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2020년 발생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인천공항 주차장은 늘 북적댄다. 일부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의 한 주차대행업체가 고객 차량을 100km 이상 무단 운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틀 후인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인천공항 주차 대행업체서 제 차를 운행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8시20분경 차량을 B 주차대행업체에 인도했다. 이후 여행 중 블루링크를 통해 차량 운행 기록을 확인하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A씨의 차량이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3km 구간 외에, 오전 8시57분부터 10시36분까지 무려 109km 거리를 이동한 기록이 포착된 것. 109km는 인천공항서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까지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차량의 최고 속도가 173km/h까지 기록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은 차량의 커넥티드 기능을 통해 기록된 속도가 실제 속도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혀왔던 만큼, 해당 업체 직원이 고객의 차량을 이용해 과속 운전까지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씨는 “B 주차대행업체 홈페이지에 공항서 주차장까지 왕복 30km라고 나와 있다”며 “절대 주차장만 왔다 갔다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한국에 돌아가 차량을 받은 후 운행 기록을 보여주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그동안 인천공항 주차대행업체 관련 문제가 많았는데, 왜 이용했냐” “이런 글 일 년에 몇 번씩 보는 듯” “도대체 뭘 믿고 맡기는지 이해 불가” 등 대체로 A씨의 안일함을 지적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회원은 “인천공항 공식 업체에 맡겨도 똑같다. 10년 전 쯤에 차를 돌려받고 집에 와서 보니까 뒷범퍼가 쓸려 있었다”며 “블랙박스에는 인수 후부터 이틀 후까지 영상이 삭제돼있었다. 그 뒤로는 공식이고 비공식이고 안 맡긴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는 70곳이 넘는 주차대행업체가 운영되고 있으나,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는 2곳뿐이다.
‘공항시설법’ 제56조에 따르면 주차대행 영업은 반드시 관계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대행업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맡긴 차량이 파손되거나 불법주차 등의 문제가 불거져도 따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여행객들이 업체 측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배드림서 ‘인천공항 주차대행’ 관련 검색 결과를 보면, 이용객들이 차량 파손이나 과속 운전 등의 문제를 겪었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불법주차대행은 무슨 문제가 생겨도 보험 적용이 안 된다”며 “이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의 문제로 보험을 들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므로 문제가 생기면 이용객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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