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아니면 말고’ 선 넘은 음모론

유족들 가슴 후벼 파는 ‘펌프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역대 국내서 발생한 항공사고 중 가장 피해가 큰 최악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중 꼬리칸에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음모론이 계속 나오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특히 ‘무속’ ‘북한 공작’ 등 참사와 연관되지 않은 키워드도 등장하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대형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는 상관없이 여론 몰이하는 모습이 또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속?  
공작?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났다. 이어 시설물과 정면 충돌,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기체 동체는 후미(꼬리)만 형체를 남기고 활주로 주변 곳곳에 파편으로 튀거나 모두 탔다.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소방항공대, 소방 헬기·소방차 등을 동원해 충돌 사고 43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사고 여객기에는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탑승객 중 태국인 2명을 제외한 179명이 한국인이었다.

12시간여에 거친 구조·수습 작업에도 불구, 최종 사망자는 179명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형체가 남았던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 있던 남·녀 승무원 2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기는 당초 이날 새벽 태국 현지 방콕공항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무안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항공 사고 원인 규명을 도맡은 국토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긴급구조신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 조류 회피 주의 조언(Caution Bird activity)을 했다. 이후 8시59분 사고 항공기 기장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오전 9시3분 사고가 났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 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당국의 조사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참사를 둘러싼 음모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음모론자들이 참사에서 이상하다고 꼽은 것은 ▲사고 전날 나무위키에 작성된 사고 관련 글 ▲사고 이틀 전 제주항공 급매로 인한 주가 급락 ▲MBC 제보 영상서 제보자의 일반인답지 않은 침착함 ▲버드 스트라이크라기엔 너무 큰 엔진 폭발 ▲MBC 속보 방송 중 노출된 ‘탄핵 관련: 817’이라는 문구 등이다.

음모론자들은 이를 두고 사고가 아닌 북한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진행했다.

사고 영상도 너무 침착?
테러 배후 의심 글 넘쳐

무안 참사가 예견된 사고라는 음모론은 ‘나무위키 사고 글’ ‘제주항공 주가 급락’ ‘영상 제보자의 침착성’ 등을 근거로 한다. 해당 음모론은 구독자가 백만명에 달하는 자유통일당 성창경 수석대변인의 영상으로 퍼져나갔다. 

성 대변인은 지난 29일 ‘충격! 전문가 충격 의혹 제기, 촬영자, 나무위키에 하루 전 사고 예고, 항공사 주가 폭락 등 음모론 확산’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지난달 30일 오전 기준 약 40만회에 달했다.

성 대변인은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해 나무위키서 미리 (관련 내용이)나와있었다. 구글서 검색하면 사건 발생 시간보다 17시간 정도 일찍 나무위키에 사건 내용이 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의혹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해당 문서의 생성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33분 15초에 처음 생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검색 화면에서는 마치 해당 문서가 참사가 일어나기 이전에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구글 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어 한국 시각보다 캘리포니아 시각이 17시간 빨라서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사고 발생 직후 네이버 카페에선 ‘주식 대량 매도설’까지 제기됐다. 사고 직전 평일인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대량 매도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작성자는 주식 그래프를 첨부해 “오후 1시 소름 돋는 대량 매도는 누구냐”라며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데”라고 썼다.

기업 내부자가 사고 발생을 미리 알고 사고 이전에 대량을 매도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면 ‘대량 매도’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해진다. 먼저 지난달 27일 제주항공 주식 하루 전체 거래량은 12만7126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충격 의혹”
예견된 사고?

