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③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사건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16:48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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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죽일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최현목 기자 =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는 사건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심리상담은 그런 생존자가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이자, 사건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다.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서울 ‘상담센터 사이’에서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DCU)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생존자와의 상담에 <일요시사>는 관찰자로 참석했다. 본 상담의 내용은 생존자와 상담자 양쪽의 동의를 얻어 공개함을 밝힌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초 생존자 김가은(가명)이 가해자 강정준(가명)으로부터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감금된 채 폭언·협박·폭행·성폭행 등을 당한 사건이다. 김가은은 세 차례 시도 끝에 탈출에 성공했고, 검거된 강정준(이하 가해자)은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6월, 강간 혐의로 징역 1년6월 등 총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적반하장 
민사소송

사건이 있은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김가은은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① 지옥에서의 30일,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63).

김가은(이하 생존자)에 대한 심리상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일정보다 약 1시간30여분 먼저 시작됐다. 생존자는 속마음을 털어낸 듯 눈물을 훔치며 취재진이 배석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생존자에 대한 상담은 재판 부분에서 이어졌다. 눈물을 닦아낸 생존자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는 취재진이 배석한 이후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1시간 동안 총 8번 언급됐다. 약 8분당 1번꼴이다. 8번 모두 재판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기사 참조: 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② 끝나지 않은 악몽, 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371). 생존자는 지난달 11일 변론기일에 직접 참관했다. 그리고 가해자의 진술을 들었다.

생존자는 이 과정에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혹시나 자신의 뒷모습이라도 보일까 봐 재판이 끝나는 순간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생존자는 그때 가장 극심한 불안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상담을 주재한 심영섭 DCU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프리즈 리스폰스(freeze response, 어떤 대상을 목격하거나 떠올릴 때 신체적·정신적으로 얼어붙는 현상)’라고 진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다음은 상담 후 심 교수가 밝힌 생존자의 현재 상태다.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침습적 사고도 강렬하고요. 성격변화도 보입니다. 꿈으로 사건을 재경험하는 일도 겪고 있습니다. 프리즈 리스폰스라고 해서 가해자를 생각할 때 얼어붙어서 말이 안 나오는, 데이트폭력에 의한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병리적 구타’ 소견…동물학대도
사이코패스와 달라, 차이점은?

‘침습적 사고’는 원치 않는 기억이 계속 떠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겪는 증상 중 하나다. 침습적 사고는 사고 주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존자는 상담 중간에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사건 이전과 달리 행동을 해야할 때 주저하게 된다는 고민이었다. 생존자는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생존자는 가해자에 대한 추가 고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다양한 증상들을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위축돼있어요. 화조차도 못 내죠.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면 극심한 분노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자괴감이 들거든요. 그 다음 단계는 굉장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알코올 중독과 자살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생존자는 데이트어플로 가해자를 알게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던 중 호기심에 데이트어플을 시작했다. 가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생존자는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첫인상이 조금 강해 보이긴 했지만, 평범한 20대 남성의 모습이었다. 심 교수는 이 사건에서 데이트어플이 ‘판타지’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생존자는 우연에 의해서라도 이성과 뭔가 다른 친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생존자는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좋은 남성에게서 보호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욕구는 생존자의 아주 깊은 결핍에 기인합니다.”

생존자는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 생존자에게 외삼촌은 실질적인 아버지였다. 외삼촌은 어린 생존자에게 “친아빠처럼 생각하라”고 말했다. 고학력자인 외삼촌은 생존자에게 아버지이자 롤모델이었다. 생존자는 스스로 자기계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논문을 찾아볼 정도로 학구적 성향을 보인다. 

“생존자는 외삼촌의 영향으로 남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학용품을 사주고 같이 장난도 치는 외삼촌을 보면서 자란 생존자가 남성을 경계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가해자와의 만남은 생존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가해자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생존자의 집에 눌러 살기 시작한 바로 그날부터였다. 그때부터 생존자는 탈출하기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최소 14회 이상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맥주 잔, 청소기 봉대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됐다. 심 교수는 가해자가 ‘병리적 구타’ 성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해자는 ‘패솔로지컬 배터러(pathological batterer, 병리적 구타자)’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욱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분노조절이 전혀 안 돼요. 분노조절이 안 되면 계속 구타를 해야 하고요. 구타를 하는 행위 안에서 자신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시험에 합격한다거나, 유능한 일을 할 때 자존감을 회복하잖아요? 그런데 병리적 구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구타라는 행위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침습적 사고
계속 떠올라

가해자의 폭력적 성향은 비단 생존자만을 향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의 집에 눌러앉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아지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 강아지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가해자는 강아지들을 귀여워하다가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으르렁거리면 미친 듯이 때렸다고 한다. 강아지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그 오줌을 치우는 일은 생존자의 몫이었다. 

