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진실게임 송하윤

어쩌다 100억 소송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송하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1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위기에 놓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고교 동창 A씨가 정신적 피해와 무고에 따른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최근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논란은 지난해 4월 JTBC <사건반장>에 송하윤의 학폭 의혹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는 방송을 통해 “2004년 여름, 반포고등학교 2학년이던 내가 3학년 선배 송하윤에게 불려가 90분간 뺨을 맞았다”고 폭로했다.

90분간
뺨 때려

그는 “점심시간에 학교 뒤 놀이터로 끌려가 이유도 모르는 채 뺨을 맞았다”며 “당시 송하윤은 나보다 한 학년 위였고, 남자친구가 학교 일진이었기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건 직후 송하윤이 또 다른 폭행 사건에 연루돼 강제 전학을 갔다고 덧붙였다.

방송 직후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는 송하윤의 과거 졸업 사진과 학창 시절 얘기가 빠르게 퍼졌다.

일부 동창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송하윤이 친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때려서 (친구가) 전학 갔다”고 추가 폭로성 글을 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동창은 “송하윤이 가담하지 않았다고는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부천 대장 김미선’이라는 과거 별칭과 학창 시절 일화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논란이 커지자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 by 스타쉽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의혹을 일축했다. 소속사는 “배우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A씨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모든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포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전학 사유가 학폭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소속사 측은 “송하윤이 학폭에 휘말린 적은 있지만 가해자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보충 설명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강제전학이냐, 자발적 전학이냐’는 해석이 갈리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송하윤의 고교 전학 사유다. A씨는 2004년 당시 반포고에 다니던 송하윤이 동급생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돼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제8호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포고와 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청은 “학생징계위원회 회의록은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만약 징계 사실이 없다면 ‘문서 없음’으로 통보했을 것”이라며, 이는 곧 징계 기록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하윤 측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송하윤 소속사는 “강제전학은 허위 주장”이라며 “학군 문제 등 개인적 사유에 따른 전학이었다”고 맞섰다.

A씨는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내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유 모른 채 뺨 맞아”
동창 추가 폭로 이어져

그는 입장문에서 “고교 졸업 6개월 뒤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20년이 지난 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송하윤이 활동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때 일이 눈앞에 선명하게 지나가는 느낌으로 식은땀이 났다. 안 보이면 그나마 잊고 살아가려 노력할 수 있겠지만, 눈앞에서 TV에 나와서 과거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보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공론화시킬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처음에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자 송하윤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속사에 당사자한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폭행의 이유를 들으면 입 닫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하겠다고 기한까지 주며 전달했지만, 당사자랑 연락이 안 된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했다”며 “계속 연락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공론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송하윤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송하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은 “송하윤은 과거 학폭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며 A씨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재조명됐다. 지음 측은 “다수 증거를 수집했고, A씨의 허위 주장에 단호히 대응 중”이라며 “A씨가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라 경찰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을 이유로 A씨에 대한 지명통보 처분을 내렸고, 수배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게재해 송하윤과 그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음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다.

그는 “송하윤 측이 12개월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 3월 형사 고소했고, 5월에는 수사기관이 ‘수사 중지’와 ‘피의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7월 들어 돌연 저를 ‘수배자’ ‘피의자’로 규정하며 무고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고 법적 대응 사유를 밝혔다.

경찰이 A씨에게 내린 ‘지명통보 처분’은 2개월 이상 해외 체류로 조사가 곤란할 때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입국 시 즉시 통보받는 행정 절차로 이는 강제 수배와는 다른 조치다.

A씨는 경찰과 나눈 대화 캡처를 공개하며 “지명통보는 수배자와 다르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수배자 명단에 등재됐다는 언론 보도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명통보와 지명수배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소속사가 왜곡해 ‘수배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서면 진술과 자료를 제출했고, 화상·서면 방식으로도 수사에 협조했다”는 그는 “피해자인 내가 수백만원의 항공료와 체류비를 부담하며 한국에 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2차 가해”라며 반발했고, 송하윤 및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과 함께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적 피해, 무고로 인한 명예 실추, 반론권 박탈, 국제 체류 비용 등을 세부 항목으로 제시하며 구체적 금액까지 나열했다.

강제 아니고
자발적 전학?

이에 대해 송하윤 측은 A씨의 귀국을 전제로 “항공료, 호텔비, 교통비 등 경비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A씨도 “경비 전액 지원이라는 표현은 과장됐고, 실제로는 일부 정산에 불과하다”며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

학폭 논란이 이어지자,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송하윤의 과거로 옮겨갔다. 송하윤(본명 김미선)은 1986년 12월2일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남동생이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은 다소 특별한 환경 속에서 보냈다.

