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아직도 유해가 방치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30일,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 당국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냉동고를 설치해 오후 4시면 모든 희생자가 냉동고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유가족협의회는 시신 훼손과 부패를 막기 위해 희생자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 설치를 정부 측에 건의했다. 그러나 계획보다 설치가 늦어지면서 유가족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국은 이날 오후 9시31분쯤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을 안치할 용도의 냉동고 11개 설치를 마쳤다.
박 대표는 “컨테이너가 이제서야 도착해 (냉동고)조립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경제부총리가 동행한 직원들에게 (냉동고 설치가)‘잘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은)‘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마지막까지 예우해야 하지만, 현재 격납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면서 “인간적으로 너무하다. 관료분들 정말 너무하다”고 눈물을 삼켰다.
이어 “정부 관료는 유가족을 달래려 좋은 소리만 하고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유가족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협의회가 요구했던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는 31일, 오후 중으로 조성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날 현재까지 수습 당국은 현재 지문 대조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32명 중 1차 DNA 대조서 17명, 2차에선 10명을 각각 확인했다. 이로써 사망자 179명 가운데 17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나머지 5명은 DNA 불일치 등으로 추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문 채취가 어려운 33명의 유전자 시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유가족들의 유전자와 비교 분석 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피해자들의 유해를 수사기관의 검시 등 절차가 마쳐지는 대로 가족에게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유가족은 절차를 마치고 시신을 인도받아 각 연고지 장례식장서 장례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만, 다수의 시신이 훼손 정도가 심각해 유가족들이 모두 시신을 인도받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습 당국 관계자는 앞서 “흩어진 시신을 모두 인도할 때까지 사고 발생일로부터 최장 열흘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7C 2216편은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으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시설)와 활주로 외벽을 잇따라 충돌했고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고, 구조된 남·녀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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