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 가입비’ 연예기획사, 촬영 후 출연료 미정산 입길

보배드림 회원들 “사기당했다” VS “부모 욕심”
사측 “소속생 관리…우리도 제작사서 못받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의 모 연예기획사 아역배우 모집 공고에 합격한 아이(10세)가 엑스트라(보조 촬영) 촬영 후 1년이 넘도록 페이(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아이 부모는 해당 기획사에 프로필 촬영 및 교육비 명목으로 150만원의 가입비까지 납부했다.

지난 2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 조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아역배우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 후 ‘아이 이미지가 좋다.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아 갔는데 합격했다”며 “프로필 촬영, 2시간의 교육(4회) 등 150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예뻐서 무조건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나 영화, 드라마 아역 모집 제작사와 연결해주겠다고 해서 경험이라고 생각해 안일하게 OO엔터테인먼트에 가입했다”고 언급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엑스트라 촬영에 들어갔으며,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강행군으로 진행됐다. 촬영을 마친 후 페이는 60일 이내에 지급된다고 했으나, 입금이 되지 않아 기획사에 정산에 대해 문의했다.

당시 A씨는 문의 과정서 ‘요즘 어렵느냐’ ‘6개월서 1년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등 기획사 측의 응대로 약간의 언쟁이 오갔다.

A씨는 “아이도 언제 출연료가 지급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1년이 지나서도 정산되지 않아 재차 문의했더니 자기네도 제작사에서 돈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미정산은 기다리겠지만, 꾸준히 지원해도 촬영에 캐스팅된 적 없었고 ‘신경써달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촬영 제의는 앞서 단 한 번 뿐이었다.

이후 지난 27일, A씨는 우연치 않게 촬영 단체 대화방에 기획사 관계자가 자신의 이름을 ‘OOO(모) 또라이X’으로 저장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회사 직원이 A씨 이름을 태그하면서 저장돼있던 이름이 단톡방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었다.

A씨는 “해당 직원과는 대화한 적도 없다. 1월에 입사해 회사 폰이라는데 저장된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 태그해 올린 것 같다”며 “제가 ‘또라이X는 뭐냐’고 물으니 본인이 랩을 하는데 무의식으로 써졌다는 핑계를 댔다”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저장해두고서 배제시킨 줄도 모르고, 꾸준히 (촬영)지원해 온 제가 다 짜증난다. 아이에겐 아끼지 않는 부모 마음을 이용해 가입비 받아 실속 챙기면서 자기네 말 안 듣고 토 달면 저런 식으로 배제시키며 회사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다들 생돈 날리지 마시고 코 베이지 않도록 조심하시라”며 “저는 신고하러 가겠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아역배우, 어린이, 아이돌 오디션, 실버 모델…모두 사기꾼들이다” “예전부터 그쪽 아카데미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 아닌가요?” “아역배우 모델 등등 돈 주고 하는 건 다 사기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도 안 없어지고 있다” “오디션인데 돈 얘기 나오면 무조건 사기다. 저도 당할 뻔했다” 등의 성토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자신을 아역배우 7년 차 아들을 두고 있는 아빠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건 100% 학원비 뜯어먹고 드라마 단역으로 잠깐 2~3초 나오는 역할이 전부”라며 “아역배우 시키려면 전문 아역 연기학원으로 보내셔야 한다. 보통 정산은 늦어도 2~3개월 안에 전부 된다”고 조언했다.


유사 사례를 겪었다는 회원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15년 전쯤, 미끼로 소속비라면서 200만원 내고 교육 몇 번 받았는데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cottOOOO’) “저도 200만원 날렸는데 회사 폐업했다고 해서 환불도 못 받았다”(‘모닝의OOO’) “저도 프로필 촬영 두 번에 150만원으로 당했다. 아이들에게 쓰는 신종사기”(‘다아OO’) 등의 피해 주장이 주를 이뤘다.

회원 ‘쭈니OO’은 “저런 곳은 학원 같은 곳이라서 보통 웬만하면 다 합격했다고 한다. 그리곤 수강비 조로 돈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 ‘호OO’은 “이거 애들 사진 보내면 다 합격했다고 오라고 하는데, 사기”라고 조언했다.

