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GOP 사망’ 이병 부친 “사고 내용 그대로 밝혀라”

유족 제기 익명 제보 “신빙성 없다”더니…
현장검증 후 브리핑서 돌연 ‘총기오발사고’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극단적 선택’으로 언론에 보도됐던 강원도 인제 소재의 육군 12사단 GOP(일반전초) 이병 총상 사망사고가 ‘은폐 의혹’의 새 국면을 맞고 있다.

A 이병의 부친은 지난 12일, 부대 현장검증 후 브리핑에서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들었다. 그는 2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초기에는 원인 불상이라고 했는데 부대 수사대장이 랜턴을 줍다가 발생한 총기오발사고라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군은 사고 당시 현장을 찾았던 하사관으로부 랜턴을 줍다가 총기오발사고가 났다는 최초 보고를 받고서도 언론에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했다가 이후 언론 취재가 들어가자 슬쩍 말을 바꿨다.

이날 부친은 “최초 상황보고 때 ‘우의를 착용한 상태서 랜턴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가 총기오발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사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돼있다“며 ”왜 갑자기 군에서 원인 불상으로 발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대 브리핑에 따르면 지역 특성상 기온이 낮은 데다 비까지 내려 쌀쌀했던 사고 당일, 선임이었던 일병은 초소 안에서, A 이병은 판쵸 우의 차림으로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섰다. 추웠던 탓에 문을 닫고 북쪽을 응시하며 경계근무 중이던 일병은 밖에서 쇠 마찰음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는데 A 이병이 난간에 서서 총구를 가슴 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격발을 제지하지 못했고 총상으로 쓰러진 A 이병에게 다가가 심폐소생술을 5회 실시했다. 이때 소요된 시간이 15초가량이었으며 이는 일병이 CCTV에서 잠시 사라졌던 시간과 일치한다. 당시 A 이병의 K2 소총은 오른쪽에 놓여 있었다.


그는 심폐소생술 후 맥을 짚어봤지만 맥박이 뛰지 않자 초소 전화로 바로 상황보고를 했다.

이후 부대 하사관이 해당 초소를 찾아 현장 파악 후 총기오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최초 보고했다. 그는 일병의 증언과는 다르게 총기가 고인의 몸 위에 올려져 있었다고 했다.

보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부대 선임하사는 당시 K2 총기는 탄창이 분리된 상황이었고 탄창에는 13발이 남아있었다고 증언했다. 총 15발을 지급하는데 한 발만 발사됐으니 나머지 한 발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는 일병과 함께 주변을 수색한 끝에 실탄 1발을 찾아냈다.

문제는 해당 실탄을 현장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탄창에 집어넣었다는 부분이다. 당시 선임하사가 왜 주변에 떨어져 있던 실탄을 탄창에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건사고 현장은 보존이 원칙인 만큼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부친은 “왜 임의로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마음대로 조치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군이 자꾸 이번 사고를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K2 소총에 유탄발사기까지 장착돼있는 총기에서 발사됐는데 (총기가)아들 옆이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마 격발 반동으로 인해 총기는 초소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위치에 대해서도 “(A 이병의)오른쪽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는 일병 증언과 “(A 이병의)가슴 위에 놓여있었다”는 하사관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접고 펼 수 있게 돼있는 총기 개머리판에 대한 부분도 병사마다 “접혀 있었다” “펴져 있었다” 등 다른 증언이 나왔다.

