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10만원이라고?” 자갈치신동아시장 회 바가지 논란

보배드림에 “부산여행 가서 ‘당했다’ 느껴”
‘주작 의심’ 제기되자 이튿날 해명 추가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가족들과 함께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활어회를 먹으러 갔다가 바가지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한 누리꾼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부산 자갈치시장서 완전 바가지 맞은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부모님과 와이프, 아이와 함께 기분 좋게 부산여행을 갔다가 마지막 날(지난 22일), 자갈치시장에 회를 먹으러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정도 바가지는 예상하고 갔지만, 저 두 개가 10만원이다. 받는 순간 ‘너무 크게 당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2개의 팩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는 연어 소자였고, 다른 하나는 제철 활어회인 밀치회였다. 게다가 연어는 막 잡은 것도 아닌 냉동 연어였다.

A씨가 찾았던 음식점은 1층서 회를 구매한 후 2층(초장집)서 약간의 상차림비를 받고서 먹는 구조였다. 회 가격이 양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했던 그는 초장집 사장에게 ‘원래 이 가격에 이만큼의 양이 적당하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정말 기분좋은 여행이었는데 마지막에 화가 났다”면서도 “그래도 2층 식당 사장님 매운탕은 맛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눈팅만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첫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회원들은 17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누르며 자갈치시장의 바가지 회 가격에 대해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소래포구(인천), 자갈치시장 등등 가지 말라고 말해도 가셔서…”라는 베스트 댓글 1위에 A씨는 “가기 전에 자갈치는 절대 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가자고 했다. 눈물을 머금고 갔는데 이렇게 당하고 왔다”고 황당해했다.

한 회원은 “갈 때 가더라도 광어는 얼마, 도미는 얼마인지 정확히 물어보고 결정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자신을 부산 사람이라고 밝힌 ‘먹OOOO’은 “그 XX들, 고기 바꿔치기하고 모자라면 추가하라고 한다. 추가는 전에 잡았던 고기 숨겼다가 준다. 당하지 않으려면 그 자리서 보고 있어야 한다”며 “그 동네 말고 다른 동네 횟집 가서 드시면 더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 ‘우OOO’도 “그러길래 왜 거길 가셨나? 자갈치는 원래 횟집이 아닌 시장이었는데 요즘은 횟집으로 완전히 굳어진 분위기”라며 “부산서 회는 동네 로컬로 가는 게 맞다. 바다 보면서 회 먹는 것도 아닌데 자갈치 가셔서 바가지 쓰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주작이 의심된다는 댓글도 3위 베스트에 올라 있다. 함께 첨부한 신용카드 매출전표에 금액만 찍혀 있을 뿐, 상세한 품목이 표기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1층서 횟감을 구매했을 경우 스티로폼으로 된 포장용기에 담아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자신을 자갈치시장 20년 단골이라고 밝힌 회원 ‘오징OO’은 “자갈치시장은 서울 노량진시장과 다르게 1층서 연어회 취급을 하지 않는다”며 “회는(포장용 용기가 아닌)접시에 담아주고 손님에게 들고 가라고 하지 않고 접시에 썰린 횟감을 2층 직원이 갖고 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 회원에 따르면, 자갈치시장은 시장 음식점마다 전광판에 활어 가격이 kg당 가격으로 표기돼있으며 5만원어치, 10만원어치씩 판매하지 않고 있다. 또 자갈치시장 조합에 해당 내용을 신고할 경우, 환불이 가능하며 해당 업주는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다.

회원 ‘아OOOOO’은 “영수증을 보시라. 뭘 사고 팔았는지 품목이 없다. 처음부터 사기질이다. 뭘 얼마나 팔아 먹었는지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자갈치 인근 수산시장에 근무한다’고 밝힌 한 회원도 “(주작)냄새가 솔솔 난다. 자갈치시장서 저렇게 나오면 번영회서도 난리가 날 것”이라고 의심했다.