동물학대 행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심 교수는 병리적 구타자와 사이코패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 모두 성격장애이긴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유희처럼 즐깁니다. 자신이 신처럼 누군가의 생사를 앗아가는 것에 흥분을 느낍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은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의심과 집착 증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상대적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 들죠. 이춘재와 같은 사이코패스 계열이 살인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반면, 가해자와 같은 병리적 구타 계열은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신체적 약자를 길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심 교수는 의심과 집착을 데이트폭력의 전조증상으로 꼽았다. 가해자는 생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올 때마다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의 집착을 보였다. 전화가 오면 자신의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라고 강요했다. 가해자는 혹시나 생존자에게 다른 남자로부터 연락이 오는지 지속적으로 의심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엄청 관심이 많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랑에 의한 관심과는 다릅니다. 현실을 왜곡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비합리적 행위가 전조증세입니다. 이때 빨리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가해자는 의심과 집착 외에도 여성 혐오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강아지들을 구타한 후 “이래서 옛말에 여편네랑 개XX는 하루에 한 번씩 매질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존자를 구타하면서도 가해자는 “이 시간에도 자기 남편한테 맞아서 죽어가는 X들이 많을 거다. 내가 한국 남자의 진짜 무서움을 보여줄게”라고 위협했다.

이는 평소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존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김치녀’ ‘한녀’가 문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두 표현 모두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신조어다. 

관심과 집착
구분부터 해야

가해자는 생존자가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면 구타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가해자는 평소 자신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을 생존자에게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심 교수는 이를 합리화의 전형이라고 봤다. 

“생존자를 때릴 때 ‘김치녀’ ‘한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은 가해자가 문화적인 투사, 합리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프랑스에서 사귀었던 외국 여자들은 눈을 내리깔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때릴 이유를 찾는 것뿐입니다. 합리화죠. 때릴 때 눈을 마주치게 하는 점은 단지 상대가 너무 쉽게 풀이 죽거나 위축되면 재미가 없어서예요.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대등한 사람을 제압했다고 생각할 때 더욱 큰 희열을 느낍니다.”


생존자는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를 때 저항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막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욱 심한 폭력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소리 지르고 반항하면 안 때릴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할 거예요. 그러나 때리는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저항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계속 합리화하며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생존자를 만나기 이전에도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생존자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가해자의 이전 여자친구 편지에는 “이제는 때리지 않아줘서, 점점 노력해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노예화’라고 칭한다.

“인지적으로 노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그래서 넌 맞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때려야 한다’입니다. 때리고 맞는 것에 관한 합리화를 세뇌 수준으로 반복하죠. 그 밑바닥에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성공했을 텐데, 너와 결혼해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전조 증상은 의심·집착
‘여성 혐오’ 성향도 보여

가해자는 폭력을 사용하는 와중에도 생존자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했다. ‘여보’ ‘자기’ 같은 호칭은 물론이고, 구타 후에 “볼에 뽀뽀를 해달라”고 졸랐다. 이는 가해자가 상습특수상해 및 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후에도 계속됐다. 가해자는 수감 중에도 생존자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연애편지를 방불케 한다.

“가해자가 마치 생존자와 결혼한 듯이 행동한 일은 폭력에 덧씌워진 ‘당의정(불쾌한 맛이나 냄새를 피하고 약물의 변질을 막기 위하여 표면에 당분을 입힌 정제)’이라고 보면 됩니다. 폭력은 굉장히 쓰잖아요. 그 쓴 맛을 못 느끼게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로 코팅을 하는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그 당의정이 가해자의 진심이라거나 나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가해자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생존자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합의서를 써주고, 가해자 측으로부터 소정의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서는 ‘형사상 합의했다’는 내용의 ‘처벌불원서’다. 반대로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생존자가 당시 합의서를 써주는 과정에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해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합리화해 생존자에게 ‘구원자 콤플렉스(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심리학적 용어)’를 자극합니다. ‘절대 안 때리겠다. 나는 개과선천했다’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하고, 그 말을 믿고 싶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마음을 누그러뜨려 합의서를 써주게 됩니다.”

가해자는 유사강간 등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 돌변했다. 생존자와의 접견 과정에서 가해자는 “밖에 나가면 너를 죽여버리겠다”며 살인예고를 한 상태다. 생존자는 합의서를 써준 일을 후회하고 있다.

“병리적 구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실제로 살인을 할 확률이 꽤 있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전과자가 됐다고,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 가해자 역시 2차 가해를 하거나 생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사법부와 경찰 쪽에서요.”

생존자는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가 생존자의 명의로 약 2000만원을 대출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채용이 취소되는 일도 겪었다. 생존자의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생존자는 가해자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상담 과정에서 막막한 현실 속에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생존자는 스스로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피해의식
도 넘어

“생존자의 자아정체성 중에서 ‘커리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란 생존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쌓아온 커리어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위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리어가 좌절됐다는 느낌이 생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근원으로 보입니다.”

생존자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감기나 바이러스처럼 금세 낫지 않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기억을 불로 지진 듯이 사건을 각인해 기억해두는 것입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각인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우울증처럼 뇌의 생화학적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 아니라 때론 구조적 변화까지도 동반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생존자의 자아 강도가 높아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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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