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 뇌출혈, 경찰 과잉 단속 때문? 본질은⋯

피해자 측 “갑자기 함정단속” 주장
운전·동승자 무면허에 헬멧 미착용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발생했던 전동 킥보드 사고로 10대 청소년 중 한 명이 뇌출혈 피해를 입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SBS는 ‘[단독]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과잉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얼마 전 전동 킥보드를 탄 10대 학생이 경찰 단속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학생의 팔을 경찰이 낚아채면서 사고가 난 건데, 과잉 단속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기자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 인도를 달리던 킥보드 한 대가 갑자기 고꾸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경찰이 킥보드 운전자인 10대 학생 팔을 잡아 끌면서 탑승자들이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는 일어섰는데 뒤에 탔던 학생 A군은 몸을 심하게 떨며 발작을 일으켰다”며 “놀란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A군은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A군의 부친은 “황당했다. 머리가 많이 다쳤다는 얘기에 놀랐다.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갔기 때문에 따로 면회도 안 됐다”며 “6시간 정도 후 출혈량이 늘어날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의식이 없던 A군은 이틀 뒤에야 출혈이 잡히면서 입원 10일 만인 23일 퇴원했다”면서 “당시 킥보드를 타고 있던 2명은 모두 만 15세 학생들로 무면허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A군의 부친은 “(단속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오는 경로를 보고 갑자기 튀어나와 잡은 걸로 보인다. 헬멧을 쓰지 않고 동승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경찰분이 이렇게까지 단속해서 애들을 다치게 했어야 했나”라며 아쉬워했다.

경찰 측은 “갑자기 튀어나와 제지한 게 아니다. 미리 정차 지시를 했었고, 학생들이 면허도 없이 도로교통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도에서 빠르게 달리고 있어 보행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과잉 단속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객관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직전 상황의 위법성과 제지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의 교통단속 지침에 따르면, 교통 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단속하고자 할 때엔 안전에 유의해 안전한 장소로 유도, 정차하게 한 후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며,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의 한 종류로 인정된다. 같은 법 제19조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를 이용해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된 1인용 교통수단으로, 시속 25km 이하로 주행 가능하고 총중량이 30kg 미만인 장치를 가리킨다.

다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며 인도 및 보도로는 원칙적으로 운행이 불가하도록 돼있다.

A군 측은 당시 제지했던 경찰관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고 과잉 진압에 대한 국가배상소송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운전자 및 동승자가 헬멧만 썼더라면 단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동승자만이라도 착용했더라면 뇌출혈 같은 중상 피해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의 킥보드 과잉 단속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번졌다.

이날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엔 ‘킥보드 타던 10대 낚아채 뇌출혈 과잉 단속 논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A 회원은 “2인 탑승은 당연히 노뚝(헬멧 미착용을 지칭하는 은어, 잘못). 그냥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라면서도 “잘못은 했지만 그렇게 (단속)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애매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경찰관분께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엔 “자게이(자유게시판 회원)들이야 심정으로는 경찰이 ‘아무 잘못 없다’ ‘시원하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단속을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 회원이 포문을 열었다(추천 23명). 하지만 대댓글엔 “저렇게 하지 않으면 도망가버리는데 그냥 단속을 없애는 게 좋겠네요, 그쵸?”라는 냉소적인 대댓글이 달렸고 60명에 가까운 회원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다른 회원들도 “유식하게 도망가면 잘 가하며 손 흔들어주나요?” “그 전에 공권력에 대해 도전한 죄를 생각해야 한다. 넘어진다고 놔두면 저 아이들이 멀쩡한 사람 쳐서 다치는 거죠. 벌 받을 짓 했다고 봅니다” “저렇게 도망다니면서 애먼 사람 다치게 하느니 불법을 먼저 막는 게 좋지 않나?” 등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잘못한 건 맞는데 정도껏 해야지. 무식하게 잡으면 빤히 넘어진다는 거 다 아는데 무리하게 잡은 이유가 뭔가? 요즘 보면 경찰도 여론이 실리니까 무리하게 많이 단속하는 거 보인다. 결코 좋은 거 아니다”며 피해자 측을 두둔하는 다른 댓글엔 “잡으면 넘어질 거 뻔히 안다구요? 쫓아가면 도망갈 거 뻔히 아는데 도둑은 왜 쫓나요? 도망가다 다치면 도둑님이 위험하실 텐데 말이죠” “그런 식의 마인드니 음주 운전 도망가는 놈들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 등 냉소적인 대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다른 회원은 “단속의 이유가 뭐냐? 위험하니까 사고 줄이려고 하는 거 아니냐? 100% 다칠 거 알고도 저러는 건 좀… 저렇게 타고 사고 나도 본인이 다치는 건데 너무 과잉 단속이라고 본다”는 주장에도 “본인만 다치느냐?” “킥보드에 쳐서 사망한 사람 모르나요?” “규칙 무시하다가 본인만 다치면 뭐라고 하지 않겠죠. 남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문제인 건데 그걸 모르시네” 등의 지적 댓글이 쇄도했다.

