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머니 속에' 유서 품고 다닌 순천 중학생 이야기

친구들이 때리고 어른들이 짓밟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열세 살 아이는 유서를 품고 다녔다. 엄마는 열다섯 살 아이의 빈 의자를 보며 마음을 쓸어내린다. 가정이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 단란하고 화목했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됐다. 학교폭력이 한 가족의 삶을 할퀴어 버렸다.  

전남 순천의 ○○중학교 3학년인 민준이(가명)는 요즘 학교에 가지 않는다. 휴대폰만 보면서 밥도 먹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 일 나간 엄마, 아빠에게 하루에도 20~30통씩 전화를 건다. 휴대폰이 없을 땐 끊임없이 먹거나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다. 중학교에 들어간 지 1년6개월 만에 민준이는 180도 달라졌다. 

달라진 아이
악몽의 시간

경찰을 꿈꿨던 민준이는 이제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는 민준이가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모든 일은 지난해 7월 민준이의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보낸 한 통의 문자에서 시작됐다. 1년6개월 동안 유서를 쓰고 버리기를 반복했던 민준이의 지난날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새 친구를 사귄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민준이의 중학교 생활은 2019년 입학 초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인 민준이는 이유도 모른 채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미술실, 화장실, 학교 뒤편 등에서 폭행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친밀감의 표시로 생각했던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기만 했다. 


폭행은 집단으로 이뤄졌다. 민준이는 가해자들에게 붙잡힌 채 머리·배·명치 등을 얻어맞았다. 명치를 맞으면 죽을 듯이 아프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술래잡기라며 도망치게 한 후 붙잡아 두들겨 패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가해자들은 8초를 셌다. 민준이는 사냥 당하는 초식동물 마냥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

딱 한 번 도서관에 숨은 날에만 무사할 수 있었다. 

가해자들은 민준이의 성기를 만졌다. 옷을 입은 채 민준이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비비기도 했다. 화장실은 악몽의 장소였다. 민준이가 일을 보고 있으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화장실 바닥에 얼굴을 처박기도 했다.

화장실 바닥을 핥게 한 적도 있었다. 이후로 민준이는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민준이 엄마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말이 오갔다. 외투나 필기구를 던진 후 주워오게 하는 건 일상이었다. 미술실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는 민준이의 지정석이 됐다. 가해자들은 민준이를 그 자리로 몰아넣고 린치를 가했다. 미술실의 출입문은 하나 뿐. 그 자리로 몰리면 민준이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폭행의 흔적이 몸을 뒤덮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꼬집는 등 다양한 방식의 폭행은 민준이의 몸에 멍과 상처를 남겼다. 폭행은 매일 같이 이어졌다. 어쩌다 하루 맞지 않을 때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저항도 하고 도망쳐도 봤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점 체념했다.

술래잡기를 해도 처음과 달리 그냥 잡히는 쪽을 택했다.


부모님이 걱정하고 속상할까 집에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목욕을 하던 중 온몸에 남은 멍을 보고 묻는 아빠에게 철봉을 하다 다쳤다고 둘러댔다. 힘든 일이 없느냐는 삼촌의 물음에도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신 민준이가 매달린 건 1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민준이는 가해자들의 폭행이 도를 지나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수차례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애들이 때리고 놀린다고 담임선생님에게 몇 번이나 말했어요. 그럴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서로 ‘미안해’ 말하게 하고 끝냈어요. 맞은 건 난데 서로 사과하게 하고, 나도 똑같이 잘못했다고 말해서 속상했어요.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달라는 말도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들어주지 않았어요.”

“도와주세요”
교사도 외면

민준이는 자살을 생각했다. 혼자 방안에 앉아 유서를 썼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 ○○○, ○○○, ○○○’(가해자들의 이름), ‘아이들의 괴롭힘이 힘들어서 죽습니다.’ 주머니에 유서를 넣고 다니다가 버리고, 다시 유서를 쓰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민준이는 그렇게 1년6개월을 철저한 고립 상태로 보냈다. 

가족들은 민준이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학원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민준이의 집중력이 부족한 탓으로 생각했다. 배가 아프다며 2~3일에 한 번씩 조퇴하는 민준이를 보고 ‘왜 그렇게 배가 자주 아프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가족 모두를 불러놓고 ‘책상 밑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했던 민준이의 말을 흘려들었다. 

