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아니면 말고’ 선 넘은 음모론

유족들 가슴 후벼 파는 ‘펌프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역대 국내서 발생한 항공사고 중 가장 피해가 큰 최악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중 꼬리칸에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음모론이 계속 나오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특히 ‘무속’ ‘북한 공작’ 등 참사와 연관되지 않은 키워드도 등장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대형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는 상관없이 여론 몰이하는 모습이 또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속?  
공작?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났다. 이어 시설물과 정면 충돌,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기체 동체는 후미(꼬리)만 형체를 남기고 활주로 주변 곳곳에 파편으로 튀거나 모두 탔다.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소방항공대, 소방 헬기·소방차 등을 동원해 충돌 사고 43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사고 여객기에는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탑승객 중 태국인 2명을 제외한 179명이 한국인이었다.

12시간여에 거친 구조·수습 작업에도 불구, 최종 사망자는 179명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형체가 남았던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 있던 남·녀 승무원 2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기는 당초 이날 새벽 태국 현지 방콕공항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무안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항공 사고 원인 규명을 도맡은 국토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긴급구조신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 조류 회피 주의 조언(Caution Bird activity)을 했다. 이후 8시59분 사고 항공기 기장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오전 9시3분 사고가 났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 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당국의 조사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음모론자들이 참사에서 이상하다고 꼽은 것은 ▲사고 전날 나무위키에 작성된 사고 관련 글 ▲사고 이틀 전 제주항공 급매로 인한 주가 급락 ▲MBC 제보 영상서 제보자의 일반인답지 않은 침착함 ▲버드 스트라이크라기엔 너무 큰 엔진 폭발 ▲MBC 속보 방송 중 노출된 ‘탄핵 관련: 817’이라는 문구 등이다.

음모론자들은 이를 두고 사고가 아닌 북한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진행했다.

사고 영상도 너무 침착?
테러 배후 의심 글 넘쳐


무안 참사가 예견된 사고라는 음모론은 ‘나무위키 사고 글’ ‘제주항공 주가 급락’ ‘영상 제보자의 침착성’ 등을 근거로 한다. 해당 음모론은 구독자가 백만명에 달하는 자유통일당 성창경 수석대변인의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성 대변인은 지난 29일 ‘충격! 전문가 충격 의혹 제기, 촬영자, 나무위키에 하루 전 사고 예고, 항공사 주가 폭락 등 음모론 확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지난달 30일 오전 기준 약 40만회에 달했다.

성 대변인은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나무위키서 미리 (관련 내용이)나와있었다. 구글서 검색하면 사건 발생 시간보다 17시간 정도 일찍 나무위키에 사건 내용이 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의혹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해당 문서의 생성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3분 15초에 처음 생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검색 화면에서는 마치 해당 문서가 참사가 일어나기 이전에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구글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어 한국 시각보다 캘리포니아 시각이 17시간 빨라서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사고 발생 직후 네이버 카페에선 ‘주식 대량 매도설’까지 제기됐다. 사고 직전 평일인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대량 매도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작성자는 주식 그래프를 첨부해 “오후 1시 소름 돋는 대량 매도는 누구냐”라며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데”라고 썼다.

기업 내부자가 사고 발생을 미리 알고 사고 이전에 대량을 매도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면 ‘대량 매도’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해진다. 먼저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하루 전체 거래량은 12만7126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충격 의혹”
예견된 사고?

