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킥보드 신고했는데…’ 되레 찬반 논쟁으로 불똥

지난 18일, 보배에 ‘싱글벙글 신고’
불법 촬영·개인정보 취득 문제 제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잘했다.” VS “명백한 도촬(몰카)로 선을 넘은 행동이다.”

지난 2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재된 미성년자 킥보드 신고를 두고 회원들간 열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회원이 지난 15일 오전, 인천의 한 중학생 2명이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촬영해 올린 신고글이 발단이 됐다.

회원 A씨는 이날 ‘싱글벙글 미성년자 킥보드 신고 과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날씨가 좋은 1월(15일), 청룡의 해답게 미성년자 2명이 킥보드 타는 걸 발견했다. 도착지는 뻔해서 학교까지 쫓아가줬다”고 운을 뗐다.

그는 “둘이 상당히 친한 것 같다. 금슬이 좋은 부부마냥 교대로 탄다”며 핼멧 및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주행 중인 미성년자들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어 “학교까지 쫓아가면서 경찰에 신고해주고 반납하는 장면도 확인했다”며 “옷차림도 학생처럼 입어서 그런가 담임되시는 선생님과 교복 구매 홍보하시는 분들이 뿌리는 명함을 받아내 자연스럽게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은 입시설명회였던 것 같다. (킥보드를 탔던)2명 여학생들 이름 체크하는 것 목격하고 이름과 반 신원까지 확보하고 채증에 들어갔다”며 “이제 경찰이 와서 현장 검거만 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오후 1시쯤 (입시설명회가)끝난다는 정보까지 입수하고 왔는데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학교 쪽에 문제가 있을까 봐 현장에 못 들어가고 계도조치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길래 ‘내가 책임질 테니 올라오라’고 했는데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분한 마음에 A씨는 경찰청에 ‘미성년자 킥보드 주행 신고 처리 징계 검토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경찰관이 무면허 미성년자 2명을 검거하기엔 입시설명회 방해 및 학교 측의 문제 발생 등의 이유로 현장에 들어가지도 않고 차량 안에서 대기만 하는 근무태만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학교 강당을 벗어나니 실제로 학교 정문서 경찰차가 대기하며 정차 중인 것을 확인했다”며 112 신고내역서를 통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이 누구였는지도 특정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킥보드 주행은 원칙상 범칙금 10만원에 면허 응시자격 1년 박탈인 만큼 굉장히 사안이 있는 신고건”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전화 통화한 내용들 녹음본 떼고 국민신문고에 징계를 검토해달라고 경찰청에 보냈는데 제 사견으로는 경고 조치 또는 교육 이수 이런 것 밖에 안 나올 것 같다”며 “상관 없다. 따라가면서 아이들 이름과 학교, 반까지 확보했으니 또 타다 걸리면 찍었던 증거들을 토대로 제출해 사건 접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두 여학생이 입시설명회를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했으며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여학생들의 모습, 입시설명회 장면, 112 신고사건 처리내역서, 경찰청 민원 등 사진들을 모자이크 처리한 후 글에 첨부했다.

해당 글에는 “(경찰이 되돌아간 것은)학생인권 때문에 그런 듯. 신원 확보했으면 상담실로 조용히 부르면 된다. 학교 안으로 못 들어간다는 건 거짓” “아이들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어른이 돼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학교까지 들어가는 건 엄연한 범죄인데 아이들은 잘못된 거고, 글 작성자는 잘하는 거냐?” “처벌만 확실하면 되는 거지. 학교설명회 현장서 검거까지 필요한 이유는 뭔가?” “진짜 글쓴이는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다. 똑같이 해주고 싶다”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30조8제2항제1호 및 ‘학교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가이드라인’ 제3조에 따르면 외부인들은 학교 경비실이나 행정실에 출입 목적을 밝히고 방문증을 교부받아 들어가야 한다. 만약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고 적시돼있다.

A씨가 불법 촬영, 주거침입죄 등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킥보드 위반 신고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출입증은 일반출입증과 일일방문증으로 구분된다. 일반출입증은 학교 교사 및 관계자에 지급되며 3년 동안 사용이 유효하다. 일일방문증은 학교와 관계없는 방문객이 서류 발급의 민원업무, 체육관 등 학교시설 이용 등의 목적으로 발급받으며 사용기한은 당일로 제한돼있다.

