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이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체포영장 집행)저지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현행범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국회의원들이 체포 저지를 천명하고 관저 앞에 있었다.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이분들이 가서 저지하면 이 역시 현행범 아니냐”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다.
앞서 윤상현·나경원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모여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육탄 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결성된 이른바 ‘백골단’에 대해서도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체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의 질의는 수사기관에 여당 의원들의 체포 방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질문 자체가 수사기관에게 영장 집행을 막는 여당 의원들을 체포해야 한다는 유도성 질문을 던져 압박을 가하는 정치적 시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록 ‘저지를 적극적으로 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현재 경찰 수장을 맡고 있는 이 직무대행의 이날 답변은 수사기관에 체포영장 집행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같은 관점에서 이 직무대행의 발언은 민주당 의원의 강경 대응 촉구에 대한 답변이면서도 현직 의원이라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도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서 ‘영장을 집행하는 데 국회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막는다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느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영장 집행을 방해할 시에는 공부집행방해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답한 바 있다.
오 공수처장은 ‘국회의원들도 현행범 체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현행범 체포가 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체포를 하겠다”가 아닌 “체포된다”는 공수처장의 발언은 비상계엄 수사를 맡고 있는 기관장의 답변으로는 다소 소극적이지 않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이후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무용론’에 시달리고 있다. 조직의 명운까지 걸고 어떤 식으로든 윤 대통령에 대한 조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2차 집행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에 함께 나서게 될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2차 집행 과정서 유혈 사태 없이 집행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공수처는 국수본과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며 막바지 조율 중이다.
특히 공수처는 이날 경호처와 국방부에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가 아니다’라며 경호처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2차 집행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필두로 경호처는 여전히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관저 주변에 철조망을 두르는가 하면, 쇠사슬을 묶어두는 등 만반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대통령 관저 경호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차장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 중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체포 시도에 협조하지 않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받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서 “인명피해나 유혈 사태 없이 (영장을)집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집행 방해 시 경호처 직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 등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법원의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벌써 6일이나 지났지만 수사기관은 머리만 싸맨 채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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