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장비 사용 기준 등에는 엄연히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보면 범인을 체포하고 생명과 신체를 지키기 위해서 경찰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여전히 갑론을박의 대상이다. 물론 총기는 인명 살상 무기인 만큼 사용 자체가 논란의 여지를 항상 떠안고 있는 도구다. 이 같은 이유로 총기 사용은 신중하다 못해 매우 제한적으로 할 것을 권고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제한적 사용을 위한 상황적 조건, 즉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 금고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출발한다. 경찰관이 범행 현장서 위의 조건에 부합되는 범죄인지 아닌지, 찰나의 순간에 판단하라는 것이 문제 발생의 근원이 아닐까?
이를 경찰 재량에 맡기기에는 경찰에게 지나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총기 소지와 사용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국내에서는 경찰관의 총기 사용에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어 총기 사용 이후 정당성 여부, 과잉 대응 등 ‘지나친 무력 사용(Excessive Use of Force)’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당한 총기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잣대는 바로 상황의 긴급성과 심각성일 것이다. 총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피해자, 경찰관, 무고한 시민이 생명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지, 그래서 긴급하게 상황을 제압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정작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을 찰나의 순간에 판단하고 ‘결정(Split-Second Decision)’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찰의 총기 사용을 다른 수단이 없을 때만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극히 드물어서 한 해 사용 건수가 손에 꼽을 정도에 그친다.
최근 각종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시민의 불안이 커지자 경찰 지휘부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정당한 물리력 사용에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주저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일선 경찰관들은 적극적인 물리력 사용을 꺼려 한다.
심지어 총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던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다. 총기를 사용했다가 뒷수습을 감당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했다가 정당하지 못하고 위법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거나 민사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형사 처벌 및 행정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거나,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총기 사용 이후 감내해야 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경찰의 총기 사용은 생명과 직결되는 관계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돼야 함이 마땅하다.
다만 현실적 문제로 일선 경찰이 총기 사용을 꺼린다면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범위서 사용된 총기나 무력에 대해서는 총기를 사용한 개별 경찰관이 아닌, 경찰 조직 차원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기 사용에 대한 뒷수습을 경찰관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범인을 놓칠 수 있는 위급 상황이라도 대다수 경찰관은 총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누가 봐도 명확한 경찰관의 총기 남용 및 오용, 위법성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