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협재해수욕장 파라솔 갑질, 이 정도일 줄은…” 하소연

현행 해수욕장법 확인해 보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제주도로 피서 갔다가 이른바 ‘파라솔 갑질’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한 누리꾼의 하소연 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보배)’에는 ‘제주도 갑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가입 13년 차인 회원 A씨는 “지난번 협재해수욕장 평상 치킨 사건에 이어 흑돼지 비계 사건에 이어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파라솔 갑질이네요”라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제주도 가족여행 마지막 일정날이었던 터라, 공항 가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았던 데다 자녀가 ‘바다에서 또 놀고 싶다’는 말에 이날 오전, 제주도 한림읍 소재의 협재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이날은 평일 오전이었던 만큼 피서객들이 많지 않았다.

A씨는 “1시간가량 놀 예정이라서 따로 파라솔은 대여하지 않았는데 구석에 짐을 놓자마자 파라솔을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파라솔을 쳐야 하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주변에 자리도 많은데 왜 굳이 여기까지 파라솔을 쳐야 되느냐? 일부러 앉지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자 그는 “우리들도 다 돈 주고 임대한 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 이상 대화해 봤자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든 A씨는 “민원을 넣겠다. 사장이 누구시냐?”고 묻자 “우리도 시켜서 하는 일이고, 민원은 마음대로 넣어라. 제발 넣으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A씨는 “되든 안되든 내일 민원 넣고 공론화해보려고 한다. 운영하는 곳은 ‘협재리 새마을회’인데 뉴스 찾아보니 이권이 어마어마한 곳이라고 한다”며 “공무원들도 한다리 건너면 안다고 뉴스 기사에도 나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기 평상은 불법 맞지 않나? 원상복구 명령하면 그냥 무시하려나요? 참고로 지난번 치킨 갑질이 있었던 평상 바로 앞”이라며 “이 동네는 어디까지 썪은 것인지…”라고 한탄했다.

해당 글에는 “해변 사용권을 아마 마을 공동체에 일임했을 것”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베뎃에 올라 있다. 다른 회원은 “법 조항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이 소지품이나 개인 파라솔을 해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나온다”며 A씨를 두둔하는 듯한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회원은 “여름 되면 해수욕장이 있는 지자체에선 여름 한철 해수욕장을 토막내서 상인들에게 팔아먹는다. 상인들은 본전 뽑고 이문 남기려고 기를 쓰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상인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계도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땅 팔아먹은 뒤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수욕장 쓰레기 발생 문제도 지자체나 상인들이 자주 치우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피서객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일부 회원들은 “그러게 가지 말라고 하는데 왜 자꾸 가느냐? 저런 것들 보는 것도 스트레스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제주는 습하고 덥고 비도 많이 내리고 해서 여름에 가는 거 아니다. 시원한 가을에 가면 파라솔 펴도 뭐라고 안 하고 물이 조금 차서 그렇지 괜찮다”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요 국내 해수욕장들은 국유지로 해당 지자체서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직접 지자체서 관리하지 않고 마을회나 주민회 등에 위탁 형식으로 관리 및 운영을 맡기고 있었다.

현행 ‘해수욕장의이용및관리에관한법률’(해수욕장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해수욕장의 환경 및 시설을 유지·개선·복구·복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또 제19조(해수욕장의 관리·운영)에는 관리청(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이 직접 관리·운영해야 하며, 위탁 시엔 지역번영회·어촌계 등 지역공동체 및 공익법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이나 단체를 수탁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21조(사용료의 징수) 항목에 따르면, 관리청은 해수욕장의 관리·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으며 금액 및 징수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법상, 해수욕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금액 및 징수 절차 등은 해당 지자체의 조례를 따라야 한다. 이번 A씨의 경우도 해수욕장을 방문했으니 사용을 위해선 당연히 그에 반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5월14일에 일부 개정돼 시행 중인 ‘제주특별자치도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해수욕장시설 중 샤워장 사용료를 별표와 같이 징수하도록 돼있다. 즉, 해수욕장 자체를 이용하면서 내야 하는 사용료가 아닌, 샤워장 등 부대시설 이용 시 요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서 해수욕장 시설이란 ▲백사장(모래·자갈 등 토양의 재질에 상관없이 일광욕·모래찜질·스포츠 등을 할 수 있는 육역) ▲산책로 ▲탈의시설, 샤워시설, 화장실, 식수대, 주차장, 야영장, 공중 이용통신시설, 차양시설 등 이용객 편의시설 ▲인명 구조선, 구명보트, 안전부표, 유영 가능 구역부표, 조명시설, 감시탑 등 안전시설 ▲오·폐수 처리시설, 수질오염 방지시설, 쓰레기 집하·처리시설 등이 포함된다.

제주도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관련된 사항은 제주도가 아닌 제주시서 관할한다”면서도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으나 임대료를 지불하고 관리하는 마을회 입장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농수축산국 해양수산과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과의 응대 과정의 불친절한 부분은 마을회 측에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면서도 “파라솔, 평상 등은 제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수욕장 사용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추후 해수욕장협의회 등을 통해 점차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제주도는 바가지 요금 및 해수욕장 이용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마을회·청년회 등과 긴급회의를 열고 10개 해수욕장의 파라솔 이용 요금을 2만원으로 일원화했고, 닷새 뒤엔 현장 간담회를 통해 1개소(곽지해수욕장)를 추가해 11개소의 요금을 2만원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평상의 경우는 함덕·협재·금능은 6만원서 3만원으로, 김녕은 8만원(2개)서 4만원(2개)으로, 이호는 4만원서 3만원으로 낮췄다. 기존에는 파라솔 이용 가격의 경우 최대 4만3000원서 최소 2만원까지, 평상은 최대 8만원서 최소 4만원까지 요금으로 받았다.


다만 제주도의 이 같은 정책은 올해부터가 아닌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며 행정적 개입 및 강제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애숙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는 같은 달 23일 “해수욕장별로 정해지는 파라솔과 평상 가격을 내년부터는 해수욕장 협의회와 기준을 정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까지는 이전대로 운영하되, 내년부터는 마을회가 참여하는 협의회와 사전협의해 ‘적정가격’을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지사는 “제주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도 파라솔과 평상의 기준 이용료가 없다”며 “이번은 마을이 정한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이 있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협의를 통해) 자발적으로 인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처럼 중간에 가격 조정이 아니라 먼저 합리적인 가격이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가격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마을회 등이)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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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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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