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무단횡단 사고인데⋯과실 40대 60? 난감한 운전자

6차선 도로서 녹색불 정상 주행 중 ‘쿵’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주행 중이던 차량에 무단횡단 보행자가 뛰어들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행자는 경미한 부상을, 차량은 전조등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보험 회사가 운전자에게 40%, 보행자에게 60%의 과실을 권고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의 한 도로서 아침 출근길에 사고가 났다는 운전자 A씨는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무단횡단 사고 과실비율이 얼마나 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전방의)초록불은 진작에 바뀌었고, 횡단보도 앞쪽에 사람이 건너지 않았기에 천천히 가는데, 갑자기 나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선 차량이 있어 운전자 쪽에선 반대쪽 차선이 보이지 않았다”며 “보험사에선 제 과실 40, 보행자 60이라고 하는데, 여러분의 의견이 듣고 싶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고 직전 당시의 블랙박스 동영상도 함께 첨부했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왕복 6차선 도로 중 2차선 도로를 정상 주행하고 있다. 당시 전방엔 횡단보도와 함께 직진이 가능함을 알리는 녹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횡단보도 신호는 당연히 적색 신호였다.

전방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A씨는 속도를 유지한 채 주행하던 찰나, 갑작스레 좌측서 한 여성이 차 앞으로 뛰어 들었다. 너무도 급작스러운 나머지 급제동했지만, 여성과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차량에 부딪친 여성은 몇 초가량 도로 바닥에 앉은 채로 있다가 스스로 일어났고, 이내 영상은 종료됐다.

사고 후 A씨는 여성에게 다가가 “괜찮으시냐?”며 몸상태를 물었고, 상대방은 “많이 놀라셨죠?”라고 운전자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이날 충돌사고로 A씨 차량은 운전석 쪽 전조등이 파손됐는데 수리비가 크지 않아 사비로 처리할 예정이다.

운전자 입장에선 전방주시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상 직진 신호를 받고 주행하던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보행자의 출현으로 사고가 불가피했지만, 보험사의 4:6 결론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법 제10조 5항에 따르면, 횡단시설이 아닌 곳에서 보행자가 건너는 경우 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도로교통법 제10조 2항엔 보행자 신호가 적색일 때 건너가거나 육교 아래, 지하보도 위를 건너다가 적발될 경우, 3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다만, 횡단보도 직전에 정차해 있는 1차선의 SUV 차량이 직진 신호임에도 멈춰서 있던 상황을 감안할 때 ‘주의 운전’을 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5년간 도로 무단횡단 보행사고 통계 분석’에 따르면, 무단횡단으로 발생하는 보행 사고는 한해 평균 476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사고로 매해마다 391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4692명에 달하는 등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한해동안 도로 횡단 사망자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회원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현행 보험 체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회원 ‘독산OOOO’는 “개인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런 사람들을 보험으로 처리해주고 보상금까지 지급하니까 (이런)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횡단보도라고는 하나 저렇게 대놓고 무단횡단하는 사람까지 치료해주는 건 문제가 있다. 옆 차가 정지했기에 조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법을 어긴 사람보다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침했다.

회원 ‘고속1OOOOOO’는 “저런 건 보행자 100 먹어야지. 차량으로 따지면 신호위반인데…”라고 거들었다. 다른 회원 ‘블OO’는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왜 고라니처럼 앞만 보고 뛰는지 모르겠다. 차량 무과실 응원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를 의심하면서 신고하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회원 ‘물총OOOO’은 “보험사기로 신고하셔라. 무단횡단하면서 차가 오는지 확인을 안한다고요? 제 생각엔 보험사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른 회원들도 “저건 피할 수가 없는 사고다. 발견한 순간 0.5초 만에 박아버리는데 어떻게 피하냐? 무조건 이슈화시켜야 한다” “무단횡단자에게 과실 100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사고를 운전자에게 과실 있다고 한 보험사 밝혀도 법의 제재를 받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게 과실이 잡힌다고?” 등의 비판 댓글을 쏟아냈다.

이렇듯 회원들의 댓글은 보행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반면, 운전자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달렸다.

회원 ‘개가OOOO’는 “보행자 잘못이긴 한데 전방주시 좀 신경 쓰고 1차로 차량이 감속하는 것도 보이고…좀 아쉽긴 하다”고 말했다. 회원 ‘독도OOOOO’은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9:1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라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참 나쁜 무단횡단이긴 하지만 그래도 횡단보도기 때문에 과실 잡힐 것 같다” “지키라고 약속하고 법으로 정해놓은 게 신호다” “이게 운전자 과실이 잡히고 보상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무단횡단 장려 정책이라서 앞으로도 꾸준히 무단횡단은 없어지는커녕 늘어만 나지 않겠나?” “차 찌그러진 거 아니면 이런 건 그냥 각자 갈 길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등의 다양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회원 ‘욘니OO’는 “이런 경우는 보험회사끼리 나눠먹기다. 저거 100% 100대 0 나온다. 가만히 시키는대로 계시면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3일 <일요시사>는 A씨 ▲차량 보험사가 어느 곳인지 ▲사고 당시의 조처 및 무단횡단했던 여성과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 등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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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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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