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라네요?” 딸의 하소연

경찰 “음주 상태로 증거불충분”
접수 4개월 만에 통지서 발송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선생님들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지난해 차량털이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건 접수 후 4개월 만에 나온 조치였으며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도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CCTV 좀 봐주세요.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1시59분에 녹화된 CCTV 영상과 함께 “차량은 아버지께서 꿈꿨다가 소유하게 되신 파란색 트럭으로 (범인은)직접 현장서 검거했다”며 “이후 신고했는데 경찰 측 입장은 ‘술을 마셨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죄가 없다’고 종결했다. 이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차량 안에 있던 월세로 지불하려던 50만원 현금이 든 봉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돼있는 자격증 두 개, 손 선풍기, 음료수 등을 도난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에 해당 분실물들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OO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자동차수색죄,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고소인등·불송치)를 보내 해당 사건을 최종 종결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차량 문을 불상의 방법으로 열고 들어가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인 현금, 자격증, 기타 잡동사니를 절취하려고 수색하던 중 피해자의 딸이 제지하자 미수에 그쳤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동차를 수색한 점은 인정되나, 출동 경찰관은 사건 현장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했으나 현금이나 건설 관련 자격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돼있다.


또 “자동차 내부 및 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서도 위 피해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봐 피해자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피해품이 자동차 내부에 있었는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피의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씨는 “새벽에 후미등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동생인가 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가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술이 취했는지 차 안에서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냐’고 묻자 ‘내 차’라는 범인 대답에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운전석 쪽 문은 잠겨져 있었던 반면, 조수석은 잠김이 해제돼있었다고 했다. 범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의 20~30대 남성으로 술냄새를 풍겼고 ‘내 차다, 친구 차다’ 등 횡설수설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A씨가 경찰에 신고는 과정서 어디론가 가 버렸는데도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가 CCTV 시야에서 사라졌던 약 28초 동안에는 차량서 내린 뒤 내부를 살피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석 문 개방에 대해 A씨는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범인 진술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차량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는지, 잠겨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일반절도’서 ‘특수절도’로 죗값이 상향되는 만큼 잠김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씨가 제보 사진에 따르면, 차량 조수석 창문 하단의 고무로 된 도어 가니시에는 임의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출된 형태의 흠집이 나 있다. 그는 “당시 국과수분들이 있을 때 이상한 점 찾아다니면서 찍었다”며 “(고무 부분이)튀어나와 있길래 감식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비가 와서 해줄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사진으로 남겨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운전석 쪽은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미뤄볼 때 당시 범인은 조수석 가니시 사이에 특정 도구를 넣어 차 문을 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트럭은 2015년식으로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혀지지 않는 차종이다. 다만, 첨부된 영상 속 사이드미러 상태는 운전석 쪽은 펴져 있는 반면, 조수석 쪽은 접혀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은 2시간가량 범인과 노상에 있었지만 몸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 때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몸수색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A씨 부친 차량엔 흠집과 함께 발자국 및 가래침들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던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달라’는 담당 형사의 요청으로 확인해보니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계획적으로 메모리카드를 탈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씨는 “급히 여분으로 사뒀던 메모리카드를 끼웠더니 정상 작동했는데, 그렇게 블박도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출퇴근하셨다는 게 소름이 확 돋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다 못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없는 셈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사방으로 물건을 뿌린 건지 현장 출동했던 경찰분들이 차량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서 자격증 및 기타 물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 마시고 남의 차 문 따고 들어가서 물건 훔치고 침 뱉고 훼손하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도 ‘술 마셨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증거불충분, 심신미약이냐?”며 “다 떠나서 술김이든 뭐든, 근본적으로 남의 차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 가방 뒤지고 물건 훔치고 침 뱉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도 되나요?”라고 마무리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사건 접수 후 초반엔 ‘절도미수 및 차량수색’이었다가, 몇 개월 후 ‘절도 및 차량수색’, “친구 차인 줄 알았다”는 범인의 진술을 듣고 ‘고의성이 없어 절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동차수색 불송치’로 종결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수색)에 따르면 ‘자동차수색죄’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조계에선 자동차수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전 편취, 절도 등의 ‘수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즉, 차주의 재산이나 재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 아닌 이상 자동차수색죄는 인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절도범이 타인의 차량을 허락없이 침입해 수차례 스마트폰 조명으로 차량 안을 비추면서 가방을 뒤졌던 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의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 소재의 한 변호사는 “절도는 파손 등의 물적 피해 회복은 물론 차량 파손 시 수리도 해줘야 한다”며 “특수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절도죄는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인정되며, 야간에 문이나 장벽 등 기타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 후 침입했다가 절도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특수절도죄 미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무법인 맑음 송심근 변호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이나 자동차를 수색한 사람은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수색’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 행위를 말한다”며 “서류를 찾기 위해 남의 자동차 안을 뒤진다든지, 매매계약서를 찾기 위해 남의 방을 뒤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타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의 공간을 뒤지는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며 “대상에 따라 주거수색죄(집), 방실수색죄(방), 자동차수색죄(자동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 통지서를 받았다는 A씨는 “재수사나 조사 또는 증거물 추가 제출 연락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종결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동생이 문의했더니 ‘술 마시고 친구 차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가 절도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CCTV는 증거가 부족해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억울해했다.

