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학폭 전담조사관 무용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9 10:35:00
  • 호수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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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책임은 교사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다음 달부터 초·중·고에 접수되는 학교폭력(이하 학폭) 사안은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하 학폭조사관)이 맡아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대통령-현장교원 간담회’서 “학폭 업무를 교사 업무서 빼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른 후속 정책이다. 공고 내용을 본 교사들은 “결국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다.

앞서 교육부는 학폭조사관으로 전직 경찰과 퇴직 교사 등 2700명을 선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겠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 2일부터 학교에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전담 조사관이 해당 학교를 방문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도입에 나섰다.

눈칫밥만

학폭조사관 선발 대상은 학교폭력 업무나 생활지도, 학생 선도 경력이 있어야 한다. 공고문에 따르면, 퇴직 교원이나 교원자격증 소지자, 퇴직 경찰, 청소년 전문가, 사안 조사 경력자 등을 위촉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부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관 약 330명을 선발했으며, 서울 관내 11개 교육지원청별로 15~4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위촉된 학폭조사관에게 1학기 첫날부터 1년간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보고서 작성, 심의위원회 관련 업무를 맡긴다. 교육지원청서 열리는 사례 회의나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도 참석한다. 이렇게 하면 교원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교육청의 구상이다.

학폭조사관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건당 18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이나 사안별로 최대 30만~40만원까지 지급될 전망이다.


실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잡음에 휩싸였다. 모집공고를 본 교사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교사들이 학폭조사관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조사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라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아닌 ‘학교폭력 일부조사관’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사건 발생 초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전담기구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과를 이행하기까지는 교사의 몫이다. 조사관은 객관적인 입장서 조사만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교사가 학폭조사관의 눈치까지 보게 생겼다는 한숨 섞인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퇴직 경찰, 교원이 학폭 운영을 과연 얼마나 알 것인지 의문”이라며 “교사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보다는 수직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담? 일부만 개입” 시작부터 삐걱
교권 회복한다더니 “있으나 마나”

함씨는 과거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압적으로 제지했다며 아동학대 교사로 몰렸다. 충격을 받은 함씨는 이를 계기로 극단적인 선택도 시도했다. 아동학대를 주장한 학부모에게 합의금 2000만원을 요구받은 그는 학폭조사관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시각각 발생하는 학폭 사건을 전국 교육청별 투입되는 학폭조사관 15명으로 해결하기란 역부족일지도 모른다. 교육부 자료를 취합하면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학폭위가 활성화된 2012년 2만4709건서 2013년 1만7749건(증감률 -28.2%)으로 줄었다.

이후 ▲2014년 1만9521건(10.0%) ▲2015년 1만9968건(2.3%) ▲2016년 2만3673건(18.6%) ▲2017년 3만1240건(32.0%) ▲2018년 3만2632건(4.5%)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학교장 자체해결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9년 3만1130건(-4.6%) ▲2020년 8357건(-73.2%)으로 줄다가 ▲2021년 1만5653건(87.3%) ▲2022년 2만3602건(50.8%)으로 다시 증가했다.


학폭으로 인한 교권 붕괴의 핵심은 학부모의 지나친 개입 즉, 교사의 권위 박탈서 비롯된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의 학교폭력 사건이 대표적인 예시다. 정 변호사는 자신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강제전학 위기에 처하자 책임을 회피했다.

아들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하는 등 부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공직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아들 정씨는 같은 기숙사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씨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지속해서 가해 이듬해 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어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서 정씨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 변호사 측은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사립고 교사는 2018년 6월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서 정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일으킨 교권 침해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아들 정씨의 학폭 가해 사실 여부보다 권력자인 아버지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건의 불씨를 키운 것이다. 

현실적으로 1년에 수천, 수만건씩 일어나는 학폭 사안을 교육청별 인원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무리다. 과연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 현장 교사에게 서류 업무를 맡기고 학폭조사관들은 판단만 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어렵게 모집한 학폭조사관을 단시간에 교육하다 보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조사 방식도 학폭조사관마다 제각각일 우려가 크다.

교사-조사관 수직 관계 우려
학생 생활지도 개선안 실종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안 조사에 대한 내용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차이가 크다”며 “교육적인 맥락에 대한 고려가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공고에 따르면 학폭조사관 제도가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 무너진 교권 회복을 위함이라는 표현도 있다. ‘교권 침해’ 논란을 촉발한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여전히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18일 서이초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던 고인은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평소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 지도에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조사 결과 학부모 갑질 등 구체적인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는 순직 인정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흡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오히려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표현했다.

공고 내용을 본 교사들은 학폭조사관을 배치하기 전에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없어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사 보호 관련 내용이 필요한데 자리 만들기만 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교사의 학교폭력담당 업무와 조사관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학폭에 대해 교사와 학교가 느끼는 부담감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실효성 논란

한편, 교육부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학교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통해 교원의 업무 경감, 학교 교육력 회복을 기대한다”면서 “다만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까지 모두 조사 대상이 돼 갈등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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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두 개의 태양 ’이재명-조국 미묘한 관계

