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진실게임 송하윤

어쩌다 100억 소송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송하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1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위기에 놓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고교 동창 A씨가 정신적 피해와 무고에 따른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최근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논란은 지난해 4월 JTBC <사건반장>에 송하윤의 학폭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방송을 통해 “2004년 여름, 반포고등학교 2학년이던 내가 3학년 선배 송하윤에게 불려가 90분간 뺨을 맞았다”고 폭로했다.

90분간
뺨 때려

그는 “점심시간에 학교 뒤 놀이터로 끌려가 이유도 모르는 채 뺨을 맞았다”며 “당시 송하윤은 나보다 한 학년 위였고, 남자친구가 학교 일진이었기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 직후 송하윤이 또 다른 폭행 사건에 연루돼 강제 전학을 갔다고 덧붙였다.

방송 직후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송하윤의 과거 졸업 사진과 학창 시절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일부 동창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송하윤이 친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때려서 (친구가) 전학 갔다”고 추가 폭로성 글을 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동창은 “송하윤이 가담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천 대장 김미선’이라는 과거 별칭과 학창 시절 일화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논란이 커지자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 by 스타쉽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의혹을 일축했다. 소속사는 “배우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A씨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모든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포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전학 사유가 학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소속사 측은 “송하윤이 학폭에 휘말린 적은 있지만 가해자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보충 설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강제전학이냐, 자발적 전학이냐’는 해석이 갈리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송하윤의 고교 전학 사유다. A씨는 2004년 당시 반포고에 다니던 송하윤이 동급생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돼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제8호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포고와 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청은 “학생징계위원회 회의록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만약 징계 사실이 없다면 ‘문서 없음’으로 통보했을 것”이라며, 이는 곧 징계 기록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하윤 측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송하윤 소속사는 “강제전학은 허위 주장”이라며 “학군 문제 등 개인적 사유에 따른 전학이었다”고 맞섰다.

A씨는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내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유 모른 채 뺨 맞아”
동창 추가 폭로 이어져

그는 입장문에서 “고교 졸업 6개월 뒤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20년이 지난 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송하윤이 활동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때 일이 눈앞에 선명하게 지나가는 느낌으로 식은땀이 났다. 안 보이면 그나마 잊고 살아가려 노력할 수 있겠지만, 눈앞에서 TV에 나와서 과거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보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공론화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처음에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자 송하윤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속사에 당사자한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폭행의 이유를 들으면 입 닫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하겠다고 기한까지 주며 전달했지만, 당사자랑 연락이 안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했다”며 “계속 연락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공론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송하윤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송하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은 “송하윤은 과거 학폭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며 A씨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재조명됐다. 지음 측은 “다수 증거를 수집했고, A씨의 허위 주장에 단호히 대응 중”이라며 “A씨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라 경찰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을 이유로 A씨에 대한 지명통보 처분을 내렸고, 수배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게재해 송하윤과 그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그는 “송하윤 측이 12개월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 3월 형사 고소했고, 5월에는 수사기관이 ‘수사 중지’와 ‘피의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7월 들어 돌연 저를 ‘수배자’ ‘피의자’로 규정하며 무고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고 법적 대응 사유를 밝혔다.

경찰이 A씨에게 내린 ‘지명통보 처분’은 2개월 이상 해외 체류로 조사가 곤란할 때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입국 시 즉시 통보받는 행정 절차로 이는 강제 수배와는 다른 조치다.

A씨는 경찰과 나눈 대화 캡처를 공개하며 “지명통보는 수배자와 다르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수배자 명단에 등재됐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명통보와 지명수배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소속사가 왜곡해 ‘수배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서면 진술과 자료를 제출했고, 화상·서면 방식으로도 수사에 협조했다”는 그는 “피해자인 내가 수백만원의 항공료와 체류비를 부담하며 한국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2차 가해”라며 반발했고, 송하윤 및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과 함께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적 피해, 무고로 인한 명예 실추, 반론권 박탈, 국제 체류 비용 등을 세부 항목으로 제시하며 구체적 금액까지 나열했다.

강제 아니고
자발적 전학?

이에 대해 송하윤 측은 A씨의 귀국을 전제로 “항공료, 호텔비, 교통비 등 경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도 “경비 전액 지원이라는 표현은 과장됐고, 실제로는 일부 정산에 불과하다”며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

학폭 논란이 이어지자,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송하윤의 과거로 옮겨갔다. 송하윤(본명 김미선)은 1986년 12월2일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남동생이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은 다소 특별한 환경 속에서 보냈다.

