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GOP 사망’ 이병 부친 “사고 내용 그대로 밝혀라”

유족 제기 익명 제보 “신빙성 없다”더니…
현장검증 후 브리핑서 돌연 ‘총기오발사고’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극단적 선택’으로 언론에 보도됐던 강원도 인제 소재의 육군 12사단 GOP(일반전초) 이병 총상 사망사고가 ‘은폐 의혹’의 새 국면을 맞고 있다.

A 이병의 부친은 지난 12일, 부대 현장검증 후 브리핑에서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들었다. 그는 2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초기에는 원인 불상이라고 했는데 부대 수사대장이 랜턴을 줍다가 발생한 총기오발사고라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군은 사고 당시 현장을 찾았던 하사관으로부 랜턴을 줍다가 총기오발사고가 났다는 최초 보고를 받고서도 언론에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했다가 이후 언론 취재가 들어가자 슬쩍 말을 바꿨다.

이날 부친은 “최초 상황보고 때 ‘우의를 착용한 상태서 랜턴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가 총기오발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사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돼있다“며 ”왜 갑자기 군에서 원인 불상으로 발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대 브리핑에 따르면 지역 특성상 기온이 낮은 데다 비까지 내려 쌀쌀했던 사고 당일, 선임이었던 일병은 초소 안에서, A 이병은 판쵸 우의 차림으로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섰다. 추웠던 탓에 문을 닫고 북쪽을 응시하며 경계근무 중이던 일병은 밖에서 쇠 마찰음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는데 A 이병이 난간에 서서 총구를 가슴 쪽으로 겨누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격발을 제지하지 못했고 총상으로 쓰러진 A 이병에게 다가가 심폐소생술을 5회 실시했다. 이때 소요된 시간이 15초가량이었으며 이는 일병이 CCTV에서 잠시 사라졌던 시간과 일치한다. 당시 A 이병의 K2 소총은 오른쪽에 놓여 있었다.


그는 심폐소생술 후 맥을 짚어봤지만 맥박이 뛰지 않자 초소 전화로 바로 상황보고를 했다.

이후 부대 하사관이 해당 초소를 찾아 현장 파악 후 총기오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최초 보고했다. 그는 일병의 증언과는 다르게 총기가 고인의 몸 위에 올려져 있었다고 했다.

보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부대 선임하사는 당시 K2 총기는 탄창이 분리된 상황이었고 탄창에는 13발이 남아있었다고 증언했다. 총 15발을 지급하는데 한 발만 발사됐으니 나머지 한 발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는 일병과 함께 주변을 수색한 끝에 실탄 1발을 찾아냈다.

문제는 해당 실탄을 현장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탄창에 집어넣었다는 부분이다. 당시 선임하사가 왜 주변에 떨어져 있던 실탄을 탄창에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건사고 현장은 보존이 원칙인 만큼 훼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부친은 “왜 임의로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마음대로 조치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군이 자꾸 이번 사고를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K2 소총에 유탄발사기까지 장착돼있는 총기에서 발사됐는데 (총기가)아들 옆이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마 격발 반동으로 인해 총기는 초소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위치에 대해서도 “(A 이병의)오른쪽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는 일병 증언과 “(A 이병의)가슴 위에 놓여있었다”는 하사관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접고 펼 수 있게 돼있는 총기 개머리판에 대한 부분도 병사마다 “접혀 있었다” “펴져 있었다” 등 다른 증언이 나왔다.

