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라네요?” 딸의 하소연

경찰 “음주 상태로 증거불충분”
접수 4개월 만에 통지서 발송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선생님들은 이런 일 당하면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지난해 차량털이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건 접수 후 4개월 만에 나온 조치였으며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를 받고도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주세요] CCTV 좀 봐주세요. 차량 털렸는데 무혐의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보배 회원 A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1시59분에 녹화된 CCTV 영상과 함께 “차량은 아버지께서 꿈꿨다가 소유하게 되신 파란색 트럭으로 (범인은)직접 현장서 검거했다”며 “이후 신고했는데 경찰 측 입장은 ‘술을 마셨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죄가 없다’고 종결했다. 이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차량 안에 있던 월세로 지불하려던 50만원 현금이 든 봉투,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공개돼있는 자격증 두 개, 손 선풍기, 음료수 등을 도난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에 해당 분실물들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OO경찰서는 지난 9일, A씨에게 자동차수색죄,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내용의 수사결과 통지서(고소인등·불송치)를 보내 해당 사건을 최종 종결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차량 문을 불상의 방법으로 열고 들어가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인 현금, 자격증, 기타 잡동사니를 절취하려고 수색하던 중 피해자의 딸이 제지하자 미수에 그쳤다”며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동차를 수색한 점은 인정되나, 출동 경찰관은 사건 현장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했으나 현금이나 건설 관련 자격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돼있다.


또 “자동차 내부 및 외부를 확인하는 과정서도 위 피해품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봐 피해자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피해품이 자동차 내부에 있었는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피의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A씨는 “새벽에 후미등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동생인가 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가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가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술이 취했는지 차 안에서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냐’고 묻자 ‘내 차’라는 범인 대답에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운전석 쪽 문은 잠겨져 있었던 반면, 조수석은 잠김이 해제돼있었다고 했다. 범인은 반팔, 반바지 차림의 20~30대 남성으로 술냄새를 풍겼고 ‘내 차다, 친구 차다’ 등 횡설수설했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A씨가 경찰에 신고는 과정서 어디론가 가 버렸는데도 범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일정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내리지 않았다. A씨가 CCTV 시야에서 사라졌던 약 28초 동안에는 차량서 내린 뒤 내부를 살피거나 주변을 둘러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수석 문 개방에 대해 A씨는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는데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범인 진술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차량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는지, 잠겨있는 상태였는지에 따라 ‘일반절도’서 ‘특수절도’로 죗값이 상향되는 만큼 잠김 상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A씨가 제보 사진에 따르면, 차량 조수석 창문 하단의 고무로 된 도어 가니시에는 임의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출된 형태의 흠집이 나 있다. 그는 “당시 국과수분들이 있을 때 이상한 점 찾아다니면서 찍었다”며 “(고무 부분이)튀어나와 있길래 감식해달라고 요청했더니 비가 와서 해줄 게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 사진으로 남겨놨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편 운전석 쪽은 아무런 흠집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미뤄볼 때 당시 범인은 조수석 가니시 사이에 특정 도구를 넣어 차 문을 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차량털이범들은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트럭은 2015년식으로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혀지지 않는 차종이다. 다만, 첨부된 영상 속 사이드미러 상태는 운전석 쪽은 펴져 있는 반면, 조수석 쪽은 접혀져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 출동 경찰은 2시간가량 범인과 노상에 있었지만 몸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추후 경찰 조사 때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해 몸수색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A씨 부친 차량엔 흠집과 함께 발자국 및 가래침들로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던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달라’는 담당 형사의 요청으로 확인해보니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증거인멸을 위해 계획적으로 메모리카드를 탈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씨는 “급히 여분으로 사뒀던 메모리카드를 끼웠더니 정상 작동했는데, 그렇게 블박도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출퇴근하셨다는 게 소름이 확 돋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다 못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까지 없는 셈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사방으로 물건을 뿌린 건지 현장 출동했던 경찰분들이 차량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서 자격증 및 기타 물품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술 마시고 남의 차 문 따고 들어가서 물건 훔치고 침 뱉고 훼손하는 게 CCTV에도 다 찍혔는데도 ‘술 마셨다’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증거불충분, 심신미약이냐?”며 “다 떠나서 술김이든 뭐든, 근본적으로 남의 차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 가방 뒤지고 물건 훔치고 침 뱉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도 되나요?”라고 마무리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경찰은 사건 접수 후 초반엔 ‘절도미수 및 차량수색’이었다가, 몇 개월 후 ‘절도 및 차량수색’, “친구 차인 줄 알았다”는 범인의 진술을 듣고 ‘고의성이 없어 절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동차수색 불송치’로 종결했다.

