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결함? 정면충돌? 제주항공 사고, 무엇이 참사 키웠나

블랙박스 일부 훼손…
시간 더 소요될 수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179명의 국내 항공업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한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경 전남 무안군 망운면 소재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가 U자형 활주로를 이탈(오버런)한 후 그대로 외벽 담장과 정면 충돌했다.

담장과 충돌한 기체는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면서 이내 화염과 매캐한 매연에 휩싸였다. 긴급 출동한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거센 불길로 인해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이날 충돌사고로 기장 및 승무원 포함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존했다. 2명의 생존자는 꼬리 부분에 있던 남녀 승무원으로 30대 남성과 20대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의 항공사고 조사와 별개로 경찰도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설 전망이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 파악과 현장 감식, 유족 심리상담 등을 지원한다.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이 이끄는 과학수사요원 169명으로 꾸려진 지원단이 투입됐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이 이끄는 전담 수사본부(579명 규모)도 차려졌다. 수사본부는 국토부 사고조사단과 함께 관련자 진술·자료 확보를 통해 사고 책임 소재, 과실 여부 등에 대해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규모 항공사고로 사안이 엄중하고 정부 차원의 책임 규명 약속이 있었던 만큼, 기초 사실관계 파악을 거쳐 공식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도 이종혁 광주지검장을 본부장을 필두로 광주지검 형사3부·공공수사부,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2부 등 3개 팀 검사 총 16명 규모로 대책본부를 꾸렸다. 검찰 대책본부는 시신 검시부터 참여하며 경찰과 함께 철저한 사고 원인·진상 조사에도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제주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으나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일각에선 ▲새떼와의 충돌 ▲착륙 시도 시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기체 이상 ▲짧았던 활주로 ▲낮은 고도서 왜 급박하게 재착륙을 해야 했는지 등의 의문점도 제기된다.

착륙에 앞서 해당 여객기의 오른쪽 엔진서 불꽃과 함께 흰색 연기가 발생한 점,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이고 실제로 철새 도래지인 만큼 조류 충돌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 6년간 무안공항서 조류 충돌이 10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착륙에 앞선 8시57분경 관제탑서도 해당 여객기에 조류 충돌 경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약 2분 후 여객기 기장은 관제탑에 ‘메이데이’(조난 긴급신호)를 타전했다.

이후 관제탑은 착륙 예정이었던 01 활주로 대신 19 활주로 착륙을 허가했고 여객기 기장도 해당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여객기의 랜딩기어는 내려오지 않았고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채 기체는 활주로를 미끄러지듯이 질주했다. 제동력을 상실한 기체는 U자형 활주로를 그대로 지나친 후 외벽 담장과 그대로 정면 충돌했다. 관제탑서 착륙 허가를 내준 뒤 불과 10분 만이었다.


랜딩기어 미작동은 기체 이상과의 결함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기체 점검 및 정비 이상이나 무리한 운항 일정 등의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이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해당 항공기에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의 미작동은 별개의 문제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엔진으로 연결된 장치에 의해 랜딩기어가 작동하는 것은 맞지만 한쪽 엔진이 멈추더라도 다른 쪽 엔진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해당 여객기의 오른쪽 엔진 한쪽에만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랜딩기어는 구조상 양쪽 엔진 모두 정지됐을 경우에도 부기장 석 쪽의 수동 레버로 작동시킬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작동과 연동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랜딩기어가 고장나더라도 착륙 시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참사가 하루도 지나지 않은 30일 오전, 동종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했던 것으로 알려져 기체 이상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또 낮은 고도서 왜 급작스럽게 활주로를 변경했는지도 의문이다.

당국은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가 저장된 블랙박스를 기체 꼬리서 수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중 비행기록장치가 일부 훼손된 것으로 알려져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상적인 블랙박스의 경우 수개월의 물리적인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3.7km인 인천국제공항, 3.6km인 김포국제공항보다 800~900m 짧다. 이렇듯 타 공항에 비해 활주로가 다소 짧아 참사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도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착륙 시 제동과 조종이 어렵다. 비상 상황에선 충분한 (활주로)길이가 사고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물론 이는 정상적 랜딩기어 작동 시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각에선 기체 안에 남아 있던 연료가 폭발하면서 참사를 키운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여객기는 원인 미상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동체 착륙으로 활주로에 진입했다. 동체 착륙 시엔 활주로와 기체의 마찰로 인해 엄청난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화재로 연결될 경우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객기엔 날개 주변의 탱크서 연료를 분사시키는 ‘퓨엘 덤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기능이 작동했더라면 화재의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해당 기종은 주로 단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소형항공기로 해당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기종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당시 비행거리 등을 감안할 때 남아 있던 연료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지금 상황만 보면 이미 방콕서 5시간 반을 왔기 때문에 약 30분, 최고로 45분 정도 연료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줄일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방 전문가들은 관제탑과 여객기 기장과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활주로 부근에 소방 인력이나 장비가 준비되지 못한 점, 활주로에 제동을 도울 수 있는 약품 처리가 되지 못한 점 등 무안공항의 미흡한 대처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물론,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서 이 같은 조치를 일사불란하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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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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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