부모가 생업에 매달리면서 유년 시절 상당 부분을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송하윤은 신도초등학교, 부명중학교를 거쳐 여러 차례 전학을 경험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다가, 중원고등학교와 반포고등학교를 거쳐 구정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쳤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예상치 못한 계기로 연예계에 인연을 맺게 됐다.

송하윤의 남동생 친구가 우연히 그의 사진을 미니홈피(당시 2000년대 초반 SNS 성격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고, 이를 본 방송 관계자가 직접 학교로 찾아오면서 데뷔 제의가 이뤄졌다.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그는 잡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무렵 본명 대신 ‘김별’이라는 예명을 사용하며 2004년부터 패션지와 잡지를 중심으로 모델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에는 아직 ‘김별’이라는 이름이 주로 알려졌고, 통통 튀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송하윤은 이후 인터뷰에서 “김별이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는 너무 아기 같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송하윤은 9년 동안 ‘김별’이라는 이름을 쓰며 활동했지만,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리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목할 만한 연기 활동이 있었음에도, 대중에게는 예명 자체가 가볍게 들린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송하윤은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이름 변경을 권유했지만, 오랫동안 써온 이름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하윤은 배우로서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결국 개명을 결심한다.

2012년 SBS 드라마 <유령> 출연을 계기로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여름 햇빛’이라는 뜻을 담은 이 이름은 이전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예명 변경이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담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명을 바꾸었다고 해서 연기자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개명 전후 시점,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와 맞물려 연기 활동을 중단할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부천 대장
‘김미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소속사 문제로 한때 연기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받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깊이 흔들리던 시기였지만, 현장에서 연기를 이어가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송하윤은 JYP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며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대형 기획사에서 차근차근 배우로서 기반을 다질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JYP 시절은 향후 본격적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송하윤은 인터뷰에서 화려한 스타덤이나 빠른 성공보다는, 꾸준히 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자신의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우연한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그 이후 연기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기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송하윤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이름을 김별에서 송하윤으로 바꾼 뒤에도 주목받는 데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꾸준히 조연·단역부터 차근차근 연기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2005년 MBC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으로 정식 데뷔했지만, 이후 몇 년 동안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주로 단역이나 짧은 비중의 조연으로 활동했다. 영화 <러브하우스> <아기와 나> <다세포 소녀> 등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쳤고, 드라마 <유령>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다작 출연에도 무명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하윤은 연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2015년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송하윤이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극 중 주오월역을 맡은 송하윤은 원래 중간에 하차할 예정이었지만, 시청자들의 호응과 극적 전개상 필요성으로 인해 마지막 회까지 출연하게 됐다. 송하윤 특유의 섬세한 연기와 캐릭터 해석 덕분이었다. 방송 후에도 그는 “원래는 길게 가지 않을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게 작품은 2017년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다. 극 중 송하윤은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백설희역으로 출연해 안재홍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현실 커플’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애교 많고 헌신적인 연인의 모습부터 연애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눈물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했다.

학폭 ‘8호 처분’ 강제 전학 주장
진실 공방 1년…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사랑받으면서 송하윤도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해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세라 박역으로 특별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오월과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캐릭터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작품으로 송하윤은 지금까지 연기와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이서진과 부부로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완벽한 타인>은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드라마에서의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다만 <완벽한 타인> 이후 한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송하윤은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결국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될 운명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202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송하윤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남편과 절친의 배신으로 살해당한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해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송하윤은 극 중 강지원(박민영)의 절친이자, 동시에 남편 박민환(이이경)을 빼앗는 정수민 역을 맡았다.

정수민은 표면적으로는 다정하고 착한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내면은 집착과 열등감으로 가득 찬 캐릭터였다. 친구의 삶을 무너뜨리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에 차 있었으나, 결국 자신이 선택한 남편에게 파멸당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을 안고 있다.

송하윤은 이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게 됐다.

시청자들은 “송하윤이 이렇게까지 악역에 잘 어울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주로 사랑받던 이미지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작품이 방영되는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수민을 너무 미워하게 됐다” “송하윤의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송하윤은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기에 권태기가 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며 “악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정수민이란 캐릭터가 주어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의 몰입은 신체적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분노 연기를 하다 보면 실제로 혈압이 오르고,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도 아픔보다 화가 더 크게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또 첫 촬영 당시 병원 신을 찍으며 극도의 긴장과 몰입 탓에 두드러기까지 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하윤은 드라마 종영 후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출연 방송 말미에 “여기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성기 맞고
곧바로 추락

