사 사건의 사법적 업무, 법률적인 자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군판사는 군인과 관련된 재판에서 판결하는 역할을 맡은 군인 신분의 판사다. 주로 군인, 군무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반 범죄라도 군인, 군무원 신분이면 군판사가 보통군사법원, 고등군사법원서 판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군사제도는 미국의 군사법원 제도서 착안했다.

과거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한국은 군사법원을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다. 군사법원법은 지난해 6월 재차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군사법원이 각군 사단급에 설치돼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군단급으로 이상 부대서 통합 운영됐다.

그렇다 보니 일부 사무실과 업무시설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개정 후엔 이 같은 오해를 줄이기 위해 아예 국방부 직할로 통합해 모두 국방부 소속으로 뒀다. 군사법원 시설 역시 건물과 지역을 분리해 업무를 맡고 있다.

군판사의 경우 군법무관으로 임명된 사람 중 일정 경력 이상을 가진 사람만 심사를 통해 선발하고, 선발된 인원은 5년 임기가 보장돼 5년마다 심의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도록 한다. 보통 민간법원서 10년 주기로 재임용 여부를 심사받는 부분을 군사법원은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손 떼라” 하면 그 즉시 멈춤
과거 관할관, 심판관 폐해 커

박모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개정법률에 따라 군판사는 국방부 소속으로 독립된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정 기간 군법무관은 다른 순환보직인 군검사·징계장교·법무참모 등을 거친 후 군판사로 임용된다”며 “과거 알고 지냈던 관계 등으로 이해관계를 따진다면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외형적으로 이해관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률안이 조금 더 정착된 후에야 이해관계 등에 관한 문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은 군인이 해외서 작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할 때도, 포로와 관련된 사안서도 법무참모의 법리적 검토가 이뤄진다. 심지어 어느 정도 규모의 작전이 가능한지, 현지 주민하고는 어떤 대화를 할수 있는지까지 검토한다. 

미국의 법무참모는 중장까지 진급이 가능하다. 늘 작전 참모가 옆에서 법무적인 검토를 할 필요성이 있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미국의 법무참모는 할 일이 많은 편이다. 군대 역시 제대로 된 법치가 작용해 법무 업무를 하는 군인이 다수 있다.

박 변호사는 “미국 군대는 계속 이동해 작전을 펼친다. 군인이 법을 위반하면 본국으로 송환해 재판하지 못해 이동하면서 재판하려고 만든 게 군사법이다. 한국도 과거 6·25전쟁을 겪어 미국과 비슷하게 제도가 꾸려졌다. 우리 군의 경우 군단마다 판사가 한 명씩 존재한다. 많은 숫자는 아닌데, 비교적 민간에 비해 사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군판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2건 판결을 내리고, 1년으로 따지면 10건 정도다. 음주운전의 경우 약식기소하는 경우가 있어 재판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중하다고 여겨지는 중대범죄일 경우 재판이 이뤄진다. 한국 법무참모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소위 말하는 장성급 군인 중에 법조인 자격을 가진 군인이 없는 탓이다.

우리와 다른
해외 사례들

박 변호사는 “딜레마다. 과거 같은 경우는 시험을 쳤다. 법조인 시험을 쳐 시험을 통해 합격했다. 법조인으로 양성된 다음에 해야 하는데 지금은 군인 계급에 맞추는 정도”라고 말했다. 

군단에 소속된 군판사는 통상적으로 3~4개 사단의 재판을 담당한다. 군판사 역시 민간의 양형기준을 대부분 따른다. 재판부의 관점은 법률(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에 기초해 형사사건을 진행하고 판단한다는 소리다. 다만 군대라는 특성상 군사비밀보호법 위반, 항명죄 같은 경우는 군에서 정한 양형이 기준이다.

그는 “통상 자신이 속한 군단서 재판이 열리면 해당 군판사는 주심 판사가 된다. 배석 판사는 소위 말해 옆 군단서 꿔오는 형식으로, 다른 군단서 재판이 열릴 경우 배석 판사로 참여하는 구조다. 내가 근무하던 2008년 당시에는 판사 외에도 해당 부대 장교가 나와 심판관을 맡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직 군 법무관 출신의 변호사는 “군사법원서 주요하게 보는 내용은 군사법원서 주로 판단하는 군형법에 관한 내용이다. 군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세부적으로 살핀다. 예를 들어 상관모욕죄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상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라고 언급했다.

