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빼는 김밥집, 논란 일자 사과문 냈지만 “내 방식대로…”

15일, “고객 취향에 맞추지 않겠다” 선언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른바 ‘햄 제거 추가 비용 김밥집’이 지난 16일,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심화되자, 결국 자기 방식대로 영업을 계속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한 누리꾼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그 김밥집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해당 김밥집 사장은 전날 “지난 7년 동안 개인적 취향을 반영해 맞춤 김밥만 판매했던 주인장인데, 이젠 햄, 단무지, 맛살, 계란, 당근 등등 김밥 재료를 넣고 빼라는 김밥을 향한 모든 고객님 한 분 한 분의 의견과 취향에 맞춰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밥을 만들 때 재료를 빼달라고 개인적 취향을 말씀해주시면 그 빈자리를 다른 재료로 듬뿍 채워 넣어드렸다”며 “7년 동안 이 사실을 아시고 추가금액을 지불하셨던 고객님들은 아무 말씀 없이 ‘김밥을 더 푸짐하게 싸줘서 언제나 잘먹고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서 영업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새로운 고객님들에겐 그것이 큰 불편함이 될 줄도 잘 몰랐다. 그 현실에 안주해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러 저를 믿고 찾아주셨던 고객님들과 그동안 가게를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분들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고객님 취향을 깊이 반성하며 고려하지 못한 점, 그에 대한 쓴소리와 비난 감사히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 제 잘못이 큰지라 더 이상의 법적 조치 및 방송국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고 설명했다.“아직 더 부족한 1인 가게 사장이라 고객님이라는 스승님들에게 더 배워가며 성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김밥집 사장은 “앞으로 다른 김밥집과 똑같이 모든 고객님 예외없이 모두 동일한 레시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도 돈을 더 지불할 테니 예전처럼 해달라고 하시는 고객님도 계셨지만, 앞으로 모든 고객님께 동일한 레시피로 바뀌어 그 전처럼 맞춰들딜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래도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예나 지금이나 많이 사랑해주시는 단골 고객님들과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새로운 뉴페이스 고객님들, 제 인생서 가장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하는 1인기업 주인장이 되도록 더더욱 노력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 나이와 세대, 직업에 상관없이 제게 많은 채찍과 당근을 주신 고객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없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밥집 사장의 사과문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구만” “혓바닥 엄청 기네” “O같은 소리를 그럴싸하게 써놨네” 등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회원 ‘얌체운OOOO’은 “손님이 떨어져봐야 좀 현실로 다가오려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주문 시스템이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저 동네 어디냐? 내가 가서 김밥집 하나 내 볼까?”라고 조롱섞인 댓글을 달았다.

다른 회원들도 “이상하네, 재료 한 개씩 빼면 더 비싸지는 마법의 김밥이다” “충무김밥이 혜자로 보이는 이유는 재료를 빼다 보면 김밥 한 줄에 1만4000원이 되는 마법” “참 피곤하게 산다” 등 비판 분위기에 가세했다.

반면 “저 주인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오렌지색OOOO’은 “지금까지 장사가 유지된 거 보면 그 동안 사먹은 사람들이 바보, 멍청이도 아닐 것”이라며 “왜냐면 손님들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냉정하게 손절하기 때문”이라고 두둔했다. 이어 “망했더라면 초창기에 망했어야 한다. 손님들 의견에 휘둘려서 바뀌어 버리면 오히려 망하지 않겠나?”며 “김밥에 오이 빼달라고 하는 사람 치고 그만큼 김밥이 줄어드는 것을 용서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맛의 밸런스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회원은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같은 집 맞느냐? 라면에 면을 빼고 주문하면 3000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라면이 5000원인데 ‘면 빼주세요’라고 주문하면 8000원이 되고, 공기밥 주문하면 1만원이 된다”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의 장사 방식이 옳았으니 니들이 하도 뭐라고 해도 앞으로는 이제 다 똑같이 만들어 팔 테니까 사먹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하라는 거 아니냐?”며 “과연 이게 사과문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조만간 폐업한다에 김 두 장을 건다” “충무김밥이 미안하다고 할 지경인 그 집” “다 떠나서 왜 그럴까? 그냥 피하고 싶은 부류, 엮이고 싶지 않고 말도 섞기 싫은 사람”이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해당 김밥집 논란은 지난 14일, 한 손님이 햄을 빼달라고 주문하는 과정서 나눴던 김밥집 사장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손님은 자신의 X(구 트위터)에 ‘나만 이해 안 되는 상황인가요’라며 사장과 나눴던 대화를 공개했고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손님은 “햄을 안 먹어서 햄을 빼려고 하는데 2000원이 추가되는 맞느냐? 햄을 빼는 데 왜 돈을 추가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사장은 “물어보시는 분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될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렇게 카톡 보내서 말씀하시는 분도 처음이다. 정말 재밌다”며 “본인 성함이나 이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상태서 무조건 자기 마음대로 해달라고 하시는 분은 처음”이라고 응대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은 돈 내고 햄만 빼달라고 해서 다른 재료로 더 추가해서도 먹기도 하는데 그걸로 일일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다른 고객님도 다 그렇게 드시고 계시는데 고객님은 특별히 그렇게 해드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따졌다.

아울러 “설마 어린 학생은 아니시죠? 어린 학생들도 이렇게는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묻기도 했다.

김밥집 사장은 손님이 대화 내용을 게재한 후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손님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SNS에 올려 대응에 나섰다.

그는 “자기 입맛 취향을 제게 맞춰달라는 식으로 카톡 보내서 영업을 방해하시는 분, 오늘도 계셨다. 돈 2000원 때문에 주인에게 카톡 보내서 왜 먹기 싫은 음식을 빼는데 추가 비용을 받느냐고. 자기만 특별하게 해달라고 계속 우기고 괴롭히시는 카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만 토로로 안 되니까 트위터에 본인이 잘못한 글은 쏙 빼놓고 캡처 편집해서 올려놨다. 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라고 비판했다.

결국 김밥집 사장은 휴업을 공지한 뒤 SNS 계정을 폐쇄했다.

햄이나 단무지, 맛살 제외 시에는 2000원, 청양고추 추가 시엔 1000원을 추가해야 한다. 결국 햄, 단무지, 맛살을 넣지 않고 주문할 경우 김밥 한 줄에 총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다른 재료가 더 들어간다’고 했지만, 어느 재료가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안내돼있지 않았으며, 손님과의 카톡 대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