울먹이며 “연기자의 꿈은 그저 연기하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해 출연진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비록 전성기를 맞은 뒤 곧바로 학폭 논란에 휘말리며 추락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연기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보인다” “연기력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학교폭력은 결코 가벼운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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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공소청, 제 기능 못하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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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이 출범했다. 개문발차 상태다. 수장 공백과 법령 미비, 수사 인프라 모두 정리되지 않았다. 중수청의 경우 본청 사무실 공사 마무리까지 두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검사·수사관 대부분은 출근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담당했던 사건이 처리되는 데 수개월이 밀리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 기능을 담당할 공소청 모두 수장과 인력, 하위 법령, 사무 공간 등 총체적 부실 상태로 개청했다. 채용이 확정된 이들은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완성도 안 됐다 중수청은 지난달 7일 김지용 후보자가 초대 청장으로 제청됐으나 여권 내 반발로 인해 추가 검증을 거치느라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중수청법상 중수청 간부급인 1∼5급 수사관은 청장의 추천을 거치게끔 돼있지만, 청장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첫 인사부터 원칙이 깨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인데, 1·2차 특례 임용에 지원한 이들이 총 1962명에 그쳤고 5급 이상은 정원 629명에 지원자 212명으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오전까지도 인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어느 지역의 중수청에 출근해야 할지 통보받지 못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중수청은 청사를 임대했으나 수사 인프라와 사무 공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쓰게 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은 2∼17층을 임대했으나 당장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은 여섯층뿐이다. 수사기관의 필수 시설인 조사실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당분간 타 기관의 공간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서울 3곳, 나머지 5개 지역 1곳 등 총 8곳의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도 6개 지방중수청 인근 교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완성 전까진 경찰과 논의하며 사용하기로 했는데, 개청 직후에도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의 청사와 시스템을 활용하고, 인력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중수청보다 준비가 순조로웠다. 지난달 22일에 직제안을 확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공소청 개청 날짜에 맞춰 검사 192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진용을 갖추고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중이다. 다만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어서 후보자가 있는 중수청장보다도 임명에 먹구름이 꼈다. 중수청, 수사관 충원 부족한데 5급 이상 간부 1/3 수준 사무실 공사 마무리 최소 두달 “어디로 출근할지도 몰라” 우선 법무부는 공소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자로 이정현 신임 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취지에 맞게 하위·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도 끝마치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에 맞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하는 법령이 100여개에 달해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최근 법무부령 24건을 공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검찰청 관련 명칭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오는 2일 개청에 맞춰 법령 개정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후속 법안 논의에서 일부 기관이 배제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수·공소청·경찰 3개 기관의 사건 이첩 관련 규정을 담은 중수청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공소청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공소청 관계자는 나와 있느냐”고 묻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없다”고 답했다. 의사결정권자 공백으로 기관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르면 중수청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도 중수청 수사와 겹치거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관장의 결단이 필수적인데 직무대행 간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혀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기관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합동수사기구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서부지검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은 1년2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달 30일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와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도 운영을 멈췄다. ‘검 목소리’ 완전 배제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에서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으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합동수사기구가 하던 업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중수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두세달 뒤에야 다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됐다.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작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혼란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검찰’이라는 명칭 자체가 없어지는 탓에 50개의 대통령령을 정비해야 하고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된 각종 수사준칙도 수정해야 한다. 검찰사건 사무규칙은 조문만 300개가 넘는다. 그만큼 법제처의 심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만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데 포함되지 않는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두 기관 출범 직전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중수·공소청 출범 직전인 지난 1일에서야 옹호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사람을 ‘친윤(친 윤석열)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허위임을 알면서도 흠집을 내고 공격하기 위해 하는 억지 주장이라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고 국정 조언이 아닌 국정 방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김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으로 발탁 승진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에서 “심지어는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친한(친 한동훈)’ 검사라고 일부가 지적한다”며 “여러 가지 추가 검증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그것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여권 일각의 비판을 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에 대해 “전혀 아닌 것을 계속하거나,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프레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공소청 수장 임명 법무부 장관 있어야 추천 거쳐 가능 대통령령 포함 하위 법령 100여건 깡그리 수정 필요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가 좀 과하지 않나”라며 “행안위에 중수청장 후보자를 보내서 (인사청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개문발차하는 만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될 경우 수장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인사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압박이 이날도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도 없고, 친 윤석열 검사가 아니었다고 얘기하지만 그 당시 항명 사건에서도 동참했다”며 “여러 가지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새 체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경찰 역량이 충분한지, 권한을 공정하고 절제하며 행사하는지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신다”며 “관서·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상 대응의 일환으로 경찰서장이 앞으로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 등의 처리 현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청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교차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 권리 보호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사건 진행에 대한 통지를 내실화하는 등 수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비상 체제 돌입한 경찰 사건 조작과 은폐, 뇌물수수 등 중대 비위가 확인되면 엄정 수사하고, 비위 당사자에 대해서는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원칙으로 삼는 등 내·외부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행은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권리 구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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