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 뇌출혈, 경찰 과잉 단속 때문? 본질은⋯

피해자 측 “갑자기 함정단속” 주장
운전·동승자 무면허에 헬멧 미착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발생했던 전동 킥보드 사고로 10대 청소년 중 한 명이 뇌출혈 피해를 입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SBS는 ‘[단독]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과잉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얼마 전 전동 킥보드를 탄 10대 학생이 경찰 단속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학생의 팔을 경찰이 낚아채면서 사고가 난 건데,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 인도를 달리던 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고꾸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찰이 킥보드 운전자인 10대 학생 팔을 잡아 끌면서 탑승자들이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는 일어섰는데 뒤에 탔던 학생 A군은 몸을 심하게 떨며 발작을 일으켰다”며 “놀란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A군은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A군의 부친은 “황당했다. 머리가 많이 다쳤다는 얘기에 놀랐다.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따로 면회도 안 됐다”며 “6시간 정도 후 출혈량이 늘어날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의식이 없던 A군은 이틀 뒤에야 출혈이 잡히면서 입원 10일 만인 23일 퇴원했다”면서 “당시 킥보드를 타고 있던 2명은 모두 만 15세 학생들로 무면허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A군의 부친은 “(단속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오는 경로를 보고 갑자기 튀어나와 잡은 걸로 보인다. 헬멧을 쓰지 않고 동승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경찰분이 이렇게까지 단속해서 애들을 다치게 했어야 했나”라며 아쉬워했다.

경찰 측은 “갑자기 튀어나와 제지한 게 아니다. 미리 정차 지시를 했었고, 학생들이 면허도 없이 도로교통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도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어 보행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과잉 단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객관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직전 상황의 위법성과 제지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의 교통단속 지침에 따르면,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단속하고자 할 때엔 안전에 유의해 안전한 장소로 유도, 정차하게 한 후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며,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의 한 종류로 인정된다. 같은 법 제19조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를 이용해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된 1인용 교통수단으로, 시속 25km 이하로 주행 가능하고 총중량이 30kg 미만인 장치를 가리킨다.

다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며 인도 및 보도로는 원칙적으로 운행이 불가하도록 돼있다.

A군 측은 당시 제지했던 경찰관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고 과잉 진압에 대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전자 및 동승자가 헬멧만 썼더라면 단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동승자만이라도 착용했더라면 뇌출혈 같은 중상 피해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의 킥보드 과잉 단속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번졌다.

이날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엔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 과잉 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A 회원은 “2인 탑승은 당연히 노뚝(헬멧 미착용을 지칭하는 은어, 잘못). 그냥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라면서도 “잘못은 했지만 그렇게 (단속)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경찰관분께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엔 “자게이(자유게시판 회원)들이야 심정으로는 경찰이 ‘아무 잘못 없다’ ‘시원하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단속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 회원이 포문을 열었다(추천 23명). 하지만 대댓글엔 “저렇게 하지 않으면 도망가버리는데 그냥 단속을 없애는 게 좋겠네요, 그쵸?”라는 냉소적인 대댓글이 달렸고 60명에 가까운 회원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다른 회원들도 “유식하게 도망가면 잘 가하며 손 흔들어주나요?” “그 전에 공권력에 대해 도전한 죄를 생각해야 한다. 넘어진다고 놔두면 저 아이들이 멀쩡한 사람 쳐서 다치는 거죠. 벌 받을 짓 했다고 봅니다” “저렇게 도망다니면서 애먼 사람 다치게 하느니 불법을 먼저 막는 게 좋지 않나?” 등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잘못한 건 맞는데 정도껏 해야지. 무식하게 잡으면 빤히 넘어진다는 거 다 아는데 무리하게 잡은 이유가 뭔가? 요즘 보면 경찰도 여론이 실리니까 무리하게 많이 단속하는 거 보인다. 결코 좋은 거 아니다”며 피해자 측을 두둔하는 다른 댓글엔 “잡으면 넘어질 거 뻔히 안다구요? 쫓아가면 도망갈 거 뻔히 아는데 도둑은 왜 쫓나요? 도망가다 다치면 도둑님이 위험하실 텐데 말이죠” “그런 식의 마인드니 음주 운전 도망가는 놈들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등 냉소적인 대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다른 회원은 “단속의 이유가 뭐냐? 위험하니까 사고 줄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 100% 다칠 거 알고도 저러는 건 좀… 저렇게 타고 사고 나도 본인이 다치는 건데 너무 과잉 단속이라고 본다”는 주장에도 “본인만 다치느냐?” “킥보드에 쳐서 사망한 사람 모르나요?” “규칙 무시하다가 본인만 다치면 뭐라고 하지 않겠죠. 남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문제인 건데 그걸 모르시네” 등의 지적 댓글이 쇄도했다.