다른 회원 ‘MOO’은 “옛날 고등학교 때 교문 앞에서 명함 받고서 호기심에 오디션 보러 갔다가 프로필 사진 찍고 아무 감정도 없이 국어책 읽듯이 대본 읽어서 ‘무조건 망했구나’ 싶었는데 합격이라고 했다”며 “이후 월 110만원 정도 비용을 내면 교육 및 방송에 출연시켜준다길래 의심스러워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반면, “자기 딸은 자기 눈에만 이쁘지,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지 않다. 그저 돈에 눈이 멀어서 아이 광대 만드려다 실패한 케이스”라며 모집공고에 지원했던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해당 댓글엔 “차분한 클레임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대댓글도 달렸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공부해야 할 때 공부시켜야 한다. 전 국민이 유튜버고 연예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분들 아이들 보면 연예인 외모가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모집공고에 돈을 왜 지불하느냐? 그냥 집에서 즐거운 학창시절 보내게 하셔라. 요즘 죄다 연예인 만드려고 난리” 등의 비판적인 댓글도 눈에 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쪽에서 돈 달라고 하는 곳은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된다. 보통 계약금을 받는 쪽은 아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관계자도 “엔터테인먼트 간판을 걸거나 로드 캐스팅으로 이뤄진 경우는 대부분 학원으로 보면 된다. 그렇게 길거리 캐스팅해서 수강료 받아먹는 것이고 가끔 단역 촬영 나갈 경우, 거의 엑스트라급에 준하는 출연료를 받는다”면서도 “그마저도 부모에겐 ‘더 많은 출연을 원하면 돈 받을 거 생각하지 마라’며 암묵적으로 (출연료를)잘 지급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엔터테인먼트라면 그 회사에서 투자하고 관리하지, 부모에게 돈 내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회원 ‘월드OOO’은 “회사는 먼저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미성년자의 경우, 밤샘 촬영 시 부모 동의서 작성했느냐”며 “동의서 없이 촬영했으면 부당노동으로 신고하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으로 계약 당사자가 회사면 회사가, 촬영 원청서 돈을 받든, 받지 않든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언 댓글에 A씨는 가타부타 이렇다 할 댓글을 달지는 않았다.

지난 2013년 12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2조에 따르면, 15세 미만 청소년이 용역을 제공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없다.

다만, 15세 미만이라고 해도 다음 날 수업이 없는 경우, 당사자 및 친권자 또는 후견인 등의 동의가 있을 시 자정까지는 허용된다.


동법 23조에선 15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는 일주일에 40시간 넘게 일할 수 없고, 역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원칙적으로 일을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동법 25조(청소년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의 청구)엔 청소년은 독자적으로 대중문화예술용역보수를 제작업자 또는 기획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수청구권이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에게 있다는 계약이 있더라도 해당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계약상의 보수지급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있다.

29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기획사는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디션 모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 주장처럼 가입비가 150만원이 아닌 175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날 기획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출연료 미지급 주장에 대해 “(출연료는)제작사로부터 받은 금액의 30%는 제한 뒤 70%를 아역배우에게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6개월서 1년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즉, 기획사도 제작사 측에서 출연료를 받지 못해 해당 아역배우에게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오디션 합격 시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하고, 5년에 175만원의 가입비를 납부하는 계약자에 한해 2시간씩 4회 연기수업을 받게 되며, 아이는 회사 소속생 신분이 된다”며 “회사는 제작사, 방송사, 유튜브 등 다양한 곳을 통해 프로필 홍보권을 따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각의 ‘연예기획사가 아닌 단순한 연기 아카데미(연기학원)가 아니냐’는 의혹엔 “그렇지는 않다. 따로 연기수업을 받으며, 스튜디오 프로필 및 영상 촬영 전에 의상 및 메이크업 지원 등의 관리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위반’(밤샘 촬영) 의혹에 대해선 “이쪽 업계에선 법적인 부분이라 아역배우들에 대한 야간 촬영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설령, 부득이하게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장서 아이 부모님에게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도 촬영이 길어질 것 같으면, 아예 현장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기획사는 ‘수많은 아이들 중 진정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를 발굴해 원하는 방향성에 길을 잡아주고 한걸음 더 나아가 끊임없는 도전을 시켜줘 k-culture에 있어 새로운 비전을 창조해나가는 매니지먼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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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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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