문제가 제기된 오후 1시경 매도 금액도 이 중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경의 거래량은 약 1만5000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2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 시가총액 6621억원 규모를 고려할 때 당일의 거래대금 10억4000만원은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매도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고 당시 영상을 두고 계획된 테러라는 주장도 계속 나왔다. 성 대변인은 앞서의 영상서 “MBC가 사고 당시 영상을 찍은 것을 보면 비행기가 벽에 부딪힐 때까지 아주 담담하게 촬영했다”며 “한 전문가가 저에게 ‘계획 테러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요일 아침에 폭발 장면을 일반인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것”이라며 “근처 낙지 공판장 직원이나 어부의 촬영이 아니다. 촬영 위치도 너무 잘 지켰고 촬영 각도와 높이 등도 사전 조사 후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착륙하는 지면을 쭉 이어서 부딪히는 방면까지 촬영한 것이다. (촬영자가)아주 실력자”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는 구독자 94만 유튜브 채널 운영자 이봉규씨도 “누가 이렇게 (촬영을 위해)위치해서 사고를 어떻게 처음서부터 끝까지 이렇게 찍을 수 있느냐는 의혹이 있다”며 “착륙해서 사고가 날 때까지 그런 장면을 어떻게 그런 각도서 찍었냐 이게 좀 의문된다.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촬영자 두고
또 다른 의심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인물은 무안공항 바로 옆에서 낙지 직판장을 운영하는 이근영씨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서 “식당 안에 있었는데 (비행기가)내리기 전부터 밖에서 ‘쾅쾅쾅’ 소리가 나서 밖을 쳐다 보니까 비행기가 내렸다”며 “원래대로라면 비행기가 착륙해야 하는 방향이 반대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위험하다 싶어서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찍게 됐다”면서 성 대변인과 같이 ‘사고 장면을 너무 완벽하게 촬영했다’는 음모론에 대해 “그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평소 이쪽 일반 주차장서도 공항이 다 보인다. 더군다나 이상을 느꼈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가서 찍게 된 것”이라고 촬영 경위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참사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한 방송사의 사고 중계 화면에 1초간 ‘탄핵 관련: 817’이라는 글자가 보였다며 이를 북한의 대남 공작 지침인 ‘817 방침’과 연결지었다.

구독자 157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혜식씨는 지난달 29일 “무정부 무안 참사!”라는 제목의 영상서 MBC가 참사를 보도하던 중 순간 ‘탄핵 관련: 817’ 등의 문구가 적힌 화면이 잠시 방송에 노출된 것에 대해 ‘북한의 대남공작 지령인 817 지령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한 인터넷 언론의 기사를 소개했다.

신씨는 “817 지령이 북한의 대남공작 조직인 문화교류국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면서 “이러니까 사람들이 오해할 만하다. 저는 실수로 보지만 그래도 굉장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대체 이 817은 뭐냐, 한번 좀 자세히 우리가 의미를 파악을 해 봐야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소개한 기사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 ‘817 지령에 뭐야’라고 질문하자 “1987년 8월17일 북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으로, 주로 대남공작 관련 지침을 담고 있다”고 답변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드론으로 엔진 격추?
내란 지시 받은 블랙요원 짓? 

이 같은 북한 연루설에 박차를 가한 것은 ‘버드 스트라이크 답지 않게 충돌 이후 엔진서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일반적으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엔진서 발생해도 폭발이 일지는 않는다”며 “마치 자동차 보닛에 길고양이가 들어갔다고 자동차 엔진이 폭발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조류 모형을 한 드론에 폭탄을 실은 후 조종해 엔진 하나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참사가 무속과 관련돼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무속인과 그 신도들이 국가를 장악했는데, 항공기 사고도 우연치곤 이상하다”는 식이었다. 대통령 일가가 건진법사 등 ‘무속인’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두고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블랙요원들이 공항을 폭파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기자가 챗GPT에 숫자를 바꿔 ‘OOO 지령이 뭐야’라고 묻자 신씨가 소개한 기사와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또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고 반박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운항 중에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은 완전히 망가진다”며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장 위험한 상황은 새와 기체의 충돌이 아니라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들어가 엔진 내부를 망가뜨리고 엔진을 태우는 것이다. 사고 영상을 보면 이런 정황이 잘 나와 있다”고 조류 드론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한편 무안공항 참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협박 이메일이 법무부에 발송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 한 직원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제주항공 사고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 이메일에는 지난달 31일 밤 한국 도심 여러 곳에 고성능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소행’
협박 이메일

이 메일은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으로 발송됐으며, 일본어와 영어 등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이 이름은 지난해 8월 국내 공공시설 여러 곳을 상대로 폭탄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했던 이메일의 발신자와 같다.

당시 실제 이름이 ‘가라사와 다카히로’인 일본의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번에 신고가 접수된 이메일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기존 사건들과 병합 수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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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