부산에 거주 중이라는 일부 회원들도 “저 정도까진 아닌데 (주작이)의심스럽다. 비싸고 양이 적긴 하지만 저 정도까진 아니다” “1층서 회 구매해서 2층 초장집으로 갈 경우 포장용 용기에 나오지 않으므로, 99% 주작 냄새가 난다. 다 먹고 난 다음 남은 거 담은 느낌이 든다. 사실이라면 영수증 상호 공개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회원 ‘woaOOOOOO’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는 초장집 대박이다. 가보고 싶은데 어딘지 알려달라. 자갈치시장 활어센터든, 근처 횟집이든 포장이 아닌 이상 일회용 용기에 회 담아주는 곳이 전국에 있나? 조만간 큰일날 듯”이라고 비꽜다.

이 외에도 “이걸 10만원주고 받을 사람이 있나? 왜 그러시는지?” “연어와 밀치가 2팩에 10만원은 진짜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밀치가 아니고 다른 고급 어종이면 가능할 것” “자갈치시장서 연어를 판다고요? 영수증 세부내역이나 가게 파는 생선들 사진 같이 올려달라. 주작인지 몰라서 중립기어 박겠다” “활어회 파는 곳에서 냉동 연어를 판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밀치는 어시장서 가장 저렴한 어종으로 한 팩의 양이 5만원이면 바가지 수준을 넘은 것이라는 댓글도 다수 눈에 띈다. 현직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사진 속의 밀치 양에 대해 “밀치 도매가는 1kg당 1만원 내외인데 0.5kg짜리 한 마리 잡아서 반반씩 담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부 회원들이 해당 업체의 상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A씨 입장에선 마냥 쉽게 공개할 수도 없다.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되레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인 탓이다. 

A씨의 주장과는 달리 자갈치시장이 아닌 자갈치신동아시장으로 확인됐다. 

자신을 자갈치시장 상인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부산엔 그냥 자갈치시장 건물과 자갈치신동아시장 건물 두 군데가 있고, 자갈치시장 근처서 사셔도 자갈치시장이라는 말이 나와 자갈치시장 건물에 있는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자갈치시장 건물은 조합이 잘 형성돼있고 바가지나 저울치기, 바꿔치기 등 민감한 이슈들은 철저히 단속하고 징계가 이뤄지고 있으니 헷갈려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회원도 “상호 오픈하시라. 자갈치시장 상인회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자갈치시장과 신동아와는 엄연히 다른 건물로 상인회도 다르다”고 거들었다.


주작 댓글이 상당수 달리자 A씨는 25일, 두 번째 글을 통해 “언론서 1팩만 나오는데 1팩이 아니라 2팩을 받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게 쓴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포장 용기에 대해 말씀이 있었다. 구매처서 자리값 내고 먹고 가라고 했는데 차량 주차한 건물 2층서 먹겠다고 하니 스티로폼팩에 포장해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갈치시장은 처음이라 같은 건물인 줄 알았으나 2개의 건물이 있었다. 2팩만큼의 연어회 및 밀치회가 5만원씩이라 저는 바가지를 썼다고 느껴졌는데, 신동아시장에선 원래 이 정도 수준의 양인지 의아하다”고 물었다.

아울러 “주작이라는 분들이 많은데 오해가 있어 보이게 글을 쓴 점은 죄송하다”면서도 “글 내용에 하나의 거짓도 없다.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 매체서 1팩 사진과 함께 회 가격을 10만원으로 보도하자 2팩이었다고 해명한 셈이다.

상인회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매월 둘째주 넷째주 화요일은 휴무로 운영 중이다. 이날 <일요시사>에 “당직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해당 상인회 관계자는 “자갈치시장 회 가격 논란은 뉴스로 들어서 알고 있지만, 오늘은 휴무일이고 직원분들이 출근하지 않아서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에게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날 해당 판매 업주는 JTBC <사건반장>과의 인터뷰서 “(손님이)‘연어 5만원어치, 밀치 5만원어치만 주세요’라고 해서 연어 가득 담은 도시락과 밀치 가득 담은 도시락(을 드렸다)”라며 “여기서 드시고 가셔도 된다고 했는데 갖고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갖고 가겠다고 하시길래)도시락에 넣어 드렸고 포장해 간다고 했기 때문에 가득 담아서 많이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을 위에서 보면 세 겹이다. 세 겹이면 보통 가득 담아서 한 접시 나온다. 착착 쌓아 넣었기 때문에 도시락에 담은 걸 접시에 담으면 한 접시가 가득 나온다”고 반박했다. 즉, 포장용 스티로폼 용기에 넣어준 것도 사실이고 “바가지를 당했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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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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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