그는 “아무래도 부대서 사건을 조작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 밝혀달라. 억지로 만들려 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경계근무를 섰던 일병이나 하사관 최초 보고 내용 등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왜 갑자기 부대 입장이 바뀌었느냐’고 물음에 수사대장은 ‘하사관이 잘못 보고했다’ ‘잘못 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4일, 부친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1월28일 총상 사망한 이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같이 근무했던 병사의 재현도 의혹투성이에 모든 재현 상황이 모순덩어리였다”며 “재현으로 일말의 의혹이라도 풀릴까 기대했지만 분노만 더 커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걸 제게 믿으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군부대나 수사 관계자분 자신의 일이라면 수긍할지 궁금하다”며 “조금의 차이로 모든 게 바뀌는데 K2 개머리판 접힌 것과 펴진 것의 차이를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모든 검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부대 측의 병사 관리도 엉망인 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번 검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군대는 안 변한다. 감추고 숨기기 급급한 집단으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그리 똑같은지…”라며 “오늘은 제가 울고 있지만 내일은 여러분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바쁜 시간이지만 관심을 바란다”고 맺었다.

지난 5일, <일요시사>는 강원도 인제 육군 12사단 GOP서 발생했던 A 이병의 총상사고에서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부친은 인터뷰서 “수사기관이 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극단적 선택이 의심되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사고 후 사흘 째인 지난 1일, 경계근무 중 랜턴을 떨어뜨려 주우려다가 총상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제보는 총기사고가 발생했던 해당 초소의 정확한 명칭과 층수까지 명시했던 만큼 신빙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총기오발사고일 것이라는 익명의 제보가 정확히 맞았던 셈이다.

이날 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것 외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이 최초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사고 발생 당일이었던 지난달 28일, <강원일보>의 ‘강원 인제 부대서 이병, 총상 입은 채 사망…극단적 선택 추정’ 제목의 기사였다. 당시 매체는 강원지역 육군 전방부대서 병사 1명이 총상을 입은 채 숨져 군 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후 다수의 매체들은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군은 지난 12일, 수사관과 함께 부친을 대동해 해당 GOP 초소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통상 현장검증은 사고 당일에 인근에 있었던 병사 등 최소한의 인력으로 진행하기 마련이지만 이날 20명이 넘는 대인원이 투입됐다. 필요 이상의 인력들이 좁디좁은 초소에 밀집되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담당 변호사를 통해 부대 측에 사건 현장검증을 다시 하자고 요청해둔 상태”라며 “한 번 하더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대 입장이 돌연 바뀐 부분에 대해선 “군대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수학공식처럼 복잡한 내용을 보고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원인 불상과 총기오발사고는 전혀 다른 사안이고 사람이 죽었다. 단순히 ‘잘못 들었다’는 해명을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단순 총기오발사고를 부대서 최대한 책임지려고 하지 않기 위해 처음엔 원인 불상으로 입을 맞췄다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스텝이 꼬이면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병사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고 있고 민간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긴 싸움이 될 것 같지만 끝까지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부검 결과 총탄은 고인의 왼쪽 가슴 쪽으로 수평 발사돼 심장과 대동맥을 관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부대에 투입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병을 일병과 함께 투입시켰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병이 아닌 최소한 선임급인 상병이 투입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간인통제구역이고 북한과 인접해있는 경계근무지 특성상 반드시 ‘투입 전 평가’ 및 총기 확인을 실시하게 돼있는데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GOP서 복무했다고 밝힌 한 인사는 “실탄을 장전해 투입되는 경계근무 특성상 투입 전에 반드시 총기 안전검사를 수행한다”며 “이 과정에서 ‘조정간 안전’, 격발 방지를 위한 ‘안전목’, 탄알 분실 방지를 위한 탄알집 분실방지 캡 착용 상태를 상황간부가 반드시 직접 확인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처럼 정상적으로 투입됐다면 절대로 실수로 총을 떨어뜨리거나 조정간이 단발로 돌려져 오발사고가 날 수 없다”며 “근무자가 임의로 총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거나 총을 난간에 걸치는 행위 등도 엄연히 못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인이 재학 중이었던 한국외대 학생들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가족과 함께 이번 인제 GOP 사망사고에 대해 사건 경위 및 원인을 소상히 밝혀 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사건은 단순히 A 이병만의 일이 아닌 한국외대생의 일,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일이기에 국방부는 유가족에게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명하고 청춘을 깎다 사망한 국가의 아들을 제대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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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