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알려지면서 볼보코리아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했던 신모씨가 지난 6일, “뭐라고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먼저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드린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밀양 사건에 당시 조사를 받고 나왔던 신OO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신씨는 “이 사건이 다시 붉어지며(불거지며) 재조명돼서 피해자분들이 2차 피해, 또는 옛날 생각이 또 다시 날까 봐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한다”며 “현재 제 입장을 믿어주시는 분들은 단 한 분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될지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더 이상 피해자분들과 제 내용이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긴다”면서 “지난 3일 오후 8시경, 나락보관소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의 발신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신씨 주장에 따르면 나락보관소 운영자는 ‘신상을 털었다. 연락 많이 갈 거니까 전화 잘 받아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해당 전화 이후로 신씨는 몇 백통의 전화, 문자메시지,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DM을 통해 험한 말들을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튿날인 4일엔 다니고 있던 회사까지 사람들의 항의 연락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해고 조치를 당했다.
불과 하루 만에 자신을 둘러싼 여파가 물밀듯이 쏟아들자 신씨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감정에 휩싸이게 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뭐부터 해야 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면서도 “주말에 가끔 골프를 친 것은 맞다. 44명이 다 친하진 않다. 몇몇 사람들과 주로 친하고 매번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제일 중요한 강간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로 인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피해자 마음이 더 다치지 않았나, 제 가족 지인이 울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고 저 하나 때문에 몇 십명, 몇 백명이 피해를 받고 있다”며 “저와 무관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피해가 되지 않도록 제게만 사실대로 이야기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3일 동안 물 한모금도 안 넘어가고 그냥 심정지 온 것처럼 있는데 피해자분들은 더하시겠죠? 정말 죄송하다. 물 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죄가 있다면 다시 한번 더 죗값을 치르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신씨는 “죗값을 평생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베풀고, 저보다 힘든 사람 도와주고 뉘우치며 살겠다. 이번을 계기로 제가 대한민국에선 살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며 “영상은 내용과 너무나 다르게 돼있다. 저로 인한 전혀 관계없는 2차 피해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항(다른 부분)에 있어 과장돼있고 아닌 내용은 신고하고 온 상황이다. 피해자분들이 다시 재수사한다는 자체가 말도 못하게 힘들겠지만, 만약 괜찮다고 하신다면 저는 재수사(받을) 의향이 있다”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피해자분들이 다시 받을 고통이 더욱 더 커질 거라 생각해 스스로 재수사 요청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서 없이 글을 올렸지만 더 이상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분들과 제 가족, 지인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 잘못이며 제게만 질타를 달라”며 “저는 다 잃었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만 어디서 어떻게 살야야 될지, 살아 있어야 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후회했다.
해당 글에 회원들은 “시작은 너희가 끝은 우리가 정한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만 기다린다. 이제 와서 반성이니 뭐니…관심없다” “지인이 울면서 고통스러워했다고? 참 떳떳하시다. 재수사할 의향이 있는데 피해자분이 더욱 고통받을까 봐 걱정된다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쓰나? 요 며칠 힘드셨죠? 20년만 더 버텨 보세요. 잊혀질 때쯤 다시 한번 평생 함께할 44명의 친구가 있지 않느냐?” 등의 댓글이 베플로 선정돼있다.
한 회원은 “읽을수록 가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전후 관계가 잘못됐다. 나락보관소가 전화했다면 즉시 ‘피해자분께 사죄드린다’ ‘가능하다면 직접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을 했어야 한다”며 “선후 관계라 이뤄지지 않고 내 잘못을 인정하니 주변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영상 내려라. 난 강간 안 했다가 결국 결론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회원도 “말이 앞뒤가 전혀 안 맞다. 강간은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분에게 너무 죄송하고 평생 사죄하고 남을 돕고 살겠다, 죗값 치르겠다? 영상도 다 부풀려졌다? 자기 살기 힘들어졌고 주변 피해 가니까 그만해 달라는데 무슨 소리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삭제된 해당 글은 일부 회원들이 복구해 현재 커뮤니티 인기글에 올라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판 댓글이 달리자 신씨가 자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 작성자가 가해자 신씨였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또 회원 조회 결과 글쓴이의 닉네임 ‘세상O’은 검색이 되지 않고 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중순부터 같은 해 11월 말까지 경남 밀양서 박모군 등 당시 고등학생들이 울산의 모 여중에 재학 중이던 최모양을 집단으로 성폭행, 구타, 공갈협박, 금품갈취 등 강도·강간했던 사건을 말한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모두 1986년생으로 44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 피의자 10명이 기소되고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13명은 피해자와의 합의, 고소장 미포함 등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해당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박모씨가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청도 소재의 한 국밥집은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이 철거됐으며, 신씨는 직장서 해고됐다. 세 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도 근무 중이던 국내 이동통신 대기업 회사로부터 임시 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네 번째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씨가 근무 중이라고 알려진 밀양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및 밀양시청 네이버 블로그는 누리꾼들의 댓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4년 당시 피해자를 조롱하는 뉘앙스의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 ‘2차 가해’ 구설에 올랐던 황모씨가 경찰시험 합격 후 의령경찰서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4일부터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파면을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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