부모가 생업에 매달리면서 유년 시절 상당 부분을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송하윤은 신도초등학교, 부명중학교를 거쳐 여러 차례 전학을 경험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다가, 중원고등학교와 반포고등학교를 거쳐 구정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예상치 못한 계기로 연예계에 인연을 맺게 됐다.

송하윤의 남동생 친구가 우연히 그의 사진을 미니홈피(당시 2000년대 초반 SNS 성격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를 본 방송 관계자가 직접 학교로 찾아오면서 데뷔 제의가 이뤄졌다.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그는 잡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무렵 본명 대신 ‘김별’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2004년부터 패션지와 잡지를 중심으로 모델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에는 아직 ‘김별’이라는 이름이 주로 알려졌고, 통통 튀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송하윤은 이후 인터뷰에서 “김별이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는 너무 아기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송하윤은 9년 동안 ‘김별’이라는 이름을 쓰며 활동했지만,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연기 활동이 있었음에도, 대중에게는 예명 자체가 가볍게 들린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송하윤은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이름 변경을 권유했지만, 오랫동안 써온 이름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하윤은 배우로서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결국 개명을 결심한다.

2012년 SBS 드라마 <유령> 출연을 계기로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여름 햇빛’이라는 뜻을 담은 이 이름은 이전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예명 변경이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담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명을 바꾸었다고 해서 연기자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개명 전후 시점,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와 맞물려 연기 활동을 중단할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부천 대장
‘김미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로 한때 연기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깊이 흔들리던 시기였지만, 현장에서 연기를 이어가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송하윤은 JYP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며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대형 기획사에서 차근차근 배우로서 기반을 다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JYP 시절은 향후 본격적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송하윤은 인터뷰에서 화려한 스타덤이나 빠른 성공보다는, 꾸준히 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자신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우연한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그 이후 연기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기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송하윤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이름을 김별에서 송하윤으로 바꾼 뒤에도 주목받는 데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꾸준히 조연·단역부터 차근차근 연기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이후 몇 년 동안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주로 단역이나 짧은 비중의 조연으로 활동했다. 영화 <러브하우스> <아기와 나> <다세포 소녀> 등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쳤고, 드라마 <유령>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다작 출연에도 무명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하윤은 연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2015년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송하윤이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극 중 주오월역을 맡은 송하윤은 원래 중간에 하차할 예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의 호응과 극적 전개상 필요성으로 인해 마지막 회까지 출연하게 됐다. 송하윤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캐릭터 해석 덕분이었다. 방송 후에도 그는 “원래는 길게 가지 않을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게 작품은 2017년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다. 극 중 송하윤은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백설희역으로 출연해 안재홍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현실 커플’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애교 많고 헌신적인 연인의 모습부터 연애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눈물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했다.

학폭 ‘8호 처분’ 강제 전학 주장
진실 공방 1년…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사랑받으면서 송하윤도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해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세라 박역으로 특별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오월과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캐릭터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작품으로 송하윤은 지금까지 연기와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이서진과 부부로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완벽한 타인>은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드라마에서의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다만 <완벽한 타인> 이후 한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송하윤은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결국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운명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202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송하윤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살해당한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해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송하윤은 극 중 강지원(박민영)의 절친이자, 동시에 남편 박민환(이이경)을 빼앗는 정수민 역을 맡았다.

정수민은 표면적으로는 다정하고 착한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내면은 집착과 열등감으로 가득 찬 캐릭터였다. 친구의 삶을 무너뜨리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에 차 있었으나, 결국 자신이 선택한 남편에게 파멸당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안고 있다.

송하윤은 이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게 됐다.

시청자들은 “송하윤이 이렇게까지 악역에 잘 어울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주로 사랑받던 이미지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수민을 너무 미워하게 됐다” “송하윤의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송하윤은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기에 권태기가 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며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정수민이란 캐릭터가 주어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의 몰입은 신체적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분노 연기를 하다 보면 실제로 혈압이 오르고,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도 아픔보다 화가 더 크게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또 첫 촬영 당시 병원 신을 찍으며 극도의 긴장과 몰입 탓에 두드러기까지 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하윤은 드라마 종영 후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출연 방송 말미에 “여기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성기 맞고
곧바로 추락

울먹이며 “연기자의 꿈은 그저 연기하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해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비록 전성기를 맞은 뒤 곧바로 학폭 논란에 휘말리며 추락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연기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보인다” “연기력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학교폭력은 결코 가벼운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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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