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어치 음쓰 샀다” 경동시장 ‘자두 한 박스’ 판매 도마

“이젠 재래시장 안 갈 것”
지난해 속여팔기 비판글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이 정도 쓰레기일 줄 몰랐습니다. 경동시장 소매 과일 가격이 동네 재래시장과 별 차이도 없지만 요즘 뜨기도 했고 가끔 동생과 구경하는 기분으로 가곤 했는데 이젠 가고 싶지가 않네요. 굳이 먼 시장까지 가서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오는 게 별 의미 없어 보여 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최근 한 누리꾼이 서울 경동시장(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서 구매한 4만원어치 자두가 상했다며 “경동시장 OO상회 과일가게 여사장님, 이거 쓰레기 맞죠?”라며 이같이 개탄했다.

글 작성자 A씨는 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가게서 전화를 받지 않아 연락할 방법이 없어 환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상습적이라면 저처럼 집에 돌아가서 화난 손님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아는 동생 B씨와 함께 경동시장 청과물시장을 찾았다. 도중에 모녀로 보이는 과일가게 상인 둘이 자두 한 박스를 보이면서 ‘이제 자두는 시즌 끝이나 없다. 4만5000원짜리인데 4만원에 가져가시라’고 권유했다. 자두를 좋아한다는 A씨는 매대 앞쪽에 있던 과실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도 한 박스의 양이 부담스러워 B씨와 반반씩 결제한 후 나눠 담기 위해 비닐봉투 2개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상인 아주머니는 매대 안쪽으로 들어가 손수 봉투 2개에 나눠 담았고, 집으로 돌아와 사온 과일들과 함께 바로 냉장고에 넣었다.


이틀 뒤, 함께 갔던 B씨로부터 ‘자두 먹어봤어?’라는 무척 격앙된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전날(지난달 29일) 경동시장서 구매했던 자두를 먹었는데 모두 속이 상해 있고 몇 개는 쪼그라들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구매 후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통화를 마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 안의 자두 상태를 확인한 A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자두의 상태들이 단순히 무른 상태를 넘어서 음식 쓰레기 수준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물러터지고 썩은 상태의 자두 12개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A씨는 “‘와,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가 4만원이라는 돈을 주고 사온 건 바로 과일 쓰레기였다. 제가 가져온 대부분의 자두가 이렇다. 단 몇 개 멀쩡해 보이는 것도 잘라 보면 속은 다 상해 있었다”고 속상해했다.

“시장서 박스로 봤을 땐 정말 멀쩡해 보였는데, 과일 박스 만들 때 위쪽엔 알이 크고 멀쩡해 보이는 것들을 올려놓고 아래쪽엔 상하고 자잘한 것들로 채워놨던 것 같다”는 그는 “동생이 가져간 게 그나마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자두였던 것 같은데, 일부 멀쩡한 자두들은 다 상해 있었고 제가 가져온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쓰레기들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를 화나게 했던 건 따로 봉지에 직접 자두를 담아가겠다고 요구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고 상인이 직접 담아줬다는 부분이다.