엄마는 민준이를 굳게 믿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줄 것이라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어도 엄마한테는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순하고 다정했던 아들이 조금씩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짜증이 늘었지만 그마저도 중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달라진 환경에 어리광을 피우는 것이라고.

모든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가족들이 죄책감에 몸부림친 건 이 때문이었다. 말로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끊임없이 구조 신호를 보내던 민준이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족들을 덮쳤다. 특히 엄마는 민준이의 담임선생님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 

“민준이가 다른 애들이 놀린다고 몇 번 지나가듯 말하긴 했어요. 학교만 가려하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말해서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고요. 그때마다 담임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어요. 다른 애들의 놀림에 대해서도 담임선생님은 ‘민준이가 좀 예민한 거 같다’고 해서 오히려 아들을 탓했죠.” 


엄마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믿고 민준이에게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다독였다. 민준이와 이야기한 날에는 둘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민준이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1학년 때 얼굴과 어깨 등에 나타났던 틱장애도 2학년 때는 사라졌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날이 줄어 그랬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챘다.

부모님의 믿음은 지난해 7월 폭행을 당한 민준이를 걱정하는 2학년 담임선생님의 문자로 산산조각 났다. 문자를 발견한 가족들은 민준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제야 민준이는 떠듬떠듬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아들이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1년 넘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민준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 당시 민준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들을 위로했어야 했는데 너무 큰 충격에 당일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자책했다. 아빠는 민준이 몸에 생긴 멍, 떨어지던 성적의 이유를 그제야 알아챘다.

가족들은 참담한 기분에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그날부터 민준이의 전쟁은 가족들의 전쟁이 됐다. 민준이의 진술과 학생부 사진을 대조해 찾아낸 가해자들은 12명에 달했다. 가해자들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청, 경찰서 등 가족들이 대응해야 할 대상은 너무나 많았다.

가족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다툼이 잦아졌다. 

가족들 멘붕
참담한 심정

지난해 8월13일 순천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가해자 12명이 2019년과 지난해 민준이를 상대로 교내외에서 신체폭력과 언어폭력 등을 가한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가해자들 가운데 2명은 전학 조치됐고, 나머지는 ▲학급 교체 ▲특별교육 이수 ▲사회봉사 ▲학교에서 봉사 등의 처분을 받았다. 

또 순천경찰서를 통해 고소한 건에 대해 2명은 검찰 송치, 나머지 10명은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광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민준이와 가족들이 가해자 12명 가운데 9명을 추가 고소한 건은 경찰에서 전원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검찰이 재수사 지휘를 내리면서 순천경찰서는 현재 이들에 대해 다시 수사 중이다.

학폭위 결과와 고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준이와 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가해자들과 그 부모들의 진정한 사과, 치료비 용도의 합의금 등을 요구했던 가족들은 학교, 교육청, 경찰의 대응 과정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준이의 분노도 때린 가해자들보다 후속 대응을 하는 어른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민준이랑 같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언론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교육청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다 끊긴다면서. 그 자리에서는 제대로 대꾸도 못했어요. 민준이가 ‘나 학교폭력 피해자 맞아? 왜 교장선생님은 지금 지원금 얘기를 해?’ 라고 말해 정말 미안해서 혼났어요.”

가해자들을 고소하는 과정에서도 경찰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민준이의 엉덩이에 성기를 비빈 가해자들을 성추행으로 고소하려는 것에 대해, 순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성추행은 (행위)하는 사람이 희열을 느껴야 하는데 (가해자들은)그런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처음 경찰에 갔을 때부터 이 건은 안 된다, 저 건도 안 된다 하셔서 가자마자 제가 울었어요. 민준이도 조사받는 내내 울었고요.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도 한참 뒤에야 진행하시더라고요. 그것도 저희가 한 차례 항의를 하고 난 뒤였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한 가해자 아버지가 순천경찰서에서 근무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가해자들 가운데 1명은 민준이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어 버린 것. 해당 가해자의 부모는 민준이가 자신의 아들에게 ▲돌을 던지고 ▲어깨로 부딪쳤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고소했다.

여러 차례 민준이의 집까지 찾아와 사과 의사를 밝혔던 부모였다. 

