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남이사…개 편한세상? ‘개모차’를 아십니까?

2019년 대비 판매량 4배 폭증
출산률 감소→반려동물 인구 ↑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유모차를 끄는 중·장년층의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단지 등 주택 밀집지역은 물론이고 인근 공원이나 유명 놀이공원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장시간의 야외활동이나 이동을 위해 어린 아이를 등에 업거나 오래 걷게 할 수 없는 경우 태워 이동하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모차 안에는 갓난 아기부터 걸음마가 서툴러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

몇 년 전부터일까? 어린 아이들이 앉아 있어야 할 유모차에 다름 아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개’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개모차’(개+유모차 합성어)라는 표현도 나왔다. 격세지감도 이젠 옛말이 됐다. 개모차를 끄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반면, 목격 횟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목격 장소도 인근 공원서 지역 대형 마트나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보다 광범위해졌다. 

엄밀히는 유모차와 개모차는 제품이 따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개모차는 모양도 햇빛 등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한 차양막이 설치돼있는 유모차와는 달리 일부만 가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크기나 바구니의 높이도 개모차보단 유모차가 더 크고 높게 출시·판매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재 개모차는 국내 수십여 곳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최소 10만원 중반대부터 최대 20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최저 출생률을 반증이라도 하듯, 유모차가 개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G마켓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최초로 한국의 반려견용 유모차 판매량이 유모차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서 백화점과 식당, 거리 등에서 개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이 일상 풍경이 됐다”면서 “젊은이 사이에서는 결혼·출산·육아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모차 판매량은 2019년 대비 무려 4배로 급증했다. 매체는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상황을 꼬집으면서 개모차의 급격한 판매량 증가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짚었다.

출산률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아이에 대한 관심이 반려동물로 이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사료 판매량이 아기 분유 및 이유식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9년 0.92명서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 지난해 0.72명으로 차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반려견 양육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 반려견 수는 2019년 209만2000마리서 2022년엔 302만6000마리로 44.6% 급등했다.

‘2020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312만9000가구로 2092만7000 전체 가수 수의 15%에 해당한다. 이들 중 11.6%(242만3000가구)는 개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려동물 양육 가구들 4가구 중 3가구는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요즘 길을 가다 보면’이라는 제목의 글에 게재됐다. 보배 최고 등급(원수)의 글 작성자 A씨는 “젊은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엔 부부의 아기가 탄 것이 아니라 개가 타고 있는 장면을 쉽게 접한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인 걸까? 궁금하다”며 “개에게 하는 정성을 부모에게 조금 더 나눠주며 사는 건 어떨까? 요즘 가만 보면 사람보다 개가 더 대접받는 시대”라고 냉소하기도 했다.

해당 글엔 “곧 개 유치원도, 졸업식도 생길 것이다” “이 나라에서 애 낳아서 뭐한다느냐? 늙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쥐고 있는 거 풀지도 않고 젊은 사람들 노예화시키고 있다” “100% 공감한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지. 무슨 사람처럼 키우느냐?” 등의 동조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유치원, 졸업식 댓글에는 ‘개치원’ ‘강아지 호스피스 병원’ ‘호텔’ ‘장례식장’ ‘추모공원’ 등이 운영 중이라는 대댓글도 수십개 달렸다.

회원 ‘OO개’는 “솔직히 걷고 뛰고 하는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운다니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작 반려견을 위한 산책이나 운동 목적으로 나갔으나, 정작 ‘모시고’ 다니는 행태를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회원도 “옛말에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동네에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어쩌다가 한국이 이 모양이 된 건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면서 자연스레 출산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물론 나이가 어린 강아지나 병들어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도구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든, 강아지를 태우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며 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세상이 변한 것을 인정하면서 현상에 대한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견인으로 가끔 강아지를 개모차에 태우고 다닌다는 회원 B씨는 “저도 개가 11살때까지만 해도 ‘개모차를 굳이? 유난스럽다’고 생각다. 지인이 강아지를 선물로 줘서 짐처럼 여겼는데, 나이가 드니 근육이 빠진다”며 “마음은 더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데 한 5~10분 산책하면 다리를 후들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네 산책할 땐 조금씩 자주 해주면 되는데, 다같이 여행이라도 가거나 멀리 이동해야 할 땐 서로가 고생이다. 어린 개지만 다리가 안 좋은 개도 있는 등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주장이 “편협하다”는 비판 댓글도 눈에 띤다.

“글쓴이 생각이 편협하고 짧아보여 안타깝다”는 한 회원은 “아기를 갖는 것은 자유고, 동시에 난임 등의 개별 상황이 있는 만큼 한번에 묶어서 모든 걸 판단하기엔 조심스러운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아지를 키운다고 해서 부모님들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를 일반화시켜서 개인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개모차 운용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개들은 후각으로 세상을 인지하는데 산책하면서 다양한 냄새를 맡거나 기둥이나 벽면에 소변 보기 등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을 해야 한다”며 “개모차에 개들을 태우고 다닐 경우, 이 같은 본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수의학 박사도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기보단 스스로 걷고 냄새도 맡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유모차를 사용할 경우, 이런 부분이 원천적으로 방해받는 것”이라며 “다른 개들의 마킹을 냄새 맡고 자기도 거기에 소변을 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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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