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학폭 전담조사관 무용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9 10:35:00
  • 호수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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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책임은 교사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다음 달부터 초·중·고에 접수되는 학교폭력(이하 학폭) 사안은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하 학폭조사관)이 맡아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대통령-현장교원 간담회’서 “학폭 업무를 교사 업무서 빼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른 후속 정책이다. 공고 내용을 본 교사들은 “결국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다.

앞서 교육부는 학폭조사관으로 전직 경찰과 퇴직 교사 등 2700명을 선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겠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 2일부터 학교에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전담 조사관이 해당 학교를 방문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도입에 나섰다.

눈칫밥만

학폭조사관 선발 대상은 학교폭력 업무나 생활지도, 학생 선도 경력이 있어야 한다. 공고문에 따르면, 퇴직 교원이나 교원자격증 소지자, 퇴직 경찰, 청소년 전문가, 사안 조사 경력자 등을 위촉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부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관 약 330명을 선발했으며, 서울 관내 11개 교육지원청별로 15~4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위촉된 학폭조사관에게 1학기 첫날부터 1년간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보고서 작성, 심의위원회 관련 업무를 맡긴다. 교육지원청서 열리는 사례 회의나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도 참석한다. 이렇게 하면 교원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교육청의 구상이다.

학폭조사관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건당 18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이나 사안별로 최대 30만~40만원까지 지급될 전망이다.


실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잡음에 휩싸였다. 모집공고를 본 교사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사들이 학폭조사관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조사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라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아닌 ‘학교폭력 일부조사관’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사건 발생 초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전담기구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과를 이행하기까지는 교사의 몫이다. 조사관은 객관적인 입장서 조사만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교사가 학폭조사관의 눈치까지 보게 생겼다는 한숨 섞인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퇴직 경찰, 교원이 학폭 운영을 과연 얼마나 알 것인지 의문”이라며 “교사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보다는 수직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담? 일부만 개입” 시작부터 삐걱
교권 회복한다더니 “있으나 마나”

함씨는 과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압적으로 제지했다며 아동학대 교사로 몰렸다. 충격을 받은 함씨는 이를 계기로 극단적인 선택도 시도했다. 아동학대를 주장한 학부모에게 합의금 2000만원을 요구받은 그는 학폭조사관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학폭 사건을 전국 교육청별 투입되는 학폭조사관 15명으로 해결하기란 역부족일지도 모른다. 교육부 자료를 취합하면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학폭위가 활성화된 2012년 2만4709건서 2013년 1만7749건(증감률 -28.2%)으로 줄었다.

이후 ▲2014년 1만9521건(10.0%) ▲2015년 1만9968건(2.3%) ▲2016년 2만3673건(18.6%) ▲2017년 3만1240건(32.0%) ▲2018년 3만2632건(4.5%)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학교장 자체해결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9년 3만1130건(-4.6%) ▲2020년 8357건(-73.2%)으로 줄다가 ▲2021년 1만5653건(87.3%) ▲2022년 2만3602건(50.8%)으로 다시 증가했다.


학폭으로 인한 교권 붕괴의 핵심은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 즉, 교사의 권위 박탈서 비롯된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다. 정 변호사는 자신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강제전학 위기에 처하자 책임을 회피했다.

아들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하는 등 부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공직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아들 정씨는 같은 기숙사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씨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지속해서 가해 이듬해 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어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서 정씨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 변호사 측은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사립고 교사는 2018년 6월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서 정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일으킨 교권 침해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아들 정씨의 학폭 가해 사실 여부보다 권력자인 아버지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건의 불씨를 키운 것이다. 

현실적으로 1년에 수천, 수만건씩 일어나는 학폭 사안을 교육청별 인원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무리다. 과연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 현장 교사에게 서류 업무를 맡기고 학폭조사관들은 판단만 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어렵게 모집한 학폭조사관을 단시간에 교육하다 보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조사 방식도 학폭조사관마다 제각각일 우려가 크다.

교사-조사관 수직 관계 우려
학생 생활지도 개선안 실종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안 조사에 대한 내용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차이가 크다”며 “교육적인 맥락에 대한 고려가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공고에 따르면 학폭조사관 제도가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무너진 교권 회복을 위함이라는 표현도 있다. ‘교권 침해’ 논란을 촉발한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여전히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18일 서이초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던 고인은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평소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 지도에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조사 결과 학부모 갑질 등 구체적인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는 순직 인정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흡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오히려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표현했다.

공고 내용을 본 교사들은 학폭조사관을 배치하기 전에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없어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사 보호 관련 내용이 필요한데 자리 만들기만 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교사의 학교폭력담당 업무와 조사관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학폭에 대해 교사와 학교가 느끼는 부담감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효성 논란

한편, 교육부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학교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통해 교원의 업무 경감, 학교 교육력 회복을 기대한다”면서 “다만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까지 모두 조사 대상이 돼 갈등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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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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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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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