공무를 집행했던 경찰관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회원은 “저게 문제라고 한다면 어떤 경찰관이 직을 걸고 단속하느냐? 못 본 척할 것” “다친 건 안타깝지만 2명이서 킥보드로 인도 주행, 무면허 행위 자체가 잘못이다” “부디 경찰관에게 부적절한 단속이라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많은 추천수를 받았다.

현행 공유 킥보드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원 ‘수수OOOO’는 “진심 킥보드는 왜 규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킥보드 앱에서 면허증 등록하는 화면이 있는데 스킵해도 된다더라? 그걸 왜 스킵하느냐? 스킵 기능 넣은 것 자체가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유 킥보드 업체가 수상하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른 회원들도 “킥보드 업체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선행해야 한다. 저 둘의 입장은 모두 피해자다” “도대체 전동 킥보드를 없애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A씨가 올린 글에는 162개의 댓글과 대댓글이 달리며 이날 추천베스트글에도 올랐다.

이 밖에도 “킥보드가 딸배(오토바이 배달 기사)처럼 위협적인가? 킥보드 이용이 약간의 과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시민을 위협하는 수준인지, 불법이라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를 저렇게 위험하게 과잉 단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 “편하게 단속하려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 지키려고 하는 단속이 사람을 죽여선 안 되지 않겠나? 어렵더라도 CCTV 확인하고 동선 쫓아서 추적해서 잡아야 한다” “킥보드에 대한 혐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자게이들이 대부분이네. 잘못했으니 자업자득이다? 그럼 인도에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을 경찰이 잡아채서 넘어뜨려도 되겠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5일에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중학생 킥보드 사고의 본질은 아무도 생각 안 하는 듯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중학생 킥보드 사고에 있어 경찰이 과잉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며 “진짜 본질은 다들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과실 100%가 답이 아니냐?”는 A씨는 “동승자의 부상은 운전자 책임 아니냐?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운전자가 경찰도 문제가 있다고 할 경우,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동승자가 경찰을 직접 고소하나요? 운전자는 잘한 건가요? 논란의 이유가 있을까요? 운전자의 100% 과실인데…”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어제 어떤 분은 경찰이 잘못한 걸고 글 올렸던데 ‘자신들은 15세때 얼마나 도덕적으로 살았길래?’라는 식으로 글을 썼더라”고 해당 글에 공감을 표했다. 다른 회원은 “좋은 말로 했을 때 알아 들었을 것 같으면 불법 운행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헬멧도 없어, 보호장구도 없어, 면허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학생들이 헬멧과 보호장구만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경찰이 제지할 일도 없었으니 이날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핵심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는 2019년 447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또 이듬해부터 897건(사망 10명), 2021년 1735건(사망 19명), 2022년 2386건(사망 26건), 2023년 2389건(사망 2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2232건의 사고 건수 및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다소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낙상 등 운전자 실수가 70~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차량과 충돌 10%~15% ▲고정물과의 충돌(5%~10%) ▲보행자와의 충돌 및 주차 중 사고(5% 미만)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는 절반가량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해지고 난 이후 어두워져 시야가 불량한 시간대에 발생했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가 25~30%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비교적 밝은 낮 시간대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헬멧 착용률은 전국 평균 15.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작용 여부에 따라 부상 정도가 극명하게 갈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착용의 경우 절반가량이 두부 외상, 안면골절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19~25%의 헬멧 착용자는 경상 위주의 피해를 입었다.

헬멧을 썼을 경우는 두부 손상 위험이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사고로 해마다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헬멧 착용 의무 실질화는 물론, 라이트·반사판 등 야간 시야 확보를 위한 장비 부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소년층에 대한 면허 및 주행 교육을 강화하고, 야간·심야 시간대의 킥보드 이용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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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