무단침입 논란에 대해 한 회원은 “신입생 미리배움터 행사는 1년에 정해져 있는 교육과정 시수가 끝나고 종업식과 입학식 사이의 기간에 열리는 학교의 정식 일과가 아닌 데다, 학부모들도 입장 가능하므로 단순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고 형사처벌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다른 회원은 “미리배움터도 학교의 정식 일과다. 학부모는 학생, 학교와 관련된 사람으로 출입이 가능한 반면, 글쓴이는 저 학교와는 무관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며 “학부모인 저 역시 제 아이의 학교에 입장하기 위해 경비실에 방문 목적을 말하고 허가 후에 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정문으로 입장해 후문으로 통과하는 것도 학교 허락 없이는 불가하다”고 맞섰다.

“(굳이)글 제목에 싱글벙글은 왜 붙이는 진심 궁금하다. 진심 공익을 위한 것이고 저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거라면 저렇게 달지 않을 것 같고, 처음 신고한 시각이 8시경인데 설명회 끝날 때가 오후 1시라면 신고 때문에 추적해서 도촬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회원도 있었다.

또 “(킥보드를)저렇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전동킥보드는 도대체 언제 없어지느냐? 출근길마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킥보드들 보면 짜증난다”며 킥보드의 무분별한 이용 및 방치를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띤다.

반면 “아이들 둘이 타면 가서 말릴 생각을 해야지. 사진이나 찍고 뭐하자는 거냐? 글 작성자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댓글도 달렸다.

A씨는 “이번 킥보드 신고 및 민원이 찬반이 갈릴 일이라는 게 웃겨서 이 맛에 글을 올리는 것”이라며 “각자의 생각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회원 ‘NiOOO’은 “①미성년자 무면허 킥보드 운전 ②학교 무단침입, 미성년자 개인정보 불법 수집, 도촬, 스토킹…쓰니는 아직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은 찬반을 논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위법사항 중 어느 것이 더 위중한지를 얘기하는 것일 뿐인데 그냥 봐도 ②가 더 무거워보인다”고 지적했다.

회원 ‘돈버는게OOOOO’는 “정말 어이없다. ‘뭐하는 사람인지 할짓 없다고 하는 분들이야말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며 “킥라니(킥보드+고라니의 합성어,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와 접촉사고 내 본 1인으로 저 아이들이 헬맷도 안 하고 무단횡단하고 인도로 다니다가 본인 차와 사고나도 이 따위 반응이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고 조소했다.


그러자 ‘오즈의OOO’는 “범법행위 한다고 본인이 경찰관도 아닌데 쫓아가서 불법으로 촬영하는 건 괜찮느냐? 경찰이 함부로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데, 일개 시민이 신고를 위해 쫓아가서 신원 알아내서 신고한 건 학교 측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A씨는 도촬 및 학교 무단침입 등 범법행위 지적에 “과하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또 저럴 경우 발견 시 또 촬영해서 잡을 때까지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동킥보드는 즉 1인용 이동수단으로 2인 이상이 탑승 시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되며, 현행법상으로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이 가능하다.

베스트 글에 오르고 찬반 댓글이 불어나면서 이튿날엔 ‘베스트 글 미성년자 킥보드 글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이 작성됐다.

자신을 ‘대구 토박이’라고 소개한 보배 회원 B씨는 “잘했다는 분도 계시고 정도가 심하다는 분도 계시고 의견이 분분하던데 미성년자 킥보드…당연히 타면 안 된다. 특히나 보호장구 없이 두 명이 같이 타는 건 더 위험해서 안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연히 신고해서 앞으로 타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진 저도 찬성한다”면서도 “학교까지 따라가서 경찰 불러 검거까지 하라고 한다면? 거기다 개인정보 수집까지?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진짜 공익신고하고 보배에 글 올리면 잘한다 잘한다 하니 어깨뽕이 찼는지 본인이 뭐라고 미성년자 개인정보까지 수집하느냐? 킥보드 탄 것만 벌금 물리게 하면 되지, 왜 학교까지 따라가서 경찰까지 망신을 주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킥보드 한 번 탄 죄로 전 입학생, 교사, 다른 학부모들, 그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걸 바랐던 거냐? 도대체 무슨 권리로? 신고까지만 했으면 되는 거였다. 집에 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대단하시다. 제가 꼰대냐?”고 마무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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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