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살았지만 모든 게 망가졌다”

 

“출소하면 어떡하죠?”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생존자에게 가해자와 만난 30일은 낙인처럼 기억에 박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가해자는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구속됐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빚과 트라우마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구제할 법은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요시사>는 6편의 기사를 통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하려고 한다. 그 목소리에 정답이 있다고 판단했다. <편집자 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부터 2018년까지 284명이 데이트폭력에 희생됐다.(경찰청) 매년 36명, 열흘에 1명꼴로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여성이 살해당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의 끝이 살인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데이트폭력 후유증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피해자와 사망자 사이, 그들을 데이트폭력 생존자라 부르기로 했다.
 

▲ 강정준의 상습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가은의 몸과 마음

28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30일이면 족했다. 2018년 11월7일 부천의 한 경찰서 형사는 데이트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앞서 남자친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경찰서를 찾았던 여성이었다. 2주 만에 다시 본 여성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과 몸에 각기 다른 색의 멍이 가득했다. 상습폭행의 흔적이었다. 

여성들이
죽고 있다

김가은(가명)은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의 생존자다. 2018년 10월 초부터 11월7일까지 한 달간 자신의 집에 감금된 채 가해자 강정준(가명)이 가하는 신체적·심리적 학대에 시달렸다.

강정준은 유사강간·상습특수상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폭행 등)·특수협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징역 4년을 받았다. 구속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 30세에는 사회로 돌아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정준은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 ‘알루미늄 재질로 된 대걸레 자루로 몸 전체를 때렸다’ ‘머리채를 잡고 안방 침대 옆으로 끌고 가 주먹으로 몸 전체를 때렸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오는 동안 너는 죽도록 맞을 것이고, 네 머리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말하며 유리 맥주잔으로 정수리 왼쪽 부위를 내리쳤다’ 등 총 14회에 걸쳐 김가은에게 폭행을 가했다. 

또 “야, 너 죽여버리고 싶다,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냐”며 목에 식칼을 들이댔다. 강제로 옷을 벗게 한 후 유사성교 행위를 강요했고,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다. 폭행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몸에 멍은 지워질 날이 없었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그럼에도 김가은은 살아남았다. 살고자 했다. 사건 발생 2년 뒤, 김가은은 <일요시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제가 데이트폭력을 당했는데요”라는 말과 함께. <일요시사>는 김가은을 만나 2018년 9월 강정준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총 7번, 20시간에 걸쳐 나눈 대화를 김가은의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 내 집에 갇혔다.

강정준과의 만남은 모든 게 평소와 달랐다. 만남의 시작도, 데이트도. 유튜브를 보는데 데이트어플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었을 뿐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날 강정준을 알게 됐다.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영상통화도 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눴다.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정준을 처음 만날 때도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다. 전 남자친구와의 연애가 무거웠기 때문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다. 몇 번 만나다가 강정준의 사귀자는 말에 그러자고 했다. 각자 회사가 멀다보니 데이트는 자연스럽게 밤에 하게 됐다. 

최소 14회 이상 상습폭행
성폭행하면서 영상도 찍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정준은 ‘회사 일이 잘 안 풀려서 너무 힘들다. 네가 나를 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 다음부터 강정준이 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가는 일이 많아졌다. 가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내 말에 화를 벌컥 낼 때도 있었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여겼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그날은 강정준이 처음 집에서 자고 간 날이었다. 아침 10시가 되도록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아침을 차려놓고 일어나라고 말했더니 오만 짜증을 다 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아침에 안 깨우는데, 네가 뭔데 나를 깨우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러더니 숟가락으로 내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처음 든 생각은 ‘얘 뭐지?’였다. 

대꾸할 새도 없이 강정준은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갔다. 그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 TV를 보기 시작했다. 옆에 앉으라는 기색에 다가가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쇼핑몰에서 온 메시지에 강정준은 다른 남자한테서 온 게 아니냐고 길길이 뛰었다.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휴대폰이 무릎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때부터 휴대폰은 무조건 소리로 해놔야 했다.
 

▲ 강정준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형을 받았다.

다음날부터 강정준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 눌러앉았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에도 나를 혼자 보내지 않았다. 당시 다니고 있던 학원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머릿속에서는 ‘이 남자 너무 이상하다’고 경고를 보내는데 강정준은 자꾸만 내가 비정상이라고 했다. 내 집에 갇혀 버렸다.

#. 미친 듯이 때렸다.