[일요시사 정치팀]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컨벤션효과로 반짝 빛을 볼 것이란 해석이 무색할 정도다. 대권주자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셈법이 빨라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27년 치러질 21대 대선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린다.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다. 당시 제66대 법무부 장관이던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받는다. 절벽 끝서 기사회생 지난해 12월 조 대표는 항소심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2018년 8월 장관 지명 이후 검찰과 언론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70군데 이상이 압수수색당했고 가족과 나눈 소소한 문자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조롱당하는 등 5년간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도적인 검찰권 앞에서 무력함을 느꼈고 생지옥이었다”며 “분노와 절망 감정에 휩싸여 자제해야 함에도 항변했고 쓰린 자책의 과정에 들어갔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로 조 대표의 온 가족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대표의 딸 조민씨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과 조민씨 양측 모두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조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대표의 아들 조원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처분 전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조 대표의 사건이 확정되지 않아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는 자녀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위해 지난 3월 조국당이 출범했지만 조 대표는 여전히 불구속 기소 상태다. 지금의 조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생명에 다시 날개를 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사로 인해 ‘정치적 죽임’을 당했으니 이번 총선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출범식서 “정치권과 보수 언론서 ‘조국의 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 ‘윤석열의 강’”이라며 “조국당은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 강’을 건너 검찰 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조국당은 선거 전까지 지지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복수의 날’ 손에 쥐고 돌아왔다 목표는 하나 “검찰 독재 조기종식” 이 외에 ▲국민의미래 24% ▲더불어민주연합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자유통일당 1%로 집계됐다. ‘아직 결정하지 않음’은 24%, ‘지지하는 정당 없음’은 4%였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12.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높은 지지율을 견인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을 경우 지금과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조 대표는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되면 정치인 조국은 어떻게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사법부를 쥐락펴락 못한다. 국법과 절차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감옥에 가야 한다. 그동안 재판받느라, 정치하느라 못 읽었던 책을 읽고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감옥서) 나오겠다”고도 했다. 이날 조 대표는 윤석열정부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수사도 안 받고, 그래서 기소도 안되니 유죄판결도 받지 않는 특수집단이 있다는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받는 한 비대위원장을 동시에 지적했다. 정치적 부활을 기대하는 조 대표가 자신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1야당과의 복잡함 셈법을 풀어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는 이상 22대 국회가 야당의 ‘주도권 싸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국당과 민주당은 서로 협력 관계임을 강조해 왔다. 조국당은 선거 기간 내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외치며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선거 이후에도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이재명·조국 모두 각자의 노선을 택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답 없는 방정식 조국당은 출범 초기부터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야 우리도 잘된다”며 충돌 가능성을 축소했다. 조국당 신장식 대변인은 “(민주당과)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만 한 배를 타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야권은 현재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두 분이 든든하게 서로 공조하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서 윤정부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국정기조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합치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역시 총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뜻을 밝혔다. 총선 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묻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조 대표는 “창당 선언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조국당은 자당이 갖고 있는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과 협력과 연대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선거운동 과정서 괜한 말이 아니라 실제 조국당이 생각하는 정당을 실천하기 위해 22대 국회서도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국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이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성격이 유사한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합당이 아닌 협력 관계만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역시 조국당은 ‘우군’이라면서도 “지역구도 비례도 모두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견제에 나섰다. ‘몰빵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합당 가능성을 닫아둔 것이다. 조국당의 색채가 너무 강해 민주당과 섞이기 어렵다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를 안은 조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 하남갑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합당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지난 총선서 열린민주당(이하 열민당) 합당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조국당은)개혁 연대 세력으로서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개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나는 최강욱 전 대표가 이끌었던 열민당의 합당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열민당? 반대 이유에 대해서는 “합당하면 그 당의 색깔과 주장을 희석해버리기 때문에 만류했다”며 “지금의 조국당도 개혁 우군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지, 합당하면 당내서 정무적인 판단을 내세우고 우아한 개혁이 등을 주저하는 세력에게 먹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합당 가능성에 크게 힘을 실었다. 신 변호사는 “조 대표는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바로 대권 행보에 들어간다”며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가 (그곳에서)선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보는 한 조 대표는 반드시 민주당에 들어가 이 대표와 경합해 대권후보 쪽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180석’을 정확히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연구소장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이재명 대표가 가고 조국 대표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열민당 루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했던 민주당과 열민당이 결국 손을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선거를 치른 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열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중도지향을 비판하면서 창당한 민주당계 정당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 열민당은 민주당과 크고 작은 마찰을 겪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열민당 비례대표 명단 선정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21대 총선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경선 탈락, 혹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20명가량이 열민당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열민당’ 데자뷔…떠오르는 기시감 “손잡을까? 말까?” 팽팽한 찬반론 쟁쟁한 기싸움이 벌어졌던 만큼 민주당은 열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열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지도부는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며 말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민주당은 위성정당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진보 진영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 되면서 열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22대 총선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에 비례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국당을 견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절대 합당하지 않을 것 같던 민주당과 열민당은 결국 2022년 8월 손을 잡았다. 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 앞둔 시점에서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열민당에게 합당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는 범야권을 하나로 뭉쳐 지지자를 결속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 개혁 세력’의 표를 한곳에 몰아줘야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렬의 과정만 놓고 볼 때 조국당이 과거 열민당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하지만 합당 절차를 밟는다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이재명·조국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두 사람은 합당 후 조금이라도 분쟁이 생긴다면 그대로 끝나는 관계”라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쉽게 합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면 둘 중 한 명이 대권주자로 활약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아야 한다. 조국당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놓인 총선을 통해 검찰 독재 조기종식에만 집중하겠단 것이다. 선거를 완주한 조 대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요시사> 취재진이 조 대표에게 물었고 그는 “한동훈 특검법 발의”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합치면 무적으로 조 대표는 “총선 이후 한동훈은 국회의원도, 비대위원장도 아닐 것”이라며 “법안 내용은 준비가 됐으며 이재명 대표도 당연히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열민당과 합당하면서 한차례 진통을 겪은 민주당이 조국당과 손을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각자의 성적표를 받아든 두 사람의 관계도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판론 VS 안정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조 심판특별위원회(이하 이조특위)’를 구성했다. 이조특위는 “불공정을 상징하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방탄하기 위해 연대한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정 안정론을 주장해야 할 여당이 선거전략서 실책을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