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서 뛰어내리면 폰 줄게” 협박한 초·중 학폭 가해자들

“신고? 협박죄로 고소하겠다” 적반하장 부모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아파트 베란다, 그곳은 저학년 초등학생 A(10)양에겐 지옥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지난 5월,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가해자 무리를 따라나섰던 A양은 상상도 못했던 공포에 휩싸였다. 중학생과 동급생 및 상급생(6학년)이 그를 아파트 베란다에 가두고 핸드폰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뛰어내려, 그럼 핸드폰을 줄게.” 가해 학생들의 협박에 A양은 절망감에 빠졌다. 울부짖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가해 학생들의 방관과 웃음소리 뿐이었다. 심지어 이들 중 중학생은 울고 있는 모습을 놀리듯 핸드폰으로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A양은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난간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 2층 높이서 추락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가해자들의 집으로 올라갔지만, 그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농락했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맨발로 인근 친구 집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친구가 집에 있어 부모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이후 경찰이 개입하고 나서야 핸드폰과 신발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은 A양은 사건 이후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불 꺼진 방에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학교 가는 것조차 버겁다. 가해 학생들이 모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A양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용서를 거부하고 있다.


A양 부모 B씨 주장에 따르면, 심지어 이후 초등학생 가해자 중 한 명은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반성문을 썼지만 주변 친구들에겐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다. 

가해자 무리 중 동급생은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되기 전에 발빠른 학교 조치로 다른 반으로 옮겨졌다. 이후 학폭위 심의 결과, 가해 학생들에겐 교내 봉사인 3호 처분이 내려졌다. 자칫 잘못 추락했다가 사망, 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당할 수도 있을 뻔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교내 봉사 처분이 내려진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실제로 가해 학생이 1~3호 조치를 이행 기간 내 수행 시 해당 학교 졸업과 동시에 학교폭력(학폭) 기록은 삭제된다. 1호 조치가 서면 사과, 2호는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는 교내 봉사다.

다만, 조건부 기재유보 관리대장에 별도로 기재를 해둔다. 이후 동일 학교급에 재학하는 동안 다른 학폭 사건으로 다시 다른 조치를 받게 되면 기재유보돼 있던 조치까지 모두 생기부에 기재된다.

해당 사연은 지난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B씨가 학폭 관련으로 도움을 청한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세상에 악마가 너무 많다” “신상 공개 좀 해달라” “요즘 애들 진짜 사악하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너무 화나서 숨이 막히네” 등 공분을 표했다.

안타까운 부분은 A양이 계속 가해자들과 마주쳐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해 학교에 전학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가해 학생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에 다니는데도 오히려 피해 학생이 전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B씨가 어이없어하는 점은 또 있다. 가해 학생 부모가 되레 ‘협박죄’를 운운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어떤 상황인지 보고 연락드리거나 혹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협박죄로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은 아직도 갇혀있던 트라우마 때문에 불꺼진 방에서 잠을 못자는데, 가해자들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는 재범이 없을 경우, 6학년에 학교 자체의 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워준다고 한다”며 “11월13일 법원에 출석하는데 솜방망이 처벌일 것 같다. 우리딸은 꼭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데 어떻게 힘이 되어줘야 할까?”라고 자문을 구했다.

30일, <일요시사>는 ▲학교명 ▲관할 교육청이 어디인지 ▲동급생 외 나머지 2명의 가해자들이 받은 구체적인 학폭위 처분 결과 등의 취재를 위해 B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통상 학폭 사건은 학교장 자체 해결, 관할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및 재판을 통해 처리된다.

2020년 3월1일부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가해·피해 학생이 다니는 학교가 아닌, 각 교육지원청 단위에 설치되는 학폭위를 통해 열리며 심의는 피해자와 가해자 대면을 원칙으로 한다.

단, 피해 학생이나 보호자가 교육청의 학폭위 회부를 원하지 않는 경미 사안일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학폭위에 회부할지,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할지의 여부는 각급 학교에 설치된 학폭 전담기구서 결정하고 있다.

피해 및 가해 학생과 보호자가 학폭위에 참석해 심문을 받게 된다. 다만, 피해 및 가해 학생 측의 요구가 있거나 출석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전화, 화상, 서면 등의 심의 방식도 가능하다.

학폭위는 학교가 신고를 접수한 날로부터 2주 안에 실시하도록 돼있으며, 학교장 권한으로 1주 연기가 가능하다. 위원은 변호사가 맡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부모 위원들로 구성돼있다.

심문은 피해 학생부터 진행되며, 가해 학생에 대한 심문이 이어진다.

당사자 심문이 끝나면 위원들이 회의를 갖고 학폭 여부, 가·피해자 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도록 하며, 결과는 학교장이 양 당사자들에게 통보하도록 돼있다.


가해 학생은 초기에 학폭위를 통해 조치받으며, 피해 학생 측은 별개로 형사처벌을 위해 경찰 또는 검찰에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보호재판으로 넘겨지는데, 형법 제9조에 따라 전과기록이 남는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단, 범죄 정도에 따라 보호관찰소로 인계하는 보호관찰처분, 규정된 시설에 인계하는 시설위탁처분, 소년원 송치처분 등 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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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