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라네요?” 딸의 하소연

경찰 “음주 상태로 증거불충분”
접수 4개월 만에 통지서 발송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선생님들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지난해 차량털이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건 접수 후 4개월 만에 나온 조치였으며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도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CCTV 좀 봐주세요.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1시59분에 녹화된 CCTV 영상과 함께 “차량은 아버지께서 꿈꿨다가 소유하게 되신 파란색 트럭으로 (범인은)직접 현장서 검거했다”며 “이후 신고했는데 경찰 측 입장은 ‘술을 마셨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죄가 없다’고 종결했다. 이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차량 안에 있던 월세로 지불하려던 50만원 현금이 든 봉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돼있는 자격증 두 개, 손 선풍기, 음료수 등을 도난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에 해당 분실물들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OO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자동차수색죄,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고소인등·불송치)를 보내 해당 사건을 최종 종결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차량 문을 불상의 방법으로 열고 들어가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인 현금, 자격증, 기타 잡동사니를 절취하려고 수색하던 중 피해자의 딸이 제지하자 미수에 그쳤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동차를 수색한 점은 인정되나, 출동 경찰관은 사건 현장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했으나 현금이나 건설 관련 자격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돼있다.

또 “자동차 내부 및 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서도 위 피해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봐 피해자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피해품이 자동차 내부에 있었는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피의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씨는 “새벽에 후미등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동생인가 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가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술이 취했는지 차 안에서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냐’고 묻자 ‘내 차’라는 범인 대답에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운전석 쪽 문은 잠겨져 있었던 반면, 조수석은 잠김이 해제돼있었다고 했다. 범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의 20~30대 남성으로 술냄새를 풍겼고 ‘내 차다, 친구 차다’ 등 횡설수설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A씨가 경찰에 신고는 과정서 어디론가 가 버렸는데도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가 CCTV 시야에서 사라졌던 약 28초 동안에는 차량서 내린 뒤 내부를 살피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석 문 개방에 대해 A씨는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범인 진술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차량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는지, 잠겨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일반절도’서 ‘특수절도’로 죗값이 상향되는 만큼 잠김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씨가 제보 사진에 따르면, 차량 조수석 창문 하단의 고무로 된 도어 가니시에는 임의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출된 형태의 흠집이 나 있다. 그는 “당시 국과수분들이 있을 때 이상한 점 찾아다니면서 찍었다”며 “(고무 부분이)튀어나와 있길래 감식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비가 와서 해줄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사진으로 남겨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운전석 쪽은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미뤄볼 때 당시 범인은 조수석 가니시 사이에 특정 도구를 넣어 차 문을 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트럭은 2015년식으로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혀지지 않는 차종이다. 다만, 첨부된 영상 속 사이드미러 상태는 운전석 쪽은 펴져 있는 반면, 조수석 쪽은 접혀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은 2시간가량 범인과 노상에 있었지만 몸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 때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몸수색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A씨 부친 차량엔 흠집과 함께 발자국 및 가래침들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던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달라’는 담당 형사의 요청으로 확인해보니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계획적으로 메모리카드를 탈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씨는 “급히 여분으로 사뒀던 메모리카드를 끼웠더니 정상 작동했는데, 그렇게 블박도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출퇴근하셨다는 게 소름이 확 돋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다 못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없는 셈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사방으로 물건을 뿌린 건지 현장 출동했던 경찰분들이 차량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서 자격증 및 기타 물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 마시고 남의 차 문 따고 들어가서 물건 훔치고 침 뱉고 훼손하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도 ‘술 마셨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증거불충분, 심신미약이냐?”며 “다 떠나서 술김이든 뭐든, 근본적으로 남의 차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 가방 뒤지고 물건 훔치고 침 뱉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도 되나요?”라고 마무리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사건 접수 후 초반엔 ‘절도미수 및 차량수색’이었다가, 몇 개월 후 ‘절도 및 차량수색’, “친구 차인 줄 알았다”는 범인의 진술을 듣고 ‘고의성이 없어 절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동차수색 불송치’로 종결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수색)에 따르면 ‘자동차수색죄’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조계에선 자동차수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전 편취, 절도 등의 ‘수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즉, 차주의 재산이나 재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 아닌 이상 자동차수색죄는 인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절도범이 타인의 차량을 허락없이 침입해 수차례 스마트폰 조명으로 차량 안을 비추면서 가방을 뒤졌던 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의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 소재의 한 변호사는 “절도는 파손 등의 물적 피해 회복은 물론 차량 파손 시 수리도 해줘야 한다”며 “특수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절도죄는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인정되며, 야간에 문이나 장벽 등 기타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 후 침입했다가 절도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특수절도죄 미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무법인 맑음 송심근 변호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이나 자동차를 수색한 사람은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수색’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 행위를 말한다”며 “서류를 찾기 위해 남의 자동차 안을 뒤진다든지, 매매계약서를 찾기 위해 남의 방을 뒤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타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의 공간을 뒤지는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며 “대상에 따라 주거수색죄(집), 방실수색죄(방), 자동차수색죄(자동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 통지서를 받았다는 A씨는 “재수사나 조사 또는 증거물 추가 제출 연락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종결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동생이 문의했더니 ‘술 마시고 친구 차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가 절도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CCTV는 증거가 부족해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억울해했다.

범인이 조수석 차 안을 수색하고 차에서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자격증 등 차량 안의 물건들이 차 외부나 1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발견된 점도 미스터리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검찰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이 재조사를 위한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12일 만에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경찰 조사 때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 뜨고 나서 파출소로 데려가서 몸수색했다고 담당 형사님께 전해듣기는 했는데(잘 모르겠다)…”며 “100m 떨어진 언덕 아래서도 도난 물품을 발견해 경찰에게 말했는데 같이 수색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되레 저한테 범인 앞에서 큰소리 치고 화내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황당하고 억울한데, 비 맞아가면서 물건 찾아달라고 해도 무시해서 아버지께서 일일이 주으러 다녔는데 보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시 자격증 3개 중 1개는 밖에서 찾아서 경찰분께 알려드리고 증거로 남긴 것도 있는데 통지서 내용엔 ‘밖에서 찾은 게 없다’고 적혀 있다”며 “검찰서 보완조사 요구서 받고 폰카 촬영 영상이 있어 제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 종결처리됐다는 통지서 받고 충격 받아 보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량 아래 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A씨 부친의 자격증을 주워드는 장면도 확인됐다.

30일,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지역 관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기록을 찾아보니 현장서 범인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돼있다”며 “범인의 몸에서 아무런 분실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이 어떻게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차량의 문이 열려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다”는 A씨 제보와 함께 해당 영상을 입수했다고 하자 “(차 문)최초 개방 시 범인이 특별히 과한 힘을 쓰지 않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차량을 잠갔지만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수색하는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범인에게서 절도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량 안에서 장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점, 수색의 고의성이 없었던 점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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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