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돼야…” 택시요금 폭탄 맞은 여성 승객의 호소

남양주시청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기사 “손님 동의로 길 변경했다” 주장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런 사건들은 언론를 통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2·3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테니까요…”

지난 5일, <일요시사>는 지난달 14일에 택시요금을 과다하게 청구받았다는 40대 여성 A씨의 제보를 한 통 받았다. 당시 기자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게시한 글을 토대로 피해 내용을 보도했다. 취재를 위해 연락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던 그가 최근 우연치 않게 ‘“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기사를 접한 뒤 보낸 것이다.

A씨는 “보배드림에 사연을 올리고 120에 신고했는데 이튿날, 남양주시청으로부터 당시 이동 기록을 달라고 해서 제출했다”며 “3~4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오늘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운행했던 택시기사는 시청 조사에서 ‘손님이 동의해서 길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가 작성한 진술서엔 ‘A씨가 외곽으로 가 달라고 했다’고 쓰여 있었다.

A씨는 “녹취도 없는데, 남양주시청 관계자분이 택시 블랙박스도 하루면 지워진다는 말을 들었다”며 “택시기사를 통해 한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대로 묻히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외곽(순환도로)을 타고 갔을 때 제게 좋은 점이 어떤 게 있느냐”는 A씨 물음에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새벽이라 차가 막히는 시간도 아니라…이해되지 않는 경로지만 심증만으론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날 A씨는 <일요시사>에 “환불을 받지 못하더라도 택시기사에 대한 벌금이나 운행 정지 등의 불이익이 가게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인근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택시를 호출했다.

화요일 자정이 막 넘은 오전 12시2분 탑승한 그는 택시기사로부터 ‘가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또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A씨가 “오늘 차를 가져오지 않아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답하자 택시기사는 ‘지금 변경하려는 길이 그 (구간단속 있는)길이 맞다’고 대꾸했다.

얼마 후 택시기사로부터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을 들은 A씨가 “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 찍혔던 도착 예정시각은 12시55분이었다.

A씨는 경로 변경 후 톨게이트(TG)를 통과한 후 도착 예정시각이 오전 1시1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TG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 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택시기사의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냐’는 물음엔 대꾸를 피했다.

그런데 얼마 후 TG 요금 1100원이, 이후 도착 전까지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 A씨는 부천 중동을 지나면서 “과거에도 여러 번 동일 시간대에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TG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미 도착지에 당도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씨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택시기사는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A씨에게 9만1400원이 찍힌 종이 영수증을 건넸다. 택시 승차 직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택시비는 6만200원이었으나 무려 51%가 초과됐다.

택시 미터기엔 8만6500원이 찍혀 있었고, 총 4회의 TG 요금 4900원이 합산된 금액이었다.

평소 동일 시간대에 이용했던 것보다 시간도, 택시요금도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다름 아닌 바뀐 운행 경로 때문이었다. A씨가 해당 플랫폼 고객센터에 확인한 결과, 당시 호출 경로는 올림픽대로를 타는 길이었던 반면, 택시기사가 운행했던 길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였다.

실제로 추천 경로로 제시되는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 경로는 이동거리가 51km며 신월여의지하도로TG 이용 시 요금은 5만1980원가량 나오는 데 반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이용 시 거리(70.5km)도, 요금도 TG 비용까지 합산되면서 동반 상승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택시 주행 경로는 구리남양주TG(800원), 불암산TG(1400원), 양주TG(1800원), 김포TG(900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경로의 TG 합산 요금이 정확히 4900원인 데다 이동 거리도 70여km로 확인됐다.

A씨 의지와는 달리 택시기사는 납득하기 힘들 만큼 먼 길로 우회한 셈이다. 산술적으로 50km에서 70km의 이동 거리 차이는 그렇게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상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이동 경로를 확인해본 결과 그 차이는 극명했다.

기자는 A씨로부터 받은 비슷한 시간대의 과거 택시 이용 영수증을 확인했다. 또 공정한 취재를 위해 비슷한 시간대인 자정을 막 지난 시각에 네이버 길찾기 및 카카오 플랫폼 앱을 이용해 해당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 추천 경로와 이동 시간, 예상 요금까지 확인했다.

확인 결과는 A씨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앱을 통해 추천된 경로는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로 제시됐으며, TG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6만3100원의 예상 비용이 발생했다. 소요 시간은 1시간1분으로 측정됐다. 

A씨가 택시를 이용했던 당시의 날씨나 도로 상황도 운행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및 남양주 지역엔 구름이 많았을 뿐, 적설량은 ‘0~1’mm였고 최저기온도 영하 0.8도에 불과했다.

다만 같은 날에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밝혀진 자유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A씨의 택시 운행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5시간 후인 오전 5시15분께였다. 결국 가깝게 갈 수 있는 경로를 놔두고 비용이 더 발생하는 구간으로 우회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한지도 의문이다.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의 ‘손님이 길 변경에 동의해서 난 잘못이 없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A씨가 동의했던 것은 ‘원래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길로 다녔던 길’이었고, 택시기사도 ‘변경한 경로가 그길인데 2km 정도 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이날 실제 이용 경로는 70km 구간단속카메라가 있는 올림픽대로도 아니었고, 늘어난 거리 역시 2km가 아닌 20km에 달했다. 요금 또한 3만원가량이나 더 나왔다. 상식적으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승객이 TG 요금까지 드는 길로 가자고 했을 리도 만무하다.

물론 A씨와 택시기사와의 대화가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의 말처럼 대화 내용 녹취 등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라는 의문부호는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바퀴가 구르면’ 그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달리면 달릴수록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택시는 남양주 소재의 B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A씨의 택시요금 과다청구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운행했던 택시기사가 남양주시청에 출석해 진술·소명했으며 결과는 조만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시 도로 상황 등을 잘 알지 못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길을 우회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시청서 나온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는 승객분에게 차액 환급이나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며 “회사 입장서도 과다 요금 청구 같은 불미스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내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여놓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택시요금 과다청구 민원을 조사하고 있는 남양주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섣불리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결국 우회 부분에 대한 고의성이나 대화 내용 녹취 등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6조(택시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승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장거리 우회 운행 후 요금을 징수하는 행위 등은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면허정지 또는 취소까지 가능하다.

택시 관련 민원 중 가장 많은 사례는 우회 운전인 것으로 집계돼있다. 서울시 택시 불편신고 안내 게시판엔 부당요금 징수 안내를 통해 ‘승객이 원하는 길로 가지 않고 원거리(우회)로 돌아갈 때’를 위반 사례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6년 9월12일 승객(신고인)은 내부순환로 이용을 요청했으나 택시기사는 ‘강변북로를 타야 한다’고 권했다. 승객이 강변북로는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고지하고 거부했지만 기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변북로를 탔다. 결국 평소 결제했던 2만원~2만1000원보다 8000~9000원이 더 결제됐다.

승객은 “여자기 때문에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미터기 요금 모두 부당하게 결제하고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엔 전국적으로 택시 승차 피해를 입었다는 승객들 20여명의 사례들이 댓글로 소개돼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택시 우회 운행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시 택시기사와 나눴던 대화 녹취록이나 블랙박스 기록 등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A씨의 사례처럼 승객의 주장과 택시기사의 진술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택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전 운수업계 관계자는 “시민의 발이라는 택시가 되레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 녹취가 쉽지 않는 점, 블랙박스도 하루만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법 테두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심증만으로 승객의 과다요금 청구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택시기사들도 순간의 경제적 이익에 양심을 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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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