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와서 박았는데…’ 부모 측 “수리비 달라” 황당 요구

도로교통법상 ‘차대차 사고’로 피해자
법 감정은 자전거 ‘교통 약자’로 인식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주행 중인 자전거에게 측면 충돌당했다는 차량 운전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신호등이 설치돼있지 않은 횡단보도에 앞서 운전자는 행인이 지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일시정지했다.

행인이 횡단보도를 완전히 건넌 후 대로로 진입하기 위해 그는 서행(약 14km)하다가 정차 후 차량 흐름을 확인 중이었다.

그때 ‘쿵’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횡단보도에 서 있는 차량을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횡단보도 내 자전거 충돌사고는 지난 26일 오전 10시6분경, 부산시 수영구의 한 골목서 발생했다.

3일 뒤인 지난 2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억울함을 호소한 A씨는 “차 사고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고수님들의 조언을 부탁드리겠다”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큰 대로변으로 나가려고 골목길에서 나오던 중이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보여 멈췄고 다 지나가신 후(더 이상) 보행자가 없어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횡단보도 진입 후 쿵해서 봤더니 초등학생 5학년 정도 돼보이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앞을 못봤는지 차량 옆을 박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당일에 촬영된 13초가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당시 충돌로 찌그러진 차량 휀더와 자전거 앞바퀴 휠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다음 날 A씨를 당황케 했던 건 다름 아닌 “아이가 크게 다친 곳도 없으니 자전거 수리비만 받고 끝내자”는 초등생의 부친의 보상 요구였다. 그는 “이게 맞는 거냐? 현재 보험 접수만 돼있고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경찰서로 갈 예정”이라며 자문을 구했다.

A씨는 대로 진입을 위해 정차 중이었고 횡단보도상의 차량과 자전거의 충돌은 ‘차대차 사고’인 데다 자신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기 때문에 보상 요구가 합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대체적으로 보배 회원들은 A씨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해당 글엔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블랙박스 차량의 과실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로 올라 있다.

또 “우리나라는 감성 과실이 너무 붙어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치료없이 자전거만 고쳐달라고 하면 이득이긴 하다. 운전자가 대인 들어갈 사고도 아니고 억울하긴 하지만 자전거만 고쳐달라고 하면 이득이긴 하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HHOOO’도 “횡단보도서 일시정지하고 출발한 차를 자전거가 박은 건데 수리비를 달라? 내가 볼 땐 자전거 과실인데 주는 순간 차주가 가해자가 되는 거 아니냐?”며 상대 측 보상 요구에 의문을 표했다.


다른 회원도 “부모에게 차량 수리비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차대차 사고에 횡단보도서 정지 후 출발, 파손 정도로 봐선 (자전거가)상당한 속도로 달려왔을 것 같고 블랙박스 차가 피해자인데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보시라”고 거들었다.

현실적인 조언도 눈에 띈다.

회원 ‘그냥OOOOO’은 “자전거 수리비 현금으로 쏴주는 게 현명한 것”이라며 “보험 처리하시려면 하시라”고 말했다. 다른 회원도 “경찰서는 가지 마시라. 초등학교 자전거 사고는 무조건 과실 잡힌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위해 설치된 공간으로 자전거가 횡단하던 중 차량과 충돌한 사고는 보행자 사고 대 차량 사고가 아니라 차대차 사고에 해당된다”며 “경찰에 사고가 접수돼 조사할 때는 자전거를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전거가 가해자인만큼 당연히 과실도 높을 비율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적게는 50% 많게는 70~80%까지 잡힐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민사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사 판례를 보면 자전거에 20~30%가량의 과실을 적용받은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3조2의 제6항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 횡단을 하려 할 때는 내려서 끌고 보행해야 한다. 결국 초등생이 도로교통법을 어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전히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셈이다. 동법 14조(횡단보도서 자전거의 행위)에선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주행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사고 발생 시 자전거 이용자가 가해자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물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 같은 법 조항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에선 A씨의 보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차’지만, 충돌사고 발생 시엔 자전거가 약자로 인식되는 탓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운전자에게 과도하리만큼 보행자 및 자전거 등 교통 약자를 보호하는 현실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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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