평생 그렇게 맞아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강정준은 시도 때도 없이 때렸다. 때리기 시작하면 최소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대걸레 밀대로 때리더니 그게 휘어지자 청소기 봉대를 뽑아 때렸다. 때리는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번은 졸린다고 했더니 바로 손이 날아왔다. 강정준은 자기보다 먼저 자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무조건 내가 늦게 잠들어야 했다. 무슨 말을 하면 1초 안에 답하라고 했다. 대답이 늦어지면 어김없이 뭐라도 날아왔다. 눈을 안 마주치면 주먹질을 해댔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배가 아파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엄살을 피운다면서 더 때렸다. 

삼시세끼 밥을 차렸다. 청소, 빨래, 심지어 강정준이 데려온 강아지 2마리를 돌보는 일도 내 몫이었다. 강아지가 낑낑거려도 맞았고, 강아지가 똥오줌을 못 가려도 맞았다. 자는 동안 강아지가 소리라도 낼까 계속 긴장상태였다. 강정준은 강아지들이 소리를 낼 때마다 조용히 시키라고 발로 나를 밀어댔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한가지구나 생각한 순간 도망치려 문 쪽으로 달렸다. 도어락 풀리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띠링’ 소리와 함께 머리채가 잡혔다. 문을 열고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머리채가 잡힌 채 질질 끌려 들어가 다시 미친 듯이 맞았다. 

입가가 찢어져 피가 바닥에 흥건한 데도 ‘피 흘리면 내가 덜 때릴 줄 아느냐’면서 엄살을 피운다고 계속 때렸다. 벽에 손을 짚으라고 했다. 청소기 봉대로 엉덩이를 세게 후려쳤다. 허리에 맞았는지, 골반에 맞았는지 몸이 저절로 꺾여 주저앉았다. ‘빠따’를 5~6대 맞고 나니 죽어야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강정준은 분이 풀릴 때까지 매질을 멈추지 않았다. 

헤어지자고 말한 날은 손가락이 잘릴 뻔했다. 주먹으로 온몸을 때리더니 청테이프로 입을 막고 몸과 손목을 묶었다. 그리고 전정가위(가지치기용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려 들었다. 강정준은 ‘억울해서 못 헤어지겠다. 너 어디 하나 ○○ 만들고 헤어져야지 안 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화장실에서 그 난리를 피웠다. 손가락을 자르자마자 접합도 못하게 변기에 넣고 내려버린다고.


웃으면서 장애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입으로는 계속 빌었다. 안 그러겠다고,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표정, 말투…
통제하려 해

#. 꼭두각시

바깥에 나갈 때마다 화장을 진하게 하라고 강요했다. 멍자국이 보이면 컨실러를 더 바르라고 내밀었다. 머리는 항상 풀고 다녀야 했다. 강정준은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내 머리를 정돈해주는 척 매만졌다. 사실은 머리로 멍자국을 가리려고 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아마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바깥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두고 타박이 이어졌다. 점원에게 왜 그렇게 말했냐고, 왜 눈을 보지 않느냐고, 왜 대답을 늦게 하느냐고. 이유는 무궁무진했다. 일단 강정준이 매를 들면 입에서는 자동으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잘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냥 되는 대로 빌었다. 
 

▲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강정준의 법원 판결문

뭘 하든 내 탓이라고 했다. 내가 맞는 것도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자기가 나를 때리는 것도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눈을 부라리며 ‘대답 안 해? 어?’ 하고 몰아붙일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바짝 얼어붙은 채 눈물만 뚝뚝 흘리는 나를 보면서 강정준은 운다고 또 때렸다. 나중에야 그게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인 걸 알았다.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화장실 문을 닫지 말라는 말에 용변을 볼 때도 열고 있어야 했다. 인간 이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끝에 ‘했다’ ‘했나’를 붙여 말하면 사투리 흉내내는 거냐고 때렸다. 말투까지 뭐라 하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하면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눈앞에 별이 보인다는 게 진짜였다. 

모든 전화는 스피커폰으로 받도록 했다.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내가 뭐라고 하나 듣고 있었다. 가족의 안부 전화에도 늘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준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지시했다. ‘밥 차려와’ ‘강아지 똥·오줌 치워’ ‘이리 와서 여기 뽀뽀해줘’ ‘옷 벗어’ ‘다리 벌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늘 웃고 있는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평범하게 대답해도 말투가 그게 뭐냐고 닦달을 해대니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는 부드럽게, 얼굴은 미소 지으면서, 호칭은 자기나 여보, 말에 토 달지 말고 재빨리 대답할 것. 부탁을 할 때는 최대한 공손하게. 강정준은 나에게 모든 것을 시켰지만 나는 밥 먹으라는 말조차 빌듯이 해야 했다. 

#. 최악의 날

10월초 강정준의 감시가 느슨할 무렵 탈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신고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다니던 학원에 가지 못하게 됐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내 몸 상태를 본 학원 선생님들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 길로 경찰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날 밤엔 경찰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잤다.

