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낙인’ 지우는 가해자들 논란

빨간줄 생활기록부 세탁한다고?

[일요시사 취재 1팀] 차철우 기자 = 최근 연예 소속사에선 소속 연예인들에게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요구한다. 자체적으로 연예인들의 학교폭력 사실 여부를 ‘셀프 검증’하겠다는 것. 하지만 사실 여부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 학교폭력으로 조치사항을 받은 생기부 기록은 이미 지워졌기 때문이다. 
 

▲ ⓒpixabay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퇴학을 제외한 학교폭력 가해 조치사항은 졸업 직후 또는 졸업한 지 2년이 지나면 삭제가 가능하다.

깨끗하게∼

지난 2월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생기부 이력 삭제 권한을 피해자에게 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반성의 정도에 따라 졸업 시 삭제할 수 있는 것은 피해 학생과 가해학생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피해 학생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학교폭력에 대한 이력은 피해 학생과 부모가 동의했을 경우에 수정, 삭제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가해학생 중심으로 이뤄진 조치사항 삭제 권한을 비판했다.

실제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조치사항을 지울 수 있는 권한이 있다.

<2021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가해학생의 낙인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행동상의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경우, 폭력 사건에 대한 조치사항을 스스로 삭제 가능하다. 


조치사항 ▲1호(서면 사과) ▲2호(피해 학생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교내봉사) ▲7호(반 교체) 등은 생기부 영역 중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기록하고, 해당 조치사항들은 졸업과 동시(졸업 이후 2월 말 사이 졸업생 학적 반영 이전)에 즉시 삭제된다.

▲4호(사회봉사) ▲5호(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조치사항은 출결 상황, 특기사항에 기록하며 ▲8호(전학)는 인적·학적사항, 특기사항에 기록한다. 해당 조치사항 역시 졸업일로부터 2년 후 자동 삭제되거나 졸업 직전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유예, 면제, 자퇴, 휴학 등으로 학적이 정지된 경우도 학적 유지를 가정해 졸업생과 동일한 절차에 따라 삭제 가능하다.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사항인 ▲9호(퇴학)를 제외한 모든 항목을 생기부에서 지울 수 있다.

과거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생기부에 5년간 기록했지만, 2013년 교육청이 ‘낙인의 우려가 있다’며 졸업하고 2년 뒤 삭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2019년부터는 경미한 폭력으로 받은 조치사항(1호·4호·5호)은 기록하지 않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퇴학 제외 학교폭력 가해 조치사항
졸업 직후 또는 2년 지나면 삭제 가능

학교는 폭력 사건으로 가해학생이 조치를 받으면 졸업할 때 삭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가해학생이 졸업 후 직접 학교에 전화해 생기부에 기록된 조치사항의 삭제를 요청하면 삭제해준다. 자신이 받은 조치사항과 관련해 전화하지 않더라도 조치사항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 관리대장은 보존기간인 2년이 지나면 폐기한다. 폐기되는 순간 가해학생이 폭력과 관련해 받은 조치사항은 더 이상 기록에 없다. 또 현재 규정집 내 조치사항 삭제에 관해 피해 학생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변경된 규정에 대해 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있어 생기부 삭제가 가능하도록 결정된 것이며 학교 의견을 충분히 고려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실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의 당사자는 가해학생과 피해 학생인데, 어른들끼리 이를 해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가해학생의 낙인을 우려해 조치사항 삭제를 논하려면 가장 먼저 학생의 눈높이에서 조치사항을 다시 신설해야 하고, 잘못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가해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모습과 피해 학생과의 합의가 있어야 조치사항의 삭제를 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가해학생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려서부터 죄인으로 낙인이 찍히면 사회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가해학생이 개선 의지를 보이면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학교폭력 사건 처리 절차 및 과정 실태조사 관련 설문에서 생기부서의 학생의 선도 조치사항 삭제 관련 문항에 전체 학생 중 73.8%가 삭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이상한 규정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조항, 규정의 신설 및 위원회 구성은 사건이 터진 뒤에야 논의된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내하고 있다. 가해학생의 앞날만 우려하고 상처 입은 피해 학생을 위한 장치와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폭 해결되지 않는 이유

그동안 학교는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건 처리를 했지만, 교사의 과한 업무 부담으로 자체적 해결이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결국 지난 2020년 3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해 교육지원청마다 ‘학교폭력대책심의 위원회(이하 학폭위)’가 결성됐다.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교육청으로 상향 이관됐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비판적 시각이 다수다. 