그는 “(자두 상태가)이 정도면 봉지에 담을 때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건 그냥 저희가 당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며 “상해서 버려야 할 과일들 모아서 교묘하게 정상적인 것처럼 박스로 만들어놓고 우리 같은 ‘뜨내기 손님 한 명 걸려라’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왜 우리가 나눠 가겠다는 걸 직접 나눠 담아주겠다고 했는지 이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이서 30개 정도의 자두를 사왔는데 애초에 4만5000원이었겠나? 4만원이라고 해도 비싼 가격이다. 쓰레기를 사면서 바가지까지 당했다고 생각하니 제대로 호구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가게는 전화를 받지 않아 연락할 방법이 없어 환불도 못 받고 있다. 상습적이라면 저처럼 집에 돌아가서 화낸 손님들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전화 안 받는 게 이해되기도 한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보배 회원들의 댓글 분위기는 “재래시장 상품은 잘 보셔야 한다. 어르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은 도와드린다고 구매했다가 비슷한 경우를 몇 번 겪었다” “아쉽다” 등 A씨의 불편한 심경을 이해한다는 반응과 반대로 “구매 당일에 바로 확인 후 컴플레인을 걸었어야 했다” 등 부주의를 지적하는 댓글로 나뉘는 분위기다. ‘중립’ 댓글도 달렸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은 “바로 확인하셨어야…이틀이나 지나서 아쉽다”는 의견이었고 두 번째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재래시장 컴플레인은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저런 상황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 전 재래시장서 절대 사지 않는다”는 조언이었다. 셋째는 “사진상으로 보니 보관 시 자두 위에 다른 과일이나 무엇인가를 올려둔 것으로 예상됩니다만…말은 아끼겠다”며 A씨의 보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거주지가 청량리 인근이라 초기에 자주 재래시장을 찾았었다는 한 회원은 “지금은 절대 안 간다. 가끔가다 저 정도는 아니어도 어이없을 정도로 품질 나쁜 상품들을 사오곤 했다”며 “조금 비싸도 대형마트 가서 사는 게 맛과 품질 상태가 좋고 혹시나 이상하면 반품 처리도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사오자마자 드셨더라면 아주 맛있었겠다”는 다른 회원은 “상한 거라기보단 물러진 것으로 보인다. 상한 건 반나절만 실온에 보관해도 썩어문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또 다른 회원은 “들고 가셔서 환불받으시라. 보관 시 자두 위에 다른 과일 올려둔 것으로 예상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오랫동안 팔지 못해서 물러진 게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경동시장서 장사하고 있다는 한 회원도 “자두가 2일 지났는데 저렇게 됐다면, (가게서)속인 것이다. 전에 방울토마토 사러 돌아다니다가 싸서 구매하려고 보니, 위쪽만 괜찮고 아래쪽은 물러터져 있었다”며 “경동시장 과일도 정품과 비품이 있다. 싼 건 될 수 있으면 구매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A씨가 구매 당시에 물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한 회원은 “구매 시 물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게 문제고, 전 재래시장 가서 물건 사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회원은 “이틀 뒤…시즌이 한참 지난 과일을 이틀 뒤라니…편들기보다는 말을 아끼겠다”고 적었다. 다른 회원들도 “가격도 많이 비싼데 대체 왜 저런 곳에 가서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두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거 자체가 리스크 있는 과일일 확률이 높다”고 거들었다.

온라인 사이트 ‘경동시장 스마트스토어’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 대석 자두 가격(대과 2kg)은 2만6000원으로 확인된다(1일 기준). A씨가 구매했다는 동종의 자두인지는 직접적인 확인이 불가하지만 한 박스에 담긴 수량(22~28과 내외)을 감안할 때 2배가량의 가격으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홈페이지엔 “상품 수령 후 냉장 보관 필수! 냉장 보관 시 1주일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다른 야채·과일과 구분해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싼 후 따로 보관하는 게 좋다”고 보관 방법이 명시돼있다. 그러면서 “수령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섭취하는 것을 권장드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과일가게로는 연락이 되지 않아 글을 올린 이후로는 더 이상 연락해보지 않았다”며 동생으로부터 받은 추가 사진이라는 사진을 한 장 제보했다. 그는 “상자 위쪽에 멀쩡해 보였던 자두들”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과일가게는 경동시장 내 1층에 위치한 과일가게로 파악됐다. 이날 취재진은 A씨의 주장에 대한 입장, 사실관계 확인 등의 확인을 위해 해당 업주 및 경동시장 상인회장에게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에 촬영된 해당 과일가게 사진엔 박스 위에 매대가 설치돼있고 그 위에 사과, 배, 방울토마토, 샤인머스켓, 레몬, 귤 등의 과일들이 놓여져 있다.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진 과일들은 1만원, 또는 1kg당 1만2000원 등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모습도 담겼다.

한 네이버 블로거는 지난 4월, 경동시장의 한 과일가게서 방울토마토를 구매했다가 ‘눈 뜨고 코 베인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3근(1.2kg)의 방울토마토를 5000원에 구매 후 ‘어쩐지 가볍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도착해서 재보니 고작 850g 남짓이었다. 바로 해당 가게에 전화해 항의하자 상인은 “다음에 시장 오면 나머지 150g은 받아가시라고 응대했다”며 어이없어했다.

그는 “요즘 시대에 대놓고 밑장 빼기 당할 줄이야 몰랐다. 하루 내내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그람 수 정확히 지키는 거 어려우면 어느 정도 오차는 이해하는데 대놓고 적게 주고 사과도 안 하는 태도는 진짜 문제”라고 비판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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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