민준이를 가해자로 지목해 열린 첫 번째 학폭위에서 위원들은 ‘유보’ 조치를 내렸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경찰은 당시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던 민준이를 광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지만, 법원은 심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두 번째 학폭위는 피해자와 가해자(민준이) 사이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아빠는 학폭위 개최에 크게 분노했다. 학폭위 위원들이 민준이가 피해자인 사건에 대한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위원회를 열었다는 주장이다. 

“제가 순천교육청에 찾아가서 빌었습니다. 아들이 커터칼로 자해를 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학폭위에 (가해자로) 참석하면 정말 확 그어버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발 아들의 피해 사실을 고려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폭위는 열렸고, 그날 위원장님이 ‘이전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딱 자르시더라고요.”

학폭위에 참석한 민준이는 그 이후 수차례 자해했다. 아빠는 위원들의 질문에 엉엉 울면서 답변하는 민준이의 모습이 학대받은 고양이 같았다고 표현했다. 실제 만나본 민준이는 상처로 너덜너덜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민준이는 현재 가장 미운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말했다. 

“1학년 때 선생님이 가장 미워요. 그때 잘 해결됐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성적이 완전 파탄 나서 꼴등 수준이에요. 그때 잘만 해결했으면 지금 그냥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텐데. 선생님이 가장 밉습니다.”  

민준이와 가족들은 1학년 담임선생님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담임선생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을 처분했다. 교장선생님에 따르면 해당 선생님은 ‘학교장 주의’ 징계를 받았으며, 6개월 휴직 후 인사 전보됐다. 

민준이의 상담을 맡았던 전남동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위원은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 있어서 학교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나 가해자들이 보상을 하고 사과하는 회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 오히려 민준이를 가해자로 만드는 모습 등이 모두 2차 가해죠. 여기서 오는 좌절감이 민준이와 가족을 망가뜨렸다고 볼 수 있죠.”

학교폭력 피해자의 방어막이 돼야 할 교육기관과 수사기관의 ‘방관자’적 대처는 피해자의 인생을 더욱 나락으로 끌어 내렸다. 민준이는 심리 상담 초기 환청이 들리고 환시가 보이는 조현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사회공포증, 대인기피증, 후유장해 등을 앓고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사야 하는 충동도 여전하다. 

엄마의 상태도 좋지 않다. 민준이보다도 자살 위험 수치가 더욱 높았다. 상담위원에 따르면 엄마가 민준이에게 쏟아 붓던 애정이 좌절감으로 변했다. 민준이에게 나타난 정신병적 증세가 영원히 지속될까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들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죄책감도 엄마를 옥죄고 있다. 10㎏ 넘게 살이 빠졌고 12가지가 넘는 정신과 약을 먹는 중이다. 

상담위원은 “그래도 일이 일어나기 전 가족 간의 유대가 상당했기 때문에 당시에 ‘저금’해둔 애정으로 지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애정은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 부부 사이에 이혼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왔고, 한 살 터울의 민준이 누나는 학교와 독서실을 오가며 집에 있지 않으려 한다. 집안 곳곳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무색하게 민준이네 집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이혼·불화
파탄난 가정

민준이도 가족들도 가해자들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는 말을 연이어 했다. 일부 가해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민준이와 가족들에게 그 어떤 사과의 말도 없었다고 한다. 학교나 경찰, 담임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만 매일 민준이에게 사과할 뿐이었다. “엄마가 먼저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교·경찰·담임 입장은?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학교 교장선생님 =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합의금 액수 차이가 커서 합의가 잘 안된 걸로 알고 있다. 민준이 측에서 주장하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학교를 굉장히 열심히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알려지면 학교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뿐이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순천경찰서 = 1차 고소 건에 대해 가해자들의 비행사실을 인정해서 넘겼고, 2차 고소 건은 재수사 중이다. 피해자 측에서 주장하는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당사자 확인 결과 없었다고 한다. 또 가해자 가운데 1명의 아버지가 순천경찰서에서 근무한다는 내용은 담당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뿐더러 확인도 안 된다.

▲1학년 담임선생님 = 민준이가 학교폭력 사실을 (나에게) 호소했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그 잘못된 주장으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더 할 말은 없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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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아이유,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