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숨 고르는 정치권 딜레마

잠시 멈춘 단거리 레이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마지막 주말이 비극으로 저물었다. 갑작스러운 참사에 여야의 정쟁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각종 특검법과 권한대행 탄핵을 업은 채 빠르게 돌아갔던 탄핵 시계도 잠시 멈춰 섰다.

지난달 29일 오전 태국 방콕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추락했다. 오른쪽 엔진서 불꽃이 튀어 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으나 비행기 바퀴인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아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

무안 뒤덮은
애도의 물결

이 참사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 및 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서 사망했다. 생존자는 비행기 후미에 있던 승무원 두 명뿐이었다.

가장 먼저 참사 현장을 찾은 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고 당일 저녁 무안공항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항공사고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렸다. 대책위 위원장은 전남도당위원장인 주철현 의원이 맡았다.

국회 행정안정위원장인 신정훈 의원과 국회교통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이 각각 사고수습지원단장, 상황본부장을 맡았다.


국민의힘은 참사 다음날에 무안공항을 찾았다. 곧바로 현장을 찾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재난 당일엔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행정부가 아닌 당에서 현장을 방문하는 건 자칫 사고 수습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 무안공항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너무나도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가 된 이후 처음으로 밝힌 현안에 대한 공개 의견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방대원들과 모든 구조 인력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란다”며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무안공항여객기사고수습태스크포스(이하 TF를)를 구성했다.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영진 의원이 위원장을, 국회행정안전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이 TF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등도 당차원의 수습 대책위를 꾸리고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이전까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전 권한대행 탄핵까지 강행했다. 이후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인 선출을 서두르라”며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무정부 사태를 위해 무리한 줄탄핵을 강행했다고 맞불을 놨다.

유가족에 고개 숙인 여야 “정쟁 올스톱”
민주 쌍특검·권한대행 탄핵 수위 조절


참담한 참사 앞에 여야는 정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당초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환경노동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를 열고 12·3 내란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를 준비했으나 잠정 순연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예정됐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다음날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전남 목포에 위치한 전남도당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무안공항을 가득 메운 유족들의 통곡 속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울고 있다”며 “우리 당은 항공참사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무안공항 회의장서 대책회의를 열고 “한 사람의 정치인,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으로 참극이 벌어진 것에 국민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사태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체제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대위원 임명 직후 무안공항을 찾아 참사 수습으로 첫발을 뗐다.

정부는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 당일 무안공항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최했다. 다음날에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사고 수습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두 사람의 비공개 접견이 끝난 뒤 “최 권한대행과 우 의장은 오늘 회동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 대책과 유가족 지원 대책에 대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전국 애도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현재 상황서 컨트롤타워를 맡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꺼내는 건 거대 야당에게도 쉽지 않다. 애도기간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탄핵에 군불을 때는 것처럼 보일 경우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참사 현장서 수습한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다소 지연되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무분별하게 휘둘렀던 탄핵 정국의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줄탄핵의 후과”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박 의원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가 대책본부를 만들어 신속한 사고 수습에 나서게 된다. 대개 행안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큰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지금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 장관도 없는 상황이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정 경험이 없거나 국정이 망해도 관심 없는 자가 아니라면 그래서 줄탄핵 같은 건 생각조차 않는 법”이라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대변인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서 ‘정부 컨트롤타워의 기능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 권한대행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고 국토부도 하고 있지만, 현장 콘트롤타워 역할이 비어 있어 대단히 안타깝다”고 답했다.

야권의 탄핵소추안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공석이 된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곳곳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이어지자 민주당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박수영 의원의 SNS 게시물을 인용해 반박하는 글을 작성했다. 모 의원은 “차라리 계엄사령부가 있었으면 일치단결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하지 그러냐”며 “중요한 것은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고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하며 후속 조치에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같은 달 3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윤석열 내란 수괴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이 국정 마비 현상”이라며 “내란 수괴를 체포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오히려 국정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이 전례에 따라 헌법재판관 임명을 유보하더라도 야당이 쉽게 탄핵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렸던 이유다. 여당이 ‘민주당발 탄핵 역풍’에 부채질하고 있지만 “정국 수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임명도 중요하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굳다.

불붙은
도화선

이 대표는 참사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사고 수습은 수습이고 내란 사태 진압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나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서 최 권한대행 탄핵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야권 의원들이 개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책임 있는 민주당 지도부나 중진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른 막다른 위기로 우리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것보다 해결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해 완전체제로 만드는 것이 정치와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천천히 일상을 회복하고 여기에 맞춰 국민의힘도 여당으로서의 일을 하면 된다”며 “지금은 슬픔에 빠진 나라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도하는 게 맞는 때다. 이전처럼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날을 휘두르면 오히려 역풍을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전만큼 압박 수위를 높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 다음날 곧바로 발부되면서 잠시 멈췄던 탄핵 시계의 초침이 다시 움직일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출석으로 임하자 이 같은 최후의 수단을 내민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는 여전히 내란 수괴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고, 내란 세력들은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에 본인과 김홍일 변호사 선임계 및 체포영장 청구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 변호사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체포영장 청구고 형사소송법상 청구 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죄로 소추하는 것에 대해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사고 수습과 내란 사태 진압 모두 중요”
‘버티기’ 돌입한 용산 무너뜨릴 한 방이 없다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이 증거인멸에 대한 염려나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서, 더군다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국가 애도 기간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무대응 기조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 권한대행의 ‘애매한’ 행보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항공 사고 직전까지 여야가 치열하게 싸웠던 헌법재판관을 결국 임명했지만 후보 3명 중 2명만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은 민주당 추천인 정계선 후보와 여당 추천인 조한창 후보자를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논의 절차가 없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유감스럽다”며 “책임과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국무회의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건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불만스러운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미 여야 합의를 마친 헌법재판관을 선별해 임명하는 행위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거부할 권한이 없는데 권한대행이 선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 추천은 이미 의결로 완성된 것인데 무슨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겠나. 최 권한대행은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포함해 3명을 모두 임명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야,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이 집중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박창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섣부른 예단과 진단, 그리고 정쟁의 도구로 이번 사건이 언급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공수처라든가, 각자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 참사가 수습되고 나서 다음에 또 각자의 자리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회복 중

박 부대변인은 대한항공 객실 사무장 출신으로 1997년 괌 대한항공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인물이다. 그는 “전 국민의 아픔이고 사고다. 2차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수습하고 애도하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참사에 대해 음모론을 펼치거나 ‘승무원은 왜 살았냐’ 등 2차 가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는 우리 공동체를 해치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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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