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하게 끌려간 윤석열 구속 막전막후

우두머리 잡혀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배경으로 한 숨바꼭질이 막을 내렸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까지 이뤄진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지난 15일 한남동 관저서 체포된 뒤 나흘만이다. 현재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일촉즉발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내란죄 피의자이자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31일 발부됐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불소추(불기소)특권을 갖지만 내란죄와 외환죄는 예외 사항이다.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이에 해당되면 긴급체포 또는 구속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서울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지난달 18·25·29일 세 차례의 통보가 이뤄졌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이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불응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을 통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통상 세 차례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공조본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 역시 윤 대통령이 출석요구서를 고의로 거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를 꾸준히 부인해 왔다.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는 “헌법 절차에 따라 국회 요구로 2~3시간 만에 해제되는 내란이 어디 있나, 이런 생각을 (대통령이)갖고 있다”며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 상황이지만 그런 헌법적 권한 행사가 필요할 만큼 비상 상황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용산은 시종일관 버티기 전략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지 않는다”며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체포와 수색영장 발부가 위법·무효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도 제기했다.

차례 출석 요구에도 뭉개기
체포부터 구속까지 속전속결

체포영장 청구·발부 역시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이 집행됐지만 경호원들은 경호법과 경호구역 등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공수처는 영장 집행 약 5시간 만에 관저서 철수했다.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결국 윤 대통령은 관저를 빠져나왔다. 이날 저녁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경호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진보·보수 시위대 간의 충돌 위험성과 국민 여론이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을 받아들이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윤 대통령은 곧바로 구속 기로에 섰다. 여당은 “구속 요건인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부정선거 망상을 계속 퍼뜨리고 있다며 풀려나면 나라가 더 혼란해질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날 윤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무위원을 무리하게 탄핵하면서 국정이 어려워지자 이를 국가 비상 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45분간 자신의 비상계엄은 ‘정상적 통치 행위’라고 항변한 것이다.

아울러 비상 계엄을 통해 무너진 질서를 유지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란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새벽 3시경 구속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최대 사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인 부분이 구속영장 발부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체포 가능성을 8할 이상으로 봤다. 비상계엄을 지시한 김 전 국방부 장관과 그 무리들이 무더기로 구속되지 않았나. 이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만 풀려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와 극우 단체가 법원의 정문 유리를 부수고 안으로 난입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닥치는대로 집기를 부수고 법원 울타리에 ‘좌파 판사 카르텔 척결’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다. 결국 경찰은 구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45명을 체포 및 연행했다.

시종일관 버티기 전략 와르르
“윤상현·나경원도 처벌” 주장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구속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납득하기 힘든 반헌법, 반법치주의의 극치”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헌법서 부여한 긴급권 행사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국가적 비상 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호소하고자 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사법적 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 이론의 기본”이라며 “더구나 헌법상 국가 최고 지위에 있는 현직 대통령이 한 일을 형법의 내란 범죄로 몰아가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역시 “현직 대통령 구속에 따른 파장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초석”이라고 밝혔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한 내란 범죄 주동자에게 맞는 상식적인 법원의 판결”이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은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공권력과 충돌하도록 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에 당부한다. 수사를 거부하는 내란 수괴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란다”며 “공수처가 헌정 질서의 회복을 갈망하는 국민 목소리에 응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다.

혁신당은 논평을 내고 “국회서 통과된 내란 특검이 출범하면 내란에 동조하고 내란을 선전 선동한 윤석열 일당 모두를 적발해 처벌해야 한다”며 “위헌 정당 ‘내란의힘’ 해산 심판 청구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야당의 내란’을 일러바치고 오겠다는 국민의힘 윤상현·나경원도 체포해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사필귀정”이라고 덧붙였다.

꺾인 자존심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수용번호를 받은 뒤 카키색 수용자복을 입고 3평 남짓한 독방서 지낼 예정이다.


철옹성 같던 버티기 전략에 금이 갔다. 이제는 벌어진 그 틈을 매섭게 파고들 일만 남았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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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