공무를 집행했던 경찰관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저게 문제라고 한다면 어떤 경찰관이 직을 걸고 단속하느냐? 못 본 척할 것” “다친 건 안타깝지만 2명이서 킥보드로 인도 주행, 무면허 행위 자체가 잘못이다” “부디 경찰관에게 부적절한 단속이라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현행 공유 킥보드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원 ‘수수OOOO’는 “진심 킥보드는 왜 규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킥보드 앱에서 면허증 등록하는 화면이 있는데 스킵해도 된다더라? 그걸 왜 스킵하느냐? 스킵 기능 넣은 것 자체가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유 킥보드 업체가 수상하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른 회원들도 “킥보드 업체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선행해야 한다. 저 둘의 입장은 모두 피해자다” “도대체 전동 킥보드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A씨가 올린 글에는 162개의 댓글과 대댓글이 달리며 이날 추천베스트글에도 올랐다.

이 밖에도 “킥보드가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처럼 위협적인가? 킥보드 이용이 약간의 과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시민을 위협하는 수준인지, 불법이라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를 저렇게 위험하게 과잉 단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 “편하게 단속하려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 지키려고 하는 단속이 사람을 죽여선 안 되지 않겠나? 어렵더라도 CCTV 확인하고 동선 쫓아서 추적해서 잡아야 한다” “킥보드에 대한 혐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자게이들이 대부분이네. 잘못했으니 자업자득이다? 그럼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경찰이 잡아채서 넘어뜨려도 되겠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5일에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중학생 킥보드 사고의 본질은 아무도 생각 안 하는 듯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중학생 킥보드 사고에 있어 경찰이 과잉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며 “진짜 본질은 다들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과실 100%가 답이 아니냐?”는 A씨는 “동승자의 부상은 운전자 책임 아니냐?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운전자가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동승자가 경찰을 직접 고소하나요? 운전자는 잘한 건가요? 논란의 이유가 있을까요? 운전자의 100% 과실인데…”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어제 어떤 분은 경찰이 잘못한 걸고 글 올렸던데 ‘자신들은 15세때 얼마나 도덕적으로 살았길래?’라는 식으로 글을 썼더라”고 해당 글에 공감을 표했다. 다른 회원은 “좋은 말로 했을 때 알아 들었을 것 같으면 불법 운행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헬멧도 없어, 보호장구도 없어, 면허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학생들이 헬멧과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경찰이 제지할 일도 없었으니 이날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핵심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9년 447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또 이듬해부터 897건(사망 10명), 2021년 1735건(사망 19명), 2022년 2386건(사망 26건), 2023년 2389건(사망 2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2232건의 사고 건수 및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다소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낙상 등 운전자 실수가 70~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차량과 충돌 10%~15% ▲고정물과의 충돌(5%~10%) ▲보행자와의 충돌 및 주차 중 사고(5% 미만)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절반가량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해지고 난 이후 어두워져 시야가 불량한 시간대에 발생했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가 25~30%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교적 밝은 낮 시간대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헬멧 착용률은 전국 평균 15.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작용 여부에 따라 부상 정도가 극명하게 갈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착용의 경우 절반가량이 두부 외상, 안면골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9~25%의 헬멧 착용자는 경상 위주의 피해를 입었다.

헬멧을 썼을 경우는 두부 손상 위험이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해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헬멧 착용 의무 실질화는 물론, 라이트·반사판 등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장비 부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층에 대한 면허 및 주행 교육을 강화하고, 야간·심야 시간대의 킥보드 이용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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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