형법 제321조(주거·신체수색)에 따르면 ‘자동차수색죄’는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조계에선 자동차수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전 편취, 절도 등의 ‘수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즉, 차주의 재산이나 재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선의의 목적이 아닌 이상 자동차수색죄는 인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사례처럼 절도범이 타인의 차량을 허락없이 침입해 수차례 스마트폰 조명으로 차량 안을 비추면서 가방을 뒤졌던 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빼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의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 소재의 한 변호사는 “절도는 파손 등의 물적 피해 회복은 물론 차량 파손 시 수리도 해줘야 한다”며 “특수절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절도죄는 차량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순간 인정되며, 야간에 문이나 장벽 등 기타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 후 침입했다가 절도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특수절도죄 미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특수절도죄는 1년 이상에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법무법인 맑음 송심근 변호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간이나 자동차를 수색한 사람은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수색’이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자의 적극적인 조사 행위를 말한다”며 “서류를 찾기 위해 남의 자동차 안을 뒤진다든지, 매매계약서를 찾기 위해 남의 방을 뒤지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타인의 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절도죄로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의 공간을 뒤지는 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고 있다”며 “대상에 따라 주거수색죄(집), 방실수색죄(방), 자동차수색죄(자동차)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8일, 검찰의 보강수사 지시 통지서를 받았다는 A씨는 “재수사나 조사 또는 증거물 추가 제출 연락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을)종결한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며 “동생이 문의했더니 ‘술 마시고 친구 차인 줄 알고 착각하고 들어가 절도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CCTV는 증거가 부족해 아무런 혐의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억울해했다.

범인이 조수석 차 안을 수색하고 차에서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자격증 등 차량 안의 물건들이 차 외부나 1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발견된 점도 미스터리다.

이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검찰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는데 경찰이 재조사를 위한 연락이나 추가 수사 없이 12일 만에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경찰 조사 때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시각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 뜨고 나서 파출소로 데려가서 몸수색했다고 담당 형사님께 전해듣기는 했는데(잘 모르겠다)…”며 “100m 떨어진 언덕 아래서도 도난 물품을 발견해 경찰에게 말했는데 같이 수색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심지어 되레 저한테 범인 앞에서 큰소리 치고 화내서 싸우는 상황이 발생해 황당하고 억울한데, 비 맞아가면서 물건 찾아달라고 해도 무시해서 아버지께서 일일이 주으러 다녔는데 보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당시 자격증 3개 중 1개는 밖에서 찾아서 경찰분께 알려드리고 증거로 남긴 것도 있는데 통지서 내용엔 ‘밖에서 찾은 게 없다’고 적혀 있다”며 “검찰서 보완조사 요구서 받고 폰카 촬영 영상이 있어 제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혐의없음’으로 사건 종결처리됐다는 통지서 받고 충격 받아 보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를 통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량 아래 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A씨 부친의 자격증을 주워드는 장면도 확인됐다.

30일,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지역 관내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 기록을 찾아보니 현장서 범인의 몸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돼있다”며 “범인의 몸에서 아무런 분실품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이 어떻게 차량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차량의 문이 열려져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가 “차량 문을 잠그는 CCTV 영상은 경찰에 제출했다”는 A씨 제보와 함께 해당 영상을 입수했다고 하자 “(차 문)최초 개방 시 범인이 특별히 과한 힘을 쓰지 않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차량을 잠갔지만 오작동 등으로 제대로 잠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수색하는 CCTV 영상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범인에게서 절도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고, 차량 안에서 장시간 동안 머물러 있던 점, 수색의 고의성이 없었던 점 등의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