조치사항은 여전히 삭제 가능하고 기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많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외부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강득구 의원실이 조사한 2020년 시도별 학폭위 위원 구성 현황'에 따르면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위원으로 위촉된 5232명 중 부모가 2079명으로 전체 위원 비율 중 37.6%를 차지했고, 교원 19%, 경찰 12.6%다. 

의사, 교수, 연구원, 활동가 등 전문가 집단 비율은 10%보다 적다. 그중 학교폭력 전문의 교수와 연구원은 1.2%, 의사는 0.7%, 청소년 보호활동 전문가 비율은 6.3%에 그쳤다.

이런 현실에 강 의원은 “청소년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외부 전문가 참여를 더욱 확대해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전문가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배너

관련기사

1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①어떻게 살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어릴 적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이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김건희는 무려 10살 차이를 극복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현재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랐다. 개명하기 전 이름인 김명신의 과거 행적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녹취록 공개 파장에 무속 논란으로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의혹이 빗발치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으나 이를 까먹은 듯 광폭 행보를 이어 나가는 중이다. 김건희는 지난 1972년 9월2일 경기도 양평군서 아버지 고 김광섭, 어머니 최은순 사이서 셋째로 태어났다. 서울 남동부로 이주해 지금의 송파구에 살며 잠동초등학교, 잠실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동구로 이사한 후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이름은 김명신이다. 예술 두각 숱한 경력 김건희가 15세 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이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부친 김광섭은 양평군청 공무원으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987년 작고했다. 김건희는 어린 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레 그림과 예술에 관심이 커진 김건희는 향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서울 명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던 그는 이 시기부터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지난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서 입선을 차지하는 등 주목받는 작품을 선보였다. 대학 졸업 후 다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로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교육 분야서 전문성을 증명했다. 이후 2001년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서 미술 강사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고, 한림성심대서도 강단에 섰다. 서일대학교와 서울정보기능대학교서도 강의를 맡으며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 전문 지식을 공유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는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문학 과정(AFP)과 글로벌 리더 과정(GLA)을 이수하며 지식을 넓혔다. 지난 2007년 해외 유명 소장품과 미술품을 전시하는 회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엔 안양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문화 콘텐츠와 색채,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학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또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고, 테크노디자인대학원서 강의를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이어갔다. 김건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이던 지난 2012년 3월 결혼했다.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나이는 52세로, 40세였던 김건희와 12살 띠동갑의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서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에 유흥주점 근무” 주장 “쥴리 하고 싶어도 못해” 반박 윤 대통령 주변 인사는 “김건희를 처음 만난 자리서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건희의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대통령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건희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지난 2017년 남편인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그의 직업적 성취와 함께 김건희는 사회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면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으며, 지난 2019년 청와대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재산은 대부분 김건희 명의로 밝혀졌다. 그는 결혼 당시 윤 대통령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건희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건희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난 1990년대 IT붐이 일었을 당시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돼 사업체를 키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부부는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하게 자녀가 없다. 한 번 임신한 적이 있었는데, 스트레스로 유산한 후 다시는 임신하지 못했다. 김건희는 지난 2021년 12월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고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가운데 비숑 프리제 종 2마리를 제외한 반려견 2마리와 반려묘 3마리는 모두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중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유흥업소서 일했다는 의혹과 경력 관련 논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와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은 김건희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했던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지하 1층 모 나이트클럽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해 왔다. 나이트클럽서 접대부로 활동했던 김건희를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개인 접대 공간(호텔 6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봤다고 말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김건희는 지난 2021년 6월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혹에 해명했다. 먼저 ‘강남 유흥주점의 접객원 쥴리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두고 김건희는 “누가 소설을 쓴 것”이라며 “기가 막힌다”고 억울해했다. 