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난리통에…’ 자리 비운 배구협회장 막전막후

뒤집어진 배구판…수장은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가 막을 내렸다. 이제 배구팬들의 관심은 국제대회로 향하고 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도쿄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이 코앞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지원을 맡고 있는 대한배구협회 회장이 3월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배구계는 이번 ‘2020-2021 V리그’ 기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리그 시작 전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11년 만에 국내 복귀를 결정하면서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만큼 프로배구도 외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높아진 인기
충격의 학폭

이번 시즌 여자배구는 겨울스포츠 왕좌를 노릴 만큼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무관중(포스트시즌은 10% 관중 입장)으로 열린 V리그는 올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자부는 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시청률이 경기당 1.23%로 지난 시즌 대비 0.18% 올랐다.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고 평균 시청률이다.

하지만 리그 중반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이다영의 SNS로 이미 배구계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터진 학폭 의혹은 엄청난 폭발력을 보였다. V리그 간판선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비난이 쇄도했다. 


다른 선수들의 학폭 의혹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왔고 과거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추측이 난무했고, SNS를 통한 폭로전이 이어졌다. V리그의 인기는 학폭 의혹으로 찬물을 맞았다.

한동안 경기 내용보다 외적인 요소로 언급되던 V리그는 순위 결정전이 치열해지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리그 시작 전에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리그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 말이 무색할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과 정규리그 우승을 두고 물고 물리는 경기가 이어졌다. 

또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시즌 아웃, 센터 김세영(현재 은퇴)의 부상 등 주전 선수 3명이 빠진 흥국생명의 경기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V리그를 떠난 이후 전패가 예상됐던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고군분투로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이면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 

이후 V리그는 배구팬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막을 내렸다. GS칼텍스는 V리그 여자부 사상 최초로 트래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고, 흥국생명도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남자부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석권하면서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국내리그가 마무리되면서 최근에는 국제대회를 위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5월 ‘2021 FIVB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손발을 맞춘 뒤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양적 성장 이뤘지만 
내부 문제도 터졌다


남자배구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김연경(레프트), 김희진(라이트), 양효진(센터), 안혜진(세터), 오지영(리베로) 등 선수 18명과 코칭스태프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다음달 21일 VNL 개최지인 이탈리아 리미니로 향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12명이 정해진다. 

문제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이하 배협) 회장이 현재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오한남 배협 회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하고 불과 한 달 반 만에 자리를 비운 셈이다. 

VNL, 올림픽을 앞두고 배협 수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 대해 배구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영·이다영 사건으로 오 회장이 고발을 당하는 등 학폭 의혹의 불씨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이달 초 자필 사과문을 삭제하고 학폭 폭로자를 고소하겠다는 뜻을 비치면서 학폭 의혹은 또 다시 재점화 된 상황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오 회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 학폭 의혹의 진실 여부에 대한 국민들과 배구팬들의 의혹을 신속히 해소시키려 노력하기보다 일부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자체 진상조사도 없이 국가대표 박탈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회장과 배협이)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보다 회피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오 회장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명예훼손, 권리행사 방해 등을 이유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국가대항전
코앞인데…

배구계에는 배협, 한국배구연맹, 한국실업배구연맹 등의 단체가 있다. 배협은 아마추어 선수들과 국가대표팀을 지원한다. 한국배구연맹은 한국프로배구를 총괄하며 V리그와 KOVO컵 프로배구대회를 주관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재를 맡고 있다. 김금규 회장의 한국실업배구연맹은 실업배구팀을 관장한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구단(흥국생명)·한국배구연맹·배협의 징계 및 입장이 각각 따로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당시 한국배구연맹은 학폭 연루자를 프로무대에 들이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해 배구팬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배협은 ‘국가대표 선발 무기한 제외’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한남 회장은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배협의 입장을 결정하고 난 후 출국했다. 행선지는 바레인. 오 회장은 바레인 국가대표팀 감독, 바레인 한인회 회장 등을 지냈을 정도로 바레인과 인연이 깊다.

바레인에서 한식당과 호텔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이번 출국도 개인 사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협 사무처 관계자는 “회장님이 한국에 없는 것은 맞다. 사업 때문에 바레인에 가셨다”면서도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공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매일 업무 보고를 드리고 있다”며 “지금도 회장님께 드릴 보고 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백신 2차 접종 문제로 5월 중순쯤 (한국에)들어오실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배협 회장은 ‘명예직’일 뿐이라는 항변도 나왔다. 배협 정관 24조 ‘임원의 직무’ 조항에 따르면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하며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으로 한다’고 돼있다. 어떤 부분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오 회장의 부재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때문?
백신 때문?


또 다른 배구계 관계자는 “여느 때였다면 오 회장의 부재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VNL, 올림픽 같은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팀 코로나19 백신접종, 불투명한 올림픽 개최 여부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자리를 지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발판으로 현재 인기에 다다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 4위,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얻은 결과였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MVP로 선정돼 세계적인 선수임을 증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협의 역할은 없었다. 배협은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조력자가 아니라 방해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리우올림픽에서 배협의 지원 부족으로 국가대표팀이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 8강이라는 빛나는 성적 뒤에 이 같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배구팬들은 물론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그리고 선수 12명까지 16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선수단에 배정된 AD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역조차 없어 중계방송을 위해 현장답사를 왔던 모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명의 트레이너가 12명의 선수를 모두 책임져야 했고, 전력분석관은 AD카드가 없어 동행하지 못했다.

리우올림픽 8강 뒤에
배협은 흑역사 쌓아

리우올림픽 일정을 마친 이후 귀국길에서도 사달이 났다. 국가대표팀은 한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전세기를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8강에서 탈락하면서 일찍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그런데 표가 없다는 이유로 16명이 4차례로 나눠 귀국하게 된 것. 

또 당시 배협은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2016년 8월9일 국가대표팀이 러시아에 3대 1로 패하던 날, 배협은 회장 선거를 실시해 서병문 전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하필 그 시기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했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회식이 김치찌개 집에서 이뤄진 사실까지 드러났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20년 만에 중국을 꺾고 우승을 일궈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홀대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배협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분노한 누리꾼에 의해 배협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배협은 입장문을 내고 “AD카드 전체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추가 확보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통역은 조직위로부터 지원받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전세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없던 대표팀이 조기 귀국을 원했다” “정부의 경기단체 통합방침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일정에 따라 협회 회장 선거를 마쳐야 했다” 등의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올림픽 지원 문제와 함께 배협 내부의 잡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서병문 회장은 결국 2016년 12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배협 역사상 최초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2017년 4월 서 회장이 제기한 대표자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해임이 확정됐다. 

탄핵 회장
후임이면서…

이후 2017년 6월30일 열린 배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이 바로 오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1월18일 연임에 성공해 2024년 1월까지 배협을 이끌게 됐다. 당시 그는 “코로나19로 배구를 비롯한 스포츠 전체가 위중한 상황이다.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한국배구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자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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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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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