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부천 과다요금 아닌가요?” 택시 승객의 하소연

평소 6만원대 이용했는데…
TG 4회 통과해 9만원 초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면 덕소리서 경기도 부천시까지의 이동 거리는 대략 50km 남짓 된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67km로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소요 시간도 어느 도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당시의 교통 흐름에 따라 최소 40분에서 1시간30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네이버 지도 ‘길찾기’에 따르면 해당 구간의 택시 요금은 최소 5만1640원, 최대 5만2650원으로, 추천 이동경로는 아래의 5가지로 확인된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1km, 신월여의지하도로TG 1회, 5만1980원) ▲북부간선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벌말로(67km, 불암산TG, 양주TG 2곳, 6만5420원) ▲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국회대로(52km, TG 미통과, 5만2560원) ▲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신월여의지하도로(50kmm, 덕소삼패·신월여의지하도로TG 2곳, 5만2280원) ▲무료 우선인 강변북로~국회대로~경인고속도로(52km, 5만2660원)다.

14일, 여성 A씨는 위 구간을 택시로 이용했다. 이날 자정 무렵, 택시에 승차했던 A씨는 40~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요금은 보통 6만원에서 6만2000원가량이 나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동일 구간으로 택시를 이용했다던 그는 앱으로 인근 택시를 호출했다. 실제로 당시 스마트폰에 찍힌 예상 요금은 6만200원이었다.

얼마 후 ‘탑승 중’이라는 안내문이 켜져 있는 택시가 도착했다. A씨 지인이 ‘왜 탑승 중으로 돼있느냐’고 기사에게 묻자 ‘가까워서 그냥 눌렀다. 미터기는 안 켰으니 타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시간도 너무 늦었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A씨는 홀로 택시에 올랐다.

A씨에 따르면 승차 5분쯤 후 택시기사는 길을 직접 선택한 것이냐고 물었다.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목적지의 도착 시각이나 요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느 도로를 이용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이날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사는 ‘왜 길이 강변북로로 나오지? 이 길로 가면 꼬불꼬불해서 위험한데 안전한 길로 갈까요?’라고 재차 물었다.

‘굳이 위험한 길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A씨는 기사에게 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서 의문점은 실제로 강변북로가 택시기사들이 위험을 느낄 만큼 꼬불꼬불하냐는 것이다. 서울 한강 이남(올림픽도로)과 이북(강변북로)을 따라 가로지르는 두 도로를 두고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운수업체 관계자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가 꼬불꼬불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 보통 해당 구간서 안내되는 도로가 두 도로일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입장에선 도로명까지 확인하면서 택시를 탈 필요도 없고,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럴 텐데, 톨게이트를 4번이나 통과했을 정도라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직격했다.

A씨가 “오늘 차를 안 가져와서 택시를 탄 것이고 평소엔 직진해서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로 다녔다”고 말하자 기사는 ‘지금 변경하는 길이 그 (구간단속이 있는)길 맞다’고 했다.

얼마 후 ‘안전한 길로 가면 거리가 2km 정도 늘어난다’는 설명에 A씨가 ‘(거리는 괜찮은데)시간은 단축되느냐?’고 묻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때 찍힌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12시55분이었다.

다른 도로로 진입한 뒤 톨게이트를 지나쳐 도착 예정시각을 확인하니 1시8분으로 13분이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리도 더 멀어지고 도착 시각도 지연돼 항의하려 했던 A씨는 이미 톨게이트 요금도 지불했고 ‘많이 나와봐야 7만원이겠지’ 하는 마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기사가 ‘이제 내비게이션 찍었으니 자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톨게이트 요금(11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요금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결제됐다(총 4900원).

