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만에 펑!’ 전자레인지…쿠팡-제조사 떠넘기기 입길

“책임자가 5만캐시 줄게 덮자” 폭로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온라인 e커머스 ‘쿠팡’에서 주문했던 미개봉 반품 전자레인지 제품이 작동 5초 만에 폭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와 판매 및 배송을 담당하는 회사 간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어 소비자만 패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쿠팡에서 배송받은 전자레인지가 터졌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딸에게 원룸을 얻어줬는데 전자레인지가 없어 쿠팡서 OO전자 미개봉 반품 제품으로 익일 배송이 있길래 주문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전자레인지 주문일은 지난 4일이었으며 배송은 이튿날인 5일에 완료됐다.

그는 “딸이 ‘전자레인지가 이상하다’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작동 불량인가 싶었는데 사진처럼 거의 폭탄을 맞은 것 같다”며 사진들을 첨부했다. 게시된 6장의 사진에는 전자레인지의 우측, 후면, 사이드 측면부의 우글쭈글해진 모습이 담겼다.

A씨 딸은 배송 박스의 포장 상태는 흠집방지용 테이프까지 멀쩡했지만, 냉동밥을 안에 넣은 뒤 불과 5초 만에 폭발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해당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쿠팡 측은 ‘물건을 반품받은 뒤 원인을 찾겠다’며 2시간 만에 회수해갔다. 이후 쿠팡 고객센터에선 OO전자와 문제를 확인해 제품 불량인지, 유통 과정서 발생한 문제인지 확인하겠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여타저타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전자레인지 문제에 신경을 써야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2주가 넘어가는 이날까지 폭발 원인은 물론, 제조사 및 쿠팡 측의 사과 등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쿠팡서 OO전자와 연결이 안 된다면서 1주일(을 보냈다)”이라며 “제가 전화해보니 바로 연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OO전자는 쿠팡의 배송 문제로 환불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고, 쿠팡에선 OO전자와 계속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책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쿠팡 5만캐시를 줄 테니 덮자’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간 끄는 게 이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해당 제품을 직접 확인해보겠다”며 물건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A씨는 쿠팡 측으로부터 어이없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상담사의 실수로 반송센터서 제품을 폐기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새로 전자레인지를 사주긴 했는데 딸이 못 쓰겠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자문을 구했다.

보배 회원들은 “따님이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전자레인지가 폭발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천만다행” 등의 댓글로 위로했다.

A씨는 “이번 일로 딸이 전자제품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마음 아프다”면서도 “쿠팡과 OO전자가 너무 괘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일요시사>는 OO전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량이 많아 연결이 어려우니 다음에 다시 전화를 걸어 달라”는 음성메시지만 들어야 했다.


쿠팡 이용약관 제24조(청약 철회 등)에 따르면, 회사(쿠팡)와 상품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회원(구매자)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에 따라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엔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법률에서 다르게 정하는 경우는 그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데 ▲회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회원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해 상품의 멸실 또는 훼손이 발생한 경우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등은 반품 및 교환이 불가하다고 명시돼있다.

같은조 2항에는 판매자가 회원의 교환 또는 반품 신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 회사는 회원에게 교환 또는 반품 신청의 사유를 파악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거래를 취소하고 예치 중인 결제대금을 회원에게 환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26조(반품 거절 및 반품 상품의 구매 등)엔 ‘회원이 제24조 제2항에 따라 반품 및 교환이 불가능한 상품 등을 회사에 반품한 경우, 회사 판단에 따라 반품을 거절하거나 대상 상품의 판매가에 일정 비율을 계산한 금액(구매 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당 상품을 회사가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일정 비율을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은 A씨가 폭로한 ’쿠팡 5만캐시‘인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선 책임자의 이 같은 제안은 도덕적 책임에 따른 오해의 소지는 다분하겠지만, 명시된 쿠팡 약관대로라면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쿠팡 미개봉 반품 상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쿠팡 미개봉 반품’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부정적인 글들이 다수 목격된다. 구매자 입장에선 제품을 개봉하지도 않은 상태의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구매했지만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구매자들은 SNS 등에 쿠팡 미개봉 반품 제품 구매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돈 몇 만원 아끼려다가 피해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여러 개 부품들 중 하나가 빠져 있거나 불량이 오는 경우도 있으니 복불복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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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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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