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이 밝힌 인천 지하주차장 차량 화재 진압의 진실

“소방관 아닌 입주민 세 영웅이 불 껐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날 (인천 지하주차장서 발생했던)불을 끈 건 정확하게는 출동했던 소방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진실 속 우리 아파트 세 영웅들 모습입니다.”

지난 2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8/31 인천 지하주차장 차량 화재의 또다른 진실: 많이 알려달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저희 아파트 이야기다. 기사는 간단하게 났지만 꼭 알리고 싶은 진실이 하나 더 있어 글을 올린다”며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30분쯤 아파트 주민 단체대화방(단톡방)에 화재를 목격한 주민분의 긴급한 톡이 올라왔다. 단톡방에는 이날 오후 7시34분에 찍힌 “2, 3동 지하주차장에 불났어요. 차 빼세요. 불났어요”라는 다급한 입주민의 메시지가 찍혔다.

다시 한번 “2, 3동 지하주차장에 불났어요”라는 메시지가 전달됐고 단톡방에 있던 입주민들도 “차가 타는 중인 듯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A씨는 단톡방에 공유된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해당 사진엔 지하주차장 구석에 주차돼있는 한 차량의 보닛 부분이 화염을 내뿜으면서 타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올해 침수로 인해 보링을 한번 했던 차량이라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차량서 발화가 시작됐고, 발화 전 차주가 주차 후 한참을 쳐다보다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가 사라지자마자 차 아래로 불똥이 떨어졌는데 아마 그 시점부터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차주 말로는 엔진 소리가 이상해서 쳐다보다가 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다행히 초기 대응이 잘돼서 해당 차량 외에는 복구 불가 수준의 피해 차량이나 시설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바로 옆 차량은 새카맣게 그을었고 주변 차량들은 그을음이 묻어 후속조치가 필요한 정도”라고 부연했다.

“지하 2층서 발생한 차량 화재치고는 정말 경미하게 끝난 사고라고 다들 안도하고 있다”는 그는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진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날은 아파트 임시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잡혀 있던 날이라 오후 7시 초반쯤 입대의 회의실에 회장 및 동대표 몇 분이 모여 계셨다”며 “오후 7시 반경 회의를 시작하려는데 단톡방 내용을 확인한 참관 입주민분이 지하주차장 2층에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화재 소식을 접한 이날 입대의 참석자들 중 가장 젊은 남성 입주민 셋은 득달같이 지하주차장 2층으로 내려갔다. 이들 모두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었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화재 현장을 찾아간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28년 가까이 된 구축 아파트로 구조상 환기가 잘되지 않으며 화재 발생 장소도 진출입로로부터 가장 먼 안쪽 구석이었던 터라 유독가스 발생 시 누구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다.

지하주차장 내 촬영된 CCTV에는 소화기를 들고 화재 장소 쪽으로 접근하는 입대의 입주민들의 모습, 이들이 주차장 내 소화기를 찾아낸 후 불타고 있는 차량의 초기 진압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소식 듣고서 워낙 빨리 저분들이 달려가 불을 끄면서 연기가 자욱할 즈음에 소방서가 도착한 상황이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초기의 빠른 진압은 저 세 분이 다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랬는데도 저 세 분이 불끈 건 나오지도 않고 소방서가 26분 만에 진압했고 30대 남성이 연기를 마셔서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다고 가볍게 기사가 떴다”며 “기사 올린 기자님 중 한 분께도 메일은 보내놨는데 부디 상황이 정확하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연기 마신 30대가 바로 사진의 맨 안쪽에 있는 검은 옷 입은 주민이고 불을 껐던 세 분 중 한 분”이라며 “세 분 중 두 분은 주말 동안 호흡에 어려움이 있고 목에 이물감도 있어 병원서 진료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우리 아파트는 1000세대가 넘는 꽤 큰 단지인데 초기에 잡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주차 후 올라오는 걸 귀찮아해서 부득부득 지상에 겹겹이 주차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내려가지 않는 곳이 바로 지하 2층주차장”이라며 “몸사리지 않고 불을 껐던 세 분의 희생은 일언반구도 없고 소방서가 다한 것처럼 올라오니 매우 당황스럽고 억울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른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서에 해당 내용에 대해 강력하게 알렸으며, 소방서에서도 포상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3일 오후,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세 분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고, 두 분은 지난 2일 병원서 검진받고 폐 사진도 찍으셨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기침은 상당히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초기 진압은 동대표이자 입대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40대 중반 및 동대표 및 감사를 맡고 있다는 30대 중반, 입대의 회의에 참관했던 입주민(선관위원) 남성으로 확인됐다. 한때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었다는 A씨는 “동대표 두분과는 꽤 친분이 있는 편”이라며 “세 분께서 동대표를 맡고 계시기에 포상에 대해 자발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 분에 대한)아직 아파트 선에서 포상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일 진화에 잠시 동참했던 직원분은 (포상을)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해당 글에는 134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1657명의 추천을 받아 ‘커뮤니티 인기글’ 3위에 올라 있다(3일 오후 2시 기준).

회원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에는 “이런 분들이 영웅이다. 추천드리고 간다” “추천드린다” “진정한 영웅이 따로 계셨다” 등이 올랐다.


이 외에도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잘한 일은 칭찬해드려야죠. 천만 다행이다” “사고가 크게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좋은 이웃을 두셨다” “동대표들이 든든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회원은 “저도 화재 기사 보고서 의아했는데 초기 진화는 세 분이 다 하셨다고 들었다. 청라 화재 때문인가 소방차 엄청 와서 놀랐다”며 “이런 분들이 영웅이다. 고맙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도 “초기 진화하신 분들도 멋지지만 지체없이 신고와 함께 톡방에 알리신 분도 멋지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카톡…”이라고 추켜세웠다.

화재가 발생했던 차종은 연료가 가솔린이 아닌 디젤이나 가스가 들어가는 내연기관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다수의 매체들은 ‘인천 계양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차량 화재…1명 연기 흡입’이라는 제목으로 화재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 계양구 오류동이 한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30대 남성이 연기에 흡입돼 현장서 응급조치를 받았고, 차량 일부가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장비 20대와 인력 5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2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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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