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각종 원인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현직 부기장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기내 유독가스 유입설을 제기해 주목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현직 부기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5년 차 부기장으로,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을 직접 운항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전했다.
A씨는 먼저 “최초(사고기가) 풍향에 맞춰 01 활주로로 정상적으로 첫 번째 착륙을 시도하던 중, 최종 접근 단계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와의 충돌)를 겪었을 것”이라며 “엔진 이상이 감지되면 절차에 따라 복행(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 절차를 밟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공개된 영상서도 우측 엔진에 불꽃과 연기가 나는 장면이 확인되는데, 엔진 한쪽이 꺼져도 다른 한쪽으로 유압 시스템이 작동해 에일러론이나 랜딩기어 같은 조종면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다만, 확실치 않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의 충격이 유압 전달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면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APU(보조동력장치) 등 비상 전력으로 유압을 전달할 방법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유압이 살아 있고 급선회가 가능했고 정상적인 절차(연료 소모 후 동체 착륙)를 생략하고 바로 동체 착륙을 시도해야 할 만큼의 긴급 상황이라면, 엔진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기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만하다”고 추론했다.
A씨의 분석에 따르면, 버드 스트라이크 직후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가 조종실로 급격히 들어오면서 순간적으로 조종 불능 상태가 찾아왔고, 그로 인해 매뉴얼대로 연료와 속도를 조절할 틈조차 없이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포하고 급선회를 통해 동체 착륙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정확한 사고 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다면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공항공사나 항공사에선 이런 상황을 가정해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 예방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지만 이번 사고는 최악의 상황이 겹친 너무나 안타까운 악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랜딩 영상을 언급하며 “기장님이 마지막까지 기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며 “이 안타까운 참사가 조속히 수습돼 유족분들의 마음이 얼른 추스려지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해당 분석 글을 접한 보배 회원 대다수는 A씨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공감했다.
잠O 회원은 “얼마나 급했으면 절차 다 생략하고 동체 착륙을 했을까 싶다”며 “유독가스나 피랍 등 기타 조종실의 외부 압력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 듯싶다”고 공감했다.
또 다른 회원은 “랜딩기어 수동조작에 2분 정도 (시간이)소요되는 데 그것조차 할 시간이 없었던 거라면 아마 조금씩의 복합적인 문제가 결합된 사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A씨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원도 있었다.
치O 회원은 “그럴싸하나 유독가스의 유입은 좀 와 닿지 않는다”며 “산소마스크나, 기체 내 공조시스템이 있을 텐데 수분 안에 목숨을 걸고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만큼의 급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을 제기했다.
이에 A씨는 “산소마스크는 기본적으로 고도차로 인한 긴급한 산소 부족 시 사용한다. 비상 마스크로 공급되는 산소 자체를 엔진으로 유입한 공기로 만든다”며 “필터가 설치돼있지만 유독가스 생성량이 많아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자료를 분석해, 조종사가 비상을 선언하고 복행을 결정하는 과정과 활주로를 넘게 된 구체적 경위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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