톨게이트 요금 결제 안내가 네 번이나 나오자 기사도 멋쩍었는지 ‘동일 구간으로 택시 타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과거 여러 번 택시를 이용해 봤을 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었는데 네 번이나 결제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고객님이 이 길로 다녔다고 하지 않으셨느냐? 저는 잘못없다’고 항변했다. A씨가 “톨게이트 요금을 낸 적도 없고 50km 가는 데 4번씩이나 결제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니냐? 구간단속 70km 구간으로 갔다고 했고 그 길이 맞다고 하셨는데 지나온 길은 구간단속이 없지 않았느냐”고 캐묻자 ‘고객님이 도로명을 몰라서 잘못 길을 든 것이고 저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때는 이미 도착지에 거의 당도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수도 없었다.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요금 지불 과정 없이 택시서 하차 중이던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길을 좀 돌아와서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곧바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카드 결제 알림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원래 택시 승차 전에 앱에 찍혔던 예상 금액인 6만200원보다 3만1200원이 초과된 9만14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었다.

‘뭔가 잘못된 건가’ 싶었던 A씨는 8만6500원의 요금이 택시 미터기에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톨게이트 요금 4900원까지 합산돼 정확히 9만1400원이었다. 즉, 미터기를 켠 채로 당초 앱에서 제시됐던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승객에게 도로 변경을 유도한 후 톨게이트를 넘나들면서 의도적으로 먼 거리를 주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이없었던 A씨는 “어떤 사람이 킬로수 늘어나고 도착 시각이 지연되고, 톨게이트 요금을 4번이나 내면서 호출 금액의 50%를 더 지불해야 하는 길로 요청하겠느냐?”고 항의했다. 택시기사는 ‘그 길로 다닌다고 해서 (그 길로)온 것이니 (내)잘못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택시기사는 A씨가 평소 다녔다는 ‘구간단속 70km 카메라가 있는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에 따르면 이날 택시는 대부분의 구간을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렸으며 단 한번 과속단속카메라를 지났다. 

게다가 동일 구간서 6만원 초반대의 요금이 나온다는 걸 빤히 알고 있는 A씨로선 택시기사의 무책임한 주장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결국 A씨는 해당 사연을 국내 최대의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요금…과다청구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미리 죄송하다”는 그는 “호출하자마자 택시 잡힘. 몇 초 만에 탑승 중으로 바뀜(미탑승 상태). 6만200원에 호출했는데 8만6500원 나옴. 평소 톨비 낸 적 없는데 4번 결제됨(총 4900원). 택시비 톨비 합쳐서 9만1400원 나옴(평소 6만2000원). 50km 거리를 70km 걸려서 도착. 본인이 길 변경에 동의해 기사님은 잘못 없다고 함”이라고 간략 정리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길 변경에 동의했기 때문에 호출했던 금액보다 약 50% 초과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는지, 과다청구는 아닐지 궁금하다”며 보배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회원은 “덕소서 부천 가는 데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태웠다. 저걸 모르고 그랬다면 택시 자격증 회수해야 한다”고 A씨를 두둔했다.

다른 회원도 “출퇴근 시간에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엄청 막힐 때야 돌아가고, 톨게이트 요금 여러 번 내는 거 감수하고도 빠르기 때문에 타는 게 외곽도로인데…밤 12시라면 너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회원은 “해당 구간의 일반 경로는 덕소~북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자유로~중동 및 송내IC나 내부순환로가 꾸물거릴 경우 조금 돌아가면 덕소~덕소IC(서울양양고속도로)~올림픽대로~경인고속도로~중동 및 송내IC”라며 “택시기사가 작정하고 돌아간 경우라면 덕소~구리IC~의정부IC~고양IC~김포IC~중동 및 송내IC(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A씨는 “구리IC 통과하는 것은 확인했는데, 다른 톨게이트 요금 내는 곳의 간판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뭘 이런 걸 다 올리느냐? 다음부턴 내비게이션 대로 가고 미리 탑승 중이면 취소하고 다시 부르시라”며 A씨를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회원 ‘RSOOOO’은 “호구 잡으려고 하는데 ‘나 호구다’ 하고 당해준 게 문제”라고 짚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에게 택시의 이동경로 및 운수업체 정보 등 추가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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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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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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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