범인이 조수석 차 안을 수색하고 차에서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자격증 등 차량 안의 물건들이 차 외부나 1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발견된 점도 미스터리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검찰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이 재조사를 위한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12일 만에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경찰 조사 때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 뜨고 나서 파출소로 데려가서 몸수색했다고 담당 형사님께 전해듣기는 했는데(잘 모르겠다)…”며 “100m 떨어진 언덕 아래서도 도난 물품을 발견해 경찰에게 말했는데 같이 수색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되레 저한테 범인 앞에서 큰소리 치고 화내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황당하고 억울한데, 비 맞아가면서 물건 찾아달라고 해도 무시해서 아버지께서 일일이 주으러 다녔는데 보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시 자격증 3개 중 1개는 밖에서 찾아서 경찰분께 알려드리고 증거로 남긴 것도 있는데 통지서 내용엔 ‘밖에서 찾은 게 없다’고 적혀 있다”며 “검찰서 보완조사 요구서 받고 폰카 촬영 영상이 있어 제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 종결처리됐다는 통지서 받고 충격 받아 보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량 아래 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A씨 부친의 자격증을 주워드는 장면도 확인됐다.

30일,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지역 관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기록을 찾아보니 현장서 범인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돼있다”며 “범인의 몸에서 아무런 분실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이 어떻게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차량의 문이 열려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다”는 A씨 제보와 함께 해당 영상을 입수했다고 하자 “(차 문)최초 개방 시 범인이 특별히 과한 힘을 쓰지 않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차량을 잠갔지만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수색하는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범인에게서 절도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량 안에서 장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점, 수색의 고의성이 없었던 점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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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시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직권남용 미수도 문제다.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 비상식적 지시와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 전·현직 장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꼬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그릇된 판단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내란 동조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시를 듣기만 했다면 다르다. ‘미수’에 그치기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언 거부 모르쇠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 업체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 내용은 빼놓고 진술했다.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도 증언을 거부한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서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시경(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는 등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포고령이 발령된 직후인 3일 밤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JTBC·M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공소장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조 청장과 허 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 사고 들어온 것이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준비나 필요한 조치를 지시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지의 경찰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상민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범죄 시도했는데 실패 미수범 처벌 불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만류에도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 이후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넸다. 윤 대통령 곁을 거의 내내 지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해 “최 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조태열 장관에게 건넨 문건 외에도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최 대행과 조 장관에게 쪽지를 주는 걸 보지 못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와 연결된 직권남용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제기 요구’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한 후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고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없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는가 여부를 검토해도 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범죄를 시도해 성공한 기수범 외 범죄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수범에 대해서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갈리는 의견들 실제 단전·단수 의혹의 경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몇 가지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이첩한 데 이어 검찰에도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한 총리 사건을 재이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복 수사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한 총리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계속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다시 넘긴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전념한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 전 장관 사건도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허석권 소방청장 등 소방청 간부들을 조사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이 전 장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에도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건네받으면서 논란만 키웠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이후엔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후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다. 진행은 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경찰과 협의도 없이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해서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두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이 국회서 불거지자마자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자료도 검토했기 때문에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수사기관에 각각 사건을 반환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사건을 이첩할 때 3가지 혐의를 적시한 반면,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포함해 8가지 혐의를 이첩했다”며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많고 현재 군 검사들이 함께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반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경찰 간부 등 남은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피의자 총 15명 중 경찰 간부는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인 만큼, 김 청장과 목 전 대장만 남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간부는 저희가 직접 기소할 수도 있어서 최선을 다해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무위원들과 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내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3단계로 구분해 처벌할 수 있다. 공수처, 사건 검경 재이첩 “시간만 날려” 중요임무종사·부화수행 혐의 적용 관건 나머지 수사는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에 대한 처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인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가담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한 총리, 최 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 장관 등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 자체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도 없었던 데다 회의록도 없을 만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화수행이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을 비롯한 군 중간급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지시하자 군법무관 회의를 거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항변했다. 방첩사 병력을 출동시키긴 했지만 고무탄총·가스총만 가진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선관위 청사 내부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위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중간직은 부화수행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국회 주변 계엄령 위반자 체포인 줄 알았지 특정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머리 아픈 남은 수사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화수행 혐의를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지가 고비가 될듯하다. 계엄 관련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참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란죄가 중대범죄인 만큼 부화수행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공무원·군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고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