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잃어버렸는데 비행기 값 좀…” 구걸 사기 주의보

휴가 복귀 중인 군장병에 금전 요구
적반하장 사기꾼 “경찰에 고소해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휴가를 마치고 부대 복귀하던 군 장병이 사기꾼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을사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한 보배드림 회원은 ‘군인인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날 가입한 보배 회원 A씨는 “12월31일 오후 7시경, 부산서 출발해 수원역에 내려 휴가 복귀 중이었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다가와 ‘군인에게 죄송한데 휴대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려 집을 못 가고 있다. 집이 제주도라서 비행기 값만 빌려주시면 집 가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고 송금드리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그가 ‘15만원이면 될까요?’라고 묻자 사기꾼은 ‘턱도 없다. 비행기 값으로 30만원은 든다’고 웃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교통비 없었을 때 빌려주셨던 어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는 A씨는 당시 수중에 있던 현금 30만원과 함께 계좌번호, 연락처를 건넸다. 이후 “꼭 집에 잘 들어가시고 연락 달라”며 수원역 인근에 설치된 제주항공 분향소 앞에서 헤어졌다.

이후 이 같은 구걸이 ‘자주 있는 일이고, 사기수법이라는 것을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CCTV가 있는 역에서, 전투복 입고 있는 군인인 제게 이런 사기를 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게 후회스럽다”며 “신고하겠다고 문자 보냈더니 ‘고소해야 할 사안이다. 외출·외박 나오면 고소장을 접수해라’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할당된 휴가를 모두 소진했고, 외출·외박이 불가능한 부대에 있다. 머리로는 글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잘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마무리했다.

실제로 수원역사 로비 인근과 의정부역 광장에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를 애도하는 합동분향소가 같은 달 30일부터 설치돼있다.

보배 회원들은 “좀 비싼 돈으로 쓴 경험 한번 하셨다. 다음부턴 경찰서 가자고 하시라” “너무 오래전부터 있어 온 낡은 수법인데 당하셨다. 30만원 수업료 내고 배웠다고 생각하시고 잊는 게 마음의 상처를 덜 받는 길이에요” “사회가 따뜻하지만은 않죠. 그렇게 배워가는 거죠. 저도 겪어봤다” 등 위로 댓글을 달고 있다.

그는 댓글을 통해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사기인 게 보이는데 당시엔 그게 왜 안 보였을까요?” “휴대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리셨다고 하길래 설마설마 했다” “20세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돼버릴 줄 몰랐다. 다음번엔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지나갈 것 같다” “올해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신경써야겠다” 등 감사 인사를 전했다.

A씨는 “제가 돈을 잃은 것만이 문제가 아닌 다른 군인들도 충분히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휴가 중이거나 군 부대로 복귀하는 군 장병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12시39분 “경찰서 휴가 나와서 직접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해줘서 일단 3월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댓글 이후로 A씨는 더 이상 댓글을 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경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국 지방자치단체서 운영 중인 ‘행려자 귀가여비 지원’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기당할 위험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사기도 사전 예방할 수 있다.

행려자란 주거지가 아닌 지역서 떠돌아 다니는 숙식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데, 각 지자체서 이들의 숙박비,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신청 기간은 상시며, 방법은 구비 서류(신분증) 지참 후 각 지자체를 찾아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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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