각종 소문들 숨겨진 과거 이어 “제가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고 오히려 일 중독”이라며 “석사학위 두 개에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도 “김건희가 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사람이 술집 가서 이상한 짓 했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안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사람은 새벽 2~3시까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만큼 쉴 틈 없이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며 “고교 교사와 대학 초빙 겸임교수도 했고, 석사학위도 2개나 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운영자들 역시 정천수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천수 전 대표와 안해욱 전 회장의 6차 공판을 진행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나이트클럽 공동대표였던 조모씨와 배모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쥴리에 대해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삼부토건 회장을 비롯해 이른바 VIP들이 따로 사용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또 호텔 건물로 직결되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비중 있는 손님들과 친교를 가진 여성이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엔 “한번도 들은 적 없고, 전혀 없다”며 “종업원 외에 다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르네상스 지하 또는 1층에 그림을 전시했던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조남욱 회장이 특정 여성을 동석시키거나 같이 다녔냐는 물음에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배씨 역시 비슷한 증언을 내놨다. 호텔 6층까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냐는 취지로 검사가 묻자 “구조상, 상식적으로 안 맞는 것 같다”며 “건물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건 미친 사람 아니면 그걸 왜 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특정 여성이랑 있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한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못 봤다”고 답했다. ‘김 교수’라는 여성의 호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경력 논란도 김건희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김건희는 지난 2008년 개명한 이후 전시 관련 일을 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업계에서는 김건희를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 거물급 대형 전시회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김건희는 페이스북에 서울대 대학원 졸업이라고 개재하며 SNS로도 본인을 홍보하는 데 힘썼다. YG 빅뱅 멤버들이 홍보도 해줄 정도로 정관계, 연예계와도 친분을 쌓았다. 이때 전시회에 LG전자, GS칼텍스, 우리은행 등 12~16곳이 넘는 협찬을 끌어오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표될 무렵 일주일 사이에 협찬사가 무려 12곳이나 불어났다. 무속인 연결 녹취록 공개 수사에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김건희의 코바나컨텐츠 협찬사였던 GS칼텍스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협찬에 나선 한 유명 게임업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행사를 주최한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에 협찬한 거라고 해명해 왔지만, 수사팀은 협찬금이 언론사를 거쳐 그대로 코바나컨텐츠 측에 전달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건희의 무속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스님·법사라는 이름을 붙인 이들과 교류가 잦았고 중요한 국면서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의혹이 대선 경선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김건희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도 윤 대통령과 역술인의 오랜 인연이 등장한다. 당시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2022년 1월18일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네트워크본부를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를 둘러싸고 후보와 관련해서 불필요한 악의적인 오해가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다. 전씨는 지난 2022년 1월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하자 윤 대통령을 사무실 안쪽으로 이끌며 직원들을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전씨의 존재가 알려진 건 이번 언론 보도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지난 2021년 10월 충북 충주 일광사의 혜우 스님을 만나 ‘건진 법사에게 윤 대통령을 지키라고 했고, 그가 윤석열 캠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충주 일광사는 조계종과 관련 없는 일광조계종의 본산이며 혜우 스님은 건진 법사의 스승이라고 한다. 혜우 스님은 김건희에게 초청 받아 코바나컨텐츠서 주관한 전시회에 3차례 참석해 축원을 해줬다고도 밝혔다. 건진 법사도 김건희를 통해 윤 대통령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건진·천공과 인연은? “도사들과 대화 좋아해” 유튜버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의 인연도 논란을 낳았다. 천공 스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서 사퇴했던 지난 2021년 3월4일 <최보식의 언론>과 인터뷰서 “윤 총장은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리서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고 주장했고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고 단언해 ‘윤석열 멘토’로 불렸다. 논란이 되자 천공 스승은 같은 해 10월 <YTN> 인터뷰서 “멘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건희에게서)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해 줬다고 했다. 김건희가 천공 스승과 윤 대통령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김건희와 <서울의 소리> 이 기자 통화 녹취록서도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를 보는 역술인에게 의존하고 교류하는 내용이 확인된다. 같은 해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김건희는 ‘무정 스님’ 이야기를 꺼냈다. 무정 스님은 이미 검찰 주변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건희는 이 기자에게 무정 스님이 “진짜 스님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20대 시절에 그와 만났고 “(남편이)사법고시서 떨어지니까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너는 3년 더해야 한다’고 해서 3년 했는데 정말 붙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에게는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며 결혼을 권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하지만 “(무정 스님이)문재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남편 앞에서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다”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전했다.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도사들하고 같이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내가 무당을 많이 만난다고 돼있는데, 전혀 아니고 무당을 원래 싫어한다”며 “제가 더(점괘 등을) 잘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에게 얼굴·손금 사진을 보내라고 한 뒤 그걸 토대로 “이직을 하라”며 “국정원, 정보 일이 맞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실과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무속인·역술인과 깊은 교분을 유지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내 역할만 충실한다더니… 김건희는 대선 과정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 12월 기자회견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이른바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취임 초반에는 패션 등이 시선을 끌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구설과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건희가 남편인 윤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조용한 내조 대신 ‘광폭 행보’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yuncastle@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