심판관 제도는 해당 부대의 참모급 계급이 재판에 참여했던 제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폐지 목소리가 있었고, 현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실제로 군판사가 판결내려도 부하라는 이유로, 형을 감형시키거나 죄가 있어도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군대의 특성상 윗선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판사는 군단장, 사단장의 지휘를 받는다. 군단장의 군대 내 서열은 6위다. 최대 8만명까지 지휘할 수 있고, 장군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계급이다. 대외적으로 따졌을 때도 대통령, 총리, 국방부 장관, 대장 7명, 국방부 차관 정도가 윗선이다. 실질적으로 군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계급인 셈이다.

수사냐
조사냐


박 변호사는 “사실상 심판관이 판사와 다름없었다. 가령 징역 2년 정도 하겠다고 의견을 내면 간혹 같은 부대서 일한다는 이유로 다른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관할관 제도의 폐해도 상당했다.

재판이 끝난 뒤 사단장 등 지휘자에게 결재를 받으면서 다시 또 판결이 뒤집혔다. 징역 1년의 판결을 내렸다고 해도 지휘관이 형량을 깎는 게 가능했다. 모든 게 군대 안에서만 이뤄져 사실상 팔이 안으로 굽었다. 결국 심판관이 형량을 반 이상 깎지 못하도록 한 차례 개선됐고, 관할관 역시 이런 병폐가 발생한 탓에 ‘개입’조차 못 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특히 2021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의 성범죄 사망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일자, 이를 계기로 군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3대 중대 범죄(성범죄·사망사건·입대 전 사건)에 관해 수사권을 민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이 다급하게 개정돼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박 변호사는 “독립성을 가진 재판을 해야 하고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영장을 내러 갈 때도 다 결재를 맡아야 했다. 과거에는 체포영장이 나온다는 걸 미리 다 알고 있어야 대비가 가능했다”며 “이런 문제가 있어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좀 많이 나아진 편이다. 특히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 기각을 보면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해병대 대원 사망사건은 처음부터 군사경찰서 사건을 수사해서는 안 됐다. 


개정법률에 따라 수사권이 있는 기관의 수사 지원이나 협조 요청이 있었을 경우 수사가 아닌 조사는 가능하다. 해병대 차원서 수사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 역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다. 통상 수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 범죄사실의 조사, 범인의 발견과 확보 및 증거의 발견·수집·보전을 위한 수사기관의 활동이다. 

조직 입맛에 맞게 적절히 ‘만지작’
국민참여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조사는 주로 관계기관 등에 출석해 진술을 청취, 진술서 제출, 자료 제출, 현장 조사와 검증 등이 이뤄진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적 조치와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가 이뤄지는 절차를 거친다. 

박 대령 사태는 이미 수사인지, 조사인지를 두고 견해가 갈리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향후 박 대령에 관한 수사나 재판 과정서 첨예하게 대립될 부분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사법활동은 지휘권과 분리돼야 한다. 결국 개입에 생긴 문제다. 누가 개입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개입된 상황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은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박 대령이 수사한 것으로 판단되면 박 대령 역시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반면 조사를 한 것으로 판단되면 박 대령은 적법한 직무상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빼도록 조치한 부분은 직무상의 권한행사(조사행위)에 개입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상부로부터의 압박은 줄었다. 다만 여전히 군의 구조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군판사가 여전히 군단장의 지휘를 받는 위치기 때문이다.

현재 군사법원을 없애는 방안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군 입장에서는 여전히 군사법원과 조직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고 싶어한다.

박 변호사는 “(군은 군사법원 체계를)지휘권의 하나로 봤다. 군 스스로 재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 판사를 군 조직 밑에 두고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그런데 군 조직 내, 굵직한 사건들이 터져 이제 군사법원이 거의 없어지는 단계로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군사법원이 아예 없어지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로 전시 상황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군법무관 역시 재판 전체를 1심으로 옮기는 게 답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외부에선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법을 바꾸는 식으로 군사법원을 개혁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또 군사법원을 민간법원처럼 최대한 동등한 절차나 방식으로 운영해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판사 1명당 맡는 사건 수는 민간법원이 군사법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사건 판단 노하우는 민간법원이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민간법원은 사건 수가 많은 만큼 재판 기간이 길어지거나 사건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군사법원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개방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군사법원을 민간에 개방하는 방식도 개선안으로 본다. 군사법원은 아직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가 없다. 외압, 개입이 우려된다면 재판 자체가 공정하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셈이다. 한 전직 군법무관은 “군사보안이나 기밀 등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시도해본다면 국민 입장서도 군사법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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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