강정준의 전화와 문자로 휴대폰이 터져나갈 듯했지만 무시했다. 잠을 자고 있는데 경찰서가 아니라 한 파출소에서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왔다. 하도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내가 가출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같이 사는 남자친구가 가출신고, 실종신고를 했다면서 난리를 피웠다고 했다. 내가 납치된 것 같다고. 

그때 왜 다시 돌아갔을까. 미안하다는 말에? 내가 납치된 줄 알았다며 걱정하는 말에? 다시는 안 그런다는 말에? 강정준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한 형사님이 다가와 저런 놈은 꼭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면서 번호를 알려줬다.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그 말을 흘려듣지 말았어야 했다. 머리로는 번호를 외우면서도 발걸음은 집으로 향했다.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
가해자 징역4년·30세면 사회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날아든 손에 바로 후회했다. 감시는 더 심해졌다.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는 족족 체크했고, 어디 가기라도 할까 봐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댔다. 숨이 막힌다는 게 뭔지 알았다. 

강정준은 걸핏하면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운운했다. 그날도 그랬다. ‘다시 경찰에 신고하면 내가 너 결혼도 못 하고 연애도 못 하고 평생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해줄게’라면서 옷을 벗으라고 강요했다. 못 벗겠다고 했더니 ‘맞고 벗을래, 그냥 벗을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주먹질을 해댔다. 

겉옷을 벗으니 속옷도 벗으라 난리였다. 속옷까지 벗고 나니 알몸. 강정준은 휴대폰 카메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찍었다. 다리를 벌려라, 손을 들어라, 몸을 돌려라. 싫다고 하면 맨몸에 청소기 봉대가 날아들었다. 광대뼈가 부어오를 정도로 얼굴을 맞고 나니 이제 모든 걸 체념하게 됐다.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휴대폰 영상에 남았다. 

강정준은 그 영상을 제 친구에게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억지로 보게 했다. 울면서 성폭행당하는 내 모습이 큰 모니터 화면으로 보였다. 강정준은 ‘야 이거 봐라? 이거 너다? 웃긴다’ 이러면서 실실 웃었다. 비참하고 수치스러웠다. 끝도 없는 바닥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 탈출
전날 새벽에 맞은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강아지들이 밤새 싸놓은 똥오줌을 치우고 아침을 차렸다. 일어나는 기색이 보여 상을 차려 들고 들어갔다. 아침에는 강정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 조심해야 한다. 밥도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담배를 피러 베란다로 나간다. 그 사이 또 강아지들이 싸놓은 똥오줌을 치웠다. 

면접에 가기 전 머리를 한다고 했다. 같이 나가는 줄 알았는데 혼자 가려는 기색이다. 배웅을 위해 주차장으로 나갔다.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조른다. 억지로 입을 맞춰주고 웃어주느라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 금방이라도 ‘같이 가자’며 차에 타라고 할까 봐 온몸이 떨려왔다. 강정준이 탄 차가 멀리 사라졌다. 

제 번호를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형사님이 떠오른다. 손이 떨려 번호가 잘 눌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계속 카톡이 날아왔다. ‘어디야?’ ‘뭐해?’ ‘뭐하느라 답이 없어?’ ‘너 죽을래?’ ‘어디야?’ 전화도 온다. 간신히 형사님과 전화가 연결됐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는 말에 경찰을 보낸다는 답이 돌아왔다. 1분이 1시간처럼 흘렀다. 

계속 걸려오던 전화를 받았더니 대뜸 쌍욕이 넘어온다.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따지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또 도망치려는 거 아니지?’ 그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아니지’ 최대한 목소리를 가볍게 내려고 노력하면서 달랬다. 경찰이 왔다. 내 집에서 탈출했다. 2018년 11월7일, 감금된 지 30일 만이었다.

도망쳤지만
망가진 삶

3번의 시도 끝에 탈출한 김가은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복통을 호소하다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을 땐, 이미 복강에는 염증이 가득했고 장기가 파열돼 출혈이 심했다. 결국 2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폭행 후유증으로 시력이 떨어졌고 골반염은 걸핏하면 재발했다. 불안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김가은을 덮쳤다.

피해의 낙인은 김가은의 몸과 마음에 남았지만 가해의 흔적은 옅어지고 있다. 자신의 집에 갇혀 30일간 지옥을 경험한 김가은에게 주어진 건 4년의 시한부 자유뿐. 강정준은 출소하면 김가은을 죽이겠다고 수차례 협박했다. 김가은은 매일 밤 ‘밤길 조심해라’ ‘내가 네 머리에 칼 꽂을 거다’라는 말을 환청처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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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