문제가 제기된 오후 1시경 매도 금액도 이 중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경의 거래량은 약 1만5000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2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 시가총액 6621억원 규모를 고려할 때 당일의 거래대금 10억4000만원은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매도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고 당시 영상을 두고 계획된 테러라는 주장도 계속 나왔다. 성 대변인은 앞서의 영상서 “MBC가 사고 당시 영상을 찍은 것을 보면 비행기가 벽에 부딪힐 때까지 아주 담담하게 촬영했다”며 “한 전문가가 저에게 ‘계획 테러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요일 아침에 폭발 장면을 일반인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것”이라며 “근처 낙지 공판장 직원이나 어부의 촬영이 아니다. 촬영 위치도 너무 잘 지켰고 촬영 각도와 높이 등도 사전 조사 후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착륙하는 지면을 쭉 이어서 부딪히는 방면까지 촬영한 것이다. (촬영자가)아주 실력자”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는 구독자 94만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봉규씨도 “누가 이렇게 (촬영을 위해)위치해서 사고를 어떻게 처음서부터 끝까지 이렇게 찍을 수 있느냐는 의혹이 있다”며 “착륙해서 사고가 날 때까지 그런 장면을 어떻게 그런 각도서 찍었냐 이게 좀 의문된다.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촬영자 두고
또 다른 의심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인물은 무안공항 바로 옆에서 낙지 직판장을 운영하는 이근영씨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서 “식당 안에 있었는데 (비행기가)내리기 전부터 밖에서 ‘쾅쾅쾅’ 소리가 나서 밖을 쳐다 보니까 비행기가 내렸다”며 “원래대로라면 비행기가 착륙해야 하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위험하다 싶어서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찍게 됐다”면서 성 대변인과 같이 ‘사고 장면을 너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음모론에 대해 “그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평소 이쪽 일반 주차장서도 공항이 다 보인다. 더군다나 이상을 느꼈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가서 찍게 된 것”이라고 촬영 경위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참사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한 방송사의 사고 중계 화면에 1초간 ‘탄핵 관련: 817’이라는 글자가 보였다며 이를 북한의 대남 공작 지침인 ‘817 방침’과 연결지었다.

구독자 157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씨는 지난달 29일 “무정부 무안 참사!”라는 제목의 영상서 MBC가 참사를 보도하던 중 순간 ‘탄핵 관련: 817’ 등의 문구가 적힌 화면이 잠시 방송에 노출된 것에 대해 ‘북한의 대남공작 지령인 817 지령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한 인터넷 언론의 기사를 소개했다.

신씨는 “817 지령이 북한의 대남공작 조직인 문화교류국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면서 “이러니까 사람들이 오해할 만하다. 저는 실수로 보지만 그래도 굉장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대체 이 817은 뭐냐, 한번 좀 자세히 우리가 의미를 파악을 해 봐야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소개한 기사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 ‘817 지령에 뭐야’라고 질문하자 “1987년 8월17일 북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으로, 주로 대남공작 관련 지침을 담고 있다”고 답변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드론으로 엔진 격추?
내란 지시 받은 블랙요원 짓? 

이 같은 북한 연루설에 박차를 가한 것은 ‘버드 스트라이크 답지 않게 충돌 이후 엔진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일반적으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엔진서 발생해도 폭발이 일지는 않는다”며 “마치 자동차 보닛에 길고양이가 들어갔다고 자동차 엔진이 폭발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조류 모형을 한 드론에 폭탄을 실은 후 조종해 엔진 하나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참사가 무속과 관련돼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무속인과 그 신도들이 국가를 장악했는데, 항공기 사고도 우연치곤 이상하다”는 식이었다. 대통령 일가가 건진법사 등 ‘무속인’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두고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블랙요원들이 공항을 폭파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기자가 챗GPT에 숫자를 바꿔 ‘OOO 지령이 뭐야’라고 묻자 신씨가 소개한 기사와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또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고 반박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운항 중에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은 완전히 망가진다”며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장 위험한 상황은 새와 기체의 충돌이 아니라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가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고 엔진을 태우는 것이다. 사고 영상을 보면 이런 정황이 잘 나와 있다”고 조류 드론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한편 무안공항 참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협박 이메일이 법무부에 발송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 한 직원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제주항공 사고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 이메일에는 지난달 31일 밤 한국 도심 여러 곳에 고성능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소행’
협박 이메일

이 메일은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으로 발송됐으며, 일본어와 영어 등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 이름은 지난해 8월 국내 공공시설 여러 곳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했던 이메일의 발신자와 같다.

당시 실제 이름이 ‘가라사와 다카히로’인 일본의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번에 신고가 접수된 이메일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기존 사건들과 병합 수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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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