그는 “아무래도 부대서 사건을 조작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 밝혀달라. 억지로 만들려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경계근무를 섰던 일병이나 하사관 최초 보고 내용 등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왜 갑자기 부대 입장이 바뀌었느냐’고 물음에 수사대장은 ‘하사관이 잘못 보고했다’ ‘잘못 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4일, 부친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1월28일 총상 사망한 이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같이 근무했던 병사의 재현도 의혹투성이에 모든 재현 상황이 모순덩어리였다”며 “재현으로 일말의 의혹이라도 풀릴까 기대했지만 분노만 더 커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걸 제게 믿으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군부대나 수사 관계자분 자신의 일이라면 수긍할지 궁금하다”며 “조금의 차이로 모든 게 바뀌는데 K2 개머리판 접힌 것과 펴진 것의 차이를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모든 검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부대 측의 병사 관리도 엉망인 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번 검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군대는 안 변한다. 감추고 숨기기 급급한 집단으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그리 똑같은지…”라며 “오늘은 제가 울고 있지만 내일은 여러분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바쁜 시간이지만 관심을 바란다”고 맺었다.

지난 5일, <일요시사>는 강원도 인제 육군 12사단 GOP서 발생했던 A 이병의 총상사고에서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부친은 인터뷰서 “수사기관이 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극단적 선택이 의심되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사고 후 사흘 째인 지난 1일, 경계근무 중 랜턴을 떨어뜨려 주우려다가 총상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제보는 총기사고가 발생했던 해당 초소의 정확한 명칭과 층수까지 명시했던 만큼 신빙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총기오발사고일 것이라는 익명의 제보가 정확히 맞았던 셈이다.

이날 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것 외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이 최초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사고 발생 당일이었던 지난달 28일, <강원일보>의 ‘강원 인제 부대서 이병, 총상 입은 채 사망…극단적 선택 추정’ 제목의 기사였다. 당시 매체는 강원지역 육군 전방부대서 병사 1명이 총상을 입은 채 숨져 군 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후 다수의 매체들은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군은 지난 12일, 수사관과 함께 부친을 대동해 해당 GOP 초소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통상 현장검증은 사고 당일에 인근에 있었던 병사 등 최소한의 인력으로 진행하기 마련이지만 이날 20명이 넘는 대인원이 투입됐다. 필요 이상의 인력들이 좁디좁은 초소에 밀집되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부대 측에 사건 현장검증을 다시 하자고 요청해둔 상태”라며 “한 번 하더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대 입장이 돌연 바뀐 부분에 대해선 “군대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수학공식처럼 복잡한 내용을 보고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원인 불상과 총기오발사고는 전혀 다른 사안이고 사람이 죽었다. 단순히 ‘잘못 들었다’는 해명을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단순 총기오발사고를 부대서 최대한 책임지려고 하지 않기 위해 처음엔 원인 불상으로 입을 맞췄다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스텝이 꼬이면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병사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고 있고 민간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긴 싸움이 될 것 같지만 끝까지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부검 결과 총탄은 고인의 왼쪽 가슴 쪽으로 수평 발사돼 심장과 대동맥을 관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부대에 투입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병을 일병과 함께 투입시켰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병이 아닌 최소한 선임급인 상병이 투입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인통제구역이고 북한과 인접해있는 경계근무지 특성상 반드시 ‘투입 전 평가’ 및 총기 확인을 실시하게 돼있는데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GOP서 복무했다고 밝힌 한 인사는 “실탄을 장전해 투입되는 경계근무 특성상 투입 전에 반드시 총기 안전검사를 수행한다”며 “이 과정에서 ‘조정간 안전’, 격발 방지를 위한 ‘안전목’, 탄알 분실 방지를 위한 탄알집 분실방지 캡 착용 상태를 상황간부가 반드시 직접 확인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처럼 정상적으로 투입됐다면 절대로 실수로 총을 떨어뜨리거나 조정간이 단발로 돌려져 오발사고가 날 수 없다”며 “근무자가 임의로 총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거나 총을 난간에 걸치는 행위 등도 엄연히 못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인이 재학 중이었던 한국외대 학생들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가족과 함께 이번 인제 GOP 사망사고에 대해 사건 경위 및 원인을 소상히 밝혀 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사건은 단순히 A 이병만의 일이 아닌 한국외대생의 일,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일이기에 국방부는 유가족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명하고 청춘을 깎다 사망한 국가의 아들을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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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