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을 결심? “‘킥보드 흠집’에 4000만원 수리비 요구”

“포르셰 정차 중…병원비까지 청구해 억울”
“보배드림 인피니티 시즌2냐?” 성토 봇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저 정도 흠집에 3000~4000만원이 말이 되는 건가요?” 6일, 한 누리꾼이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전동킥보드가 균형을 잃고 쓰러져 포르셰 차량으로 쓰러져 흠집이 나자 4000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차 중인 차량에 킥보드가 중심을 잃고 툭 쓰러졌는데 다칠 수가 있나? 병원비도 정말 말이 안 된다”며 “그냥 서 있던 킥보드가 넘어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글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가게 앞에 고정돼있던 전동킥보드에 올랐는데 갑자기 균형을 잃고 쓰러져 옆에 정차돼있던 포르셰 박스터 차량의 앞휀더에 흠집을 냈다.

A씨는 호소글에 박스터 차량의 흠집 사진과 해당 차종의 상세정보, 포르셰 차량 차주와의 문자메시지 내역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사고 직후)당연히 바로 사과드렸고 차주 분이 ‘이거 앞범퍼를 다 갈아야 되는 거 아시죠?’라고 하셨다. 일단 흠집 난 부분이 범퍼도 아니었고 당시에도 이건 교체할 정도는 아니고 도장 정도로 생각됐다”며 “차주분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분들이 오셔서 진술했는데 차주분은 ‘킥보드를 타고 와서 차에 갖다 던졌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전동킥보드 어플도 없다고 진술해 (경찰분들도)확인했다”며 ”경찰분들이 진술이 다르다고 했으나 차주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출동 경찰은 해당 사고는 고의성이 없고 운행한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이 아닌 합의나 민사사건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후 A씨는 포르셰 차주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과하고 어느 정도의 합의금을 원하는지 문의했다.

포르셰 차주는 문자 답변을 통해 “수리 센터에 입고 대기 중”이라며 “수리 다 하면 견적서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차 팔려고 내놓은 거라 (차량)감가도 생각하셔야 된다. 재물손괴 변재 합의 못하시면 변호사와 법원에 가야 한다. 3000~4000(만원) 나올지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병원비도 제가 결제하고 구상권 청구할 예정이다. 동승자는 120만원까지 한도고, 병원비는 얼마 나올지 모른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 같은 답변을 받고 “그냥 서 있던 킥보드가 넘어진 것이다. 당연히 제가 피해 입힌 부분은 보상해야 하지만 이건 상식 밖의 합의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자문을 구했다.

아울러 “만약 차주분이 합의도 없이 도장이 아닌 휀더를 교체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도장 수리일 경우는 어느 정도 나오겠느냐? 견적서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두렵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에는 “병원비 답변을 보고 한탕 ‘해먹을 결심’을 느꼈다” “포르셰 휀더는 4만불짜리 휀더” “박스터로 팔자 고치려고 하는 듯. 일하면서 돈 벌어야지” “포르셰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난다” 등 포르셰 차주를 성토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또 “‘디올 가방 사건’이 가니 포르셰가 오는구나” “인피니티 시즌2인가?” “웬만하면 중립 박으려고 했는데 문자 내용 보니 대충 사이즈 나온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일각에선 차주가 문자를 통해 언급했던 ‘3000천, 4000천’의 액수가 3000만원, 4000만원이 아닌 300만원, 400만원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과다 비용이라는 주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300~400만원이라면 인정한다” “3000천, 4000천은 3000원, 4000원의 오타라고 생각된다”며 오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은 “현직 판금도장공이다. 일단 저 정도로 보험사에서 교환 판정이 나지 않는다”며 “정식 센터 가격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판금도장하면 포르셰 매뉴얼 도료 쓰고 정식으로 작업해도 100만원이면 떡을 세 번 뽑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수선 받아 현금 챙기고 그 돈으로 대충 광택 내든 싼 곳으로 가서 20~30만원 주고 판금을 하든 정식센터 가서 고치든 그건 차주 마음이겠지만 대인 부분에서 뿜었다. 몸이 쿠크다스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몇 몇 회원은 “사고 당일 가입 후 첫 글”이라며 “중립(가해자나 피해자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 박고 지켜봐야 한다” “당일 가입은 무조건 양쪽 말 들어봐야 한다” “형님들, 당일 가입은 도와주지 맙시다. 한두 번이냐?” 등 신중한 댓글도 달렸다.

반면 “긁었으면 물어줄 생각을 먼저 해야지. 자기 마음대로 도장으로 견적을 왜 내느냐”며 글 작성자를 비난하는 듯한 댓글도 달렸다. 또 “킥보드에 왜 올라타서 일을 만드느냐? 포르셰 차주가 과한 건 맞지만 차주 입장에선 빡칠 일 아니냐? 이런 사고를 내는지…” “킥보드 좀 싹 다 없애라. 도로와 인도에서 모두 민폐 갑”라는 부정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돌아온OOO’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박스터 차주 입장에선 아무 잘못도 없이 사고처리 보험내역을 남겨야 하고 고급 스포츠카는 보험내역에 따라 감가가 심하기 때문에 당연히 억울한 건 맞다”며 “킥보드에 올라가서 쓰러뜨려 흠집을 낸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왜 차주 입장에선 아무 잘못 없이 손해볼 일을 만들겠느냐”고 거들기도 했다.

재경 소재의 한 차량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휀더 도장은 많이 들어가더라도 탈·부착 공임 및 도색비로 50만원 언저리일 것”이라며 “문제는 이틀이나 사흘 간 렌트가 불가피한데 하루에 30만원짜리 한다고 해도 120만원 선은 호구 잡으려고 막 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 기준으로 저 정도로는 차량 감가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포르셰 차주가)교통사고 후 수리 이력으로 가치(차량 시세)가 하락하는 격락손해를 주장하는 것 같은데 중대 사고가 아닌 이상, 소송해봐야 인정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재물손괴죄 역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이번 해당사항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 변호사도 “과실손괴라고 부르는데 고의가 없었으므로 처벌할 수 없으며 민사 손해만 배상해주면 된다. 상대방의 합의 요청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신고하라고 하시면 된다”고 제언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격락 손해 지급 대상은 출고 5년 이하 차량의 수리비용이 차량 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1년 이하는 20%, 1년 초과 2년 이하는 15%, 2년 초과 5년 이하는 10%를 지급받는다. 중요한 것은 해당 차량이 5년이 지났거나 차량가에 비해 수리비가 크지 않다면 그마저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글 작성자가 제시한 차량 상세정보에 따르면 해당 차종은 포르셰 718 박스터로 최초 등록일이 7년 전인 2016년 모델이다. 포르셰 차주가 신차를 구매했는지, 중고차를 구매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격락 손해 지급 대상 기한인 출고 후 5년이 지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상은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이날 오후 3시경, 추가글을 통해 “닷글에서 말씀주신 것처럼 3000천, 4000천이라는 표기가 불분명할 수 있어 차주분께 어떻게 하면 3000~4000만원이 나오는지 자세히 알려달라고 문자 보내놓은 상태인데 아직 답변이 없다”며 “CCTV는 주말에 경찰서 가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차주로부터 답장이 오지 않고 있어 사건에 진전이 없다. 안타깝게도 일상배상책임보험은 가입이 안 된 상태”라며 “차주분과 다시 대화 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조치도 생각 중”이라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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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